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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01:35
로마와 한나라처럼 오히려 지나치게 고대여서 문명과 문화의 힘 만으로, 거대한 땅덩어리를 교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그러고보니 하나의 '바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우리아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었다니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고대의 제국들은 어쩌면 현대국가보다 더 대단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1/06/27 01:12
인도가 워낙 넓은데다 남인도는 워낙 나중에 합병되어서 남인도 각 지방정부들은 폭넓은 자치를 인정받고
딱히 영국 통치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21/06/27 02:21
제가 조사한 내용과는 꽤나 차이가 있는 서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인도에는 하이데라바드, 마이소르, 트라방코르 등등 토후들의 '번왕국 (영어 명칭: Princely States)'이 많이 존재하였지만, 이것이 직접 지배를 받았던 지역보다 더 폭넓은 자치가 허용되었거나 영국인들의 지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이 중 가장 크고 중요한 하이데라바드와 마이소르의 경우에는, 한쪽은 동등한 동맹으로, 한쪽은 처절한 전쟁 끝에 괴뢰국으로 번왕국 지위를 받았습니다. 만일 이들의 '자치'가, 현지 토후 지도자에게 통치권이 위임되었으며, 영국이 그들의 땅에서 별도로 징발하거나 징수하는 자원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신다면 '자치'가 보장된 것이 맞습니다만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두 토후국 모두 피지배층과는 이질적인 '이슬람교도 군주'에 의해서 지배되었기에, 지역민들에게는 자치가 보장되기는 커녕, 전근대적인 외세의 지배가 지속된 모양새였습니다. 번왕국들은 영국에게서 인정받은 제한된 숫자의 군대로 현지인들을 총칼로 억누르면서 자신들의 왕정과 부를 유지시켰고, 비록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통감(Resident)'이라고 불리는 영국인 관리가 번왕국의 통치에 '조언'을 하면 알아서 군주들이 상납금을 올리거나, 병력을 지원하고는 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들은 영국인들의 용병대였던 것이지요. 흥미롭게도, 다른 번왕국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크게 저항하지 못하고 귀부하는데, 오직 하이데라바드만이 독립국이라는 선택지를 만지작거리다가 무력으로 인도군에 의해 병합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 군주가 이슬람을 믿었기에, 그리고 많은 '자치'를 여태까지 허락 받았기에 (영국놈들은 그걸 다 취소하고 본국으로 튀어버렸고, 새로 독립한 인도 정부와 중재해달라는 제안에도 들은채 만채했습니다. 역시 대영제국!) 인도의 일개 지방으로 흡수되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죠. 이걸 보면 참으로 기묘한 '자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양한 의미와 층위를 담게 되는 복잡한 이야기지요~
21/06/27 02:11
인도사도 정말 재밌죠. 땅덩이 크기도 그렇고 사실 유럽사처럼 (아니, 혹은 그 이상으로) 끝내주게 다양하고 복잡한 대륙의 역사이지만, 역시 유럽에 밀렸고 또 현대에 한 국가로 통합 돼서 인지도가 영 시망이죠 흐흐. 유럽으로 치면 [아일랜드 켈트나 헝가리 마자르나 러시아 슬라브나 다 거기서 거기인 놈들 아님?] 정도가 인도사의 인식이니.
남인도에서의 '바라트' 개념이 참 신기하네요. 사실 전 드라비다족도 당연한듯이(?) 힌두교를 믿는 것에서도 좀 오묘한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맨날 투닥이고 싸우던 애들 종교를 받아들이고 그걸 내재화 했다고?!' 하는. 뭐랄까, 이슬람하고 그렇게 치고 박던 이란이 결국엔 명실상부한 이슬람 국가가 된 걸 보는 기분? 물론 둘 다 종교와는 별개로 정체성은 전혀 다른 것도 재밌죠. 뭐 사실 여기에 미묘한 감정을 품는 다는 것 자체가 외부인의 편협한 시선 같지만요. 현대까지 살아남은 종교란 결국 니 거 내 거를 넘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에 생존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당연히 '바라트'도 다양한 민족을 아우르는 자연스러운 개념이 될 수 있는 것이고요. 단일 민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단일 언어 단일 문화권에 나고 자란 사람으로썬 썩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념이긴 합니다 흐흐. 물론 이렇게 인식이 전혀 다르니까 알아가는 게 재밌는 거 아니겠어요? (영)문학 쪽 전공이신 줄 알았는데 언어학에도 닿아계시군요. 이 쪽도 흥미는 꽤 많은데 비전공자에겐 벽이 너무 높은지라. 같은 언어 계통끼리 신화가 공유되는 게 참 재밌어요. 토르와 제우스와 인드라가 사실 동일한 신격에서 분리된 것이라고! 같은. 뭔가 댓글이 장황하게 파편화 됐는데 결론은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입니다. 다음 글의 주제도 어느 방향으로 튈지 심히 기대가 되네요 흐흐.
