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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5/13 12:10:47
Name 아빠는외계인
Subject 착한 사람이 될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있는가
가난의 재발견, 가난의 악마화




가끔씩 커뮤니티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인성이 사실은 좋지 않다는 글이 많은 관심을 받곤 합니다

악한 부자, 선한 빈자의 이미지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고발하는 듯한 글의 흐름이 우리의 뇌리에 잘 박히나 봅니다



여기서 가난한 자가 무조건 착하다는 건 편견이었다고까지만 생각하는 건 다행일 겁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바로 보도록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글을 본 일부 사람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빈자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과 혐오로 이어지는 댓글이 실제로 많이 달리거든요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저들의 나쁜 인성이 가난이라는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가난은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논지가 이쪽으로 옮겨가다 보면 언제나 예외적인 사례들이 고개를 듭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무런 범법을 저지르지 않고 인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고

만약 가난으로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열심히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은 너무 억울하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가난이 높은 범죄율과 연관되어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는 범죄자 중 일부는 부유하거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준법자들이 극빈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었을 거라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요점은, 이를 확률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만약 신뢰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통해 특정 범죄에 대한 가난의 기여도가 70%라고 밝혀졌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이 범죄를 일으킨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0%의 형량을 받으면 되는걸까요?

이 사람은 악인일까요? 30%만큼만 악인이라고 하면 되나요?

이건 뭔가 이상해보입니다



이 단락에서는 명확한 통계가 제시되어있는 범죄율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지만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진상 행위, 공무원이나 복지사에 대한 폭언, 배려심 없는 행태들..

우리는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그들의 인간됨을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걸까요?





사람이 아닌 행위를 벌하라


여기서 가장 이상에 가까운 해답은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부자든 빈자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은 똑같이 받고, 이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몇 번 씩이나 강조하고 이 의견을 주변에 나눠도 좋습니다

다만 동시에 범죄에 취약한 환경에 있었던 빈자에 대해 인간적인 이해와 공감 또한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장려되는 사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가난의 악순환을 탈출하기 쉬워진다는 생각입니다



2019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비행청소년이 한 번 비행을 저지른 후, 그것의 지속/가속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이 "사회적 낙인"이라고 합니다

가난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처벌 수준은 적절히 유지하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인간됨에게까지 비난이 번지지 않게 막는 것만으로도 범죄 방지에 도움이 될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의 불필요한 비난이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꽤나 만족스러운 해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난으로 그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성을 어느 수준까지 이해해줘야 하냐는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행위와 사람을 분리해서 판단해보려고 노력할 수는 있긴 하지만

사람됨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섣부른 동정은 그 자체로 편견과 경멸이 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67개국 44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설문연구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더 도덕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마 어떤 행위나 생각을 측정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른 연구를 조금 더 찾아보면, 사회경제적 상태와 도덕성의 관계는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어떤 방면에서는 상승시켰다가, 다른 방면에서는 하락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논문들을 샅샅이 뒤져볼 수는 없으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건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범죄, 부도덕, 배려없는 행동은 가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 정신질환, 유전자, 사회문화적 환경..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이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입니다

사실, 이런 영향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행동이라는게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쁘면서 착한 사람?


저는 직업상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많이 대하는데

그러다 보면 인간에게 자유 의지란 얼만큼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너무나 원하지 않는 실수를 반복하며 매번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힘든 실수가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준 잘못인 경우에 특히 그렇습니다

그 때 느꼈던 분노와 질투 같은 감정은 진짜이고, 그로 인해 저지른 행동은 도덕적인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때의 나는 정말로 악인같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의 비난을 피해 상담이나 진료 전문가에게 털어놓는 것이겠죠

하지만 일이 벌어진 후의 자신은 누구보다 그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있고, 소중한 타인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 또한 진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의 인간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걸까요?



