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02 22:36:45
Name 판을흔들어라
File #1 548f808affaa86d45a773dd592b3b13e.jpg (1.77 MB), Download : 68
Subject [일반] 전쟁영화 같지 않았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ATMOS) 리뷰



유명한 영화라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영화에 관심이 없던터라 보지 않았던 '지옥의 묵시록'을 보고 왔습니다.
코로나의 여파인 건지, 상암월드컵경기장이라는 입지 조건 때문인 건지, 저녁 7시에 3시간이나 영화를 볼 생각은 없는건지
영화관에는 저를 포함해 6명 밖에는 없었습니다.
제가 유게에 이 영화가 재개봉한다고 올렸을 때 댓글에 '광기'에 관한 영화라한 것을 보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스포 없는 후기

어려운 영화도 이해하며 볼 수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이해한다는 게 영화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넌 원래 그런 애구나' 같이 이해하는 겁니다.
3시간의 긴 상영시간을 견디려면 이해심은 있어야 하니까요. 살짝 지루할 수도 있는 요인이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일단 누가 이 영화를 뒤늦게라도 ATMOS 버전을 만들려고 했는지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헬리콥터를 표현하는데 ATMOS는 정말 최고입니다. 내가 현장에 있나라고 착각이 들만하죠. 전쟁터를 더 실감나게 해줍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무대도 전장터이기에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정말 보면서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광기라는 정글을 탐험하는 어드벤쳐 영화 느낌

"경계의 디즈니랜드를 탐험하는 신밧드의 모험"

웃기긴 하지만 제 한 줄 평입니다.








스포 조금 있는 후기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배제하고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랬습니다.
위에 있는 포스터를 잘못 봤었기에 영화 내내 대체 안소니 홉킨스는 언제 나오지 궁금해했습니다.
커츠 장군에 안소니 홉킨스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왠 뚱뚱한 대머리 아저씨가 나와서 실망했는데 그 아저씨가 말론 브란도라니....
그나저나 마틴 신은 정말 잘 생겼더라구요... 이 분도 제가 영화 보면서 마이클 더글라스랑 착각....
제일 웃긴 착각은 영화 플래툰과 착각해 그 유명한 손들고 벌 서 있는 장면이 언제 나오나 기다렸단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엔 폭격 요청하고 윌러드가 도망가다가 벌 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허무

베트남전의 특성 때문인지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중동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폭탄옷 입게 하고 자살 종용하는 것처럼 베트남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기에
어딘가에서 누가 갑자기 뻥하고 죽어서 깜짝 놀랄까봐 마음을 놓을 수 없더군요. 전쟁에 대한 간접체험 같았습니다.
특히 다친 어린 아이를 들고 오는 어머니에게도 설마 아기한테 수류탄 넣어놓고 저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전쟁은 지독했지요.
그래서인지 베트콩 마을 습격할 때 베트콩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거의 안 들었습니다.
보통 군인이라면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대피시키거나 떨어뜨리려 할텐데
민간인들을 방패삼아 민간인들 사이에 있는 베트콩을 보니 전혀.....
또 최근에 베트남 참족(참파국)에 대해 알게 되니 더 그런 경향이.....

제목에 전쟁영화 같지 않다고 했는데 이게 과연 반전영화일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포 후기

두 렁다리 기억하시나요? 그 지휘관도 없고 조명탄 터지며 다리를 사이에 두고 싸우던 곳
마침 영화를 보면서 신밧드의 모험을 타는 것처럼 배를 타고 여기저기 광기의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두 렁 다리 장면에서 디즈니랜드라는 대사가 나와서 정말 내 느낌대로 감독이 의도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들과 마왕을 무찌르러가는 흔한 판타지 클리셰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킬고어 중령은 정말 인상 깊더군요. 정말 전장터에 물들어서 언제 죽어도 상관없듯이 행동하는 것이 정말....
무능했다면 많은 영화들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유능하게 표현해서인지 정말 광기에 어울려 보였습니다.