21/06/27 12:15
그 친구가 중동에서 자라서 그런지, 무슬림들에게 꽤 호의적이었습니다. 다만 인도인답게 흔히 그렇듯이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테러지원국, 테러범들이 지배하는 국가, 파탄국가, 인도 문명의 부산물 등등 꽤나 강한 표현을 쓰면서 부정적으로 보더군요. (다만 제가 이 말을 들었던게 2019년 당시, 인도-파키스탄 국경 분쟁 때여서 평상시보다 격앙된 분위기였긴 했습니다. 특히 카레 가루를 풀어놓은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술이 꽤 들어간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편파 중계를 거두자면, 드라비다인들도 인도 성립 이후 지금 정립된 정체성에서 '원조 힌두교 맛집'을 주장하는 것이지, 남인도 역시 데칸 고원에서 발흥한 다양한 이슬람계 왕조에게 지배를 받았었고, 그렇기에 인도아리안족과의 고대시대 원한을 청산하고(?), 이들이 퍼트린 힌두교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친구가 모디 총리에 대해서 꿍얼거리듯이, '북인도 거기는 힌두교도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나의 다원주의적인 바라트를 뺏어가기엔 족보가 좀 짧은 곳 아니냐?'라는 말을 제가 재밌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인도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그건 무슨 역사적 근본도 없는 본진 바꾸기 수준의 궤변이냐고 할게 뻔하거든요 크크크크크크. 말씀해주신것처럼, 죽어라 페르시아-조로아스터교 정체성을 가지다가, 중동 유일의 이슬람 신정독재 국가가 되어버린 이란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국내정치에서도 간혹 보이는 패턴이지만, 이 스스로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발굴해서 써먹는게, 가만히 앞뒤를 찬찬히 살펴보면 공수교대가 이루어지고, 둘이 자리를 바꾸고, 기존에 했던 말을 뒤집는 경우도 많죠. 어쩌면 인간이란 그게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크크크크. 하지만 또 말씀하셨듯이, 이거야 구경꾼의 훈수에 불과한 것이고, 오히려 본인들에게는 또 얼마나 중요한 것이겠습니까. 정치적 입장, 경제적 기반, 문화적 주도권, 종교적 구성 등등에 따라서 살아있는 생물은 움직이고 변하고 새로 자리를 잡고 그러는 것이겠지요. 살아있는 사람을 욕하고 비웃는 것에 급급하다보면 세상에 남는 것은 박물관의 시체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피지알에 적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어떤 살아있는 타밀인의 시각을 제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요. 이 '바라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저를 곤혹스럽게 만들어주면서도, 정신적으로 깨달음을 주더군요. '대한민국'이란 무엇일까요. 서로 이걸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원하는 집단들이 존재하지 않던가요? '아메리카'는 어떻고, '프랑스', '중국' 등등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다들 고민하는 그런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힌디인들에게 '바라트'는 파키스탄과 투쟁하면서 피와 불로 빚어지는 명확한 정체성의 국가일텐데, 힌디인 같은 정치적 우세가 없는 타밀인 친구는 당연히 '바라트'에 다원주의적이고, 다민족적인 이상향을 투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서있는 입장에 따라서, '국가'/'국체'가 달라진다면, 과연 그게 옳은 건지, 아니 옳음에 대한 판단이야 힘드니 멈추더라도 과연 그 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건지 참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질문은 한국에게도 유효할 것이고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주전공은 문학 쪽이 맞습니다. 언어학은 딱 학부생따리 기억을 더듬으면서 떠뜸떠뜸 적어봤습니다. '아리아인'이라는 말이 나치와 네오나치들 때문에 거의 금기시 되지만, '인도유럽어족'이라는 거대한 집단, 그러니까 어휘와 문법과 신화를 공유하는 집단은 확실히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근대 초 영국학자들이 그리스인들이 얼마나 인도에 영향을 미쳤으면, 똑같이 번개신을 숭상하나 했더니 자세히 파볼수록 오히려 조상이 동일한 집단으로 보인다는 것에 놀라고 그랬던게 이해가 갑니다. 또한 밑 덧글에 좀 더 자세히 적은, '사히브'에 대한 개념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외세'와는 도저히 양립불가능한 개념이죠 크크)과도 연관지어서, 이들이 어떻게 서구세계의 일원으로 포섭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국경에서 시비나 당하고 있으며', '사히브와 연결되지 못한 사람들은 안티-사히브 모디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지' 푸념을 하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던 그 타밀 친구의 관점에 또 새삼스럽게 감탄을 하게 됩니다. 저번 글은 '크루세이더 킹즈'였습니다. 이번 글은 '아무도 안 하는 라자들'이었습니다 (유명한 크킹 농담입니다. 검색해보세요, 저는 처음 듣고 진짜 엄청 웃었습니다 크크크), 다음 글은 저도 도저히 어디로 제 생각이 튈지 모르겠습니다~ 크크.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6/27 13:59
마침 제가 크킹 연재 정주행 중인 걸 어떻게 아시고 흐흐흐흐.
