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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28 15:24:06
Name The MAsque
File #1 로맹가리1.jpg (0 Byte), Download : 254
Subject 불의 심장 로맹가리와 얼음의 심장 에밀 아자르.


피지알 가입하고 첫 글입니다. 그동안 댓글은 단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회원 분들의 많은 양해와 이해 바랍니다.
우선 간단하게 제 소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는 이야기꾼이자, 제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사람과 교류는 있을지언정 소통은 없다는 독선적인 이야기꾼입니다. 뭐. 가능성을 조금(터럭 정도) 인정받은 무명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생각하시면 편하겠네요.  

로맹가리. Romain Gary.
Gary, 동사를 선택할 수 있는 고유 명사로서 그가 선택한 이름은 '태워라'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는 19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했고 이후 프랑스인으로 살았습니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 외교관, 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파리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로렌 비행중대 대위로 세계 제2차 대전에 참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교육에 극성이었던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 그림, 발레 등 여러 가지 예술과 문화를 배우지만 소질이 없어 포기한 그가 선택한 마지막 예술은 바로 문학이었습니다. 문학도였던 로맹가리가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에게 편지를 보낸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설마하며 문학의 고충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담은 짤막한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문학도에게 28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온갖 정성을 담아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것에 감명을 받는 로맹가리는 더욱 문학에 정진하게 되는 계기로 삼습니다.  
그리고 참전 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됩니다. 로맹가리의 첫 작품 [유럽의 교육] - 또 다른 원제 '분노의 숲' ' 중요한 것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은 그의 뛰어나고 빼어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같은 내용의 소설이 각국에서 3가지의 제목으로 출판된 것만 보아도 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짐작할 수 있지요.
그리고 1956년에는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등단 초기,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쿠르 상을 받았을 때 프랑스 문단과 정계는 그에 대한 평가를 혹독하게 했지요. 그 뒤로도 계속 비평가들에 의해 로맹가리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고, 제대로 평가되어지지 않게 됩니다. 3인칭인 이 소설에서 그의 발언과 행적은 여러 주변인물의 시점과 대화를 통해서 전달되는데, 다종한 주체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들은 서로 겹치고 반복되며 단순합니다. 그래서 프랑스 비평가들은 내용의 장황함과 중복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격정적인 묘사와 그의 문체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커녕, 오히려 현실성을 떨어트리고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 주요 비판의 골지였습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이프노스 르 푸 Hypnose le feu) ‘최면의 불’입니다. 하지만 로맹가리는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 각기의 입장과 경험을 가진 생생한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다채롭게 이야기를 변주하는데, 아울러 인물들이 주인공의 맹목적이지만 순수한 열정에 감화돼 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묘사합니다. 저는 그런 로맹가리를 불의 최면이라 생각합니다. 뜨겁지 않은 상황을 뜨겁게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불의 최면 아닐까요.
그렇게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던 로맹가리는 그렇게 조금씩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기성작가들은 아직도 그 전장에서 그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놀라운 인물, 에밀 아자르. 천재성을 숨쉬 듯 뿜어내는 그가 등장합니다.

에밀 아자르. Emile Ajar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마약 같은 너절한 것을 즐기는 녀석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누군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자기 앞의 생의 일부분 중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 한편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성장소설의 형식의 띠고 있는데 호밀밭의 파수꾼보다 더 참담하고 노인과 바다보다 더 애처롭습니다. 그런 반면에 첫장부터 흡입력이 강한 유머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쓸쓸하고 시니컬한 웃음으로 시작한 소설은 공허한 눈물로 끝이 나는데, 프랑스의 평단은 이 천재 작가의 등장에 너무도 감격스러워했습니다. 1975년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발표 되었으나, 정작 작가에 대하여 알려진 게 없어 작가의 정체를 두고 수 없이 많은 설전이 오가기도 합니다. 많은 우려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자르는 결국 수상을 거부했고, 아무도 ‘에밀 아자르’를 수상식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추측 기사는 여러 가지였고, 중구난방이었습니다. 어떤 자는 브라질에 살고 있어 수상이 불가능하다 했고, 어떤 자는 레바논의 테러리스트다, 어떤 자들은 범죄자, 아니면 대문호, 아니면 공동작업 일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그것이었지요. 그런데 대문호들 사이에 로맹가리의 이름도 끼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로맹가리의 집에 방문한 친구가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보았다는 주장이로 제기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평단은 냉정했습니다. "로맹 가리는 그런 글을 쓸 능력이 없다" "로맹 가리는 끝난 작가다. 그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요. 에밀 아자르의 신원이 밝혀지기에 이릅니다. 전에도 공쿠르 상을 받은 적이 있는 로맹가리의 조카라고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사실에 평단이나 사람들은 에밀 아자르에게 천재라는 칭호와 함께 연민의 시선도 같이 보내게 됩니다. 로맹가리는 이것이 밝혀지면서 곤란을 겪게 됩니다. 심지어는 로맹가리가 조카 아자르를 위해 책을 많이 팔기 위해 글을 써 주었다는 폭로 기사가 나오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에밀 아자르는 공개 석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로맹가리의 조카 폴 알렉스 파블로비치, 즉 에밀 아자르는 두 권의 소설을 더 내게 됩니다. 내용인즉슨, 명망 있는 작가인 삼촌을 둔 조카의 이야기였습니다.

