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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14:34
앗! 저는 요즘 새로 나오는 영화를 따라잡기도 벅차서, 고전명작들은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번 합법적인 수단이 있나 눈도장좀 찍어놔야겠군요!
19/08/21 14:41
80년도 더 된 소설이다보니까, 아무래도 '스케일'이 지금 보기에는 구린 묘사가 참 많지요 크크크.... 그래서 현대작가들이 자꾸 러브크래프트 소재를 꺼내들 때마다 저는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리메이크란 이런 요소가 있는 작품에서 하는 것이지요!
"사냥개(The Hound)"도 정말 괴상한 소설인게요. 아니, 대학교에서 할짓없는 퇴폐적인 킹카 둘이서 극한의 쾌락을 추구한 끝에, 으시시한 고대 오컬트 서적을 꺼내들고 제사를 지낸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그래서 "His Mouth Will Taste of Wormwood"라고 어떤 야설작가분이 리메이크한 버젼을 찾아 읽었습니다. 어우... 정말 명작이 되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약점은 '대화'라고 하더군요. '1인칭 괴담'일때는 그럴싸해 보이는데, 인싸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넣으려고 하면 작가의 밑천이 드러나버린다고요 흐흐... 30년대면 문어괴물을 군대가 무찌를 방법이 훨씬 많았을텐데... 아쉽지요. 디테일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공포소설 작가여서 참 다행이에요.
19/08/21 14:43
Kanoth님의 취향과 어울릴지가 참 기대되긴 하네요. 일단 "냉기"부터도 사실 진입장벽이 좀 있어서요. 요즘 인터넷 괴담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80년된 소설이 다 그렇지요 뭐 크흐흐...
19/08/21 14:23
황금가지 전집 2권까지 사서 재밌게 읽었는데 나머지도 읽을만 한가요? 그리고 제발 광기의 산맥 영화화좀... 프로메테우스 분위기로 똭..
19/08/21 14:45
황금가지 전집이 딱 2권까지가 그나마 '작품성'있는 작품인 느낌이고요. 나머지는 '러브크래프트가 좋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후자여서, 단편들도 막 찾아읽고 그랬거든요 (영어 원본은 저작권이 만료되었지요!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옵니다!)
아아 진짜 광기의 산맥은 영화로 만들만도 한데 모르겠네요. 연출만 좋아도 아직은 크게 진부하지 않을 작품인데, 진부해지려고 하면 너무나도 후대의 작품들이 다 써먹어서...
19/08/21 14:47
도대체 러브크래프트의 성은 왜 러브크래프트일까요. 이름도 아니니까 자기가 뭐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러브 빼고는 다 있는 느낌인데 말이지요, 하하하!
19/08/21 14:26
소설은 몇편 안읽고 위키에서 괴물들 정보 좀 익히고 보드게임 하는데 보드게임들이 다 너무 재밌네요 크크
이번에 광기의 저택 한글화돼서 나왔는데 분위기 정말 끝내줍니다. 시나리오 하나당 소설 하나씩 보는 기분이에요
19/08/21 14:48
아직 시나리오 깨는 중이라 반복플레이가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는데 초회차 몰입감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문 뒤에 소리가 나는데 이걸 열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진짜 무서워요 크크 거기에 별의 자손 피규어는 보는 순간 돈값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19/08/21 14:48
앗 보드게임을 하시는군요! 저는 PC판으로 제대로 나오면 해야지 했다가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보드게임이라는 개념자체는 좋아하는데, 기물관리도 잘 못하고, 손도 땀 많이나고 그래서 좀 꺼리게 되더군요.)
으아악 광기의 저택으로 영입당할 것 같네요.
19/08/21 15:08
광기의 저택은 진행을 앱/pc 프로그램으로 돌리는거라 기물이 훨씬 간단합니다!