역시 정체성이란 게 참 재밌어요. 단일한 한족 중심의 중국도 사실 보면 '저 돈밖에 모르는 남만 오랑캐 놈들 쯧쯧(한화한 유목민 피가 진하게 섞임) vs 저 몽골 오랑캐놈들 쯧쯧. 우리야말로 진정한 중화를 보존했지(한화한 남쪽 원주민 혈통 진함)' 하면서 싸워대는 판이니까요 흐흐. 웃긴건 둘 다 자기네가 전통 중화라고 생각하는 것 크크. 힌두교도 아리안계 종교라지만 원주민이었던 드라비다계 영향도 치고 박으면서 진하게 받았으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개인 단위로 보면 족보도 사서 조상 위조하는데 문화나 종교야 뭐 흐흐. 새벽에 잠결에 봤을 때는 바라트가 더 신기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사히브가 진짜 재밌는 개념 같아요. 제가 고민하던 것들이 한 단어로 응축 된 개념. 이미 형성된 기득권에 올라 타는 것이 개개인 단위에선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인데, 이게 집단으로 보면 자기네 잠재력을 상대방에게 들이 받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기술력과 시장은 있으나 그걸 전부 미국 IT 기업의 성장력으로 갖다 바친 유럽이나, 누적 이민자 수만 보면 독일어가 공용어가 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미국, 남았다면 인도를 발전시킬 수도 있었던 수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가서 결국 미국을 튼튼하게 만들고 인도는 여전히 저발전 된 상황 같은 그런 상황이요. 전 이걸 개인 대 집단 간의 딜레마라 봤는데 저게 아예 국가 전체 단위에서 긍정하는 곳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미국을 버리고 기꺼이 조국의 발전을 위해 돌아가는 동아시아식 사고방식으론 놀랍기만 합니다. 미국 아시안 중 인도계가 유독 약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가 아닌지 싶고. 사실 되짚어보면 애초에 '인도'라는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저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충 경상도 정체성을 가진 제가 '어차피 경상도 밖에서 살거면 서울이나 LA나 파리나 다 똑같은 거 아님?'이라 생각하는 걸 느끼는 게 아닌가 싶은. 서로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영국에 의해 묶인 상황에서 이미 형성된 기득권, 즉 영국의 통치에 올라탄 쪽이 성공하다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영국 식민지 동아시아 연방에서 한국이 영국이랑 손잡고 일본 중국 뒤통수 후리며 꿀 달달히 빠는 그런 모습이 아닐지. '뭐? 외세랑 손잡고 나라를 망치는 거 아니냐고? 너희도 똑같은 외센데?' 현대 민족주의 입장에서 외세랑 손 잡고 고구려 땅 잃어버렸다고 매도 당하는 신라 보는 기분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어쩌면 모디는 이러한 느슨한 연합체적 인도를 버리고 중국의 중화민족과 같이 단일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흐흐.
21/06/27 14:11
와! 댓글 추천드립니다.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글로 횡설수설 했던 내용들을 엑기스만 담아서 댓글 하나로 적어주셨네요!
제가 타밀인 친구와의 대화에서 흥미를 느끼고, 따라서 글로 적고 싶었던 이유가 결국은 이렇게 한국과 차이가 난다는 점에 제가 주목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신기하네요. 인도에 대해서 열심히 떠든 이유가, 결국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니, 역시 저도 제 바라트... 흠흠 아니 '대한민국'을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그 생각만 하는군요 크크크크
21/06/27 03:41
재밌어요. 인도를 하나로 묶어서 보기엔 참 크고 방대한 지역이죠. 한국이 인도시장에 진출할 때 꽤 유용한 정보, 아니 이미 그런 상황을 이해해서 들어간 거 아닌가 싶네요.첸나이쪽 지역은 앞으로 자주 언급될 꺼 같아요.
