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면심(麵心) - 냉면만 두 번째 이야기우선 이 글은 절대 개인적인 생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만을 담아냈습니다. 본 글로 절대 “냉면 업자”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냉면 업자”가 아니라 냉면 먹자입니다. 평어체 이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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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나의 만남은 그것이 담긴 뽄새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음식을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었다”라는 말의 다른 말이다.
선입견이란 말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편견(Prejudice)이고 구체적으론 말하면 내안에 먼저 들어와 성질머리 고약스레 터를 잡은 개나 줘야 될 고착된 개념이다.
요즘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란 고급스런 말도 사용한다. 이건 늙어 벽에다 뭘 칠하고 산다 해도 안 바뀐다.
저 새끼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찍어”라는 비호감의 편견, 또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친근과 호감유도 형의 지역 프랜차이즈 선동가 들이 쏟아 부어 세뇌시킨 것이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선입견이다. 우리들의 착한 심성은 동향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들의 선동에 기꺼이 세뇌를 당해준다. 때로는 별다른 이유 없이 평생을 기꺼이.
이해하기 쉬운 예도 많이 있다. 미국의 흑백 갈등, 이슬람내 종파간 갈등, 이슬람과 기독교 또는 유대교와의 갈등, 한국의 동서 그리고 남북 갈등 또는 좌빨과 토착왜구 갈등 등 물과 기름처럼 안 섞이는 상대와의 갈등 등이 있다. 뭔가를 보면 무조건 자기 생각의 틀 안에 넣고 본다. “법보다 주먹”처럼 이성적 판단 보다 먼저 흥분하며 튀어나오는 것이 선입견이다.
냉면 이야기 하나 하는데 멀리도 갔다. 그런데
냉면이라고 하는 민족적 예술품은 한국인이라면, 위에 말한 선입견 없이 봐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냉면에 대한 생각이 아주 가벼운 음식으로 보지만, 사실 그것은 접근성이 좋아서 이다. 편의점 생수처럼 구하기 쉽고 어디서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그렇다. 거기에 냉면을 보기를 아주 만만한 것이며 또한 고기를 구어 먹은 다음 후식으로나 먹는 별거 아니라는 등의 디저트 같은 선입견이 끼어있다.
그런데 냉면에 대한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맛은 차제하고 우선 냉면과 상견례를 시작해보자.
[그림 1.] 중구 주교동의 어느집 냉면이다. ₩14,000 원
[그림 2.] 초기 명동에서 종로로 옮겼다가 지금은 강남 등에 지점을 둔 체인점 냉면이다. ₩11,000 원(?)
[그림 3.] 을지로와 청계3가 공구상 부근의 냉면이다. ₩12,000 원
[그림 4.] 장충동 언덕길의 어느 집 냉면이다. ₩12,000 원. 별도 주문한 만두도 보인다.
이 모두 다 내가 국물 설거지 까지 마치고 나오는 냉면들이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사람을 볼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몸가짐, 언변, 필체 그리고 판단력을 본다고 한다.
또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누라하고 자동차는 꾸미기 나름이라고. 아직 냉면에는 젓가락도 대지 않았지만,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눈치를 챘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럼 영업중인 한일관의 비빔밥인 골동반을 보자.
[그림 5.] 한일관 골동반
뭔가 풍족하며 우아해 보이는 한상차림에 ₩13,000원이다. 우아한 그릇에 청홍황백흑 등의 다채로운 컬러의 화려함은 덤이다. 먹기 전부터 보는 것과 그 향기만으로도 "와우!!! 대접 받네"라는 기대감이 밀려온다.
일반적으로는 비빔밥이라고 한다.
[그림 6.]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요리의 한 축인 하동관의 곰탕이다. 푸짐하다. ₩12,000원이다.
[그림 7.] 냉면이라 명명된, 한국식이 아닌 외래종 냉면이다. 보통 ₩10,000 이하에 제공된다. 부산의 밀면 아버지가 한눈팔아 생긴 배다른 사촌간 같다.