값이 좀 비싸서 무작정 추천은 못드리겠지만 기물 수가 부담이시라면 한번 검색해서 사진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다이소 2000원짜리 다용도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대부분의 기물이 들어가고 지도/괴물 피규어만 따로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저도 아캄호러/엘드리치 호러는 기물 세팅하고 정리하는게 부담이라 선뜻 손이 안가는데 광기의 저택은 그 부담이 없는게 너무 좋아요
19/08/21 15:16
오오오 요즘 보드게임은 그렇게 최신기술이 적용되나보군요!
아아... 총알...총알이 필요합니다.... 고대신님께 어서 빨리 바쳐야할 제물이...
19/08/21 14:49
사실 전집은 사서 소장하기에는 좀 부담되지요. 도서관이 왜 있는데요!
러브크래프트 선생님 소설에서도 온갖 마도서는 도서관에서 꺼내씁니다 크크크크....
19/08/21 14:50
포는 정말 천재였지요. 무서운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최초의 사람은 정말로 포라고 생각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생업작가인 면모가 매력이면서 동시에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웃긴건 둘다 굶주림 끝에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나 한 분야의 선구자가 되는건 아닌가 봅니다.
19/08/21 14:37
https://www.youtube.com/watch?v=6QFwo57WKwg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소재로 하는 뮤직비디오 하나 추천합니다. 당연히 표현의 수위가 다소 높습니다!
19/08/21 14:56
아, 수영장이 등장하는 그 작품 맞네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은 그냥 괴물이 이상하게 생겨서가 아니라, 뜬금없이 일상이 비일상으로 연결되고 무너져내리는 소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랜만에 이 영상을 다시보니까, 그런 요소가 잘 살아있네요. 간만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19/08/21 14:39
으으 공포물 무서워서 쫄고 그러는 사람인데
기예르모 델 토로식 광기의 산맥은 진짜 보고 싶었긴 합니다. 여러 사정 때문에 사실상 접힌 기획같긴 하던데..
19/08/21 15:00
저도 기예르모 델 토로라면 광기의 산맥의 매력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역시 매력덩어리로 나왔겠지요.
아무래도, 코스믹 호러는 저예산이라면 모를까, 각잡고 만들려는 사람하고는 인연이 없어 보입니다.
19/08/21 15:31
아무래도 R등급 블록버스터는 까다롭죠. 만들기도 보기도... 에일리언 처럼 미친 인지도를 가지던가 해야하는데.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가 결국 인간의 왜소함과 무기력함을 최대한으로 강조하는 장르다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참 애매한게 이 '무지에 대한 공포'가 이런 러브크래프트식 호러의 핵심인거 같은데, 이게 소설이라 가능한 지점인거 같거든요. 묘사가 철저하고, 삽화가 들어가도 이 끔찍하고 괴기한 이미지는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게 최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결국 시각 자료를 줘야하다보니 평범한 스플래터 호러로 변하는건 아닐까 싶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독특한 미술의 델토로를 기대했었습니다...
19/08/21 15:26
그거 때문에 중지되었다가 프로메테우스 영화 나오고 다시 추진된다 했다가 뭐 그랬는데, 그 이후로 데스 스트랜딩도 하고, 본인 작품도 하고 하면서 접힌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셰이프 오브 워터 이후로 오히려 블록버스터보단 작은 프로젝트 쪽으로 선회한 느낌도 들고...
19/08/21 14:50
저는 Lovecraft: Tales라고 800장 규모로 20개 정도의 스토리들을 포함한 요약 전집?을 수년째 가지고 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Farce님께서 언급하신 스토리들은 다 포함이 되어 있네요. 다행이라고 안심 중 흐흐... 저 중에 유일하게 읽어본건 인스머스의 그림자일뿐인데 그걸 읽어본 이유가 어릴때 Shadow of the Comet이라고 저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dos 게임 해본게 정말 무섭고 인상 깊었거든요.