21/06/27 12:26
말씀하신게 백번 옳습니다. '인도시장'이라고 하나로 퉁치기에는 다양한 민족들과 지역이 서로 경쟁하는 곳을 묶어버린 느낌이 커서, 어떻게든 공산당이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중국 시장'으로 우기려는 중국시장과는 또 다른 면모가 있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남인도 쪽은 인도 전통의 대처법에 따라(?), 패권을 쥐고 있는 지역에게 흡수되지 않기 위해 경제력을 키울 것이기에, 중요성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별도로 아쉽게도(?),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에 대해서 호감도가 더 높은건 제 좁은 체감으로는 남인도인들이 아니라 북인도인들이었습니다.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광고하는 곳이 북인도인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그 타밀 친구도, 쓸 때 없이 '언어적 음모론'으로 농담이나 했지, 막상 첸나이에서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을 인상 깊게 발견하거나 하진 않았다네요. 오히려 두바이에서 '아 한국기업들이 은근 많고, 물건 많이 쓰는구나' 하는 식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어설프게 '한국어랑 타밀어는 비슷해요'라고 선전물이나 만들 돈으로, 공장이나 하나 더 세워줘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1/06/27 04:06
https://youtu.be/3FBF0WYhp4A
https://youtu.be/Se0Xp-FVnhk 드라비다계 타밀어 모국어 화자로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 유튜버 생각나네요. 12개 국어인가 한댔나...
21/06/27 12:34
와 재밌는 영상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같이 지내는 일년 동안 느껴 본것이, 남인도 사람들은 진짜 다양한 언어를 구사 가능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만나본 북인도인들의 경우에는 힌디어와 영어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지요. (제 추측으로는 문화적인 요인보다는, 정치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것이 원인 같긴 합니다. 인도라는 체제 내부의 미국인 같은 느낌이요 크크) 그리고 달변가들도 되게 많던데, 이분도 말주변이 정말 뛰어나네요. 타밀인들은 정말 주목할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1/06/27 12:56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인터넷에서 남용되는 "팩트"만큼 가벼운 표현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크크크크. 사건의 선후관계가 명명백백해도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선후관계의 명료함은 정말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간만에 편파적인 글을 밝히고 써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북인도인들이 보기에는 어쩌면 이보다 끔찍한 글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모디 총리가 힌디 사람과는 구별되는 구자라트 사람인데, 이 글의 논리로만 보면 둘이 완전히 한 몸이지요.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백지상태'가 좋은지, '한가지 입장을 가져두는 것'이 중요한지, 이게 역사학과 역사교육론에서도 큰 논점이 되고 있다고 교양수업 시간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 저도 어쩌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후자를 선택해두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속 편한 소리를 해보자면, 이렇게 편파 중계를 할 수 있으면서도, 한쪽 주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편견에 매몰되지 않는 Farce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요. 핫하~!
21/06/27 12:59
와아, 인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 친구의 일방적인 주장이 합당하기나 한지, 나중에 Dresden 님께 여쭈어봐야겠어요. 저도 이 글을 적어본다고 더 조사해보고, 또 그 와중에 '인도 역사에 대해서 더 잘 알았으면 더 좋은 글이 나왔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비록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처럼 전문가가 될 순 없겠지만, 흥미를 가지고 사실을 전하고 싶어진다면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믿으며, 스스로도 더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21/06/27 11:53
제가 이해한 그 친구의 '사히브'는 외세/상전/제국주의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양인들의 지배는 끝났지만, 서양인과 영합하고 어울리면서 영어잘하고 그쪽 교육기관 학위를 가지고 있는 인도인/중동인이 계속해서 '선진세계/문명세계'에 편입되어서 승승장구하고, 그런 연줄을 못잡고 인도에 남은 사람들은 안티-사히브라고 할 수 있는 모디를 지지해주는 기반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인도와 한국의 역사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이 '사히브' 개념을 들으면서 되게 놀랍더라고요. 영국인들도 인도에 끔찍한 짓을 모아두자면 엄청나게 많이 했지만, 제 타밀인 친구에게 북인도 사람들은 '사히브'가 되지도 못해서 더 복종하기 힘든 존재들이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니까 너무 놀랐습니다. 이들은 문명세계로의 연줄을 제공해주지도 못하며, 다원주의적인 '바라트'를 수호해주지도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여 인도의 정체성을 재창조하려고 하고 있다고, 그 친구는 프레임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타밀인들은 백인 사히브, 무슬림 사히브, 다른 드라비다 사히브들 밑에서 어떻게든 미래를 기약하면서 과거를 보냈듯이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서 기회를 잡으면 그만인데, '모디 사히브'는 사히브로 인정을 해줄 수도 없다. 그런 논리가 돋보이더군요.
