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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10 16:24:08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은 시대에
비명은 Sex on the beach의 음악에 묻히고 사람들은 춤을 춘다. 안다. 그러지 않았던 이들이 훨씬 많고, 일면식 없는 타인을 구하지 위해 위험을 무릅쓴 영웅들도 있었다는걸. 하지만 그 기괴한 장면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반복재생된다. 무언가 끊어진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각자도생이란 말은 조선왕조실록에 4번에 걸처 나오는데, 각각 왜란과 호란과 기근과 난파의 배경에서 등장한다. 2022년 우린 전란과 흉년과 풍랑을 겪지 않지만 각자도생한다. 한국인은 서로에게 외적이자 병충해고 풍파이니.

생은 곧 삶을 말한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삶이라 우리가 공유하는 땅은 비좁기만 하다. 무신과 물신의 때라 도덕은 외부에 실재하지 않는다. 신의 음성과 성현의 가르침과 마음 속 삼각형은 없다. 도덕은 단지 상호주의적인 약속과 계약으로만 남았다.

내가 아는 건 나는 나의 고통이 싫고 행복이 좋다는 것뿐이다. 너 역시도 그러할까? 나는 너를 모르나 너는 그렇다고 말한다.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과 행복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미심쩍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사회계약이란 이름이다.

허나 현실의 난 사회계약을 맺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아않은 계약이 날 구속할 수는 없다. 무지의 베일 속의 나와는 달리 현실의 나는 힘이 쎄다. 사회적 보험은 불편하고 정부는 내 자산을 뜯어가는 강도다. 나는 너에게 쉽게 고통을 줄 수 있지만 너는 그러기 어렵다. 보편적 정의보단 개별적 이득이 나를 움직인다.

"난 그런 계약은 맺지 않았다"는 사람에게 손가락질은 무의미할뿐더러 부당하다. 준엄한 도덕적 질타는 공허하고 다만 우스꽝스럽다. 난 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상황이 온다한들 난 내 힘으로 발버둥칠테고 힘이 빠지면 그냥 죽겠다. 그 때 니가 나를 비웃는다하여도 감내하겠다. 그러니 지금 나는 너에게 조소한다.

비극은 당신에게 찾아왔다. 나는 나에게 그 비극이 찾아오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문득 불안하다. 내 비극의 방문은 다만 늦어진 것만은 아닐까. 너의 허물을 찾아 비극이 너에게로 와야만 했던 이유를 발견하고 발명한다. 너의 비극은 오롯이 너의 탓이니 나는 그걸 조롱하련다.

이런 '나'는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유령일까. 이 유령의 배회는 얼마나 길고 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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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들레
22/11/10 16:49
수정 아이콘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느끼는건 뉴스나 sns는 나쁜 사건사고들만 크게 전파되기 때문이죠. 세계는 유래없는 평화롭고 행복한 시대이며 점점 더 그렇게 될것입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2/11/10 16:52
수정 아이콘
흠 정말 서로 뭉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면 그건 정말 심각한거겠죠...
각자도생할 수 있다 말할 수 있는게 여유있는거일수도...
상록일기
22/11/10 17:04
수정 아이콘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신뢰가 디커플링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객관적 지수들은 나아지는데 사회적 신뢰를 조사한 걸 보면 바닥이네요.
눈물고기
22/11/10 21:10
수정 아이콘
세계가 유래없이 평화로운 시대라는거 조차 매스컴이 만든 착각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하고있고,
중국은 대만을 치니마니 하면서 3차 대전이 일어날 위기이며,
중동은 항상 위태로운데, 진정 평화로운걸까요...
이민들레
22/11/10 21:45
수정 아이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나 세계빈곤층의 비율등등 매스컴에서 말하지 않는 수많은 데이터와 팩트는 그러합니다.
abc초콜릿
22/11/11 10:18
수정 아이콘
80년대만 해도 미국과 소련의 미사일 수만발이 상대방의 군사요충지, 주요 도시를 겨냥하고 폭격기가 교대 돌면서 24시간 비통상탄두를 싣고서 상대방 영공 근처에서 비상대기 하고 유럽에서 극동까지의 땅에서는 양쪽에서 수백만이 상대방 쪽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전세계 모든 바다에서는 핵미사일을 실은 잠수함이 숨박꼭질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3일 안에 인류의 80% 이상이 사멸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미 초토화 되어 방사능에 쩔은 적국의 영토를 점령하겠답시고 한시도 쉬지 않고 전쟁 준비 하던 시절이 냉전시대입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제3 세계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대리전이 벌어져서 수십 수백만씩 죽어나갔습니다.