로맹가리와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천재 작가인 조카를 두고 그를 질투하고 시기한다는 악평을 받게 됩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평가에 로맹가리는 연연해하지 않고 계속 꾸준하게 소설을 발표합니다. 『새벽의 약속』, 『하얀 개』, 『연』, 『레이디 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등이 있는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결혼 하고(결혼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부인에 관련된 이야기도 한 편의 영화, 소설 못지않아 다 쓰지 못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쓰겠습니다.), 꾸준하게 평단으로부터 악평을 받습니다. 그 당시 로맹가리는 재능이 철철 넘치는 신예작가 에밀 아자르를 질투하는 한물 간 작가로 그려졌으며, 철저하게 두 작가의 평가는 상반 되었습니다.
에밀 아자르 역시 천재 작가답게 내놓는 소설마다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그렇게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천재작가에 대해서 미디어와 대중은 환상에 사로잡힐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친, 인척 사이에서 신구 작가,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작가로 아픔의 시대를 장식하게 됩니다.

로맹가리의 유년 시절 한 에피소드.

로맹가리가 아홉 살 되었을 무렵 발랑띤느라고 하는 한 아름다운 소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날씬한 몸매에 밝은 눈의 갈색머리 소녀였다고 하는데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아홉 살 무렵의 로맹가리는 이 소녀를 사로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게 됩니다.
문제는 이 소녀가 어린 남자 아이들의 경쟁 심리를 묘하게 자극했다는 것. 로맹가리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용감성을 증명해보이기 시작합니다. 일본 부채 한 개, 무명실 2미터, 버찌씨 1킬로와 어항에서 건진 금붕어 세 마리를 먹은 것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지요. 전사로서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그녀 앞에서 증명해보이고 싶었을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감동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달팽이를 먹어치운 날에 발란띤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조제크는 나를 위해 거미를 열 마리나 먹었어.”
이에 로맹가리는 연적에게 뒤질 수 없다는 각오로 엄청난 모험을 감행합니다. 고무신 한 짝을 먹어치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실제로 로맹가리는 발랑띤느 앞에서 주머니칼로 고무신을 잘라먹기 시작합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구역질과 싸우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고무신을 먹기 시작하는데 이후에 그는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기에 이릅니다.
로맹가리는 그 일이 있고나서도 칼자국이 난 고무신을 간직하게 됩니다. 그는 사십이 될 때까지 그의 손이 닿는 곳에 신발을 놓아두었습니다. 로맹가리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의 최선의 것을 주기 위해 그것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내 뒤 어딘가에 그 신을 던져 버렸다. 사람은 두 번 살 수 없는 것이다.”

로맹가리의 자살, 그리고 에밀 아자르의 소멸.

로맹가리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인 아내 진 세버그가 자살한 지 1년 후인 1980년 12월 2일 '결전의 날'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입안에 권총을 넣어 방아쇠를 당겨 66세의 나이에 권총 자살했습니다. 에밀 아자르 역시 삼촌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못합니다.
로맹가리는 자살하기 전에 친구에게 ‘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무명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이 프랑스 문단에 깊게 울려 퍼진 유언이 되었습니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을 완전하게 표현했다."
로맹가리가 1980년 죽고, 로맹가리의 유고 작인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 발행되면서 프랑스와 전 세계 문단은 경악을 금하지 못합니다.

