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22 10:47:28
Name 미남불패
Subject [잡담]종족의 우상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스타 초창기에 잠깐했다가... 후발주자에 밀려 속상해 하며 접었다가... 주위(주로 나)의 권유로 다시 스타하기로 맘먹은 친구인데 그친구와 무슨 종족으로 다시 시작할지 상담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친구 :  친구, 무슨 종족이 제일 좋은가? 추천좀 해주시게.
나 : 흠... 자넨 주먹하고 가위하고 보중에 뭐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
친구 : 먼소린가?
나 : 스타에 뚜렷하게 강한종족이나 약한 종족이 있다면 지금껏 그많은 사람이 해오지는 않았을걸세. 세종족의 균형이 절묘하기에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거지. 근데 스타가 가위바위보보다 재미있는건 상대방이 뭘 내도 이길 수 있는 실력차란게 존재 하거니와, 가끔 주먹이 가끔 보를 이겨버리는 얼척없는 상황도 연출되기 때문일세...
친구 : 흠... 자넨 무슨 종족으로 하나?
나 : 나? 난 올라운드 란돔(random)플레이어일세.
친구 : 그럼 자네가 보기에 초보자가 하기 가장 무난한 종족이 뭔거 같나?
나 : 음... 저그가 괜찮을것 같은데... 컨트롤을 못해서 유닛을 잃더라도 다른 종족에 비해 타격이 적은 편이거든...
친구 : 그건 왜 그런가?
나 : 유닛 가격도 싸거니와 멀티뜨기가 쉬워서 자원 수급도 쉽거든...
친구 : 난 멀티 뜨고 일꾼 채우고 하는것들이 영 귀찮던데... 멀티 안뜨고도 잘 할 수 있는 종족은 없나?
나 : 스타는 권투가 아닐세.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한다고 이길 수 있는게 아냐. 멀티뜨고 일꾼 채우는게 귀찮다는건, 배고픈데 밥먹기 귀찮은거랑 똑같은 걸세.
친구 : 그렇군. 근데 어째 저그는 벌레 같아서 영 싫은디...
나 : 뽀대를 원하시나?
친구 : 응
나 : 남자다운 강인함을 원하시나?
친구 : 응
나 : 수많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승리를 쟁취하는 드라마를 원하시나?
친구 : 응
나 : 그렇다면 프로터스는 자넬 위해 만들어진 종족일세.
친구 : 올~~ 그래 프로터스... 멋있는 종족이지... 프로터스로 다른 종족 상대하기는 쉬운가?
나 : 테란상대할때는 종족의 유불리는 거의 없다고 보네. 근데 저그를 이기기는 꽤나 힘들지..
친구 : 뭐야 그럼. 안좋은거 아닌가?
나 : 자네 드라마를 원한다고 하지 않았나?
친구 : 그랬지..
나 : 드라마의 주인공은 갑부집아들이 아니고 가난한 달동네 판자집 아들일세. 나중에 보면 갑부집딸래미들 다 후리고 다니지.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없다는 걸세.
친구 : 왜?
나 :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면 다큐멘터리 '성공시대'가 되는거지.
친구 : 흠... 근데 프로터스가 저그상대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나 : 초반에 젤럿(Zealot)으로 갈굴때 빼고는 강할타이밍이 당췌 나오지가 않는다네.
친구 : 그럼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나 : 그 암울한 상성을 깨는 대박 싸이오닉스톰이 작렬했을때의 쾌감은 오르가즘에 필적한다네. 그맛에 프로터스를 하는거지.
친구 : 오호라~~ 그거 좋군... 결정했네... 나 프로터스 할라네.
나 : 잘 생각하셨네. 남자라면 프로터스지. 쌍칼 들고 여기저기 저서버리는 질럿의 카리스마는 어느종족의 어느 유닛도 흉내낼 수 없지.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서 드라마 한편 만들어 보세나.
친구 : 그러세나.

그렇게... 고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짜투리 하나. 드디어 첫글 이군요. 게시물 하나 올리는데 이렇게 떨리는건 pgr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짜투리 둘. 미남 불패라는 아이디로 미루어 절 왕자병 보균자로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원래 '미남불패'는 나이 20중반에 군입대한 친구넘이 '추남필패'와 더불어 베넷아이디로 사용했었습니다. 저 사는게 바빠 최전방에서 뺑이치는 그친구를 잊고 지낼까봐 그친구 아이디를 쓰는거죠. 그친구는 왕자병 보균자 맞습니다. 그 재수없는 스타일로 미루어 보건데 디지게 맞고 있을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항즐이
03/09/22 10:50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재미있네요. ^^

