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1편 :
https://pgr21.co.kr/freedom/88059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2편 :
https://pgr21.co.kr/freedom/8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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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산업 쇠망의 징조]
1984년의 치킨게임, 그리고 1985년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SIA)의 무역 제소에 이은 반도체 협정, 그리고 1996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무역 제재 조치, 그리고 각국의 경쟁과 견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반도체 업계의 시장 지배력은 바로 쇠망길로 접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팹리스 (fabless)와 파운드리 (foundry) 영역의 분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해도,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제조를 한 회사, 적어도 한 그룹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칩의 설계는 곧 칩의 생산을 의미했던 것이죠. 이러한 방식을 '집약소자제조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 (IDM)) 방식'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이 방식이 유효하려면, 소재 개발, 소자 제작, 공정 개발, 수율 관리, 패키징까지 전 과정이 수직 계열화된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만이 IDM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미국에서 일부 회사들이 이 관습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설계에 비해, 공정과 수율 관리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것임을 감안하여, 설계에만 집중하는 회사들, 즉, 팹리스 회사들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설계에만 집중하는 회사가 있다면, 공정과 수율에만 집중하는 회사도 생겨났을 것인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입니다.
물론 IDM에서 역할 분담으로의 산업 추세가 모든 회사들에게 전파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80년대-90년대를 지배하던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상당 수, 여전히 수직 계열화된 생산 방식을 고집하여 설계와 팹을 같이 가져 갔으며, 이는 장장 20년 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지배력을 갖게끔 해 줬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빠르게 변모하는 반도체 칩의 설계 기술, 그리고 그것이 선도하는 공정 기술의 발전이 급속화되면서, 더 이상 IDM 방식의 반도체 산업 지배력은 원동력이 되어 줄 수 없었고, 오히려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의 최전성기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일본, 2위는 미국이었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10위 이내의 기업에 6곳의 반도체 기업을 배출한 일본의 반도체 산업 지배력은 말 그대로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2019년이 되자, 일본의 기업들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을은 이제 한 자리 수 (7%)로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일본이 야심차게 업계 구조조정 끝에 새롭게 출범시킨 엘피다 메모리는 2012년에 파산했고, 도시바는 누적된 적자를 못 이겨 2017년, 반도체 사업 부문을 해외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이후 2019년, 도시바-호야 연합이 지분 50.1%를 갖는 키옥시아로 재출범). 2019년 초, 후지쯔의 반도체 공장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UMC에게 인수되었고, 일본 정부가 절치부심하여 업계의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어 출범시킨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역시 2019년 대규모 적자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2019년 11월, 마침내 일본 반도체 업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파나소닉마저 자사의 반도체 사업 부문 (자회사명: 파나소닉 반도체 솔루션)을 대만의 신생 반도체 업체인 누보톤테크놀로지사 (Nuvoton Technology Corporation, 新唐科技股份有限公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일본에서 반도체 시장에 제대로 발이라도 담그고 있는 기업은 소니 한 곳 (도시바도 발을 걸친 것으로는 볼 수 있으나 조만간 철수 예정이다) 정도고, 그나마 소니의 CMOS 이미지 센서에서 나오는 매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 모두 시장에서는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는 반도체 이전, 일본이 한 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LCD 시장에서의 소멸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한때 한국이나 중국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 세계 LCD 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면적 기술 혁신과 양산 단가 경쟁에서 밀리고, LCD 사업의 수익성이 해가 거듭될수록 악화되면서 파나소닉을 필두로, 샤프 (Sharp), 재팬디스플레이 (JDI) 등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의 배경과 원인]
그렇다면 일본은 왜 20년 간이나 유지하던 반도체 산업의 왕좌에서 내려오게 된 것일까요? 달리 말하면, 왜 일본은 ‘겨우’ 20년만에 그 알토란 같았던 왕국을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요? 좁은 측면에서는 1980-9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인한 일본 반도체 업체에 대한 견제도 있겠고, 조금 더 넓게 말하면 위에서 언급한 산업 구조의 재편을 따라가지 못 한 측면도 있겠으며,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그 기간 동안 급격하게 수축한 일본 경제의 저성장 기조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20년)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 같은 산업 외적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로부터 더 자세한 교훈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정확히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00-10년대 이들이 어떻게 실책을 거듭한 끝에 스스로 왕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의 상세한 과정을 복기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바의 반도체 쇠망사]
1970년대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한 일본 반도체 기업 5총사 중 하나인 도시바의 쇠망사를 먼저 살펴봅시다. 도시바는 전형적인 일본의 기술 중시 문화를 가졌던 회사로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50년에 가까운 업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1875년, 일본 기계공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다나카 히사시게 (田中久重)가 세운 다나카제작소 (田中製作所)를 시작으로 그 모태가 설립된 도시바는 일본 최소의 각종 전기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면서 사세가 성장했고, 1939년, 산업용 전기 제품 전문 기업이자 다나카제작소가 전신이기도 한 시바우라제작소 (芝浦製作所), 그리고 소비자용 전기 제품에 주력하던 도쿄전기 (전 하쿠네츠샤 (白熱舎))가 합병되어 '도쿄시바우라전기 (東京芝浦製作所)', 줄여서 '도시바'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전자-전기회사였습니다. 합병 이후에도 주로 산업용 전기 제품 사업에서 업력을 쌓아 온 도시바는 2차대전 전후, 차츰 가전제품 분야로 사업 분야를 넓혀 갔습니다.