로맹가리의 유서이자 유작에서 밝히는 진실.

내가 시마롱에 있는 집에 있을 때, 진 세버그가 전화를 해왔다. [자기 앞의 생]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자,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그 소설의 작가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레이몽 크노와 아라공을 지목했는데, 그 이유가 그 소설은 “그 정도의 위대한 작가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나는 에밀 아자르가 실제로 레바논의 테러리스트 아밀 라자라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았다. 그는 돌팔이 의사, 무면허 낙태시술자, 범죄자, 아니면 미셀 크루노 자신이라는 것이다. 또는 그 책이 공동작업의 산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편 나는 에밀 아자르와 한 때 애정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한 아가씨를 만났다. 그는 대단한 바람둥이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를 지나치게 실망시키지 않았기를.

……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작업하던 초기에, 나는 [자기 앞의 생]을 가명으로 발표할지 어쩔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그런데 마침 마조르크에 있는 우리집에 왔던 린다 노엘이 내 책상에서 제목이 분명하게 적힌 검정색 노트를 보게 되었다.……노엘이 "그 작품의 저자는 로맹 가리에요. 내가 봤어요.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구요"라고 아무리 떠들고 다녀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로맹 가리는 그런 글을 쓸 능력이 없다!" [NRF]지(誌)의 한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로베르 갈리마르에게 단언했던 말이다……"로맹 가리는 끝난 작가다. 그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미 '어떤 어떤 작가'라는 고정관념 속에 자리 매겨진 기성작가일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네 권의 소설을 펴냈다. 나는 기존의 관념이 지배하는 쉽고 단순한 분석으로는 절대로 그 가명에서 나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열렬한 포옹]에서 로맹 가리의 목소리를 읽어낸 평론가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자기 앞의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얼마나 통쾌했을지 상상해보시라. 나의 작가 인생 전체에서 가장 달콤한 즐거움이었다.

……[자기 앞의 생]을 완전히 끝낸 뒤, 나는 출판사에도 알라지 않고 가명으로 발표할 결심을 했다. 명성, 내 작품의 평가 기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내 얼굴', 그리고 책의 본질 사이에는 모순이 많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두 번이나 가명을 쓴 적이 있었다.

……나는 악착같이 내 자신을 방어했다. 거듭 부인했고, 익명을 유지할 권리를 행사했고, 마침내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나는 언제나 매우 설득력이 있는 작가의 허영기를 마음껏 즐겼다. "아자르가 그 정도로 나의 영향력을 받았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당신이 지적한대로 그렇게 똑같다면, 표절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직 젊은 작가인 만큼, 항의할 생각은 없어요. 대체로 내 작품이 젊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요. 그런데 당신이 그걸 알아주시니, 저로서는 기쁜 일이고......"

……이제 [자기 앞의 생]에 수여되었던 '두번째 공쿠르 상'에 대해 말해야겠다. [자기 앞의 생]이 나왔을 때, 이 책은 테오프라스트-르노도 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자르의 정체가 공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운 나머지, 브라질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통해서 수상 후보를 사양했다. 나는 그 편지를 심사위원단과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 보내도록 했다.

나는 그것들을 무척 즐겼다. 안녕. 그리고 감사한다.

장문의 글 읽으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로맹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 그는 평생 한 사람에게 한 번 밖에 수여되지 않는 권위있는 공쿠르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로맹가리의 진실은, 진리는 곰브로비치가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그에게 만들어준 얼굴"이 한 작가를 얼마나 구속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로맹가리가 그런 시도를 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이자 그 시도가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얼굴"은 작가의 작품이나 작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사실. 그것이라 믿습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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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08/02/28 15:44
수정 아이콘
우와...이거 낮의 졸음을 확 날아가게 할 재밌는 글을 읽었네요. 추천 드리고 갑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 자주 부탁드려요
엘리펀트스튜
08/02/28 15:45
수정 아이콘
추천! 에게로~
터치터치
08/02/28 16:21
수정 아이콘
작가의 프랑스문단에 대한 나악시에 관한 내용은 너무 재밌게 잘 읽었는데요...

