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8/02/19 11:23:28 |
Name |
happyend |
Subject |
응원글)잊혀진 한그루의 나무가 될지라도... |
공한번 뿌릴 때마다 수천만원이어서 말 그대로 황금팔을 가졌던 박찬호 선수가,지금은 보따리를 들고 오라는 곳이 어디든 기꺼이 찾아가서 공을 던집니다.
아아...더이상 추락하지 말고,그냥 은퇴하고,그동안 벌어놓은 돈도 있으니 그냥 삶이나 즐겼으면....
이렇게 간절하게 바랬던 적도 있지요.이닝을 끝내지도 못하고 오클랜드타선에게 난타당할때....
덥수룩한 수염,진땀을 연신 쓸어내리며 응시하던 눈빛...땀에 젖은 언더셔츠.... 더이상 100마일은 커녕 90마일도 넘지 못하는 패스트볼....어떤 타자도 더이상 겁내지 않는 한물간 투수였던 그는 그러나 곧 추스려 곧장 태극마크를 달고 후배들을 격려하며 한국 야구를 세계 4강으로 이끌었습니다.
지난 해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올해도 별 승산이 없는데다 나이도 이미 먹을대로 먹었지만 그는 곧장 스프링캠프로 환하게 웃으며 날아갑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합니다."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반열에 올라 사이영상감으로 불렸던 그의 끝없는 추락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땀한땀 수놓아가는 야구인생을 지켜보는 것만으도 행복한까닭은 그가 포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그의 성적표따윈 이제 더이상 저에게 무의미 합니다.
한때 본좌라고 불렸던 사나이,마재윤 선수.
그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시시해져서 발길을 돌리려던 저를 되돌려 세웠습니다.
그리고,절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지요.화려한 꽃을 피웠던 그는 이제 한그루의 보잘것 없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말라비틀어진 잎,부러진 가지,흙이 패여 삐죽히 비어져 나온 뿌리....어쩌면 다시는 그 나무에 꽃이 피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런 나무....
하지만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나무가 힘겹게 힘겹게 비바람과 매서운 추위에 맞서 봄을 준비한다면,농부는 그 나무를 뽑지 않습니다.
쓰러지고,찢기고,피흘리고 비틀거릴지라도 링위에 오르는 한물간 승부사라고 할지라도 팬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제 누군가 새로운 시대의 영웅이 되겠지요. 그가 본좌를 먹고,시대를 평정하는 화려한 오월의 장미로 정원을 다 뒤덮는다해도,저는 한그루의 나무...잊혀진 한그루의 나무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고개를 떨구지도,분노하지도 말기를....운명에 맞서는 자신을 보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팬들이 포기하지 않는한 선수에게 링에서 내려올 권리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그리고,한때 전설이었던 박찬호가 그랬듯이,
"게임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된 정원 구석에서 바람과 눈과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멋진 새싹을 틔워내고,꽃망울을 맺혀낸 주목받지 못한 나무였던 박영민선수의 활약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2-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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