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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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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4 02:43
그래서 둥둥 떠다니듯 살려구요. 구름처럼, 해파리처럼.
설교, 오지랖은 대개 행위자의 작은 우주를 드러낼 뿐이죠. 뭐 하나 알 수가 없어요. 오른쪽으로 달리래서 전력으로 달렸더니 금세 다리 걸어 자빠뜨리고 다시 왼쪽으로 달리라는 상황이 허다합니다. 나름 우러러보던 거대한 용들, 무서운 사자와 교묘한 여우들조차 어제는 일방적인 찬사와 부러움을 받다가 오늘의 부조리 앞에 나자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말이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구나. 막말로 관조하면 됩니다. 몰입 없이, 허무주의 없이 제 갈 길 가고 책임만 지면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무지합니다. 왜 웃냐면, 그저 웃지요.
21/07/04 03:51
경험하지 않았어도 연역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실 인간이 인식하고 기억하며 활용하는 지식들 거의 대부분이 경험적으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대신 누군가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식이 되고 이를 우리는 받아들이며 우리의 경험과 지식으로 세상을 보는 틀을 완성하지요 그 틀이 곧 이성이라고 칸드가 말합니다. 우리는 이성적 사유를 합니다. 귀남이 부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귀납을 부정만 하는 것도 문제일 겁니다. 따라서 이성적 사고와 경험적 사고는 조화롭게 향유되어야 할겁니다.
21/07/04 05:02
오래 살아남은 말들은 확실히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오래 살아남은 말들도 세상에 갓 태어났을 때에는 살아있는 자들이 뱉은 말이었겠지요. 결국 중요한 건,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스스로가 판단해서 받아들이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누구나 흔히 내뱉는 어설픈 확신에 찬 말들, 그리고 그런 말을 쉽사리 내뱉게 만드는 확신은 분명 경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21/07/04 14:42
그렇죠 모든 죽어 본 자의 글은 그가 죽지 않았을 때 쓴 글이기도 합니다
죽어 보지 않은 자의 글이라고 하여 배척부터 한다면 예수를 배척한 유대인, 소크라테스를 배척한 아테네인, 공자를 배척한 열국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21/07/04 05:18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외부에서 믿을만한 구석을 찾아 다니지요.
권위를 찾고 역사를 찾고 서사를 찾죠. 자기자신을 못 믿기 때문이겠지만요.
21/07/04 05:39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은 어째 좀 교훈적인 이야기에서 항상 타산지석의 사례로 등장하는 듯. 이 쯤 되면 좀 불쌍해 보입니다. 키루스한테 패전하고 나라가 쫄딱 망한 것도 서러울 텐데
21/07/04 08:02
말과 글은 살아 있을 때 쓰는 건데 '아직 안 죽어 봤다'고 무조건 불신하면 세상이 믿을 말과 글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믿으면 됩니다. 저는 책을 고를 때 저자 약력, 서문을 반드시 읽습니다. 대체적으로 경우 학력이 높고, 실무를 많이 했던 사람의 책이 내용도 좋았습니다. 종교에서 나오는 말과 글은 그 사람이 죽고 나서 쓴 글이 아니고, 어떤 사람이 살아서 한 말을 죽어서 정리한 것 뿐입니다.
21/07/04 14:44
그것도 그렇습니다 죽은 자들의 글을 백날 뒤진들 구글에 대하여 비트코인에 대하여 리만 사태에 대하여 대체 뭘 알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건들은 지금 말하고 쓰는 자들의 말과 글이 아니면 아무런 실마리가 없는 것입니다
21/07/04 08:56
저도 내림충고 듣긴 싫어합니다만 다 쳐내기도 좀 그렇죠.
생각해보면 대충 내는 수학문제 같습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하려면 사전에 가정할 많은 조건이 있는데 생략하죠. 의도적인 게 아니라 본인들도 모르죠. 살아남았다뿐이지.. 그리고 조건변경하면 다른 정답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답을 구할 수 없다고 해야 아마 맞을 것이라. 그나마 예의바르게 말씀하시는 분은 어차피 놓고 떠날 거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승인하고 계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21/07/04 09:48
이 비슷한 장면 본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 와타나베가 기숙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는데 선배인 나가사와가 와서 말하는 장면입니다.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책을 읽느라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 글쓴이 말에 공감이 됩니다.