러브크래프트 작품들 영화화된건 딱히 잘된게 없는거 같은데 존 카펜터의 매드니스가 러브크래프트스러운 작품들중에서는 최고봉 격이 아닌가 싶네요.
19/08/21 15:05
으아니, 전집까지 가지고 계셨군요! 재미있는 경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아무래도 '공포영화'가 등장할 시점이 되면 이미 끝장을 볼정도로 진부해졌기 때문에 영화로 잘 풀리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저도 여기 제가 예시로 든 작품하고 비슷한 소재가 쓰였으면서 더 세련되고 재미있는 최신 작품 찾아오라면 왠지 다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매드니스"를 못 봤는데요. (제가 어리다보니, 고전명작은 정말 본게 손에 꼽네요....) 이 글을 쓴 김에 한번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나 눈도장좀 찍어 놔야겠습니다. 저도 좋은 거 봐야지요, 하하하!
19/08/21 15:43
매드니스 정도면 주류 영화급으로 예산들여서 때깔도 나지만 그것보다도 멀쩡해 보이던 세상이 그로테스크하게 서서히 바뀌면서 주인공 멘탈이 무너지는걸 참 잘 표현했다고 봐요. 그로테스크가 어떻하냐면 카펜터의 호러 명작 더 씽을 생각하시면 될거라고 봅니다. 그러고보니 카펜터의 아포칼립스 3부작들이 더 씽,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매드니스인데 그냥 내친김에 다 보시기를 권장할게요.
19/08/21 15:46
더 씽!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크리쳐라고 하면 껌뻑 죽거든요! 그건 보긴 했네요!
흐흐 이 참에 한번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19/08/21 14:53
러브크래프트 작품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보려면,
역시 "다키스트 던전" 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충 오마주된 작품이 두세 편 이상은 될 듯.
19/08/21 14:58
다키스트 던전 본편 이야기를 안 한 이유는, 정말로 두세편은 스포일러를 하게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흐흐흐...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게임으로 구현하자!, 가 아니라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가 우선이었을텐데... 정말로 서로 잘 녹여서 섞여있지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9/08/21 15:12
와! 리디북스! 이북! 좋은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한번 시간내서 봐보세요.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게 되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후후후후....
19/08/21 23:17
엇! 첫 댓글을 보고 취향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말씀을 남겨주시니 좋네요!
즐거운 여름 피서 독서되세요 흐흐흐... 혹시 제가 드리는 순서대로 읽으신다면, "벽 속의 쥐" 앞에서는 하루를 쉬시고 읽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신력을 후벼파는 작품이여서요...
19/08/21 15:07
제가 공포영화랑 공포소설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고 크툴루쪽도 게임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접해서 관심도 많거든요
근데... 되게 이상하게도... 위에 저기 소개해주신 전집 몇권 읽다가 멘탈이 털려서 포기했습니다 멘탈이 털렸다기보다는 저쪽 용어로 SAN치가 붕괴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특히 벽속의 쥐 읽고나서 아 정말 컨디션 좋은날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하고 다시 못읽고있네요 주변에 이야기해봐도 다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비웃던데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크크 이 글을 보고 다시 심연을 마주할 용기를 얻어서 도전해보렵니다 광기의 산맥 너무 재밌겠네요 다시 한번 좋은글 감사드리고 써놓고보니 이상한 댓글 죄송합니다..
19/08/21 15:11
으악 "벽속의 쥐"요!?
그거 진짜 매운 맛인데요! 다른 작품으로 천천히 시작하시면 조금 더 나을겁니다. 아이구야... 휴먼히읗체님! 이번에는 공략집을 끼고 한번 심연을 종주해보시죠! 그렇다고 무리는 하지마시고요. 그 심연이 돌아보면 어떡하시려고요, 흐흐흐...