헷갈리는게 많네요

"[열렬한 포옹]에서 로맹 가리의 목소리를 읽어낸 평론가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내 앞의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분을 보면 확실히 다른 책같은데.... 다른 곳을 보면 자기앞의 생과 열렬한 포옹은 같은 책으로도 보이네요.. 내용이 막 어지러워 져요... 자기앞의 생에서도 평론가가 같은 말을 하고 슬쩍 친구가 보고 가기도 하고...(앞에서는 자기앞의 생에인데 뒤에는 내앞의 생에 이기도 하네요..)

그러다 중간에 열렬한 포옹을 가명을 써서 출판할까..고민했다는 내용도 나오고(다른책이면 이미 내앞의 생에 에서도 아자르로 책을 낸건데 새삼 고민하는 것도 이상하고...
The MAsque
08/02/28 16:48
수정 아이콘
터치터치님// '내 앞의 생'이라 쓴 것은 '자기 앞의 생'이 맞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하구요. 수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열렬한 포옹'은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이 출판된 뒤에 출판된 소설입니다. 정리되지 못한 글에 헷갈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에밀 아자르가 새삼 고민했던 것은 첫 번째 소설이 나온 뒤 원작자를 알 수 없던 출판사가 현상금을 걸고 원작자를 찾으려 하면서
사방에서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물론 본문에 그런 언급이 없어 헷갈리셨겠네요. 헷갈리지 않게 수정하였습니다.
마술사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전담 에디터 겸 편집장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그것입니다.
[재미 앞에 모든 것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엘리펀트스튜디오님// 감사합니다.^^
gonia911
08/02/28 17:1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ilovenalra
08/02/28 17:13
수정 아이콘
이런글 계속 볼 수 있을까요?
The MAsque님의 시간이나 여건이 허락한다면 더 보고 싶네요
잘 읽고 갑니다^^
The MAsque
08/02/28 17:35
수정 아이콘
ilovenalra님// 물론입니다. 광기로 살아간 천재들, 드라마틱한 인생의 역경을 이겨낸 예인들, 운명에 눈물 흘렸던 기인들의 이야기들이
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도 제가 작업 도중에 머리도 식힐 겸, 주위도 환기시킬 겸 해서 쓴 글이라서 빠른 시일을 약속드릴순 없네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 해서.... 아무리 원고 독촉을 받진 않는다해도 제가 정해놓은 시간이란게 있어서 말입니다. 공지영씨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돈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작가를 할 수 없다." (응?)
gonia911님// 재미있다는 말이 제겐 가장 큰 칭찬입니다. 고맙습니다. ^^
08/02/28 17:5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염치없지만, 이런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
이카르트
08/02/28 17:55
수정 아이콘
종반부에는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만, 혹시 담아가도 될까요?
The MAsque
08/02/28 18:47
수정 아이콘
AhnGoon님// 네. 안군님의 날카로운 식견에 많이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좋은 글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일 뿐입니다. ^^;
이카르트님// 개인적인(블로그 등.) 이유라면 환영합니다만. 다른 사이트라든가, 다른 곳으로 정처없이 떠도는 건 조금 저어됩니다. 왜냐면
저는 pgr이라는 사이트에서 많이 배우고 앞으로도 배워갈 사람으로서 받은 부분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은 생각으로 글을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pgr이라는 공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해주세요.
08/02/28 19:51
수정 아이콘
The MAsque님// 허허.. 날카로운 식견이랄게 있었나요?;; - 아악! 눈이 베었... 죄송합니다 (__;;)
그냥 나이값 못하는 X질이에 불과한 한 사람입니다. 허허허... ^^;;;
08/02/28 21:48
수정 아이콘
The MAsque님//제가 싫어하는 부류군요(소설가는 너무 박학하다는;;)^^ 다행히 제가 아는 분은 아닐 듯... 요즘 피하고 있는데...
물리쪽의 지식은 취미였던 거군요 ㅠ.ㅠ
꼭 챙겨볼 글이 늘어나 기쁩니다.
08/02/28 22:45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 뒤에 이런 비화가 있을 줄은 ...^^;;
08/02/29 00:31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어요!
The MAsque
08/02/29 09:23
수정 아이콘
L.Bloom님// 님도 혹시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니신가요? 저도 피하는 부류입니다.^^ 게다가 순수문학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더욱 더
기피하게 됩니다.^^; 천문학에 워낙 관심이 많기도 했구요. 학창시절부터~. 게다가 그 쪽으로 자료조사를 오랫동안 해왔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여는 학회같은데도 열심히 따라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전 님을 알기 전부터 님의 글을 꼭 챙겨봤던 사람입니다. ^^
루트님// 감사합니다.
zgbdy님// 너무 감사해요! ^^
08/02/29 17:39
수정 아이콘
The MAsque님//그럴리가요? 글에 대한 재능도 열정도 없습니다. 피지알에 한번 탈퇴했었는데 그 이유가 등단은 했지만 전업은 아닌, 시나리오도 쓰시기도 하고 광고카피도 만들기도 하시는 분의 글을 이곳에 퍼 나른 적이 있죠. 일체 저작권을 양도받고 꽤 긴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제 주위 사람에게 글을 보여줘서 좋은 평을 받았는데 너무 길었는지... 그 형님께는 이곳 애들이 좋아라 할거다 장담했는데 '벩'이란 소릴 듣고 바로 탈퇴했죠. 그래서 그 형님이 이 사이트를 알고 계셔서 혹시나 하고... 요즘 피하고 있거든요. 제 사정이;;

