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06 13:27:47
Name 닉언급금지
Subject [일반] 영화 때문에 사귀고, 영화 때문에 헤어진 이야기
맨데이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네, 한국 인터넷에서 망작/괴작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바로 그 영화요.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지만 차마 이 영화를 욕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 덕에 처음으로 여자사람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생겼었거든요.
영화 감독이 했던 인터뷰 중에 순복음교회 목사님과 상담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직은 그냥 여자사람친구였던 친구가 어느날 뜬금없이 저한테 시간이 있냐며 묻습니다.
마당발인 저라서 그나마 인사나 하고 다니는 정도의 친분만 있었는데
말을 걸더라구요.
대학 때 영화 비평 동아리를 빙자한 영화 감상회 및 술먹기 그룹의 멤버로 '맹활약(?)'을 하던 저인지라
혹시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데 같이 보러 가주지 않겠냐고 묻더라구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 큰목사님께서 영화 감독과 상담을 해주셨다고 은총받은 영화라고 말씀하셨다고...
하... 이때 눈치 챘어야했는데
그때는 공짜 영화라는 말에 혹해서 ok! 그럼 영화 보고 밥은 내가 사줄께라고 하고 약속을 정했습니다.

아참 중요한 여자사람친구의 외모를 말 안했네요. 전형적인 교회누나 스타일인데 단발...이었습니다.
괴담 아닌 괴담으로 대시하던 선배가 술자리에서 여차저차해서 1루 터치까지는 성공했는데 1루 터치하니까
'저는 이런 걸로는 흥분 안해요.'라고 말해버러셔 선배가 얼어버렸다...라고 선배가 무용담처럼 떠들던 애였는데
그래도 길가다 보면 키크고 시원시원하게 길쭉길쭉해 보이는 애였죠.

결국 영화를 같이 봤습니다.
영화는 뭐 익히 알려진데로 아니 왜? 어째서? 뭐하는 거지? 저게 뭐야? 이런 이미지의 중구난방식의 나열인데
그나마도 의미가 없... 남주인공 배우는 못하는 연기는 아닌데 맨날 인상만 죽어라고 쓰고 개후까시나 잡고 있고
영화보는 내내 극장에서 나가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영화시작 10분후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극장 내에서도 그나마 없는 사람들이 영화 보면서 얼척없어하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질 정도...
이런 반응은 김희선 씨 나오는 영화인 귀천도 때에나 봤던 건데...

여튼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왔더니 그 여자사람친구가 몹시 미안해하더라구요.
그래서 밥은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 걸 처음 말한 게 있으니 오늘 저녁은 제가 사고 다음에 학교에서 커피나 한 잔 사달라고 했죠
뭐 그다음에는 여차저차이러쿵저러쿵얼쑤덜쑤하고보니... 여친이 되어있...
나중에 헤어진 뒤에 복학하고 나서 졸업생인 여자사람친구한테 그 때 왜 나랑 사귀었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맨데이트 보게 한 게 미안해서였다고... 확언을 들었... 크흡...

전 그래서 망작이니 뭐니해도 맨데이트 포스터 볼 때마다 절 한 번씩 합니다.