21/06/27 12:03
크크 사실 국가로서의 인도는 대영제국이 만들고 떠난거죠. 그 이전엔 문화 인종 종교별로 짜개져있었고요. 거의 인도의 시작은 "동북아 연방"급이 아닌가합니다. 제가 만난 인도인도 인도는 Eu랑 비교하라고 하더라구요.
말씀해주신 의식이 그런걸 반영하는걸지도요.
21/06/27 13:01
친구가 원하는 '바라트'는 '인도 아대륙 연방'에 가까운 것인가 보군요 크크크. 그렇게 정리하니 더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피지알에서 중국과 비교되어서 많이 소환되는 인도인데, 이런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르군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 참 기대가 됩니다.
21/06/27 16:39
모디 선생은 선생도 아녀. 딴 선생들은 꼽기는 했어도 뭔가 배운게 있었는데 쯧쯧. 이런건가요 크크
사히브라는 말은 뭔가 복잡한게 아니라 엄청 복잡한거 같습니다. 뭔가 현재 세상의(그니까 서양의) 대세라고도 생각되고 그럼 안티-사히브는 세계의 대세를 인도는 전부다 따라야하냐라고 반발하는거 같기도 하고....
21/06/27 16:46
크크크 그렇죠. 아.. '안티-사히브'는 제가 댓글을 달다보니 만든 단어입니다. 실제로 친구가 쓰거나 한 단어는 아니에요~ 그런데 진짜 이 사히브라는 개념이 참 한국인에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북인도인들이 지배해? 괜찮아, 타밀인은 그러면 그 체제에서 먹고 살아줄게. 무슬림들이 지배해? 괜찮아, 그래도 우리는 그 세상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어. 영국인들이 왔어? 괜찮아, 얘네랑 말 잘하면 잘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모디 아조씨 뭐하세요? 네? 한 종교로 뭉친 힌두교도들의 나라가 인도라고요? 아니 나도 같은 힌두교도인데 문화적 차별받는데, 그런 말씀하시면 나보고 죽으라는거에요? 아니 이거 영국인보다 악질이네~! 가 되는거죠 크크크크. 최초로 삶의 위기를 주다니 큰 선생이시긴 한가봅니다. 그리고 단일민족으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하나되어 열심히 으쌰으쌰해서 성공한 대한민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디 총리의 입장이 아주 이해가 안 가진 않는다는 게 가장 무서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21/06/27 10:09
일요일 아침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건 제가 알기론 파키스탄 지역의 분리 독립은 20세기 초까지 그 연원이 올라가는 무슬림들의 아주아주 강력한 비원이 있었기에 결국 실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신생 인도 입장에서는 참 쓰라린 비극이었지만) 과연 영국 입장에선 서로 죽여대는 것을 막기 위해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뭐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어쩌면 영국을 원망하며 분열을 통탄해 하는 인도인들의 입장(아마도 여기에 반영되었을)은 우리가 남북분단의 책임을 일본에게도 상당부분 돌리는 것과도 비슷한 정서가 아닐까 하는데 파키스탄인들의 입장은 어떤지도 좀 궁금합니다.
21/06/27 12:12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알리 잔나는 "인도"와는 별도의 무슬림 독립국가론을 주장했지요. 영국은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니들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냅둔거고요. 파키스탄의 국가 정체성(무슬림 독립국가)에 동의하는 파키스탄 시민권자들은 인도에 흡수되는걸 극렬히 반대할겁니다.
21/06/27 13:22
'남북분단의 책임을 일본에게도 상당부분 돌리는' 크흠, 터부시되어서 제가 꺼내지 못하는 주제를 날카롭게 꺼내와주셨군요.