19/08/21 15:18
콜 오브 크툴루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다... 인데.... 어음....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쩔수가 없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가지고서 그렇게 몇번이나 똑같은 겜을 만들고, 다키스트 던젼이나 블러드본처럼 "촉수덩어리 어촌"을 더 세련되게 자기 작품으로 소화하는 작품도 쏟아지고 있는데... 뭐가 잘 나오고... 눈에 찰리가... 도저히 각이 안 보입니다.
19/08/21 15:35
이쥴레이님께서 블러드본 이야기를 하시니, 저는 블러드본의 베이스가 된 소설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러브크래프트가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썼을 때의 일입니다. (이하생략) 크크크... 블러드본은 중세풍의 다크소울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던 코스믹 호러 (사람이 시간을 신들에게서 빌렸고, 이제 멸종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대)를 다루었던 실력을 드디어 현대적이고 고딕적인 배경으로 바꾸면서, 노골적으로 같은 소재를 공유하는 러브크래프트를 참조했지요. 그리고 내공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더해지자, 정말로 매력적인 세계가 존재하는 RPG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할 말이 많지만... 사실 제가 전에 관련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하하 이렇게 자체광고를? https://pgr21.co.kr/?b=8&n=77821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D ! 재미있을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19/08/21 15:20
브루스 윌리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였던가...
주인공이 브루스 윌리스 사무실에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발견하고 얘기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잠깐의 장면 때문에 러브크래프트를 검색해 알게됐고 호기심에 '광기의 산맥'을 사서 봤습니다. 알고보니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08/21 15:38
어? 그런 영화작품도 있었군요. 이야, 호흡이 긴 "광기의 산맥"을 읽어보셨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남극이라는 곳을 아직도 우리가 대강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하지, 무슨 옆나라처럼 가본 사람이 많아서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는 장소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대유적을 버무려서, 사람이 들어가면 죽는 곳... 외계문명의 흥망성쇠가 죽지 못하고 남아있는 곳이라는 그 처량함과 잔인함을 글로 어떻게 그렇게 묘사했나 신기할 다름입니다. 영화화되서 눈으로 꼭 보고 싶네요.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19/08/21 15:43
제가 이래봬도 톨킨의 실마릴리온 5번 읽은 사람입니다, 엣험. 그 영화에서 나온 책도 광기의 산맥이라... 근데 광기의 산맥 읽을만하던데요?
19/08/21 15:45
실마릴리온을 읽을 정도로 독서내공이 되시는 분이셨군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척을 한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네요 흑흑....
사실 저는 광기의 산맥을 읽다가 흐름을 몇번 놓쳤거든요. 유적 이야기 했다가, 모험 이야기 했다가, 결말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그런데 몇번 읽고 나니까 정말 이게 대단한 책이구나 그제야 싶더군요. 저도 앞으로 책읽는 습관을 더 갈고 닦아야겠습니다 :)
19/08/21 15:48
메탈리카 형님들은 제가 음악적으로도 엄청 좋아합니다. (저는 밴드 음악이라고 하면 뭐든지 사족을 못씁니다 흐흐흐....)
그러고보니 이런 노래가 있었지요! 와 긴 곡이어서 집중해서 듣는데 시간좀 걸렸습니다. 좋은 브금 감사합니다! 역시 공포는 분위기이고, 러브크래프트도 분위기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한 일가견이 있던 양반이지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는 역시 헤비한 밴드 음악이 최고입니다! 감사합니다.
19/08/21 15:31
오! 그러고보니 "픽맨의 모델"도 입문용으로 괜찮은 소설이겠네요! 제 기준에 따르자면 "저 너머에서"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겠군요. 저도 엄청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것도 잘 만든 생활형 공포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19/08/21 15:35
크툴루 세계관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러브크래프트 세게관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크툴루 세계관이라는게 어떤건가요? 가끔 소설을 보면 크툴루 세계관에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는 소설들이 있던데 일단 크툴루 세계관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모르니..