21/07/05 10:42
근데 딱히 나가사와가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인간상은 아니었지 않나요크크크
읽은지 오래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뭔 이런 녀석이 다있지?"란 인상만 남아있네요
21/07/05 10:55
긍정적이라는 의미가 도덕적이라는 의미로 치환될 수 있다면, 맞는 것 같습니다. 나가사와는 뛰어난 능력자지만 이성관계에 있어서 비도덕적으로 표현이 되죠. 하지만 와타나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른'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그런 캐릭터 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21/07/04 10:57
아직 죽어보지 않은 자의 글을 이렇게 하나 보고 갑니다.
우선,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고요. 이 글도 그렇지만 [죽어보지않은 자들의 글에서 오히려 큰 가치가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21/07/04 11:06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죽어보지 않은 자들의 말과 글을 무시하면 안되는 건 앞으로 수백년을 살아남을 말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죠.
21/07/04 12:32
크크 공감합니다. 주식은 패가망신이라고 하셨던 주변의 어른들, 이제는 해외주식이나 비트코인좀 사게 해달라고 저에게 물어보시죠 …
더불어 그래서 저는 모든 종류의 성역화나 정언명령 등을 거부합니다.
21/07/04 12:57
세상은 복잡하고 변하니까요.
A에겐 진리였던 말이 다른 환경에 있던 B에게는 진리가 아닐 수 있죠. 자연 법칙 외에는 확정적인게 없죠
21/07/04 13:05
괜히 고전이 고전이 아니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죽어본 사람의 글만 볼 순 없으니,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들은 시류를 넘어 몇년, 몇십년 후에도 통용될 통찰력을 지닌 것만 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걸 못하면 영양가 없는 이야기에 휘둘릴 뿐...
21/07/04 14:31
흥미로운 논리 전개였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에는 그 말 자체의 정합성보단, 그 말을 한 자의 권위에 따라 평가받기 싶상이죠. 그런 의미에서 죽은 다음 평가받는 것이 옳다는 말씀은 새겨들을 만 하군요. 하지만 반대로 그 말 자체의 정합성보다는 그 말을 누가 하느냐 (비록 그 사람이 살아있어도)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되는 면도 있으니, 불완전한 우리들은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겠죠.
21/07/04 19:08
너가 아는것 믿는것이 장땡이 아니니, 겸허해져라 라는 말은 부정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의 절대적으로 맞는 말일거라고 생각하네요. 근데, 그 말이 맞다 치고 그에 입각해 삶을 산다면 사실 세상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판단도 아무런 결단도 할 수 없게 되는게 문제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문에서 언급된 이야기중에 가장 실질적 의미값이 있다고 생각한 문장은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아라 이거 하나더군요. 소시적에 미친듯이 키배하며 살다가, 나이가 들고서는 체력이나 지력이 아직 떨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의 반박을 받는 그 상황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아프게 만들게 되어서 이제는 키배를 못하게 된 상황이라 더더욱 그런거 같기도 하고. 뜬구름 잡는게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격언이어서기도 하고. 세상사를 남일보듯이 할 수만 있다믄야 이런 달관한 태도는 참 좋은 일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 없으니까 문제지. 그렇다고 달관이 나쁜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방법론은 그에 가까워요. 그러나, 그건 제 자랑입니다만 저의 물질적 조건이 세상사와 거리를 두고 살아도 상관없으니까 그런거고, 반대로 내가 달관한 듯 말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내 처지가 좋아서지 처지가 어려운 사람 입장에선 오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달관은 그런 의미에서 그 자체가 가치인건 아닌거 같습니다. 어떠한 태도나 판단을 할 때 달관한 것 처럼 한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적 도구? 가치? 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주식은 될 수 없지만 있으면 굉장히 좋은 양념이랄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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