반도체 사업에서도 그 특유의 문화가 이어졌습니다. 1977년에는 세계 최초로 4Kb 용량의 CMOS RAM을 개발하였고, 1980년 도시바의 마쓰오카 후지오 (舛岡 富士雄)박사가 세계 최초로 'NOR 형 메모리'를 개발함으로써,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의 창시 기업이 되었습니다. 1986년, 후지오 박사가 이끄는 도시바의 개발팀은 NOR형에 이어, 마침내 지금도 플래시메모리의 전형으로 쓰이고 있는 'NAND형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성공했으며, 1985년, 현대적 형태의 휴대용 개인용 컴퓨터 (즉, 노트북)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기도 하였고, 이를 기초로 1987년, 플래시 메모리 양산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에도 성공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플래시 메모리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도시바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고, 2000년에는 미국 웨스턴 디지털 (Western Digital)과도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글로벌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회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도시바의 기술력은 1980년대 이후, 20년 넘게 플래시메모리의 기술 표준을 선도했으며,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력으로 밀던 중형 IGBT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 사업은 2004년 미쓰비시 전기에 매각되었고, 2006년, 아베 1기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하던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에 화답하여 미국의 원전 설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 (Westinghouse)를 인수하였는데*,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기 위해 써낸 금액은 대략 54억 달러였는데, 이는 시장 예상가의 두배였다.)
이는 후에 그룹 전체의 재정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인수 당시 도시바의 계획은 투자금을 빠르면 2015년, 늦어도 2020년까지는 모두 회수할 생각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일본 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각국은 원전에 대한 투자를 중지하거나 철회하였으며, 이는 도시바가 무리한 웨스팅하우스 인수 후 원자력 발전 사업에 공들인 공격적인 투자 금액이 제때 회수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매몰비용처럼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2015년 약 2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 관련 회계부정 사건으로 연결되었는데, 이는 도시바 그룹 전체의 쇠망을 재촉하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도시바 그룹의 사업 분야는 크게 반도체 (스토리지&디바이스 솔루션사), 에너지 (원자력 포함, 에너지시스템솔루션사), 사회기반시설 (산업용 전기 시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 (주로 가전이나 PC)의 네 분야였는데, 도시바는 그룹의 절체절명 위기를 맞아, 뼈를 깎는 각오로 원전과 반도체만 남기고 시스템 LSI나 영상기기, 백색가전, PC를 모두 처분하여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업성이 전혀 없는 원전을 제외하고, 정보통신기술 일부와 반도체 일부를 처분하려 했던 것이죠. 실제로 도시바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가던 그룹 전체의 자구책을 위해 2015년, 다른 주력 사업이었던 CMOS 이미지 센서 사업을 단돈 100억엔에 소니에 매각하기도 하였고, 의료기기 사업인 도시바 메디컬시스템즈를 6,655억엔에 캐논에 매각, 2016년에는 생활가전 사업을 중국 가전회사 메이디에 514억엔에, PC사업은 완전히 청산한 후, 공장 부지 등 부동산을 100억엔에 매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룹 차원의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2017년, 도시바 원자력발전소 사업 부문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되었고, 기록적인 적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2017년 2월에 발표한 도시바의 2016년 실적은 9,500억엔 순손실이었다. 그중,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사업에서 입은 순손실은 7,125억엔이었다.)
도시바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원전 사업의 핵심 'AP1000원자로'는 해외 건설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함에 따라 수익은커녕 손실만 가져오는 아이템이 되어 버렸고, 이는 도시바 입장에서는 더 이상 원전에 기댈 수 없게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였습니다. 남은 것은 반도체뿐이었고, 정상적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도시바가 결국 그룹의 마지막 자존심 반도체를 처분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습니다.