일반인이 느끼기엔 그런 공포 위에서의 평화보다 떨거지들이 테러나 벌이며 직접 다가오는 게 더 크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최소한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제외하면 20세기 내내 당장 내일 세계대전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전 인류가 칼날 위에서 춤추는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이 할 수 있는 수준은 20세기의 동맹국, 추축국, 공산진영이 할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죠
NSpire CX II
22/11/10 16: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번에 비슷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사회적 신뢰가 보험이라면 누군가는 보험금을 타가는 동안 자신은 보험금을 못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째서 사회적 신뢰라는 보험에 보험금을 납부하지 않느냐고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덥디다. 먼저 계약을 깬 쪽은 사회일 수도 있다는 거죠.
상록일기
22/11/10 17:0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최소사회의 성립이 안전에 대한 보장해서 가능했다 설명하는 로버트 노직에 대해 '그 안전을 스스로 획득 가능한 자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이유가 있는가'란 반론은 여전히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22/11/10 17:21
수정 아이콘
사회가 없이 안전을 스스로 확보하는건 거의 불가능 합니다.

개인의 물리력을 압도할수있는 수단이 넘쳐나고, 1차생산자가 아닌 개인이 대부분인 상황이라 사회가 없다면 생존부터 불가능합니다....
척척석사
22/11/10 17:3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상황 같은건데 전시상황이 되고 만약 무법지대가 된다면 사무직 아저씨들(저포함) 의 많은 수가 일단 야가다형들한테 뚜드려맞고 음식 다뺏기고 시작할거같아서 좀 쫄립니다.
jjohny=쿠마
22/11/10 17:48
수정 아이콘
사회와 무관하게 안전을 스스로 획득 가능한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저는 단 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22/11/10 18:58
수정 아이콘
요즘 인권이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시대여서 이런 관점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을때 슬퍼해줘야하는 이유는, 내가 죽을때 누군가도 슬퍼해줄 사회적 체면을 위해서 입니다. 당장 다른 지인 장례식에 가지 않으면 부조금이 말라비틀어질 것은 자신의 장례식이니까요. 누군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막연하게 한국인이고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댓글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는 이유는,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놔야지 제가 객사당했을때 누군가는 댓글에 '삼가고인의...'를 적어줄 것이니까요. 이것이 죽음 앞에서 쫄리는 사람들이 형성하는 하나의 연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사와 장례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하는 집안의 사람이 전근대 집단에서 양반취급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죽음이 개죽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예의를 차리게 만들어줍니다. 인권이 사라지면 박살날 장례식은 자기 자신의 장례식인데말이죠.

근데 이런 이야기는 요즘 21세기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뜬 구름을 가진 이야기죠. 정인이 사건, 세모녀 사건... 사람들이 이제 갈수록 생각하기를 '누군가는 오지랖 넘치게 그리워해주겠지'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별걸다 걱정해주는 온정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라고 이어집니다. 정말 슬퍼해야하는 일이고, 죽음에 경중은 없다지만, 오히려 경중이 없기에 '너는 무슨 정치적인 저의를 가지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냐'라고 공격하는게 쿨한 세상이 와버렸어요. 사람이 죽은 것 그 자체로 슬퍼하지 않고 알파가 항상 붙는 세상에서, 알파없이 추모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속 큰 베타를 가지고 추악하게 달려드냐 섀도복싱이 판칩니다. 대중정치가 기괴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일랜드인이 무더기로 굶어죽어도 '경제 자유주의'의 원칙에 따라서 영국 자유당은 부조를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들 참가하고 쳐다보는 대중정치에서 'A당은 슬퍼했으니, 나는 B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슬퍼할 수 없다'라고 소시민들이 각자 밝히죠.