실수는 단순한 손찌검이나 한 마디의 말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반복 강박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유아기의 부모와의 관계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재현된다는 것입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자란 딸이 여러차례 폭력적인 남편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사례를 이러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인생에서 폭력 없이 살아보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인데도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결혼은 무수히 많은 대화와 심사숙고, 행동들이 적어도 수 개월 이상 쌓인 후에 결정되는 복잡한 행위인데도 그 수많은 기회를 몇 개라도 잡아채 패턴을 탈출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TV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도 이러한 모순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부모와 타인이 상처받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그걸 의도하고, 대신에 자신의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을 넘는 행동도 적극적으로 찾아가면서 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아이는 자신의 행위를 자책하며, 더 건설적인 행동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그것으로 대체하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저 부모가 윽박지르기만 했거나,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꼭 정신질환 때문에 야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우울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런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를 순 있겠지만, 모든 행동이 질환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는 증상이 회복된 기간에도, 정신질환을 앓아본적 없던 사람에게도 이런 일은 일어납니다

즉 악행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사람들 중 많은 비율은 악인이라 비난받을 자격이 불분명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회없이 자신의 악행을 정당하다고 믿고 있는 뻔뻔한 사람은 어떨까요? 이들이야말로 진짜로 우리가 마음놓고 비난할 수 있는 악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있음에도 오류를 인정하는 게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합리화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행동의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회인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교육이나 지도만 해준다면 잘못을 후회할 수가 있겠죠





이러한 사례들을 아직 충분하게 쌓아가진 못했지만

하나하나 악인에 대한 예외사항들을 지워나가보면 어떠한 추측이 떠오릅니다

"나쁜 사람"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우리의 무지와 오해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혹은 있더라도 매우 희귀한 존재가 아닐까





사람에게서 행위를 분리하면 무엇이 남는가


그렇다면 뉴스에서만 볼수 있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일단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크고 작은 악행들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범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페널티와 별개로 이루어지는 인간적 공감은 그런 악행을 줄일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고요



한두 번 보고 말 사람들이야 내 감정을 우선시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사람의 악행에는 오히려 그들의 감정을 살피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러한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진다면 사회 전체가 모르는 사람의 악행이라도 그들의 감정을 봐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나쁜 행위만 있을 뿐 나쁜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회, 그것은 감정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도달가능한 이상향인 것일까요?



혼란은 한층 더해질 수 있습니다

악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인다면, "착한 사람"이라는 존재에도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행위들을 많이 하더라도 그게 내가 고귀한 인간이라고 증명해줄 수 없게 됩니다

선한 행위에 대한 물질적, 도덕적인 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자신의 인간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선행을 계속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렇게까지 생각을 확장해보면 이야기가 점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다음의 내용은 미래의 철학자에게 맡기도록 하고

이제까지의 사색으로 우리가 지금의 일상에 도움될만한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게 좋겠네요





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


하나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모두 끌어안으려 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우리 자신도 소중히 해야함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최근에 사회에 늘어나고 있는 각종 혐오와 갈등들 또한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이 떨어졌다고 비판만 하기보다는

힘들어진 생활 환경으로 인한 피하기 어려운 변화였다는 가능성 또한 놓치지 않아야 하겠죠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행동 또한 모두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마음써주는 게 예전보다 힘들다는 경향성은 바뀌지 않을 지라도

감당할만큼 작은 사건 한두 가지는 공감을 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똑같이 나타내도, 덜 공격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걸 배울 수도 있습니다





남의 인성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나를 겸손하게 바라보자는 것

이 글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게 뻔하고, 간단하고, 항상 지키기는 어려운 한 줄의 문장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흐름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겪어봤을 보통 사람의 악행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그 사람의 세계로 한 번 쯤 이입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은 나의 인성 또한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 상태를 먼저 바라보고, 나의 실수는 필요한 만큼 용서해주다가

