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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07 13:11:3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대영제국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영국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역을 식민지화한 제국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9세기말 영국인이 세계지도를 펼치면 지구의 4분의 1이 빨간색으로 칠해진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그는 분명 자부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국은 다른 유럽열강 만큼 강한 군대를 가진 것도 아니었고, 다른 국가들만큼 인구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기술력이 외계의 것인 것마냥 완전히 넘사벽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영국은 어떻게 이렇게 광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영국제국에 대한 책을 몇권 읽다보니 드는 생각은, 영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제국이라기보다는 오늘날의 다국적기업과 비슷한 나라였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진정한 강점은 영국이 만든 [플랫폼]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이득을 제공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제공해서 수많은 앱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듯이, 영국은 런던 시티(금융)로열네이비(해군/운수)를 필두로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집단을 여기에 편입시켰습니다. 

광저우의 중국상인들도 이득을 보았고, 인도에 거점을 두었던 유대인과 파르시(조로아스터교도, 페르시아인)도 이득을 보았고, 이제 막 세계와 무역을 하기 시작한 신생국가 미국 상인들도 이득을 보았고, 또 여기에 편승한 라틴아메리카의 낙농업자와 상인들도 이득을 보았습니다. 

저번에 소개해드린 David Sassoon은 이라크 출신 유대인이었으나, 인도-중국 무역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었고 그의 자손은 영국의 귀족이 되었습니다. 

또 오늘날 인도 경제를 우리나라 삼성마냥 꽉 잡고 있는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의 창시자도 19세기 중국무역에 뛰어든 페르시아인 상인이었습니다. 이들 역시 아편무역에 깊이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홍콩과 상하이에 거점을 둔 영국의 무역상사에서는 영국인 백인들만 일한 것이 아니고, 다수 중국인들도 함께 일했었는데, 이들은 중국의 근대화에 큰 공을 세운 이들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상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적용하여 중국 최초의 민간은행이나 민간기업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대해서 때로는 적대적이었던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나라의 부자들도 영국에 투자했고, 자본을 영국은행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의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영국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면 다른 곳에서 일할 때보다 더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영국은 [플랫폼]을 제공하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이 플랫폼의 성공에 지분을 갖게하여 거대한 협력관계를 이룩한 것입니다. 

전에도 소개해드렸지만, 이 단락은 정말 대영제국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만큼 인상적인 곳은 드물 것이다. 정부관료와 군인 그리고 주요상인들은 영국인이지만, 인구의 대다수는 중국인이다. 이 중에는 도시의 제일 가는 부호도 있고, 일반 농민들도 있으며 수리공이나 노동자들도 있다. 현지의 말레이인들은 어부나 뱃사람들이고 이들이 경찰병력의 다수를 구성한다. 말라카의 포르투갈인들은 이 도시의 사무직과 작은 무역회사 등을 맡고 있으며 서인도의 무슬림과 아랍인들은 이 도시의 작은 가게 등을 운영한다. 벵갈인들은 세탁소와 이발소 등을 운영하며, 이 도시의 일부 존경받는 상인들은 페르시아인들이다. 게다가 자바에서 건나온 뱃사람들과 하인들이 있다. 이 도시의 항구는 여러 유럽국가들의 배로 가득하며, 수백척의 말레이 또는 중국의 정크선도 있다. 이 도시에는 멋진 관공서와 교회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무슬림 모스크, 힌두교 사원, 중국식 건물, 그리고 유럽식 건물들도 혼재되어 있다."

제국을 꿈꾸는 자는 이렇듯, 개방적인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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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sar_Aragorn
20/08/07 13:21
수정 아이콘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학계정설 아니었었나요 크크
20/08/07 13:21
수정 아이콘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건 그렇게 만들어진 '자본주의'지요.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낳아서 영국은행이 키운 그 괴물이 구체제의 왕과 귀족 모두를 끌어내리고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괴물들을 끝내 물리치고 이뤄진게 지금의 세상 아니겠습니까.
담배상품권
20/08/07 13:25
수정 아이콘
아! 다시 프롤레타리아가 단결할때가 왔군요
설탕홍차 일주일이 그립다!
20/08/07 13:46
수정 아이콘
보통 고전적, 인터넷상의 서세동점의 원인으로 꼽히는게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인데
사실 그 전에 가격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명이 선행하고 그 둘은 거기에 따라오는 것들인거죠.
증기선, 레드코트들로 함포외교를 왜 했겠습니까? 범선 몰고 돈되는걸 찾아 온 세계를 들쑤시기 위해, 다른 싱인들보다 더 많이, 더 이문이 남게 팔아먹기 위해 발전한게 산업이고 과학이니까요.
자본주의와 글로벌 무역으로 인간 뱃심 속의 욕망을 현실에 실체화한 서구는 아직 땅과 하늘에 묶여있던 중국을 금의 사슬과 빚의 채찍으로 탈탈 털어먹은게 근대사 아닌가 싶습니다.
달과별
20/08/07 13:43
수정 아이콘
이랬던 나라가 2차대전을 겪고 이미 있던 네트워크까지 날려버립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미국이 세계최강대국이 되버려 바톤이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도 있지만, 프랑스와 비교해서 구 식민지에 영향을 끼칠만한 장치를 전혀 남겨두지도 못했던 영국의 열악한 정치경제적 사정도 분명 있었겠지요?
데브레첸
20/08/07 13:45
수정 아이콘
식민제국으로서 일본이 제일 딸렸던 면이 이거죠 크크크

영국 식민지들도 독립운동과 독립으로 끝났지만, 식민국 국민들이 식민지배를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다면적으로 기억하는 건 다 이유가 있죠.
므라노
20/08/07 13:56
수정 아이콘
사실 플랫폼이 개방적이어서 성공한 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건 그것보다 군사적 강제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 현지 체제를 군사력으로 개박살내고 그 플랫폼을 강제했기에 성공한 것 아닌가 해요.

마약왕 에스코바르의 전략이죠. 은 아니면 납. 협력하면 돈(은)을 주고 거부하면 총알(납)을 준다.
뭐하나 특출날거 없던 유럽이 어떻게 세계를 선도하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며 책을 읽다보니 든 생각이 이겁니다.

현지에 이미 산업, 상업이 융성하던 곳을 군사적으로 점령한 뒤 법으로 현지인을 배제하고 유럽인 주도로 시스템을 짜 이윤을 독점,
체제에 편입 되는 한 떡고물을 던져줘서 협력을 유도해 체제 안정에 더욱 기여,
그렇게 이윤이 한 국가나 회사로 몰리니 규모의 경제에 의해 기술, 제도 등이 더욱 발달 됨.

뭐 군사적 점령 후 자기네들이 다 삼키려다 터지는 경우보다야 훨씬 낫겠습니다만.
스칼렛
20/08/07 17:17
수정 아이콘
1910년대생 영국인들이 느꼈을 박탈감은 엄청났을거 같아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실제로 보고 자랐고 세계를 경영하는 꿈을 꾸던 사람들이 어느새 열등한 사촌에게 무시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다니...
20/08/07 19:57
수정 아이콘
댓글을 보고 앤서디 이든 총리가 몇년생인가 확인했더니 1897년 생이군요... 2차대전 이후로도 대영제국은 끝나지않았다! 라면서 "수에즈 위기"라는 최악의 자충수를 꺼내들었던 그가 어쩌면 스칼렛님이 찾으시는 그런 인물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더보이
20/08/11 13:10
수정 아이콘
답글이 늦었네요.
관심있는 분야인데 혹시 관련책들 좀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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