PGR21.com


Date 2002/09/29 15:45:59
Name Pathos
Subject 厚黑...
얼라이마인과 그에 따른 각종의 비방성 글들... 그리고 운영진분의 사퇴와 피지알 클랜의 문제등으로 인하여 피지알21이 상당히 시끄러워졌군요. 자격이랄 것까진 없겠지만 상당히 오랜기간 뒷꿈치를 들어가며 피지알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던 유령회원으로서 한 마디가 간절히 하고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일련의 문제들은 사실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 최근에 갑작스레 나타난 문제는 아닌 듯 싶습니다. 과거의 피지알.. 남들의 눈에 띄지않던 아주 작은 정원에 지나지 않던 피지알이었던 시절에는 거개의 회원이 피지알의 분위기를, 여타의 게시판의 그것들과는 다른 그 무언가였던 피지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고, 그 결과로 많은 글이 올라오지는 않았을지언정 정말로 진지하고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문화가 존재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 그 비밀의 화원이 세상에 알려지고 대중에 공개되면서 수많은 잡음과 말썽이 벌어지고, 과연 정원의 주인을 가리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원을 어느선에까지 공개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죠. 그런 문제가 피지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던 구 게임큐게시판과의 '분쟁'에 까지 이르면서 상당한 수준의 대결구도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가 파악했던 분쟁(..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의 본질은 그것이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피지알과 상당한 진입장벽을 가진채로 유지되는 피지알.. 과연 어느쪽이 진정으로 옳은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여러 피지알운영자분들은 상당한 고생을 하셨고, 피지알운영과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던 저같은 일개 소회원역시도 그런 게시판분위기에 휩싸여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죠. 당시의 문제는 한 운영자분께서 게임큐게시판에 사과(-_-;;)라는 형식을 통해 일단락 되었고 사태는 약간의 소요를 거쳐 진정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피지알은 현재의 규모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게 다였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배속에 웅크려왔던 문제가 약간의 변용을 거쳐 다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라이마인문제 역시 표면상으로는 임테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으로 보입니만 그것은 부가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설혹 임테가 그것을 알고 했든, 그렇지 않아서 정말 그다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하나의'Show'를 준비했던 것 뿐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져버렸든 그것은 피지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것은 어쩌면 임테 개인의 양심에 따른 문제이고, 어쩌면 게임의 규칙을 철저하게 시행하지 못했던 온게임넷 측의 잘잘못일 따름입니다. 피지알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는 그 경기를 보고 흥분한 불특정다수의 '아직 피지알의 분위기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정원의 이야기를 듣고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적절히 규제하지 못했던 데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피지알은 다릅니다. 다른 게시판문화와는 아주 다른 '그 무언가'지요. 글을 써 놓고도 차마 엔터키를 누르지 못해 '뒤로'를 눌러버리는 그 무언가지요. 다릅니다. 그리고 기존의 회원들은 그런 분위기에 오히려 익숙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ㅡ 아주 주관적인 견해이겠지만 ㅡ 함량 미달의 글이 올라올 때 어색함을 느끼거나 혹은 불쾌함마저 느끼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기존의 회원분들에게 요즈음과 같은 사태는 불쾌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피지알은 성격이 다른 게시판이기에 그 존재마저 희소하고, 이곳을 떠난다면 기존의 회원들은 그나마 갈 곳도 없어집니다. 그렇기에 저는 강력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피지알이 지금의 분위기를 잃어버리기 전에, 그래서 이곳에 애착을 가졌던 많은 회원분들이 떠나버리기 전에 이곳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두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요. 지금처럼은 안 됩니다. 이렇게 상처를 그대로 둔 채로 덮어버린다면 언젠가 똑같은 일이 다시 생길 것은 뻔합니다. 나는 다시 Apatheia님이나 나는 날고싶다님처럼 유능한 운영진께서 이곳을 그저 바라다만 볼 뿐 무기력하게 떠나보내는 일 따위는 다시는 보고싶지 않습니다.

유령일 뿐임에도 이렇게 주제에 벗어난 글에 주제에 벗어난 주장을 해 대는 이유는 다른 회원분들도 제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해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른 게시판들과는 다른 피지알만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이들을 배려해 주실 수 있는 예의가 있는 회원분들이 있는 이곳 피지알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야기를 약간 돌려서 운영진여러분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뻔뻔스러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후흑..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요? 전공이 국문학과가 아니기에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는 뻔뻔스러움과 가장 뜻이 통하는 단어로서 모 대학교수님께서 자신이 쓰신 삼국지 인물평론에 사용하신 단어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단체를 통솔하고 이끌어나가는 장수는 지와 덕과 용도 중요하지만 뻔뻔스러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욕먹어서 화 안나는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그것은 평범한 사람의 마음가짐일 따름입니다. 나를 욕하는 자의 면전에서 웃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다른 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피지알은 이미 너무커져버린 사이트입니다. 제 주관입니다만, 스타크래프트 관련 사이트로서는 이미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한지도 오래입니다. 그런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항상 좋은 말만 듣고 하실수는 없겠지요. 물론 그런 심정은 상당히 공감합니다. 더군다나 다른 문화를 이끌어가는 게시판이다보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점도 충분이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운영진들을 믿고 이 사이트에 들리는 회원분들을 다시한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회원들은, 이 게시판이 무언가 다르기에 오는 것입니다. 이제 운영진들이 한분씩 한분씩 떠나버리신다면 따로이 이 게시판에 올 이유는 없겠지요. 그건 스타크래프트 매니아에 있어서도 큰 손해이고, 게임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좋아서, 그리고 사람이 좋아서 들리는 많은 회원분들에게도 상처가 됩니다. 그런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시는 건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회원분들이 지금의 피지알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고 있고, 분명 어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이 운영진 사퇴가 아닌 다른 것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차라리, 피지알의 분위기에 위배되는 일이 생기면 가차없이 치십시오. 눈물을 뿌리며 마속을 참하는 제갈량의 심정으로 더 나은 피지알이 되기 위해 더 강한 정도의 제제를 가하십시오. 그래서 피지알 전체가 평안할 수 있다면 회원분들은 그 제제에 대해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이 긴 데다가 두서마저 없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어차피 유령인지라 또 언제 글을 쓰게 될 지도 기약 없는 형편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피지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운영자 여러분 조금더 뻔뻔해져주세요. 그리고 운영진의 뒤엔 언제나 많은 피지알 회원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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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theia
02/09/29 15:49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이끌어갈 재목이 되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은, 그 '뻔뻔함'을 가지기가 힘드는군요.