여유가 생기면, 공감의 폭을 하나씩만 넓히면 됩니다



도덕적 우월감은 경계하더라도

어제의 나보다 가치 있는 내가 된 것 같으면

잠시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고 순수히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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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수도승
22/05/13 12:53
수정 아이콘
가난하고 싸우기보다 가난한 자와 싸우는게 훨씬 난이도가 낮죠
사람은 누구나 힘든거 하기 싫어하고
뭐 존댓말 하는 디씨의 가난한 사람 혐오야 조금만 찾아봐도 널리고 널려서
다들 먹고 살만하니 그런갑다 평생 가난할 일은 없겠구나 싶습니다
자본주의니까...... 가난한 걸 죄 아닌 죄로 여기고 사례와 통계로 혐오를 정당화시키는게 아닐까 싶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죄의 무게가 금액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우습긴 해요
온 나라의 가난한 자들이 부리는 진상짓 다 합쳐봐도 화이트 칼라 횡령 범죄 하나 따라가기 벅찰텐데
부자들의 범죄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재벌 총수의 횡령이 오롯이 총수 혼자만의 힘과 의지만으로 이뤄지는게 아닐진데 말이죠
살려야한다
22/05/13 12:59
수정 아이콘
[가난의 악마화] 같은 말은 누가 생각했는지 참 비겁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2/05/13 13:09
수정 아이콘
적절한 비판을 하는 사람을 혐오자로 매도하는 수단으로 쓰일때는 비겁하지만, 정말로 가난한 사람을 혐오하는 일부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가난의 악마화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고요... 양쪽 모두 지양해야할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메타몽
22/05/13 13:05
수정 아이콘
특정 무리의 사람보고 너네는 이러이러해서 나쁘고 위선적이야! 라고 얘기하는건 이미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그 중에 대표적인 케이스가 [나치]고, 나치는 갈라치기를 통해 독일을 나치화 시키고 유럽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했었죠

그래서 부자 중에 좋은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 중에 나쁜 사람도 있다 라고 말하면 몰라도

부자는 알고보면 착하고, 가난한 사람은 알고보면 악마야 같은 일반화 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전자수도승님 말씀처럼 자본주의 사회이면 자본과 관련된 범죄가 가장 크게 처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이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면, 자본 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미래 및 생명을 뺴앗으니까요
22/05/13 13:17
수정 아이콘
참 좋은 글입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건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라는 논지에 십분 공감합니다.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쉽게 해버리는 '사이다'적 행태가 인기를 얻는 추세라 사회적 낙인 문제를 개선시키는게 많이 어려울거 같긴 하지만요.
22/05/13 13:46
수정 아이콘
“가난한자를 비난하지 말라” 말하기는 쉽죠.

한 3년 그냥 무일푼 독고다이로 쭈욱 슬럼가 원룸촌 또는 쪽방촌에서 주거하며 저임금 3류 공장 또는 서비스 또는 용역 뺑이 열심히 치시고 왜 그렇게 사는지 체험 삶에 현장 한번 하시면 크크크

이론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구나 하실겁니다.

환경이란게 무시무시해서 올바르게 살고 싶어도 주변에 다 도둑놈에 협작꾼에 사기꾼, 피빨아 먹을려는 갑질 정신 이상자가 득실거리면 그 누구도 예의와 인격을 챙길 수 없습니다.

