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올라가는 3편입니다. 드디어 본론이 시작됐네요.
고기는 결국 태어나고, 키우고, 도축하고, 정형하고, 숙성하여 소비자에게 팔리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우리는 고기를 사서 구워먹을 수 있습니다.
잘 굽기에 앞서 좋은 고기를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이 모든 과정을 총망라하여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부분만 골라
알기쉽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교과서처럼 전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교과서처럼 잠이 오지는 않는 글,
논문처럼 정확하면서도 논문처럼 딱딱하고 어렵지 않은 글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주석을 읽지 않아도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게 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 더 깊이있는 내용, 내용 출처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주석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력하겠습니다.
구이학개론 3편: 고기의 과학, 죽어서 고기 (상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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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과학 - 죽어서 고기 사냥, 즉 사냥감과 맹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단골 주제다. 패닉을 일으키며 달아나는 영양 무리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치타의 싸움. 찰나의 순간에 삶과 죽음이 엇갈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서 들판을 뛰어다니던 생명체가 육식동물의 식사감으로 변한다.
살아 움직이던 생물체가 숨이 끊어지면 먹이가 되고, 살아 움직이던 근육이 생명을 잃으면 고기가 된다. 고기는 곧 죽은 근육이니, 근육과 고기의 차이는 결국 생명의 유무다. 죽은 동물을 산 동물이 먹는다. 죽은 근육을 먹고 산 근육을 움직인다. 그렇게 육식동물, 그리고 우리네 잡식동물은 죽음을 먹고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냥 고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좋은 고기’를 원한다. 좋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좋은 죽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죽음이란 대체 무엇일까?14)
(1) 육종 - 왕후장상의 씨앗이 따로 있다?15)
죽는 얘기를 한다더니 왜 태어나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간다는 것’이라고 폼을 잡았다가는 포크가 날아올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이들 가축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죽음으로 향하는 계획된 여정 하에 놓여 있다. 어떤 종으로, 어떻게 교배되어 태어나는가가 결국 ‘좋은 죽음’을 향해 가는 첫걸음인 셈이다.
교육학, 심리학 쪽에서 신나게 싸우는 주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nature vs. nurture, 그러니까 ‘본성이냐 양육이냐’의 문제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생물학 쪽에서야 전자 쪽에 힘을 많이 싣는 형편이지만, 사람에게 일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자칫하면 욕먹기도 쉽고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캡틴’ 박지성은 위대한 축구선수고, ‘퀸’ 연아는 위대한 피겨선수다. 재능 뿐 아니라 피나는 훈련이 그들을 최고로 만들었음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둘이 종목을 바꿨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아마도 우리는 위대한 선수 둘을 잃게 되지 않았을까. 요약하자면 ‘잘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양육이 중요하다 해도 본성에 거스르는 양육은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축에서 그 ‘본성’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품종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잘 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그 잠재력까지도 많은 부분 타고나는 것이 사실이다. 대충 키운 젖소가 잘 키운 한우보다 젖의 양이 훨씬 많다! 결국 좋은 품종을 만드는 것이 좋은 고기를 향한 첫걸음인 셈이다.
우선 쇠고기부터 살펴보자. 중국에서 ‘고기’라 하면 돼지고기지만16), 한국에서 ‘고기’라 하면 쇠고기 아니겠는가. 쇠고기라면 긴 말 할 것 없이 그냥 한우가 킹왕짱 아니냐고? 과연 그러한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한우 vs 육우
가끔 마트에서 육우라는 녀석을 할인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한우야 굳이 할인 안 해도 살 사람은 다 사는 고기지만, 육우라는 정체불명의 고기는 뭔가 찜찜해서라도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싶어 한우라고요? 혹은 수입산인가요? 라고 물어보면 ‘한우는 아니지만 국산 고기소입니다’라고 답하는 이상한 녀석이다. 대체 이 친구의 정체는 뭘까?
육우란 한 마디로 홀스타인 수컷, 그러니까 ‘젖소 남편’이다. 암컷이야 젖을 짤 수 있으니 상관없는데, 수컷은 젖을 짜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겠는가. 소는 소니까 잡아서 먹는 수밖에. 이쯤 되면 마트에서 말을 빙빙 돌릴 만도 하다. 젖소 남편이라고 했다가는 어디 고기가 팔리겠는가 말이다.