어쩌면 인간은 마침내 집단으로서 죽음 하나가 슬플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침내 초월하고 만것 같습니다.
유자향커피
22/11/21 14:21
수정 아이콘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접때 유행했었죠?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집단이 아직도 시퍼렇게 실존하기에 사람들이 순수한 죽음도 의심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이게 '참사 포르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사 포르노는 작동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저번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아 보이긴 하네요.
22/12/08 02:06
수정 아이콘
저는 '포르노'라는 단어가 이번 사태에 쓰이는 것이 상당히 부당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유자향커피님과는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적어주신 내용하고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먼저 적은 댓글 역시 '정치적인 이용'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고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성행위'라는게 뭐 우리 유교주의 한국에서는 조금 다르게 인식되긴 합니다만, 아무튼 인간의 본연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성이 '포르노'가 되는 이유는 그걸 누군가가 자르고 이어붙여서 '팔아먹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더 자극적으로, 더 보고싶은걸 과장해서, 그렇죠?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독, 각본, 큐! 해서 만들어진게 세월호도 아니었고 이번 이태원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사건이 일어나자 바로 또 일련의 '사단'이 움직이면서 이런저런 프레임을 잡아보려고 했던 것까지 제가 무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노'라고 말씀해주신 것일테고 저도 십분 공감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사건들에게 '포르노'라는 단어를 쓰는게 두려워져서 쓰기 싫어집니다. 저 혼자서 이런 흐름을 뒤바꿀수는 없겠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슬픈일이 정치적으로 가공될 수 있으며, 그 가공의 맥락에서 인류애고, 인권이고, 슬픔이고 전부 취사선택될 수 있다는 진짜 무슨 괴물딱지 같은걸 존재를 인정하는 느낌이랄까요? 공동체주의는 없는데 집단주의는 있는 기괴한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닉넴바꾸기좋은날
22/11/10 17:28
수정 아이콘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것 - 곧, 세계화와 분업화 - 는 두려움을 낳습니다.
코로나는 온 세계로 흩어다니고, 미국의 금리인상은 나의 발목을 잡아댕기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가 먹는 빵값을 확 뛰게 하고, OPEC으로 인해 튀어오른 석유값은 내 지갑을 흔들고.
무겁고 무서운 연쇄의 족쇄는 개개인의 삶을 요동치게하죠.
벗어날 수 있다면 벗어나고 싶지 않을까요?
내 스스로 서있넌 것이 아닌, 세계의 오만 것들이 나를 흔드는 세상을 말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22/11/10 17:33
수정 아이콘
사회계약을 온전히 거부하고 비르타월, 시가포켓, 공해상에 나가서 완전독자생존을 하는게 아니라면 말씀하신 접근은 그냥 체리피킹을 하고 싶다는 견해가 됩니다.

비용부담을 거부하고 사회가 제공하는 권리들을 향유하길 원하는 양상이야 각자도생 같은 말로 표헌하지 않아도 고래로 유구히 관찰되어 온 일이고요.....
레드빠돌이
22/11/10 17:59
수정 아이콘
이 나라가 산자가 아닌 죽은자들의 나라가 되어가는게 더 안타깝습니다.
죽어야 영웅이 되고 희생자가 되나요?
전 이태원 사고에서 죽은 사람보다 바로 옆에서 그 사람들이 죽어가는걸 지켜본 산 사람들의 앞날이 더 걱정됩니다.
그 수많은 사고들에서 이 사회가 한번이라도 산자들에 대해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적이 있나요?
죽은 사람 네 불쌍하죠..미안하지만 산사람이 먼저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22/11/10 18:0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접근은 산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도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데 산 사람을 신경쓸리가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레드빠돌이
22/11/10 18:14
수정 아이콘
산 사람을 신경쓰는게 왜 산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을 뒤로 미루는건거요?
산 사람의 삶을 올바르게 만드는게 어떻게 산 사람의 죽어나가는 일을 미루게 되는건거요?
소독용 에탄올
22/11/10 19:28
수정 아이콘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죽는일에 대한 언급이니까요.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이 죽어서 생기는거지 '죽은사람'으로 세상에 나타나는게 아닙니다.
사망하는 과정은 산 사람이 죽는 일이고요.

참사과정에서 발생기제, 구조적인 문제 같은 부분이 주목받는건 죽은사람에 대한 관심이 아닙니다.
산 사람이 죽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를 유지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죠.
산 사람이 죽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우선순위가 낮다면, 산 사람의 삶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jjohny=쿠마
22/11/10 18: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더불어, 참사의 목격자, 생존자 등에 대한 걱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적극 공감하며,
트라우마 치료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미 있습니다. 이런 논의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네요.
레드빠돌이
22/11/10 18:15
수정 아이콘
죽은자들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자가 아니죠.
죽어야만 영웅이고 희생자인게 아니란 말입니다.
jjohny=쿠마
22/11/10 18: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번에 죽은 분들을 영웅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나요? 영웅 얘기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죽어야만 희생자인 것도 당연히 아니죠. 다만 사망자가 많은 참사에서 죽은 자들에 대한 걱정이 가장 주를 이루는 것은, 산 자들이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보다 더 중요해서라든가, 죽은 자들의 나라가 되어 가기 때문이 아니고요.
레드빠돌이
22/11/10 19:12
수정 아이콘
산자의 포인트가 다르신거 같은데 제가 말한 산자는 사고로 부터 살아나온 사람들을 이야기 한겁니다.
이 땅의 모든 산자가 아니구요.
우리가 어떤 사고를 접할때 사망자가 나온 사고와 없는 사고를 동일하게 봅니까?
지금도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그 사람들에게 spc 때 만큼 관심을 가져주나요?
코레일의 사고도 그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뻔한 위기를 넘겼겠죠 아마 이번 사고로 죽은 사람이 생기지도 않았다면 코레일의 문제를 알고 있을까요?