PGR에 댓글을 읽으면 좋은 환경에서 자란 분들이 무척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고학력 정신깨끗 부촌 거주자가 많은거 같습니다.
아빠는외계인
22/05/13 14:29
수정 아이콘
그렇기 때문에 겸손함을 잊지 않도록 경계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함부로 비난하지 말자는 원칙은 가난을 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내가 위선자거나 기만자일수 있다는 자조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능한 선행조차 막아버리는 것 또한 아쉽습니다. 남에게 함부로 강요는 못할 지언정,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수양하는 건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동동
22/05/13 15:27
수정 아이콘
정신깨끗 거주자로서 이런 가난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을 볼 때마다, 뭐랄까요. 스스로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면 가난한자를 비난..하라는 건가요?
가난이 만드는 사람들의 피폐함과 공격성을 가난한 자들의 것으로 일반화하지 말자는 뜻으로 본문을 이해했습니다. 환경이 정말 큰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동시에 환경만으로 사람이 결정되지는 않는 거니까요. 깐부님과 같은 냉소적인 반응은 그런 가난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합니다. 일반화의 피해자에 좀 더 가까웠던 분들이 도리여 일반화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요.
마음에평화를
22/05/13 18:20
수정 아이콘
?? 그럼 가난한 자들은 다 쓰레기들이고 가난한 자 출신인 깐부님도 그런 취급과 의심을 받는게 옳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쭈꾸미
22/05/13 22:00
수정 아이콘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요. 태어나 윗물에서 지냈는데 내 성취나 능력은 내 노력의 결과라 말하는 이들을 증오하지만, 동시에 바닥에서 상당 기간 보냈던 경험상 살면서 아랫물의 그들과 다시는 섞이고 싶지 않거든요.
이미등록된닉네임
22/05/14 07:17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살면서 예의와 인격을 챙기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가난한 자를 비난할 수 있는가?’라는 게 원글의 주제라고 이해했습니다.
22/05/13 14:14
수정 아이콘
이건 그냥 사회복지랑 위기청소년 문제에 교육봉사로 조금 발 담근 게 다인 제 경험에 기반한 주관적인 감상인데

모든 가난한 가정의 학생이 위기청소년이 되지는 않아요

근데 위기청소년들은 거의 모두 가난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더군요

세상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
올해는다르다
22/05/13 14:20
수정 아이콘
부자와 빈자의 차이는 얼굴에 껍데기가 한 겹 더있냐 없냐 정도 같네요. 부자는 가식이든 오만이든 본래성격에서 한칸 거리를 둘 수 있고 빈자는 그냥 자기성격 그대로 나오고.
깻잎튀김
22/05/13 14:42
수정 아이콘
가난해지면 인성이 나빠질 유인이 무수히 보급되죠.

공자가 진작에 말한 바 있습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혹자는 이걸 보고 버틸 수 있느냐야말로 참된 인성이라 할지 모르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풍요로울땐 대부분 사람들의 인성이 선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당장 눈앞의 가난한 사람들과 트러블을 겪으며 생기는 인식은 어쩔 수 없다 하나, 사람의 근본마저 멸시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군-
22/05/13 14:44
수정 아이콘
일반화야말로 편견를 합리화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죠.
꼭 부자/빈자 구도뿐만이 아니라 정치진영, 지역, 남녀, 세대, 민족, 인종... 등등 수없이 많은 곳에 쓰이고 있고요.
뭐 저 역시 거기서 그리 자유로운 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반화와 편견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 힘들겁니다.
나른한날
22/05/13 14:53
수정 아이콘
어느 겅우나 반례가 너무 많은 아젠다라고 보입니다만..
"이쁜 애들이 성격도 좋네"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외모비하를 하기 위한 정당성 찾기 같은거죠..

한국사회도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니 자연스레 가난이란 타이틀을 꺼려하게되고 어느 시점부터는 근원적 공포가 되어버려 혐오감이 작용하고 있는것 아닐까 싶네요

비도덕한 행위의 원인을 가난으로 규명하며 자신은 양심에 따르는 시민(자기평가)으로서 그들을 혐오하여 "나는 가난하지 않다"라는 안정감을 찾는것 같습니다. 반대로 부자의 비도덕한 행위를 그럴듯한 이유로 옹호하며 나를 부자인 그들과 동일시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현상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으니 아직 사회가 잘굴러가는거겠죠.