02/09/29 15:56
수정 아이콘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를 고심하는 것과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를 고심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인지
그것을 이 곳 운영자분들보다 더 고심한 분들은 없겠지요.
하지만 쉽게 행동할 수 없는 것은 말만 하는 사람들과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차 없이 삭제하고 아이피를 막고 하면 일단 그런 것들이 보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좋지만 분명히 삭제 당한 사람들에게 태클이 들어옵니다. 그 사람들이 지금 이렇게
운영자분들에게 삭제하십시오라고 한 사람들 아이디 일일이 기억해뒀다가
"댁이 그런 말 했으니 대신 욕 먹으시오." 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욕 먹고 그 뒷감당 다 해야 하는 사람들은 운영자분들이죠.
세상에 어느 누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 덧입기를 바라겠습니까?
저 역시 아파님이나 날다님 같은 분들이 그런식으로 상처만 받고 사퇴하시는거
반갑지 않지만 그만두지 말라고 붙잡을 용기도 없더군요.
작년에 저는 한 통신사 동호회의 시샵이었는데 1년 임기가 지나서 그만둘 때
함께 운영진 하던 사람들이 다들 그러더군요. '속이 다 후련하다' '다시는 운영자 같은거 안 한다.'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이고 조금만 못 해도 욕을 바가지로 먹는 자리니까요.
항상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 누구도 운영자분들을
대신해서 욕 먹어주거나 상처받고 힘들어해 주지는 못합니다.
02/09/29 16:08
수정 아이콘
네.. 저 역시도 다른 사이트의 운영진이고 맡은 일이 사람들의 푸념을 들어주는 익게지기이다보니 욕도 많이 먹고 항의성 메일도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그 힘들다는 운영진역할을 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저도 가끔 밤잠 설쳐가며 고생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욕을 다 감당해가며 아직 그 자리를 고수해내는 이유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성취감과 믿음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쩌다가 가끔씩이라고 해도 어느 회원 한분께서 제게 수고했다. 더 잘해달라..라고 격려해주는 그 한마디 말이 고마워서.. 그리고 나날이 커져가는 그 사이트가 자랑스럽고 벅차서 괜히 내가 그 사이트를 다 업어키운듯한 느낌도 들고, 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기분도 들고 또 아직은 나를 믿어주는 많은 회원분들이 이렇게도 날 예쁘게 보아 주시는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에 그 많은 욕지기들 다 참아가며 하는 거지요. 피지알의 운영진들께도 엄청나게 많은 '빽'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딱히 드러나진 않지만 항상 사이트를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반가움.. 고마움.. 그리고 이런 사이트를 오래도록 유지해주는 운영진들에 대한 고마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린 글입니다.
02/09/29 17:34
수정 아이콘
비단 pgr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수가 많은 어떤 집단이나 동호회든지 이런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정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요...
저는 pgr에서의 이런문제는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죠...
그 과정에서 아픔 역시 필연적이겠죠...
저는 수고하시며 무한한 열정을 가지신 운영자여러분들과
역시 무한한 애정과 후원을 가지고 있는 회원여러분들이 있으시기에 다시금 좋은 사이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pgr만의 분위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운영자님들 화이팅입니다~!!!!^0^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오고 싶어지는 pgr이 되길 바라면서...
Eclips by BlueMoonLingt
02/09/29 17:44
수정 아이콘
방금 notice란의 글을 다시금 읽어 봤습니다.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네요...
저도 잠시 pgr에 미쳐있었던 제 생활을 돌아봐야겠네요...
저 자신에게 채찍질이 끝난다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pgr에 들어오렵니다..
02/09/29 18:27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 보다 더 큰규모인 wcg거기서 임선수가 최수범 선수 상대로 얼라이 마인을 썼서 아무문제 없었는데 왜 온게임넷 에서는 문제가 되는지..
항즐이
02/09/29 20:19
수정 아이콘
후흑까지 익혀서 이곳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중입니다만.
스타나라
02/09/29 22:46
수정 아이콘
지금이 시점의 피지알은...정말 어떠한 선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 선은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선은 아니고요...
수치화된, 어떠한 딱떨어지는(일종의 '법률'처럼)그런 것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제가 이 사이트에서 쓰기를 누르기까지 걸린시간이 약 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요?
가입인사두 하고...남 비방하는 글도 하고...
아무리 봐도 요즘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학생이 늘어난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학생의 신분이지만..(고딩-_-)아직 성숙되지 않은 문화가 이미 성숙되어 굳어져버린 이곳 피지알에서 그 성숙된 농도를 묽게 바꿔버리는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요즘들어 사퇴하시는 분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저번 김기홍님 컴백과 더불어(누가 관두셨더라...^_^;;;)한분...그저깨쯤에서 자드님...이전에 아파님...그리고 날다님까지...저에게는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다같이 가족같고 소중한 분들입니다...
더이상...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않는피지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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