네, 한국이 분단된 원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아보려면, 다양한 사건, 관점, 시발점 등등을 긴 논문 하나로 담아야 하듯이, 인도-파키스탄 분리독립 역시 마찬가지인 주제라서 제가 경솔하게 다룬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일단 한가지 밝히고 시작해야할 부분은, 제가 인도인들 하고는 그 타밀인 친구 덕분에 많이 어울렸습니다만, 파키스탄인은 딱 한 명하고만 대화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더군요. 따라서 궁금해하시는 파키스탄인의 입장의 이야기는 전달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인도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들은 파키스탄에 대한 이미지를 짜집어서 한번 답변을 시도해보자면요. 본문의 중심 이야기가 '인도인의 정체성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북인도인에 대한 남인도인의 반발'인 것을 생각해보자면, 한국 속담에서도 '소꼬리보다는 닭의 머리가 나은 것'이고, 따라서 파키스탄인이 될 인도-무슬림들의 분리독립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디 총리 이야기를 하면서, '인도-파키스탄의 계속된 분쟁은 인도의 극우화와 힌두교 근본주의를 낳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통일(?) 인도'에서 모디 총리 같은 지배자 밑에 파키스탄인들이 놓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지금 이 시점에서 인도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도 2억이 넘습니다.) 하지만 예견된 비극은 역시나, '국경선'에 맞춰서 사람들이 종교에 나눠서 살고 있기는 불가능 했다는 것이며, 따라서 '정체성'은 '기존에 선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았던가'에 호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나긴 시간동안 피바람이 분 뒤에야 뒤늦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모디가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그것일 수도 있고요.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영국의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식민지 시절 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두 지역에 나눠 살던 파슈툰 사람들을 반토막 내서 분리독립 운동에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이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을 악명 높은 '탈레반'을 통해서, 파슈툰 민족이 지배하는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있고 (거기에 파키스탄 자체도 파슈툰 민족의 발언권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와 시민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탈레반 동조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탈레반'이 그냥 근현대사가 생지옥이었던 아프간의 현실로 인해 만들어진 '극단주의자'들로 멈추는게 아니라,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이슬람 전사'가 되면서 모든 것이 정말 미친듯이 꼬여버린 것도 없잖아 있거든요. (물론 이건 파키스탄 입장의 편파 해석이고, 실제 문제는 정말 정말 정말 더 복잡합니다. 아니 파키스탄 사람도 인도계 인종으로 규정한다면, 파슈툰인도 쉽게쉽게 말해서 '인도쪽 사람'인데 갑자기 이슬람 극단주의와 중동 문제의 중심점이 되다니요?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아마 마지막 영국 총독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아몰랑!'을 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홍콩에서도 그랬듯이요. 그리고 아마 이 사람들도 '아니 그래도 이걸 다 영국 탓으로 미래인들이 돌리면 억울하긴 할거야'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책임'은 마지막에 도장 찍은 사람이 지는거죠. 아니면 도장을 왜 찍는데요~
21/06/27 14:51
정체성에 맞춰서 국경이 생기는게 아니라 사실은 그 반대라는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는것 같네요. 어쨌든 분명 영국이 도장 찍기는 했지만 다른 누가 찍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진 않았을거라고 보구요... 특히 듀랜드 라인 쪽은 인구나 영토 측면에서 아프가니스탄이 거의 강탈당하시피 절대적으로 손해본것이라 그걸 다 물려받은 지금의 파키스탄이야 영국에 뭐라할 건덕지는 별로 없죠. 아 꼬우면 파슈투니스탄 독립시키던가~
21/06/27 14:59
발루치스탄이나 신드 사람이 보기에는 이미 파키스탄이 파슈투니스탄이 되가고 있으니 그건 안될 말씀이지요~. 그걸 쪼갤거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겁니다 흐흐흐. 밑 덧글에 달았던 '그냥 식민정부가 간판만 바꾼거 아니냐'가 파면 팔 수록 승리하는 정말 혼란스러운 동네입니다 으아악.
21/06/27 13:23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피지알 자게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마이너하고 이상한 주제를 가져와도 좋게 봐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놀라운 이유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찾아뵈겠습니다!