자, 이제 사귄 이야기는 했으니 헤어진 이야기
간단합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고 취미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좋고 떨어져있으면 생각나고
좋은 거 보면 같이하고 싶고 재밌는 것 보면 같이 웃고 싶고 뭐 그랬던 사람
암튼 여자친구가 제가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자기 취향 아닌 영화도 저랑 종종 보러 가주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가 '기담'
네, 그 엄마귀신 나오는 그 영화요. 영화는 뭐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정도가...
정말 와, 공포영화...딱 이런 느낌
그런데 영화를 보고 헤어진 뒤부터 여친이 저를 만나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합니다.
전화통화는 살갑게 하는데 만나면 가끔 흠칫흠칫 놀랩니다.
그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그래서 물어봤죠. 무슨 일이냐고...
여자친구 말인 즉슨 절 볼 때마다 같이 봤던 영화 '기담'이 생각난다고 그래서 절 볼 때마다 밤에 악몽 꾼다고...
자기도 아직도 절 좋아하기는 하는데 영화가 같이 생각나서 무섭다고
같이 영화보러 극장가려고도 해봤는데 공황발작 비슷하게 와버리더군요.
저혈당쇼크마냥 순식간에 애가 차게 식으면서 새하얘지면서 의식을 잃는데 정말 보면서도 겁이 날 정도였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기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공포영화로서도 추천해줄 만한 영화구요.
하지만 저는 그 이후로 기담을 다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맨데이트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及時雨
22/08/06 13:46
수정 아이콘
기담 무섭죠 근데 그걸로 헤어지시다니 흑흑
Janzisuka
22/08/06 14:12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공포영화만 보면 제 생각이 난데요...
궁녀라는 영화 5분 만에 귀신 나오자마자 당당하게 영화관에서 나가는 모습에 아직까지 웃기다고 ㅠㅠ 귀신은 무섭잖아.....슬레셔도 다 보는데 귀신은 좀...
22/08/06 14:16
수정 아이콘
맨데이트는 다시 보셨습니까
엘든링
22/08/06 15:28
수정 아이콘
이제 이 연애담이 영화로 나오면 완벽할듯
호머심슨
22/08/06 15:29
수정 아이콘
헤어진 경위는 조금 아리송하네요
22/08/06 16:12
수정 아이콘
하.. 그러니까 영화를 같이 보는것만으로도 사귈수 있는거군요... 세상이 왜 나한테만 엄격하지..
22/08/07 10:43
수정 아이콘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네요. 연애 시뮬레이션 같아요. 무슨 영화를 보느냐로 사귀고 헤어지고.
바부야마
22/08/07 15:08
수정 아이콘
오오 기담 봐야겠네요.
태바리
22/08/08 10:38
수정 아이콘
중1, 초5인 우리 애들에게 여름방학 맞이 고전 공포영화 보여 주고 있는 중인데
사탄의 인형, 링을 보여 주었고 다음것을 주온, 오맨, 기담이 대기 중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나니 기담은 뺄까싶네요.
닉언급금지
22/08/08 10:52
수정 아이콘
라인업이 후덜덜하군요. 엑소시스트나 악마의 씨는 너무 예전 것들이려나요?
태바리
22/08/08 10:54
수정 아이콘
엑소시스트 추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254 [일반] 책 후기 - <지구 끝의 온실> [8] aDayInTheLife7652 22/08/08 7652 4
96252 [정치] 내가 윤석열 정권에 원했던 것 [233] 스토리북21705 22/08/08 21705 0
96251 [일반] 실제로 유용하지 않은 윈도우 단축키 Win + D 키 [22] Pika4810296 22/08/08 10296 6
96250 [정치] 윤석열 대통령, KSOI 여론조사 부정평가 70%대 돌파-리얼미터 지지율 30% 붕괴 [114] Davi4ever17379 22/08/08 17379 0
96249 [일반] 컴퓨터 파일 작업시 의외로 안 되는 기능 Pika487371 22/08/08 7371 3
96248 [일반] T-50/FA-50 이야기 3편 - (개발사2) 탐색 개발로 가는 길 [19] 가라한8505 22/08/08 8505 28
96247 [일반] 의사 간호사 협회 1인 시위 논란 [135] 달은다시차오른다18207 22/08/07 18207 16
96246 [정치] 칩4 선택의 기로에 놓였네요. 드디어. [109] 빼사스18339 22/08/07 18339 0
96245 [일반] [일상] 바람나오는 통풍 매트리스 후기 [17] VictoryFood13340 22/08/07 13340 4
96244 [일반] T-50/FA-50 이야기 2편 - 개발사1 [19] 가라한9275 22/08/07 9275 34
96243 [일반] 읽고 싶은 만화책 목록입니다. [32] 애플댄스7953 22/08/07 7953 0
96242 [일반] 잘차려놓은 비빔밥 한 상 - 넷플릭스 카터 [37] 닉언급금지10580 22/08/07 10580 7
96241 [일반] Wccftech 주인장 핫산. 그래픽카드 제조 준비 확인 [10] SAS Tony Parker 10239 22/08/06 10239 1
96239 [일반] [강스포일러]프레이- 돌아왔구나 프레데터! [13] 꿈꾸는드래곤7438 22/08/06 7438 4
96238 [일반] 의료비 관련 통계를 알고 싶습니다. [22] VictoryFood9531 22/08/06 9531 7
96236 [일반] 의사의 커리어 패스와 기피과 문제 [296] 붉은벽돌19784 22/08/06 19784 25
96235 [일반] 영화 때문에 사귀고, 영화 때문에 헤어진 이야기 [11] 닉언급금지10151 22/08/06 10151 16
96234 [정치] 이준석 파동과 보수진영의 세대교체 [54] 이그나티우스16115 22/08/06 16115 0
96233 [일반] 어제 달려본 소감+다이어트진행상황 (아무래도 우주전쟁님이 날 속인거 같아!) [19] Lord Be Goja10498 22/08/06 10498 21
96232 [일반] 늘 그렇듯 집에서 마시는 별거 없는 혼술 모음입니다.jpg [30] insane12480 22/08/06 12480 21
96231 [일반] [팝송] 테이트 맥 레이 새 앨범 "i used to think i could fly" 김치찌개4818 22/08/06 4818 0
96230 [정치] 가벼운 대통령실 홍보 관련 정치글 입니다. [112] 공사랑15488 22/08/06 15488 0
96229 [일반] [역사] 괴뢰국가 만주국의 최고 학부 건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들 [13] comet219004 22/08/05 9004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