19/08/21 16:03
정말 대충 말하자면,
'촉수의 존재' '형언할 수 없는 존재' '읽으면 미쳐버리는 마도서' '저 별 너머의 존재들' '고대신' '바닷속에 일렁거리는 무언가' 이런 키워드가 등장하면 그 작품은 크툴루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음 글쓴이분 말대로 다키스트 던전이 이걸 너무 잘 표현해놓아서, 이 게임 해보셨으면 그냥 그게 크툴루식이다! 하고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19/08/21 16:14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라고 하는데요. 일단 이 이야기를 하자면 좀 복잡해지니까, 소설을 추천하는 방법을 다루는 이 글에서는 일부로 제가 한마디도 하지않고 뺐습니다. 하지만 물어보시니 또 성심성의것 답변을 신나게 드릴 수밖에 없겠군요!
러브크래프트는 공포소설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Weird Tales" 같은 출판 일정도 불규칙한 잡지에 연재를 하다보니까요. 요즘 판타지 소설 단행본을 내는 한국작가들보다도 연재된 소설의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본인은 글도 몇년 못쓰고 30년대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요절해버렸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가 죽고난 이후에 공포소설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마블 코믹스가 그랬듯이, 30~60년대는 '대중매체'가 태동한 시기거든요. 디즈니도 전쟁홍보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그걸로 상업작품으로 대박을 치던 시기고요. 그러니 그 와중에 공포소설과 공포영화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최초'를 찾아서 명예를 주기로 했고 러브크래프트가 사후에 그 명예를 얻게 된 것입니다. 러브크래프트 본인도 그 당시 유행하던 소설을 많이 참고 했었는데요. 이제 공포작품에서 어떤 요소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참고한' 것이 되어버렸지요. "SF, 흑마법, 외계인이자 고대신, 인간의 과거에 행해지던 고대신 신앙,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 등등... 지금도 익숙한 요소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원류이다라고 불리게 된 것이지요. 비록 그 또한 여러가지 기존 작가와 동시대 작가의 글을 참고 했지만요. "크툴루 신화"는 후대에 (요절한 러브크래프트보다 훨씬 오래 산) 친구 어거스트 덜레스가 그 당시 유행하던대로 "세계관"을 정리해보려고 한 것인데요. 저는 솔직히 별로 좋아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사이의 세계관 연계는 '아니 형이 왜 여기서 나와?' 같은 충격요법의 도구였지, 정교한 세계관을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덜레스를 포함한 러브크래프트 생전의 작가들 역시 러브크래프트와 이런저런 콜라보를 하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크툴루 신화' 속으로 자기 작품을 집어넣고 있는 현대 작가들은 많습니다. 혹시 이런것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러브크래프트 생전의 소설을 찾아보시는 것보다는, "크툴루 신화" 세계관 서적이 따로 나와있는 것들과, 나무위키의 "크툴루 신화" 항목을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이상 제 의견이었습니다.
19/08/21 15:58
4권까지가 '통상적인'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맞습니다. 5권은 러브크래프트의 콜라보/대필/2차 창작 모음집이고, 6~7권은 동시대 작가의 단편집 모음이라서요. 그래도 이미 책이 있으시다니, 러브크래프트의 단편들이 노이즈캔슬링님의 취향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08/21 15:58
러브크래프트 소설 엄청 고평가하시네요. 전 소설기준으론 최악. 코즈믹호러인데 호러를 느낄수가 없었네요. 차라리 90년대 공포특급이였나 단편 공포소설이 더 공포물로 낫다고 느낌니다. 딱 세계관 노름일뿐으로만 느낄뿐...
참고로 러브크래프트전집,단편 모음,trpg전권, 국내럽크세계관 설명책 전권, 아컴 엘드 엘더 보드게임 풀확장까지 다 샀는데 소설은 절대 추천 안해드림.세계관관련 사전책이나 크툴루trpg나 추천드리지요 더군다나 저 전집은 가독성 구리기로 유명합니다. 읽을때마다 당체 몬소리인지...차라리 전집 말고 궂이 소설보실꺼면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총서 07번 러브크래프트편 보고나서 취향에 맞으면 전집보세요.해당 단편 모음이 거의 액기스만 추려났어요. 가독성도 훨씬 좋고요.