흔히 ‘젖소’라 하면 홀스타인, 저지 등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한국의 젖소는 사실상 얼룩이, 그러니까 홀스타인 일색이다.17) 홀스타인은 젖의 생산량이 많기로 유명한 소이기는 하지만, 고기 맛을 위해 개량된 녀석은 아니다보니 한우같이 진한 마블링도, 유명 고기소들 같은 진한 육향도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양념구이 용도에 한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한우의 대체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 젖소고기라 부르지는 말자. 엄밀한 의미에서 ‘젖소고기’는 젖을 짜는 소에서 나오는 고기만을 일컫는다. 아무리 젖소라도 나이가 들면 젖의 양이 줄어드는데, 계속 키우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으니 도축하여 젖소고기로 팔린다. 물론 가공육이나 몇몇 초저가 고기뷔페를 제외하면 딱히 식탁에서 볼 일은 없다.
육우는 어찌됐든 한우와 거의 같은 환경에서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운 소다. 육우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멀쩡한 고기를 젖소고기라 부르는 것은 고기에 대한 모욕이다.
이제 말이 나온 김에 한우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아까 젖소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한우는 고기소인가? 안타깝지만 대답은 No 다. 한우는 일소다. 고기 먹을 용도가 아니라 노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량된 소라는 뜻이다. 물론 지금이야 한국을 대표하는 고기소지만, 천 년이 넘게 역우(밭 가는 소)로서 쓰여 온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
본격적인 한우 개량의 역사는 매우 기분나쁘게도 일제 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론으로 가기 전에 황희 정승 이야기 하나를 떠올려 보자. ‘검은 소와 얼룩 소 중 누가 더 밭을 잘 가는가?’라고 물었다는 대목 말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우는 다 누렁이인데 무슨 얼룩이가 있고 꺼멍이가 있단 말인가? 그 시절에 소를 수입이라도 했단 말인가?18) 우화를 만들기 위해 소에 색칠을 한 것이 아니다. 그 때는 분명 다양한 소가 있었다.19) 현재의 ‘누렁이 한우’가 만들어진 것은 일제의 속칭 ‘근대화’ 정책 탓이었다.20)
앞서 말했듯, 한반도의 소는 오랫동안 밭 가는 소였다. 불교를 숭상하여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던 고려시대는 차치하더라도, 조선시대에조차 소를 잡는 것은 관청의 허가를 요하는 중대사였으며, 밀도살은 범죄였다.21) 결국 그 당시 대부분의 소는 대형 농장에서 키우는 고기소가 아닌, 개별 농가에서 알아서 키우는 일꾼이자 가족이었다. 국가에서 신경을 쓰기는 하였으나 집중적인 품종개량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으며, 결국 예부터 내려오는 다양한 유전 형질이 섞여 있는 잡종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검은 소도 있고 누렁 소도 있고 얼룩 소도 있었다.
이제 천연기념물이 된 칡소는 (가축이 어째서 ‘천연’인지는 둘째치고, 먹을 것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심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 당시에 살던 다양한 소들 중 하나다. 섬에 살다 보니 일제의 획일적인 품종개량을 피해 살아남은 재래종이다.
그랬다. 이들은 몸집이 크고 병에 강하며, 성품이 유순해 일을 잘 한다며 한국 소를 높게 평가하였고, 산 것으로 150만두 이상, 가죽으로는 600만두 이상의 한우를 수탈해갔다. 그리고 당시 총독부 인사들은 다양한 소들을 누렁이 단일 품종으로 통일시켜 생산량의 극대화와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였다. 1938년 심사표준에서 ‘한우의 모색을 적색으로 한다’고 못박은 것이 ‘누렁이 한우’가 태어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 왜 누렁이였을까? 가죽이 좋아서 누렁이가 선택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시 소가죽이 중요한 전쟁물자였음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23) 이유야 어찌됐든 한반도의 소는 그 이후로 누렁이 일색으로 고정되었고, 이후 박정희 정권 시기에 이르러 그 소를 ‘한우’라 부르며 브랜드화하기 시작한 것이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한우의 직접적인 유래이다.
물론 예전의 ‘한우’와 지금의 한우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정부 주도의 꾸준한 품종개량 덕분에, 세계 기준으로도 꽤나 준수한 단일품종 소가 되었다. 단일품종이란 외국의 유명 소들처럼 특유의 유전형질이 보존된 일종의 ‘순혈’이 만들어진 것을 뜻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한우란 ‘한국에서 키운 소’를 통칭하는 말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한우’여야만 붙일 수 있는 귀한 이름이 됐다는 뜻이다. 아무 개나 데려다가 진도에서 키운다고 진돗개가 될 수 없듯, 아무 소나 사와서 한국에서 키운들 육우가 될지언정 한우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이 진정 왕후장상의 씨앗이 아니겠는가.
