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섬뜩할 수도 있는 이야기
2013년에 폴란드에서 우연히 버려진 소련 핵벙커가 발견됨.
핵무기를 보관하던 벙커였는데, 무기는 사라져서 텅 빈 상태였음.
벙커란 이름 그대로 완벽하게 밖이랑 격리된 상태였고 당연히 아무도 안에 없어야 했는데, 벙커를 열어본 사람들은 기겁함.
가로 3m, 높이 2m의 벙커가 빈틈없이 바글거리는 개미로 가득 차 있었음
숫자를 세보니 100만 마리도 넘는 숫자였다. 빈집에 개미 들어가는 거야 흔한 일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존나 이상한 일이었음.
핵벙커란 말이야 존나 두껍단 말이야
콘크리트 두께만 1m가 넘었는데 이걸 개미가 뚫고 들어온다는 건 말이 안 됨. 게다가 지하 벙커라 온도도 개미가 활동하기엔 지나치게 낮아서 일부러 들어올 이유도 없음.
근데도 아무도 열어본 적이 없는, 최소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격리된 공간에서 개미 수백만 마리가 살아있던 거임
뭔가 이상했지
좀 더 조사해보니까 더더욱 이상한게 발견됐는데, 벙커 안의 개미들은 모조리 불임인 일개미들이었음
즉 여왕개미는 커녕 애벌레 한 마리 없었다는 거지
근데도 벙커 안의 개미들 숫자는 자꾸 늘어나는 거임 전부 고자년들인데 말이지
가장 이상한건 벙커 안에는 개미 밖에 없다는 거임. 달리 말하면, 개미가 먹을 것도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음
즉 개미들은 빛 하나 없이 어둡고, 외부랑 완전히 격리된 추운 곳에서, 수 년동안을 고립된 상태로 멀쩡하게 살아서 수백만 마리가 되었다는 건데
뭔가 이상했다
연구가 이뤄진 끝에 개미들이 어디로 들어왔는지는 밝혀졌음
길이 5m짜리 환풍용 파이프가 천장에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개미집이 바로 이 파이프 위에 지어졌던 거지. 그래서 운 없는 개미들이 자주 이 파이프를 통해 벙커 안으로 떨어졌던 거임. 이러면 여왕개미도 없는데 숫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그럼 밀폐된게 아닌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텐데 개미가 벽을 탈 수 있다곤 해도 5m를 기어올라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임. 결국 벙커 안으로 떨어질 순 있어도 올라갈 순 없으니 격리된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개미가 어떻게 들어왔는진 밝혀졌어도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음.
이 의문이 풀린건 개미들이 벙커 한 쪽에 몰아넣은 개미 시체 숫자들을 세어봤을 때 풀린다
벙커 안에 살아있는 개미는 백만 마리, 그리고 죽은 개미는 200만 마리였음. 그리고 모든 죽은 개미들에게는 같은 개미 주둥이에 뚫려서 생긴 치명상과 내부를 빨아먹은 흔적이 남아있었음.
벙커 안에는 개미들 자신을 빼면 먹을 건 하나도 없었음. 달리 말하면 개미들 자신은 먹을 수 있었던 거다
벙커 안에 떨어진 개미 300만 마리가 서로 내전을 벌여서 3분의 2를 죽이고 잡아먹으면서 수십년을 살아왔던 거임
그리고 위에서는 계속 둥지에서 떨어진 신선한 먹이들이 내려오고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개미들의 동족살육이 이어졌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최소 년단위임.
근데 사람으로 생각해보면 존나 섬뜩하지 않음? 도시 지하 밑에 식인귀들의 던전이 생긴 거잖어
환풍기를 통해서 나무 막대를 꼽아서 지금은 위쪽의 둥지랑 연결통로가 생긴 상태임
갇힌 개미들이 완전히 동족식에 맛을 들였을까봐 일단 100마리만 선발대로 둥지로 귀환시켜봤는데,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고 함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추운 장소에서 수년동안 고립되서 식인만 한다고 생각하니 좀 오싹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