이집들 모두는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춘하추동 골수팬인 손님이 꾸준할 수 가 있다.
그 맛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수치제어공정(Numerical Control Process)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선택된 특정 부분의 고기 몇 키로에 소금 일정량, 향신료의 종류와 수량, 일정한 끓이는 시간 등 자신의 레서피(Recipe-resəpi)와 공정에 맞추는 엄격한 품질관리 때문이리라.
냉면 장인인 그들이 꾸준히 해온 Routine한 일에 학술적 공정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뿐이지, 이미 그들은 이미 이것을 시행하고 있었다. 전세계 5대 공업국인 한국이 그 정도는 껌이지 뭘 그리 놀라나.
그런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 사진 중에서 위에서 첫 번째의 우래옥과 두 번째 업소인 한일관에는 상호에 면(麵-국수)이란 말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 두 집에는 냉면 이외에도 여러 가지 유명한 레거시 메뉴가 있다. 반면에 그 아래 두 사진의 집에는 옥호에 면이란 글자가 들어가 있다. 냉면 전문점이란 말이다.
그림만 살펴보면 냉면
전문점에서 오히려 냉면을 홀대하고 있다.
그럼 왜 우리의 냉면인지를 알아보자.
고려와 조선을 통하여, 한민족의 멋과 예술의 기본철학은
검이불루 화이부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이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리학을 도입한 조선조를 통하여 엄격히 유지 또는 강요되던 우리 민족의 미(美)에 대한 철학이다. 그런데 관련 지식이 일천하던 내가 한국의 예술의 정체성의 개념을 오랫동안 찾아 다녔지만, 이 검이불루 화이부치라는 것을 알기까지 여러해가 걸렸다.
99간짜리 대갓집 사가(私家)에도 단청의 금지, 관혼상제 등의 예식에도 화려함을 넣지 않토록 국법으로 강제하기도 했다. 물론 조선의 식문화에도 이 철학이 스며들어 절대로
그릇이 음식 보다 더 화려해서는 안된다는 철칙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간단히 말해 뚝배기 보다 장맛이란 말로 풀이된다. 화려한 그릇에 맛없는 음식이 상상이 되는가. 이것이 조선에 있어 백자나 뚝배기가 생활용기로 보편적 이였으며, 한국(조선시대)에 당나라의 당삼채나 왜(倭)의 아리타 이마리 가라쓰 도자기의 화려함이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대신 우리에겐 고려시대의 청자와 조선시대 순백의 백자와 달항아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끼리 얘기지만, 단색의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봉 이지만, 기술면만으로 자부하기엔 예술적으로 좀 단순하단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화려함은 쉽게 질린다. 그래서 오래 곁에 두고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은 한국의 담백한 예술품이 제격이다.
얼마 전 홍콩에서 접대를 받은 적이 있다. 나름 고급식당으로 보였는데 음식을 대하고 보니 접시와 그릇 등에 금이간 곳이 있는 반면에 이도 나가고 부실해 보였다. 그런데 음식 아래로 보이는 무늬는 격조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음식값을 보니 매우 비싼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묻기를 이집은 식기도 부실한데 왜 음식값은 비싸게 받는냐고 했더니, 오늘 서빙된 그 모든 그릇이 청나라 황실 자기라는 것이었다.
음식 값으론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황실자기에 황실 음식을 서비스하고 고관대작이 낼 수 있는 가격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릇이 깨져도 대체 수단이 없어 그대로 쓴다는 것이다. 내겐 좀 낫선 일이였지만 차이니즈(홍콩인)식의 내팔뚝 굵다라는 외국 손님에 대한 과시문화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것을 보고 그릇이 먼저인지 아니면 음식이 먼저인지 순간 헛갈렸다.
일본에는 면의 식감을 최대한 살린 사누키 우동, 차이나에는 진한 소고기 국물의 우육탕면이 보편적으로 내세우는 면요리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는 쌀국수가 있다. 그러나 일본과 차이나 등에는 차갑게 먹는 전통면은 없다.