21/06/27 12:23
얼마 전 Sacred Games 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음.. 북인도는 힌두-무슬림 반목이 엄청나구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역사적인 이유에서 연유한 남인도/북인도 간의 반목도 있네요.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시크교와의 문제도 있었고...겉보기와 다르게 생각보다 조각화가 되어 있는 나라라고 느껴집니다. 잘 배워가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21/06/27 13:40
인도 정부도 하나의 '사히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 총독부에서 간판만 바꾼거 아니야?'라고 주장한다면 사람들에게 돌을 맞겠지만, 인도에서는 '이거 그냥 인도 총독부가 간판 바꾼거 아냐?'라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니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이질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굳이 하나의 지붕 아래에서 '그래도 살던대로 같이 살아봐야지'라고 하겠냐는 것이지요, 확실히 한국인에게는 너무나도 연상하기 힘든 관계인것 같습니다.
esotere님께서는 외국에서 사시니, 이런 흔한 'postcolonialism'적인 결과물에 더 익숙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음,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뭐라 옮길지 몰라서 영어로 적어봤습니다만, 식민지 시대 이후, 별로 바뀌지 못하고 흘러가고 있는 수 많은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요.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근데 왜 우리가 이 나라를 유지해야함? 기득권이 승계되어서 그런거 아님?'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죠. 한국은 서구 제국주의에 편입되지 못해서, 또 특이한 역사를 하나 그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국뽕은 그거대로 챙기고, 또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 보편적인 현상(?)에 대해 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오, 한국 넷플릭스에도 '신성한 게임'이라고 자막을 달아서 서비스하는군요.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사실 저도 인도 영화나 문화산업은 잘 모릅니다. 타밀 친구에게도 '춤추는 무뚜'라고 한마디했다가 혼났습니다 크크크크. 춤추는 마살라 영화 말고 좀 영화같은 최신 영화도 보면서 자신의 친구라고 우기라고 꼬집더라고요 크크크크. 그래도 제 친구는 '바라트'에 대한 애착은 꽤나 커보였습니다. 애국심이 넘친다기 보다는 뭐랄까요... 그... 이미 오래 존속하여서, 이제 갈갈이 찢어진다는 선택지는 바람직하게 존재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으며, 나쁜 점도 있지만 '아 이렇게 나쁘게 흘러가면 안되는데, 더 잘 될 수가 있는데'라고 아쉬워하고 신경 쓰게 되는 그런 '조국'으로서의 'Bharat'요. (그러고보니 발리우드에서 한국영화 '국제시장'을 리메이크했던 영화도 제목이 'Bharat'였는데 힌디어 영화였지요. 힌디인들이 바라트를 뺏어간다고 주장하던 타밀인 친구가 그 영화를 봤다면 뭐라고 생각했을지 궁금해지네요) 바라트가 익숙한 세대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바라트가 나중에 국제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저는 기대가 됩니다.
21/06/27 12:41
사히브 .인생의 방향 목적 처세 관점 롤모델 같은게 혼합된 느낌이네요. 나의 사히브에 관해 고민하는 요즘 이라 더재밌었는지도. 뜬금없지만 네이버 웹툰 율리 라고 있는데 그게 생각나고요. 인도 북부 배경 같은 느낌의 가상의 역사웹툰이라 흐흐
21/06/27 13:47
와! K-웹툰! 이제 북인도까지 진출하는 것인가요!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웹툰이네요! 기억해두겠습니다!
저는 브리니님의 댓글을 보면서, 사히브를 흔히 말하는 '만력제'와 겹쳐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사에서 사대부들의 '사대주의'는 기존까지 비웃음의 대상이었다가, 이제는 재평가를 받고 있잖아요. 하나의 세계관, 하나의 국제질서, 하나의 선진문명세계였다고요. '명나라 사히브' 앞에서 조선의 관료/지배층/양반들은 나름대로 선택을 하고 교류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요즘 국제질서 또한 대한민국에게 '미국 사히브'와 '중국 사히브'라는 두 개의 사히브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야, 세상의 모든 진리가 만류귀종이라더니, 어쩌면 타밀인들은 그걸 더 빠르게 이해하고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사소한 단위에서도 가능하겠지요. 한국말에도 '라인을 잘 타야한다', '줄을 잘 서야한다'라는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대충 소련여자가 감탄하는 짤)
21/06/27 13:08
와 진짜 신선하네요! 학교에서 인도사를 어느 정도 배우긴 하지만(세계사 시간에)
그 인도사라는게...마우리아 왕조 쿠샨 왕조 굽타 왕조 델리술탄왕조... 다 북인도쪽이죠 따지고보면 크크 남인도쪽은 진짜 잘 몰랐는데...흐흐흐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진짜로
21/06/27 13:53
제가 그래서 지역사를 좋아합니다. 이방인으로서 개괄적으로 큰 흐름을 보려면 당연히 왕들과 지배자, 주도권을 가진 민족을 중심으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파렴치한 '편파 중계'이기도 하지요. 매번 세계의 역사를 자기 중심으로 짠다고 욕을 먹는 유럽조차, 남프랑스 지역사, 남스페인 지역사, 남이탈리아 지역사는 무시당하기 일수입니다. (어 근데 왜 매번 남쪽이죠? 역시 그 친구의 말이 맞았습니다. 북쪽은 도움이 안 돼요!)