2016년 도시바 반도체 사업 부문은 일단 플래시메모리와 SSD를 분사시켰고, 마침내 2017년 9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반도체 사업 부문인 도시바 메모리 홀딩스의 플래시메모리 사업 부문이 미국의 베인캐피털 (BainCapital)이 주도하는 해외 컨소시엄에 2조 4천억엔에 매각되었습니다. 이전에 도시바가 처분한 다른 사업들의 매각 금액과는 단위가 다른 매각 금액에서도 볼 수 있듯,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도시바가 끝까지 놓지 않으려던 그룹 전체의 알짜배기 사업이자 그나마 수익을 보장하던 핵심 사업이었는데,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이를 인수하려는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은 폭증하기도 하였던 것이죠. 1차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회사들은 미국 IT 공룡들인 애플, 구글, 아마존, 미국의 통신 및 반도체 전문 기업 브로드컴 (Broadcom Corporation), 역시 미국 기업인 웨스턴 디지털, 대만의 폭스콘 (Foxconn, Hon Hai Precision Industry Co.),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였는데, 이 중에는 일본 반도체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사모투자 전문 회사인 베인캐피털은 SK하이닉스, 애플, Dell,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킹스턴 테크놀로지, 그리고 일본측 투자 파트너로 일본 경제산업성의 민관펀드와 일본정책투자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조직하여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인수 금액을 과도하게 설정하여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컨소시엄의 도시바 플래시메모리 인수를 가장 강하게 반대한 회사는 다름 아닌 웨스턴 디지털이었는데, 특히 이는 컨소시엄에 포함된 3위권 파운드리 업체이자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였던 SK하이닉스을 타겟으로하여, 그 회사가 도시바 원천 특허 접근을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웨스턴 디지털의 요구 조건에 어느 정도 타협을 보인 컨소시엄은 마침내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애초부터 회사를 오래 경영할 의지가 없었던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불과했던 베인캐피털은, 다시 2019년 10월, 이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키옥시아 (Kioxia Holdings Corporation)'라는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엑싯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시장에 재진입한 키옥시아는 2020년 상반기 현재, 플래시 메모리 점유율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키옥시아의 지분 구조는 일본의 도시바와 호야 (Hoya) 연합이 50.1%, 그리고 49.9%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 반도체 회사 연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미 연합 내에서도 하이닉스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도시바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키옥시아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려 가기를 원하고 있으나, 2020년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하강 기조에 접어 드는 조짐이 보이는 데다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의 원전 사업 수익성이 불투명하여 적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원전 사업에 투자한 다른 대주주들로부터의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금 확보가 급한 도시바 입장에서는 이 지분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처분해야 할 상황이기도 합니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도시바의 지분은 플래시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시점이 지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공개 시장에서 매각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야심차게 새 출발한 키옥시아 역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낮은 수익률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 하는 중입니다. 키옥시아가 발표한 자사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2019년 매 분기마다 막대한 규모의 적자 (1분기 3,084억원, 2분기 1조 500억원, 3분기 7,087억원, 4분기 2,203억원, 도합 2조 2,800억원)를 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9년 내내 지속되었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불황 속에서, 2019년 6월 자사의 NAND 플래시메모리 생산 설비 정전 (이로 인한 복구 비용만 약 3,700억원이 발생하였다.), 2020년 1월, 자사의 팹 라인 일부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 등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겉보기 이유에 불과하며, 그 이전부터 도시바 메모리를 전신으로 삼는 키옥시아의 기술 수준이 해가 거듭될수록 삼성전자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더 핵심적인 수익율 저하의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계 일부에서는 키옥시아와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키옥시아는 막대한 손실 규모에도 불구하고, 2019년 출시한 512GB 차량용 메모리카드, 새로운 3D 플래시 구조 '트윈 BiCS 플래시', 5세대 3D NAND 'BiCS플래시' 같은 차세대 플래시메모리 기술과 제품 상용화를 앞세워, 2020년에 데이터 센터 수요 회복과 5G 네트워크 장비 수요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NAND 플래시메모리 수요에 대응하여 수익율을 회복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대내외적인 플래시메모리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기록적인 적자 규모 기조가 몇 년 더 지속될 경우, 키옥시아 역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전신 도시바처럼 쇠망의 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키옥시아의 생존과 별개로, 현금 유동성 확보가 급한 도시바는 결국 키옥시아를 비롯한 메모리 사업 전체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이며, 만약 도시바가 권토중래를 꿈꾸며 다시 메모리 반도체, 특히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로 재진입하는 것은 그들이 웨스팅하우스 원전이라는 골칫덩이와 그로 인한 채무를 모두 다 해결하고 난 이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