고민하는것은 자랑스러운거라 생각해요.
22/05/13 15:08
수정 아이콘
개인과 집단을 분리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의식하려고 노력중인데, 제 무의식인지 본성인지는 여전히 멋대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하고 일반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국진이빵조아
22/05/13 16:0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과 선,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에 대한 판단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글쓴이가 언급하지 않은 것 중에 '관계'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더욱 그 기준은 무의미해집니다. 극안무도한 살인마가 누구에게는 좋은 아버지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아닌 행위를 판단하고 벌하고 미워해야 한다는 말이 원론적으로 옳습니다. 근대법도 행위자가 아닌 행위를 벌하고 있고, 행위자 요소(전과, 상습성, 정신질환 여부 등)는 사법적 판단에서 부가요소이지 주요소가 아닙니다.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에 따라 행위를 벌하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입니다.
행위자에 판단은 개개인에게 맡겨 놓구요.
마스터충달
22/05/13 18:19
수정 아이콘
총대신 꽃을!!!
마음에평화를
22/05/13 18:25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이런 혐오가 특이한 점은 가난을 겪었던 사람들이 앞장서서 편견을 전파한다는 점입니다.

지방대 다니는 사람이 지잡대 라 그러고 소심하고 인기없는 사람이 스스로 찐따라고 그러고.. 외국보면 빈부격차 탓인지 부자 욕하기 바쁜데
-안군-
22/05/13 18:38
수정 아이콘
자수성가한 사람들일수록 사고가 더 우경화, 극우화되는 경향은 주변에서도 많이 보긴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이 남아있는 분들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계급고착화가 이뤄지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기성세대들 중에선 부와 빈곤을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죠.
마음에평화를
22/05/13 18:56
수정 아이콘
제가 걱정하는 점은 젊은 사람들도 그렇다는 거죠. 자기 입으로 난 흙수저~ 인생 망했다~ 하는 친구들.
이런 편견을 맞닥뜨리면 분노하거나 해명하는게 아니라 솔직히 인정 이응이응 하는 반응들..
자기 입으로 지잡 지잡 찐따 찐따 하는 분들.. 자기 혐오가 자기보다 더 약한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법인데 걱정입니다
22/05/13 20:10
수정 아이콘
문제의 해결책을 개인으로 돌리느냐 사회의 몫으로 보느냐는 좌우를 가리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고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채찍질한 사람이 자수성가할 개연이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죠.

부와 빈곤을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요? 여전히 노력은 성공의 주요한 요건 아닌가요?
부모의 경제적 풍요로 노력의 효율이 바뀐다는 생각은 저도 종종합니다만
부와 빈곤, 둘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중간과정이 존재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해당글에서 언급한 범죄와 개연성을 보일정도의 ‘빈곤 탈출’도 불가능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이 점에 대해서도 저와 생각이 다르신지요..?
-안군-
22/05/13 20:26
수정 아이콘
댓글을 길게 쓰는건 별로 안좋아서 줄여쓰다 보니 오해가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부와 빈곤을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이야기였고요.
그리고 빈곤 탈출이 불가능한 나라는 없죠. 하다못해 내전중이거나 역병이 도는 와중에도 부자가 될 길은 있겠죠?
다만, 우리나라의 사회 역동성이 80년대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졌고, 부모의 경제적 풍요든, 학력이 높든지 하지 않는다면, 그저 남들 하는대로만 열심히 살아서 꼬박꼬박 모아 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는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초등학교만 나와서 소 한마리 끌고 서울 올라와서 한국 제일의 갑부가 된 정주영 같은 사람은 더이상 나오기 힘들겠죠.
이미등록된닉네임
22/05/14 07:23
수정 아이콘
노력은 성공의 주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노력조차도, ‘일평생 작은 노력에 의한 작은 성취를 얻어가며 살아온 사람’에 비해 ‘살면서 했던 몇 번의 노력과 시도조차도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의 경우 노력의 양이 달라지는 게 당연할 겁니다.
Promise.all
22/05/14 08:20
수정 아이콘
어렵게 생각할 게 있나 싶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는 이유가 있죠.
빈곤은 악마입니다. 빈자는 악마가 아니죠.
굶주림이 사자를 예민하게 하듯이요.
엔지니어
24/01/16 09:3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좋은 글을 지금에서야 봤네요. 나의 아저씨의 대사중에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공감하는 대사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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