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님의 글에서 제 아이디가 언급 되면 가슴이 뜨끔합니다.
(뭔가 죄를 짓고 있는 무거운 중압감이?^^)
사실은 스타크래프트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상념 하나, 빌드 오더로 통칭되는 상상력 없음에 대해 장문의 이야기를 올리려다 포기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문제들.. 이를테면 게시판에서 계속 언급되는 분위기와, 태도의 문제들에서는 조금 비껴나 있고 싶은 마음도 들고, 별로 심각해지고 싶지 않기에 피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곳에나 찰랑거리는 사고들과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는 사고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논쟁 자체가 시작부터 해결방법이 없는, 서로의 태도만 확인하고 끝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을 때는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도 없다는 노인성(?) 사고방식으로,, 매일 pgr에 접속하면서도 눈팅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짧은 경험으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는 일반적인 어떤 경험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나름대로 삶의 자양분으로 바꾼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물고기는 평생 물에서 살지만 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헤겔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사람마다 해석의 여지가 다르겠지만, 또 선민의식도 느껴지지만) 사람마다 진실을 획득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결과물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동수 선수의 글은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전투적인 질럿의 자세를 연상케 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태클이 없다면 또 양념이 없는 것과 같아서 싱겁고요... 삶을 환기시키고 고민하게 만드는 어떤 사건들도 악재가 아닌 호재하고 생각합니다 .
과거를 떠올려보니 아내의 졸업논문 주제가 "천상병 시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제가 천상병시인의 초월적인 태도를 흉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스럽기도 하네요. 아직 젊은 놈이 남의 싸움(싸움은 아니지만) 바라보면서 그래 애들은 싸우면서...하고 흐뭇해 하는 꼴이라니.. ㅋㅋ(저도 이런거 쓰는거 좋아합니다. 심지어는 89년에 소설에도 ㅎㅎㅎ 써넣어서 교수님께 욕을....^^)
위의 사진은 아내가 운영하는 홈피에서 훔쳐온 것입니다.
제목과 비슷한 종류의 국산 격투 게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이 제목에서 느껴지는 은유가 아주 마음에 들어 흡족해하고 있습니다.(으쓱으쓱)
불안하거나 고통스러울 때 동물을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경험은 참 기이합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고양이(제 닉이 제리인 이유를 아시겠지요)일지라도 말이죠.
http://www.jnr.co.kr/~rabbit45/index.htm
에 가보시면 나름대로 재미 있는 고양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p.p님 및 pgr의 지인께서 안오시는게 내심 섭섭합니다^^
p.s.베르베르 저도 좋아합니다만 타나토 노트 이래도 현재 쓰여지는 글들은 조금 실망하고 있는 중이라는... 저도 책 추천좀 해볼까 합니다. 제 홈피에도 나오지만
1.울고 싶을 때 감동받고 싶을 때.
알게논의 무덤 위에 장미 한송이를(청년문고) 다니엘 키이즈--SF입니다.
억센 장정들도 눈물이 나옵니다. 흑흑.
2.식욕이 저하될 때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쏠제니친)-반공서적이라고 많이 무시되긴 합니다만.. 앞부분의 표현들을 읽으면 밤에 김치에 밥 비벼 먹게 되죠^^. 다이어트 하는 분께는 금서.
3.멜랑콜리. 과거에 젖고 싶을 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맹 가리) - 하루 종일 낯선 카페에서 창밖을 구경하고 싶어집니다^^
4.너무나 확신에 차 있을 때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램) - 불가지, 불가지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하지만 타르코프스키가 만든 솔라리스 영화는 절대 비추천임.
p.s.2 요새 아내와 KPGA 전투전선 형성중입니다. 이윤열선수(아내가 광팬)<-->박정석선수(제가..) 게이머들은 피말리겠지만.. 저희는 내내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