그리 귀한 한우이건만, 아쉽게도 고기 자체의 맛은 조금 심심한 편이다. 단백질 맛만 가지고는 수입 소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 냉정히 말해 국거리로서는 탁월하고, 내장이나 뼈 등의 부산물을 얻기 쉬우나, 스테이크용 생고기로서의 가치는 비교적 떨어진다. 그나마도 내장이나 뼈를 구하기 쉽다는 것은 품질의 장점이 아니라 유통상의 장점이니, 진짜 장점은 국거리용으로 최고라는 것뿐이다.24)
그렇다면 싸게 팔아야 하는데, 방목할 초지가 부족해 사료를 먹여야 하니 가격 우위는 애당초 기대할 수조차 없다. 공짜 먹이와 수입 사료의 차이인데 무슨 말을 더 하랴. 싸게 팔 수는 없고, 비싼 구이용 고기로는 가치가 적다. 이 딜레마를 어쩔 것인가.
여기서 나온 해법이 바로 ‘마블링’이다. 단백질 맛이 부족하다면 고기맛을 이루는 다른 한 축인 지방의 맛으로 승부를 보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마블링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식 체계를 받아들인 이유이며, 미국 최상등급인 prime보다도 훨씬 더 지방 함량이 높은 쇠고기를 생산하게 된 이유다. 고베규를 빼면 세계에서 가장 기름진 쇠고기가 바로 한우 아닌가. 고소하고 살살 녹는 한우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졌다.25)
<그림 2. 고베규 안심, 한우 꽃등심, 호주산 ribeye의 단면 - 앞의 셋은 마블링으로 유명한 소들인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마블링이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심지어 고베규는 등심도 아니고 안심이다! 맨 오른쪽은 호주산 블랙앵거스로, 곡물사료를 먹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매우 적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26)
한 가지 문제라면 충분한 지방을 근육 내에 쌓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우는 미국산을 비롯한 기타 소들보다 더 오래 키우는데27), 너무 젊은 소는 근육에 마블링이 잘 박히지 않는 탓이 크다. 다 자란 소를 바로 잡지 못하고, 크지도 않는 놈한테 꾸준히 사료를 더 먹여야 하니, g당 단가가 비쌀 수밖에. 결국 살살 녹는 한우 꽃등심은 그 많은 사료를 (즉 돈을!) 소에게 바쳐서 얻어낸 고기다.
* 그렇다면 진짜 고기소는?
세계에서 g당 단가가 제일 세다는 고베규도 따지고 보면 일소다. 개항 전까지만 해도 불교를 숭상하여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던 나라가 일본이 아니던가. 젖소가 맛있기는 어렵지만 일소가 맛있는 경우는 꽤나 있는데, 한우와 와규가 좋은 예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단백질 맛’만을 놓고 본다면 진짜 고기소를 당하기 어려운데, 외국 특히 유럽 원산의 고기소들은 매우 진한 맛과 향을 보여준다.
기름진 소로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이 와규라면, 고기 맛이 뛰어난 것으로 훨씬 전부터 이름이 나 있는 녀석이 있으니 이 친구가 바로 블랙 앵거스다. 서구권에서라면 공식 등급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블랙 앵거스’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최상등급 프리미엄 쇠고기 대접을 받는, 왕후장상 따위가 아니라 황제의 혈통을 타고난 녀석이다.28)
원조인 영국산은 광우병 이슈로 인해 수입이 불가하고29), 호주산이나 북미산 블랙 앵거스라면 수입이 가능할텐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영국산과 북미산을 모두 현지 마트에서 구해 직접 구워 맛을 보았는데, 실제로 한우나 다른 품종의 쇠고기보다 맛과 향이 더 진하고 깊다. 두껍게 썰어 스테이크로 먹는다면 최고의 품종이라 부르기에 지나침이 없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 풀을 먹여 키우므로 지방질이 적어, 고소하고 녹진한 기름 맛을 원한다면 절대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림 3. 와규와 블랙 앵거스> 각각 기름 맛으로 먹는 소, 고기 맛으로 먹는 소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둘 다 검은 것은 우연의 일치다. 붉은 것이 세 배 빠를지는 몰라도, 검은 것이 세 배 맛있지는 않다.
소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으니, 이제 돼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삼겹살에 소주는 예전부터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단골메뉴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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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4)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사육두수가 많은 순서대로 닭
(21,409,683,000), 오리
(1,131,984,000), 소
(1,474,526,581), 양
(1,195,624,523), 염소
(1,011,251,833), 돼지
(985,673,301) 등이 있다
. (단위 마리
, 2014년 세계 총 사육두수,
) 이하의 논의에서는
‘한국식 구이
’의 주요 대상이 되는 소와 돼지로 논의의 주제를 국한하고자 한다
.