19/08/21 16:02
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황금가지판을 재미있게 읽어서 토노시키님의 말씀이 의외이긴 합니다만... 더 나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과학, 마법, 역사 썰을 술술 풀면서 이런 저런 괴물을 독자에게 던지는 그런 상상력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하지만 30년대의 소설이었고, 확실히 지금 보기에는 이렇게 재미없고 진부할 수가 없습니다. 최초의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구린 자동차이고, 최초의 스마트폰은 가장 구린 스마트폰이겠지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도 그런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정보와 의견 감사합니다. 확실히 2010년대에 찾아 읽어볼 가치가 무조건 있는 작가는 아니지요. 저도 그래서 최대한 "취향에 맞는 저같은 사람 보시오"하고 글을 쓴 것이여서요~
19/08/21 16:12
크툴루 극렬빠돌이라서 국내에 발매된 크툴루 서적, 보드게임등 관련 창작물은 다 모으는데 소설은 진짜 볼때마다 힘드네요. 전집 문체 자체가 너무 딱딱해서 이해하기가 너무 난해하더군요.볼때마다 뭔소리야? 그래서 뭐? 갸우뚱하게되서 그나마 추천드리는게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총서 07번 입니다. 그나마 문체를 좀 부드럽게 표현하다보니 전집보다야 쉬엄쉬엄 읽히더군요.
지금은 소설을 바탕으로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세트 (1~3권) 만화책이 있어서 소설보기 힘든분들은 만화책보는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19/08/21 16:09
와 저랑 취향 비슷하셔서 놀랐습니다 크크 저도 작년에 황금가지판 4권까지 읽었거든요 순위로 치자면 1위 광기의산맥 2위 벽속의쥐 3위 인스머스의 그림자 정도 꼽고싶네요 추천해주신 순서도 진짜 적절하신거 같아서 또 공감함니다 인기없는데 개인적 취향에 맞았던것은 울타르의 고양이, 픽맨스 모델, 우주에서온 색체 생각나네요 텍스트 구성도 너무 빡빡하고 어휘도 굉장히 생소한게 많아서 중도포기하신분들 있으신거같은데 영화로 시작해보시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광기의산맥 모티브 존 카펜터의 괴물(1982) 인스머스의 그림자모티브 데이곤(2001) 리애니메이터 모티브 좀비오(1985) 의외로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지만 추천할만한 작품은 이정도인것같네요 역시 여름 밤에는 호러글 하나정돈 있어줘야함 크크
19/08/21 16:37
"울타르의 고양이"도 시골 스릴러 느낌이 나서 좋지요. 크크크크.... "울타르의 고양이"와 "사르나스에 닥쳐온 파멸"처럼 굳이 1인칭 화자에게 직접 일어나는 사건에 안 얽매이고 거리를 둔 상태로 구전동화처럼 풀어가는 작품들을 사실 저는 더 좋아합니다. 마녀의 오두막에 앉아서, 늑대가죽을 뒤집어쓴 샤먼에게 창조신화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 솥으로 끓인 한 잔의 커피와 함께요.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광기의 산맥"은 주인공이 남극의 탐험가이기에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에 거리를 두면서 올드 원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푸는 것이기에 멋지다고 생각하고요.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이 계셔서 놀랍네요! 이제 영화나 빨리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80년대에 태어나지 못한 꼬꼬맹이라 아직 미처 보지못한 영화 추천을 엄청나게 많이 얻어가는군요! 러브크래프트의 영화는 B급 호러글이 최고지요! 아 오늘도 덥습니다. 분명 가을 다 온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19/08/21 16:13
예전에 케이블에서 해준 이탈리아 영화였나..