소수 민족은 특이한 종교, 독특한 신화를 보존하고 유지시켜서 아껴줘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표현을 보면, 빨리 기록본을 만들어서 박물관에 집어넣고 살아있는 사람은 죽든말든~ 하는 그런 무심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그냥 상대적으로 '후달리는' (속어지만, 이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크크) 지역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도 '중앙'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서울에만 사람이 사는게 아니듯이요. 그냥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어디가서 누가 해주는 말이 아니잖아요. 흔하게 듣는 이야기는 반대편의 이야기고요. 사람이란 도자기가 되었든, 역사가 되었든, '희귀한 것'에는 흥미를 느끼게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면 지역사는 절대로 못 놔주죠 얼마나 재밌을텐데요~
21/06/27 14:43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속편은 또 뜬금없는 주제로 찾아뵈겠습니다 크크~
인도에 대해서 책을 읽어보시고 싶으시다면... '인도 상식사전'이라고 최근에 나온 책이 있는데요. 도서관에서 빌리시거나, 최신본이라서 비치되지 않다면 신청하셔서 빌리시는 걸 추천합니다. 기나긴 역사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시중에 있는 책 중에서 '현대 인도'를 다루는 책으로는 진짜 제가 높게 평가합니다. 인도의 최근 현안과 그런 문제가 발생한 근현대의 이유를 일목조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 책이 '인도 가서 비즈니스 하는 법'을 상정해서 쓴 책이다보니, 책 전반에 흐르는 '인도인의 관념, 행동양식, 같이 일하는 법 꿀팁' 등등의 경우에는 좀 일반화되기도 힘든 내용이 아닌가, 하면서 회의적으로 보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역사/문화 덕후여서 좀 지나치게 '실용적'으로 가볍게 관점을 잡고 적은 것 같다고 삐딱하게 보게되더라고요. 책 자체는 두껍습니다만, 자세히 읽으실 종류의 책은 아니고, 슉슉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기 좋은 책입니다. 다만 이런 전개를 더 좋아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인도 역사서의 경우에는 "처음 읽는 인도사"라는 책이, 학생을 목표로 적힌 책이라 그림도 많아서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를 훑는 통사책이라서 좀 두께가 있긴합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최신책이라 학설이나 관점도 미신적이지 않고 좋습니다.
21/06/28 15:26
감사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이고 본업이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만 요즘 코로나 시국이라 노는 시간만 가득해서 취미만 예뻐지고 아트의 경지에 이르고 있네요 흑흑흑...
그래도 나중에 멋진 글을 내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번 인세라는걸 받아보고 싶어지네요!
21/06/28 10:1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인도 관련 책들은 읽은지 까마득해서 잘 기억이 안 나고, 최근에 '나는 스리랑카주의자입니다'를 읽었기에 싱할라족 편파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는 제게 다른 관점이라 흥미로웠습니다. (그 저자는 싱할라족들과 많이 친하고, 싱할라족 친구와 같이 북쪽으로 여행 갔다가 테러가 발생해서 바로 남쪽으로 내려온다거나 하는 일화들이 있엇습니다. 읽기 전에는 스리랑카가 내전에 준하는 상태라는 것도 몰랐었죠.) 확실히 한국의 단일민족, 단일언어 체제가 세계로 치면 독특하다는 생각을 매 번 합니다.
21/06/28 15:39
와 제목도 멋진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도 이 편파중계를 해독하기 위해서 그 책을 읽어둬야겠습니다 :D !
싱할라 사람들 입장에서 얼마나 타밀 사람들이 나쁘다고 적었을지 지래짐작이 간다는 점에서, 역사는 참 무서운 주제인것 같습니다. 그 분들도 딱히 악의적으로 적고 싶지 않아도 살아온 경험 속에서 그런 결론에 도달할테니까요. 저도 이야기를 만들면서 계속 끌고 온 방향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한국은 특이하고도 특이한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이 정말 옳습니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인도를 알아야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멋진 나라 같습니다 인도~. 저도 여행을 직접 다녀오고 제 견문으로 보충하여 이 글을 나중에 리마스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하나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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