15)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 寧有種乎). 최충헌의 노비였던 만적이 일으킨 신분해방운동의 구호로 유명하며, 표현의 원조를 따지자면 중국 진나라 말 진승과 오광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 중국에서 양고기는 양육(羊肉), 쇠고기는 우육(牛肉)이라 부르지만, 돼지고기는 그냥 육(肉)이다.
17) 흔히 젖소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것이 홀스타인이다. 젖의 생산량이 많기로 유명하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젖소로 애용된다. 맛이 진한 것으로 알려진 저지 종은 젖의 생산량이 홀스타인보다는 적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키우지 않았다. 저지 종은 최근 들어 시범적으로 들여온 것이 전부이므로, 아직까지 한국 젖소는 홀스타인 100%라고 봐도 무방하다.
18) 세종조에 물소 수입을 논의한 기록이 있으며 (세종 11년 12월 9일 신사 1번째기사), 세조대에 이르러 유구국에서 물소를 구해 웅천에서 기르다 창덕궁 후원으로 옮겨 기르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세조 8년 4월 13일 무인 1번째기사). 그런데 딱히 쓸모는 없었는지, 섬에 내다버렸다는 기록이 중종 때에 나온다 (중종 4년 7월 20일 경술 7번째기사).
19) 조선인이 소를 고를 때 선호했던 색깔의 순서는 상반신 갈색+하반신 흑색, 담갈색+말단부 흑색, 흑색+등선 갈색, 전신 갈색, 전신 흑색, 얼룩무늬, 이마에 별모양 흰털, 아랫배에 흰 반점, 회색 순이었다고 전해진다.
권업모범장, 『축산연구 사업보고서』, 1권(1906-1915), pp.253-254
20) 근대화라는 표현이 거북하다면, ‘서구화, 계량화, 관료적 중앙 통제의 강화, 효율적 대량 생산을 위한 획일적 개량’ 등으로 문맥에 따라 고쳐 읽기 바란다. 본 문장에서는 맨 뒤의 의미가 강하다. 수탈을 위해서이기는 하나, 괄호 안에 나열한 일들이 그 시기에 일어났던 것만은 사실이다.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려는 작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단어인지라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길게 주를 달았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근대화’는 절대선이 아니다.
21) 두고두고 쓰일 농가의 중요한 일손을 당장 고기 맛을 보자고 잡아먹는 것은 안 될 일이라는 것이 주된 논리였는데, 소의 다리를 부러뜨려 일을 못 하게 만든 뒤 도살 허가를 얻어내거나, 그냥 몰래, 혹은 제사를 빌미로 대놓고 잡아먹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22) 1912년 경상도지역의 통계를 보면, 적갈색이 77.8%, 흑갈색이 10.3%, 흑색에 흰 반점은 10.1%, 호피무늬 칡소는 2.6%를 차지하고 있다. 권업모범장, 『축산연구 사업보고서』, 1권(1906-1915), p.112
23) 타키오 에이지, 『일본제국주의·천황제하의 조선우 통제 관리』. 이선아, 『19세기 개화파의 농서 간행과 보급의 의의』, 농업사연구, 2009에서 재인용
24) 물론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내장은 풀을 먹인 소의 것이 낫다는 주장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한우는 거의 대부분 사료를 먹인다. 한우가 국거리로 최고라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는 어려우나, 경험상 한우만큼 진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국물맛을 내는 소는 없었다. 높은 지방 함량과 수용성 단백질의 성분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해당 연구를 기대해 본다.
25) 쇠고기 등급제가 시작된 것이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을 앞둔 시점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도체등급제는 1992년 시범 도입, 1994년 정식 도입. UR 타결은 95년) 이 정책이 수입육과 한우의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나왔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관태, 『소도체 등급기준보완(안) 개발 현황』, 축산식품과학과 산업, 2016
26) 사진출처: Amazon, LocoSteaks; 예산한우; FoodGloriousFood
27) 한우는 (등급이 높은 경우라면 더더욱) 30개월 이상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산은 대부분 24개월 이내에 도축한다. 한우의 경우 ‘사료값이 빠지는’ 시점은 29개월까지로, 그 이상 소를 먹이는 것은 몸집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지방을 늘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이다. ibid.
28) Certified Angus 상표와 혼동하지 말자. 앵거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고급품이 블랙 앵거스이다. Certified Angus 마크는 Prime~Top Choice 등급에 해당하는 앵거스 쇠고기 (블랙이건 레드건 상관없음)에 붙일 수 있다.
29) 광우병 하면 미국산을 흔히 떠올리지만, 영국이 원조다. 실제로 광우병으로 사람이 떼죽음을 당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그 이후 육골분 사료를 금지하고 대대적인 살처분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조치 덕분에 새로 환자가 발병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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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달 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