여주인공이 너무 이뻐서 기억에 남았는데 알고보니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영화화했더라구요. 이탈리아 영화로 나와서 헐리우드보다 훨씬 표현이 쎄더라구요 전 취향에 아주 잘 맞았었습니다.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지식인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19/08/21 16:38
황금가지에서 나온 전집 4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대로 2권 이후는 습작 느낌이 강해서 읽기가 힘들더라구요. 1권을 사실 고등학교 때 생일선물로 받았는데, 현대적 호러를 생각했지. 저런 분위기일 줄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인스머스의 그림자와 벽 속의 쥐를 제일 좋아합니다. 인스머스의 그림자는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일본 서브컬처에 나온 크툴루 신화를 생각하고 읽으면 정말 재미 없는 책은 맞죠. 저도 읽기 전에 크툴루의 부름의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다른 느낌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 작품은 크툴루 신화로 묶여서 신들의 위계나 이계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읽는 게 아니라, 1인칭 주인공 시선에 투과되는 각각의 공포를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툴루라던가 니알라토텝 같은 이름은 마치 정신이 잃은 사람이 내뱉는 비명같은 느낌이니까요
19/08/21 16:48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는데 잘 정리가 안 되고있던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후대에 어떻게 윤색이 되었던 간에, 러브크래프트 '본인'은 흥미본위용 싸구려 잡지에 공포소설을 연재하던 영세한 작가였습니다. 고급 다이제스트 잡지도 아니었고, 작가협회에서 권위있는 회지를 낸것도 아니었지요. 그런 맥락을 빼고서 작품을 다룰려고 하면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겠지요. 물론 동시에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싸구려 소설"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가 다루고자 했던 소재는 지금 21세기에서 계속해서 잘 쓰이는 왕도이거든요. 그러니, 이 두가지 요소를 다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무위키나 위키피디아의 줄거리 요약을 읽는 것보다는 '본인이 한번 읽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가져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번 입문 가이드를 써봤습니다. 재미 없을 수도 있고. 재미가 은근히 있을 수도 있지요. 직접 글을 읽고서 독자로서 느끼신다면야, 저는 정말로 행복한 Farce가 될 것입니다.
19/08/21 19:46
다키스트 던전은 정말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재미없게 하는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크흐흐....
제작사 이름부터가 "레드훅의 공포"에서 따온 "레드 훅"이고요. 4대 던전 + 가장 어두운 던전의 모티브를 생각하자면 일단 스토리 5개는 스포일러를 털리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게이머와 소설 독자는 같은 사람일 필요가 없지요! 소설에도 관심이 가신다면 한번 잘 부탁드리고요. 현대식을 세련되게 재가공된 이야기에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너무 오래된 소설은 사실 지금보면 너무 뻔하디 뻔하거든요 크크크..
19/08/22 00:18
와! 러브크래프트 아시는구나!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러브크래프트 얘기라서 저도 뛰어들자면... 일본 만화 중에 공포만화의 대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가 러브크래프트를 아주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를 떠나서, 굉장히 재미있는 만화니까 혹시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살아있는 목"이 시리즈 1권입니다) 제가 처음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은... 구리모토 카오루의 SF수호지(원제 : 마계수호전)였습니다. 특히 1권 마지막의, 가족이 알 수 없는 뭔가로 변해버린 씬에서 당시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인스머스에서 상당 부분 설정을 차용한... 뱀파이어 헌터D로 유명한 키쿠치 히데유키도 요마 시리즈같은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책들을 썼는데, 이런 류의 일본 크툴루 소설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야한장면이 많다는 것(...) 지금 와서 보면 소설 자체의 퀄리티는 그렇게 높진 않지만 이건 러브크래프트도 마찬가지니(...) 먼저 일본류 야한 러브크래프트를 보면서 호기심이 생기면, 본가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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