전 개인적으로 경험담을 이렇게 각색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연재물들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답니다. +0+ "그●은●멋●었●"보다 훨씬 대박일거에요!! ^^ 하하
미남불패
03/09/22 10:58
수정 아이콘
헉~! 그사이에 항즐이 님이 리플을..^^
일단 영광이고, 칭찬 무지 감사여.. 어렵게 글 올려봤는데 힘이 솟네요..
지금도 친구 프로터스 트레이닝중이라.. 소재 생기면 또 올려 보끄나..^^
03/09/22 11:11
수정 아이콘
요즘 후기,논쟁성 글때문에 암울했었는데 이런글보니 분위기전환도 되고 정말 재밌네요 ~
Altair~★
03/09/22 11:21
수정 아이콘
재미난 글입니다.
미남불패 님 덕분에 오늘 하루가 상쾌해질 듯한 느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__)
TheAlska
03/09/22 11:27
수정 아이콘
제가 친구한테 테란을 소개했을때와 비슷하군요-_-;;;;;;;;;

시원한 가을아침에 시원한 글입니다^^;;;
게임의법칙
03/09/22 11:28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금색의 갓슈벨' 말투가 생각나는군요.. 흐흐흐..
미남불패
03/09/22 11:32
수정 아이콘
저 말투는 pgr의 성격에 맞게 각색한게 아니고 실제 저랑 친구랑 쓰는 말투 입니다..
예전에 시트콤 'LA아리랑'에서 김찬우하고 그 친구(이름이 생각안남^^;;)가 쓰던..
난폭토끼
03/09/22 12:05
수정 아이콘
제 친구와 저의 대화랑도 므흣한-_-;;

정말 잼있네요^^
03/09/22 12:34
수정 아이콘
전 처음에 제목만 보고...베이컨 생각을..--; 요새 논쟁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 근데 필명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미남불패면, 애딕필패. 머 이렇게 들립니다...--;;
03/09/22 12:42
수정 아이콘
흠... 남자라면 프로터스라... 그래서 저도 프로토스로 시작했는데 손 놓은지가 어언 2년이 다 되 가는군요. 휴~~~ 아마도 임선수 탓이겠지요. T.T
03/09/22 12:47
수정 아이콘
진짜 재밌는 글이군요 전 콘트를이 가장 쉽다는 이유만으로 프로토스를 하는 유저랍니다;;
apm 50정도. 하지만 이 실력으로 어울리는 친구들중에 가장 고수취급받는 이 현실;;
테란은 엄청난 콘트롤의 압박, 저그의 드론뽑을지 병력뽑을지의 압박,
이것이 저의 프로토스선택에 큰영향을 줬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토스가 좋아서 바꿀수 없답니다^^;
물빛노을
03/09/22 12:51
수정 아이콘
저도 베이컨 생각을^^;; 재밌게 잘 봤습니다:)
꿈꾸는청년
03/09/22 13:32
수정 아이콘
드라마...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
있는 PGR 이 저는 좋습니다.

오늘도 한가지를 배워가며 시작하게 되는군요..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 꾸~벅.
기영상
03/09/22 13:55
수정 아이콘
하하 재밌는 글이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 질럿+_+/ 질럿 정말 멋지죠^^
대학생은백수
03/09/22 14:03
수정 아이콘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이런 만담을 나눌 경지에 이른 만남은 쉽게 얻어지는게 아닌듯...(찰떡궁합입니다^^)
스톰 샤~워
03/09/22 14:04
수정 아이콘
"대박 싸이오닉스톰이 작렬했을때의 쾌감은 오르가즘에 필적한다네"
원츄입니다 乃
03/09/22 14:13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 그렇습니다. 남자라면 프로토스죠.-_-)b
프로토스 유명 카페에 잊지 못할 문장이 있습니다.