죽어야만 알려지고 관심받는게 죽은자의 나라가 아니고 뭐죠?
jjohny=쿠마
22/11/10 19:15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레드빠돌이님은 '사고 이후 걱정이 필요한 산자'의 범위를 '사고로부터 살아나온 사람들'에 한정해서 말씀하셨지만,
'사고 이후 걱정이 필요한 산자'에는, 레드빠돌이님이 말씀하신 [사고로부터 살아나온 사람들] 외에도, [유가족 등 다른 산자들]도 포함된다는 얘기입니다.

[죽은 사람 네 불쌍하죠..미안하지만 산사람이 먼저입니다.] -> 결국, 산 사람을 걱정하는 거라고요.
레드빠돌이
22/11/10 19:20
수정 아이콘
서울시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서울시민도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말씀하시니 저와 산자에 대한 포인트가 다르다는겁니다.
본 댓글에서 산자가 아니라 살아남은자로 표현했어야 했네요
jjohny=쿠마
22/11/10 19: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와 레드빠돌이 님 사이에 포인트가 다른 게 아니고요,
레드빠돌이님께서 사회 통념과 다른 포인트를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보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애도가 뒤따르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보다 죽은 자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고,
다친 것보다는 사망이 상대적으로 더 큰 비극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며,
그 비극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유가족 등 또 다른 산 자들에 대한 위로와 케어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죽은 자들에 대한 애도와 관심 역시도 결국 또 다른 산 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의 품과 관심의 여유 분량이 더 넉넉해져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jjohny=쿠마
22/11/10 18: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더불어, 참사 생존자, 목격자 등에 대한 걱정도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물론 적극 공감합니다. 트라우마 치료 등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들이 있습니다. 이런 논의가 잘 맺어지면 좋겠네요.

https://youtu.be/KfcQfBxWxF0
-안군-
22/11/10 18:26
수정 아이콘
좀만 지나면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 사람은 살아야지" 나오겠죠.
이 나라가 지금 전쟁중인것도 아니고...
키작은나무
22/11/10 18:27
수정 아이콘
제목부터 참 슬프네요.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결국 나를 위로하고 기꺼이 진창에서 슬퍼해줄 수 있는건 가족뿐이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가족들의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길 기도합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2/11/10 21:23
수정 아이콘
글쓴이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절망적인 어조에 갇히는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재난의 경험은, 그것이 인재일지라도, 언제나 개인적 위기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생존본능에 입각한 개인의 이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과 사회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기존의 안이한 인식을 반성하고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대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희생자와 그 유족을 어떻게 위로하고, 같이 애도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회적 고민과 사고의 구체적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뿐만 아니라, 사고당시 그 현장에서, 혹은 그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았던 사람들 사이에 나타났던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죠.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를 막는 건 지금 우리가 하는 실천에 달려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어떤 신문기사에 소개된 한 스페인 교환학생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깊게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사고 다음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처럼 학교수업이 진행되고 교수님도 휴강하지 않는 걸 보면서 한국사회가 매우 차갑게 느껴졌다.'
22/11/10 22:33
수정 아이콘
삶이 팍팍하니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산율도 0.7을 향해 달려가는데 전세계 유일하죠.
객관적 지표들은 훌륭하고 살만한 나라이나 개개인이 느끼는 건 전쟁인 것 같습니다.
22/11/11 00: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비명은 Sex on the beach의 음악에 묻히고 사람들은 춤을 춘다."

그 기괴한 장면은 정말 계속 생각나고, 무언가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인류애가 없어진 느낌도 듭니다.
저는 해당 장면도, 잔혹했던 사건 현장도, 이후 사람들을 돕던 구조대원과 경찰, 일반인들의 모습도, 모두 뉴스를 통해 우리들이 동시에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너의 죽음은 아직 충분히 애통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본 그런 사건 현장의 죽음을 사각지대로 미처 못 본 이들이,
흐린 정신 속에 사람이 너무나도 붐비는 현장에 구급차가 출동한 것을 보고는,
평소 수년전 할로윈이 그랬듯 술먹다 거리에 쓰러져 자던 사람들을 위해 출동한 것으로 알고 별거 아닌 듯 춤을 추며 떼창을 불렀고,
다음날 일어나 뉴스를 보며 그날 춤추고 노래부르던걸 많이 후회하고, 그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곳에서 일어난 죽음들을 애통하게 느꼈을거라 생각하렵니다.
투전승불
22/11/11 00:41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벌레들이 설치고 다니기 쉬운 환경이 되었고 이를 부채질 하는 세력이 당당하게 활동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거죠.
22/11/11 10:19
수정 아이콘
시대가 뭐 어떻게 되었다기보단 우리 눈높이가 바뀐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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