커츠 대령은 솔직히 조금 실망했습니다. 초반 커츠 대령을 묘사하면서 제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자오곡 대책을 주장한 위연
나에겐 전쟁을 끝낼 대책이 있다. 알아주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라는 이미지를 받았는데
막상 캄보디아에 도착하자 보이는 건 그냥 부족 원장에 의미 모를 이야기만 해대는 사이비교주랄까요
사진기사가 대체 무얼 보고 감명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체가 널 부러져있는 걸 보면서 '적에게 공포를 아군에겐 자극을 주기 위한 거란걸 알겠지만 시체를 저리 방치하면 전염병 돌지 않나?'
라는 전쟁사 좀 본 티가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 걸로 전쟁 못 끝낼거 같은데 폼만 되게 잡네'라는 느낌.

프랑스 농장은 뭘까요?
쉬어가는 느낌? 정말로 모험극 형식이 강조된 장면 같았습니다.
식탁에서 밥 먹다 서로 싸우고 한 명 두 명 떠나가는 게 참 개판인 상황을 묘사하는 거 같기도 하고
미망인 과의 썸은 흔하디 흔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여긴 별 할 말이 없군요....



보고 나서 약간 멍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 특유의 분위기가 제게 스며들어 아무도 없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두근두근 하게 만들만큼 영화가 주는 임팩트가 왜 이 영화가 명작이라 불리는 지 알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조명감독이 엄청 고생했을 듯 합니다.




뭐 두서없이 마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2/02 23:06
수정 아이콘
오 결국 보셨군요.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원래 ‘심연 속으로’ 라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는데요, 원래 소설은 잘 알려진 인세지옥인 19 세기 콩고가 배경이에요. 해당 소설과 비교하면서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03 00:20
수정 아이콘
일단 의천도룡기 읽기 시작해서.... 다 읽으려면 독서 속도가 느린 저로서도 3개월은 걸릴거라 원작소설은 엄두가.... 콩고 같은 경우야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이고, 베트남은 장소가 주는 미지의 느낌도 있고 전쟁이 늪과도 같아서 영화화할 때 베트남 전쟁을 택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ps. 본문에 깜빡한 것이 영화 보면서 오리엔탈리즘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인데 원작 소설이 있고 콩고인거 보면 별 상관없는 거군요
서린언니
20/12/02 23:14
수정 아이콘
드 렁 다리 전투신을 스타크래프트 부르드워 오프닝에서 오마주 한 것 같더라구요.
저도 프랑스인 농장까지는 버텼는데 마지막 커츠대령 나오는 부분에서 그만 자고 말았습니다.
텐션이 계속 내려가서 버틸수가 없었네요
판을흔들어라
20/12/03 00:21
수정 아이콘
배틀크루저라기엔 너무 작은 배던데요 크크크크 프랑스 농장에선 너무 쉬었죠. 긴장감은 있지만 결국 안도감으로 끝나는 장면들이고. 또 막상 커츠의 본거지로 갔는데 본거지 모습이나 커츠나 좀 실망이니
네오크로우
20/12/02 23:42
수정 아이콘
오리지널 버전 보고 크게 실망했다가 이후 리덕스 버전 보고 좀 괜찮네.. 했다가 스펙 옵스 더 라인 게임을 하고 난 다음에 다시 리덕스 버전 보니
뭔가 확 와닿았었죠. 그런데 리덕스 버전도 40분 가량 늘어난 건데 파이널 컷 버전이 또 있다니..!
판을흔들어라
20/12/03 00:22
수정 아이콘
파이널 컷이 리덕스 버전보다 상영시간이 더 적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플레이모델 헬기 타고 철수 후 장면이 빠졌다고 하네요.
LightBringer
20/12/03 00:12
수정 아이콘
단역으로 지나가는 해리슨 포드나 어린 시절의 로렌스 피쉬번을 볼수도 있는 귀중한 영화죠
판을흔들어라
20/12/03 00:25
수정 아이콘
전 그사람 애덤 드라이버가 떠올랐습니다. 나중에 해리슨 포드라는 걸 알고는 제 눈이 잘못된 게 맞다고 확신했죠. 어디서 약해빠져서 엥엥 대는 이미지의 배우 잘도 구했네 생각했는데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라니.....
LightBringer
20/12/03 07:42
수정 아이콘
스타워즈 시퀄에서 애덤 드라이버를 카일로 렌으로 캐스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려나요 흐흐
퀀텀리프
20/12/03 00:46
수정 아이콘
오래전에 봤었는데
야수파 느낌의 컬러, 헬리콥터의 굉음과 비행신, 밀림속의 기괴한 인간
이정도 기억이 나는군요.
독특하고 독보적인 영화인듯 ..
판을흔들어라
20/12/03 09:16
수정 아이콘
독특 독보에 공감합니다.
Jedi Woon
20/12/03 02:04
수정 아이콘
소설 '암흑의 핵심' 과 이를 원작으로 한 다른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 도 보고, 리덕스 판도 봤는데
셋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오프닝에 나오는 도어스의 노래와 실제 소 도축하는 장면.