요즘에 자주 보는 차이나의 “OO공정”라고 하는 역사 탈취처럼, 자기들에게도 차게 먹는 면요리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것은 한국의 전통적 지적재산의 침해이다. 냉면은 한국 고유의 독창적 예술품인 것이다. 유네스코에 세계 먹거리에도 문화유산 부문이 있다면 당당히 등록대상이다.
이처럼 한국인은 식문화에 있어서도 주변국과 확연히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보면 한국의 생활문화적 유산은 지난 수 천 년간 주변국과의 동화 보다는 구별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든 것(말·글·服·音·食·史·情)을 독자적으로 갖춘 민족은 전세계에 전혀 흔치 않다. 혹시 내가 모르는 국가가 있다면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이런 우수함이 겸비된 문화의 독특함이 한국인 자신을 지키고 발전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여주었다.
이젠 우리의 이런 독특함이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동네방네 온 소문이 나서 난리가 났다.
여기에 떡하니 우리의 냉면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장면과 호각세를 이루던 냉면 가격은 이제 냉면의 품위를 지켜줄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고 더도 덜도 아닌 달걀 반개와 편육 두 점의 전국 평준화가 이루어 졌다. ^^
한국음식 중에서 스토리를 입음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음식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비빔밥, 떡볶이와 부대찌게 등이다. 물론 그 이전에 김치나 불고기 잡채 등이 있지만. 이 대중적 음식들은 한국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다루어졌거나 입소문으로 자연스럽게 퍼진 것 들이다.
요즘은 많은 외국인들도 냉면을 접하고 있다. 냉면이 관광영역으로도 쨘! 하고 진출했다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화려함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냉면의 뽄세가 너무 검소하다. 음식 값은 비싼데 가성비가 약해 보인다는 말이다. 고객을 함부로 대해도 잘 팔린다고 너무 허술하게 대하는 것 같다. 그 집의 업력이 오래됐다고, 마니아들이 내공 없는 헛것을 대놓고 인터넷에 과장되게 많이 띄워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질소를 사니까 그 안에 과자를 넣어주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텐 그릇을 주문하니 냉면을 성의 없이 담아 내주더라는 것과 같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한자로는 동가홍상(同價紅裳)이고, 영어로는 “Other things being equal, choose the better one”이라는 말이다. 둘 다 같으면 당연히 좋은 것, 예쁜 것 그리고 더욱 많은 것을 택할 것이다.
이젠 우리가 이 위대한 미각 예술품인 냉면을 사랑하듯 냉면도 우리 매니아들을 더욱 자랑스럽게 대할 수 있도록 The Great Angel Hair Noodle로 만들어야 겠다;
- 예쁜 그릇에 담아 뽄세를 더욱 화려하게 꾸며주고,
- 감동적이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입혀주고,
- SideDish를 더욱 포함하여 서빙 품위를 높여주어야 될 것이다(가위 접근 금지).
냉면은 한국인이 발명한 식음(食飮)부문의 위대한 예술품의 하나로서 충분히 대우할만한 가치가 있다. 음악으로 비추어 본다면 한곡 싱글 앨범으로 빌리언 셀러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인 것이다.
이젠 무작정인 노포 보다는 냉면을 존중해주는 집을 존중해줘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존중된 냉면을 접함으로써 내가, 우리가 냉면으로 부터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Angel Hair Noodle is proud of you as mania, since you are very proud of Angel Hair Noodle.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
여러분 즐냉하세요 !
P.S. : 본문에 써놓은 음식 값이 때로는(수시로) 틀릴 수도 있음을 이해바랍니다.
우리들의 가족인 군인들도 냉면을 사랑합니다.
- 여... 여보세요? 거기 으레오기죠? 여기 냉면 한그륵만 배달.....
- 요새 여그 일회용 그륵 몬쓰그로해서 그짝 까지는 몬가는디 ... 워쪄 ... 걍 와서 뿔기전에 묵어.
We will, we will tongue you !!! by Freddie Mercury(1946~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