'프로토스는 낭만이다.' 캬~~~~~~~~
03/09/22 14:27
수정 아이콘
후훗 전 오르가즘땜에 망해요..본진엘리미당해도 적들의 일꾼들에게 오르가즘드랍의 환희를~ >_<;;
불가리
03/09/22 14:40
수정 아이콘
PGR 데뷔전을 멋지게 장식하시는군요~ 계속 그런 마음 잃지 마시고, 좋은 활동 기대할께요~
이은규
03/09/22 15:03
수정 아이콘
남자의 로망은 질럿 님도 계시죠..^^
제 피지알 아이디가 zealot 이예요
물론 주종족은 테란이자만;;
친구분 연습 잘 도와 드리세요
잼난글 기대하겠습니다.
03/09/22 15:20
수정 아이콘
저도 프로토스 하다가 저그전에 좌절하고 테란으로 전향했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테란을 해도 메카닉쪽 승률이 좋고 바이오닉은 형편없더군요 -_-;
그러다 최근에 강민선수의 원게이트 플레이를 따라 해봤더니 나름대로 저그전 에서 승률이 좀 나오더군요.. 강민 선수 고마워요~~ ㅠ.ㅠ
계속 프로토스 할렵니다.
미남불패
03/09/22 15:29
수정 아이콘
후우~~ 리플 남겨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프로터스라는 '종족의' 제가 좋아하는 '우상'은 질럿입니다.
란돔(Random)플레이어라고 떠벌이긴 했지만, 제가 진정 좋아하는 종족은 프로터스거든요. 친구의 청출어람을 기대해 봅니다..^^
'N9'Eagle
03/09/22 16:11
수정 아이콘
저도 제목을 보고 베이컨-_-;을 떠올렸는데-_-;
'N9'Eagle
03/09/22 16:19
수정 아이콘
아- 남자라면 프로토스라- 그럼 전 여자인가요 -_-;[주종족 저그, vs 저그전만 테란] 저는 정말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가 봅니다-_-; 뭐 그렇다치고, 글 재미있습니다 ^^
언덕저글링
03/09/22 16:26
수정 아이콘
전 토스로 저그 상대할 때, 원게이트를 즐기다보니, 드라군을 질럿보다 많이 씁니다. 질럿은 저글링 히드라가 드라군에 못붙게 할정도만 계속 유지하는 정도죠. 그럼 전.. '남자의 로망은 드래군' -0-
피팝현보
03/09/22 17:42
수정 아이콘
로망, 프로토스, 남자. 뽀인트.. ^^
As Jonathan
03/09/22 18:20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철학자 '베이컨'을 떠올렸더랬죠..^^
이거 연재하시죠?^^
낭만드랍쉽
03/09/22 18:45
수정 아이콘
베이컨.. 베이컨 하시니까 베이컨이 먹고 싶군요..ㅡ,.ㅡ;;;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남자의 로망은 드랍쉽...ㅡ,.ㅡ;; 딴지임..;;;
벌쳐의 제왕
03/09/22 21:01
수정 아이콘
저도 아침에 씨리얼 먹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아침마다 에그스크램블이랑 베이컨을 꼬박 꼬박 챙겨먹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03/09/22 21:47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는 글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근데, 위에 벌쳐의 제왕님은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셨나요? 옛날 생각이 나서 여쭤 봅니다.
Legend0fProToss
03/09/22 22:09
수정 아이콘
아 플토로 저그 잡는것은 포기하고 테란으로 하려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는군요... 연습으로 극복해야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194 즐거운 건망증^^ [1] 주영훈1480 03/09/22 1480
13193 드디어 제가 레벨 7이 되었군요.. [19] 거짓말같은시1846 03/09/22 1846
13192 추게글 영역하실분 없으신가요 ? [23] homy4332 03/09/22 4332
13191 테란의 "신" 간의 대결!! [12] 킁킁3617 03/09/22 3617
13190 '예의'와 '논리' 그리고,, 또 하나 더 [2] 강가딘1468 03/09/22 1468
13188 조선왕조실록의 역사적 의미는? [15] 분수=하비365전2059 03/09/22 2059
13186 핸드폰 나이.. [12] 전유2654 03/09/22 2654
13184 <수원방송배 스타 크래프트 올스타전>에 다녀왔습니다.^^ [6] Artemis3212 03/09/22 3212
13182 [잡담]종족의 우상 [31] 미남불패3597 03/09/22 3597
13181 [어쩌면 유용한 정보]음악과 함께하는 스타리그.(배경음악 모음) [10] HalfDead3048 03/09/22 3048
13180 어제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3] 성원이1501 03/09/22 1501
13179 [스타소설] 유리장갑 - 2 - [4] 신문종1542 03/09/22 1542
13178 [스타소설] 유리장갑 - 1 - [6] 신문종1643 03/09/22 1643
13177 뒤늦은 스타리그 후기. [2] 다쿠2245 03/09/22 2245
13176 [Tip] 로지텍 MX300, MX500 800dpi로 사용하기..... 미사토4136 03/09/22 4136
13175 [잡담]가입인사 및 부러워 하는 것들. [11] Red Virus1541 03/09/22 1541
13172 [잡담]마이큐브배 스타리그 오프닝에.. [21] 후크의바람3124 03/09/22 3124
13171 국내 종족별 3대유저를 모아놓코 팀배틀을 벌인다면 어느종족이 최강의 자리에 오를까요? [38] 초보랜덤3385 03/09/22 3385
13170 지금 이재훈선수 게임을 보구있는데요.. [11] Vegemil-180ml2915 03/09/22 2915
13167 늦은 가을밤... 행복합니다. [11] 무지개너머1497 03/09/22 1497
13166 리플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프로게이머... [29] Movingshot4566 03/09/22 4566
13165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습니다... [5] UnknOwn-MuMyuNG1467 03/09/22 1467
13164 실력 인정, 친구. [12] 물빛노을2053 03/09/22 205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