그 분과 지난 연말에 술자리를 했는데, 평소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받았고 갈망은 있지만 능력 부족이라는 제 상투어가 거슬렸던지 조정래씨에 대한 일화를 말씀하시더라구요.
조정래씨 사모님이 시조 시인인가 하시는데 평소 그분도 바쁘시니 집에는 조정래씨 혼자 집필에 몰두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워드작업을 하지 않는 작가는 펜을 가리는데, 주로 좋은 만년필을 쓴다며 촉이 종이와 만나면서 느끼는 손의 느낌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손끝에 자신의 생각을 맡기며 시간을 잊고 계시다가 빛의 부재를 그제야 인지해 형광등을 켜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자신의 모든 氣가 손끝에 모여 있어서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섬광과 함께 집안의 전기가 나갔다고 합니다. 집중과 몰두의 힘, 글 하나를 세상에 내보이기 위한 인고를 생각한다면 우연은 아니었을거라고... 뭐,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재능을 탓하지 말라' 취중에 진담을 하시더군요(알고 계신 일화라고 생각이 드네요. 술자리에서 들은 것이라 저도 취해서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떠한 소설이나 글도 좋아합니다. 쟝르소설 중에는 무협소설만 읽지만요. 그 이유가 판타지나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까지 손대면 다른 쪽의 글들은 읽을 시간이 없어서요. 저는 글쓰는 사람들에게 환상이 있어선지 모르지만 식견(깊이)은 사람의 본성이 좌우하지만 넓이에 있어서는 작가를 뛰어넘는 직업군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를 쓰기 위해서는 열은 알고 있어야 되니까요.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08/03/01 00:37
수정 아이콘
아, 읽고 또 읽으면서 고민하던 것을 해결했어요. 퍼갈게요!
물론 The MAsque님의 아이디와 pgr21의 출처를 밝힙니다.
김용만
08/03/02 01: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모르는 사이 이렇게 좋은 글이 있었군요...
ACE 게시판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애플보요
08/03/02 01:25
수정 아이콘
자기 앞의 생 책의 뒷머리에 로맹가리.즉 에밀 아자르에 관한 일화가 자세히 써있어서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책 보고 느낌이 좋아서 이사람책을 몇권 찾아읽었는데.이런 비화가 있더군요. 근데 제가 알던것보다 더 자세히 써주셨네요~ 잘읽었습니다.
Judas Pain
08/03/02 04:02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EX_SilnetKilleR
08/03/02 13:18
수정 아이콘
글의 생을 걷고 싶은 한 사람으로써 이런 글.너무 좋아합니다.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_^
정남일
08/03/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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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진좀 다시 올려줄 수 없을까요? 엑박인데..
08/03/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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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네요!

부인과 결혼에 관한 일화도 무척 궁금합니다. 언젠가 꼭 써주시길 부탁드릴게요~
compromise
08/05/20 01:5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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