전쟁이 주는 인간성의 파괴와 광기는 오히려 '플래툰'에서 와닿았습니다.
판을흔들어라
20/12/03 09:20
수정 아이콘
플래툰도 한 번 꼭 봐야겠네요. 영화 전체적으로 광기로 가는 과정이라기보단 이미 광기에 물들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전쟁이 사람을 저렇게 만드는구나' 느낌보다는 '와 미쳤네'라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117 [일반] [도서] 일본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 몇권 소개합니다. [36] aurelius12185 20/12/07 12185 22
89029 [일반] 전쟁영화 같지 않았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ATMOS) 리뷰 [13] 판을흔들어라8018 20/12/02 8018 2
88857 [일반] 유통기한 지난 참기름 든 전투식량 폐기하라는 식약처와 무시하는 방사청과 나주시 [18] 판을흔들어라13304 20/11/20 13304 13
88774 [일반]  노후파산 남의 얘기일까? 노후를 망치는 3가지 착각.TXT (방송요약) [60] 비타에듀17024 20/11/14 17024 26
88747 [일반] [미국] 트럼프 국방부 숙청에 대한 주요 인사 반응 [31] aurelius11772 20/11/12 11772 1
88524 [일반] 용산공원에 다녀왔습니다. [7] 及時雨7357 20/10/27 7357 3
88412 [정치]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공산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 [74] 이스칸다르10265 20/10/16 10265 0
88388 [일반] 성범죄에 관하여 수사기관과 법원에 물음표를 붙이는 이유 [132] 烏鳳16945 20/10/13 16945 78
88364 [일반] [역사] 로마 교황청의 역사, 기원에서 현대까지 [12] aurelius9950 20/10/11 9950 24
88298 [일반] 우리 아버지 자랑 [23] 及時雨8215 20/10/06 8215 29
88240 [일반] 화제의 롯데리아 밀리터리팩 후기 [68] 길갈15603 20/09/28 15603 20
88221 [일반] [역사] 1537년, 노예제를 금지한 교황칙령(Sublimis Deus) [5] aurelius9549 20/09/26 9549 4
88207 [일반] 살기 싫은 사회를 떠날 자유 [79] 아난13697 20/09/25 13697 7
88181 [일반]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사람의 수는?> 을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 6가지 [82] 티타늄12396 20/09/22 12396 15
88143 [일반] 이거 이렇게 했으면 이거 무지 빡쳤겠는데? [10] 공기청정기11610 20/09/18 11610 1
88115 [정치] 민주당 "추미애 아들, 안중근의 위국헌신 몸소 실천" [214] 미뉴잇17368 20/09/16 17368 0
88112 [일반] 뛰어나다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영화 35편 [13] 아난9621 20/09/16 9621 0
88031 [일반] 서울에 왔습니다 그리고 자가 격리중입니다 (잡설) [22] boslex8068 20/09/10 8068 12
87927 [일반] 10년전 우리부대 대대장 가족 이야기 [37] BK_Zju13784 20/09/01 13784 41
87858 [일반] 현대세계를 관통하는 2가지 : 세계체제 그리고 초양극화 [55] 아리쑤리랑58549 20/08/29 58549 72
87783 [일반] 국민의 국군(국방홍보원 페이스북) [150] 작서치12507 20/08/25 12507 0
87685 [정치] 공공의사인력의 의무복무 해결법 [66] 그랜즈레미디11843 20/08/17 11843 0
87656 [일반] [역사] 일본이 기억하는 8월 15일 [67] aurelius13747 20/08/15 13747 2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