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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20 19:41:38
Name 미소속의슬픔
Subject [일반] 다들 학계와 상관없이 논문 쓴 이야기나 풀어볼까요?
오늘 이슈를 하루동안 쭉 지켜보니 문득 제가 학위논문 쓸 때가 기억이 나네요
그 분이 쓰신 논문이랑은 서로 다른 학계라서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기가 힘들었는데,
또 같은 학계에 계신분이 나와서 댓글다시는것 보고 제가 몸담고 있는 곳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허심탄회하게 제가 논문 쓰는 과정에 대해서 소회를 해볼까 합니다.
다른 학계에 계신분들도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법학계에 있습니다.

법학에서는 감히 6쪽짜리 논문은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대나 의학계열은 내용에 따라서 2쪽짜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단 놀랐습니다.

법학에서는 기존의 논의, 판례를 정리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예전에 외국의 논의를 잘 번역해서 마치 자신의 의견처럼 쓰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 논문의 퀄리티를 올릴려면 외국의 논의도 잘 써줘야합니다.
분명 저는 저의 독착정 의견이라고 썼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분이 미국에서 논문을 썼다?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표절의 의심을 받을수가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참고논문만 조사하고 읽어보고 정리하는데만 1주정도 소요됩니다.
다행히 국내에 있는 제도에 대해서만 논하면 괜찮은데,
외국의 입법례라던가 이미 외국에 도입한 제도에 대해서 언급해야한다?
제대로 다하면 2주도 부족합니다.
물론 이 때 누가 정리해둔걸 마치 자기가 정리한 것처럼 하는 꼼수(?)도 있습니다.
다른 국내 논문에서 봤으면 재인용 표시도 해주어야 하는데, 외국 원문만 인용표시하는게 대표적인 예이죠.

이렇게 앞을 다 정리하다보면
갑자기 제 결론이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측 논문에 설득당해버리는 거죠.
기조가 잘 잡혀있는 교수님들은 이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권위자가 하는 이야기면 왠지 다 맞는거 같은(?) 생각이 드는 대학원생들은
이리저리 휘둘리기 시작합니다.

그 때 다시 멘탈을 다잡고 저의 논리를 펼쳐나갑니다.
그런데 쓰다보면 그래도 몇 군데는 저와 비슷한 논조를 가진 문장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권위있는 분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라고 하면 제 문장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거든요.

그래서 또 논문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전에 학계의 논의를 잘 정리해 두었다면 이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법학은 엄청나게 창의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제도와 조화될 수 있는 한도내에서의 진보를 요구합니다.
법 제도는 사회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열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앞서나가도 안됩니다. 너무 뒤쳐져도 안됩니다. 적당히 경제속도를 유지해야죠.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너무 진보적으로 이야기하면 뜬 구름 잡는다고 혼납니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죠.
공대는 실험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지만
법학은 순수히 논리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상대로 실험하기도 힘듭니다.
법제도라는게 한 번 해보고 아님 말고식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그래서 때로는 결론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너무 거창하지 않게요.
그렇게 논문을 쓰고나면 후련하기 보다는 아쉬움이 먼저 남습니다.
혹시나 논리적 비약이 있지는 않을까 읽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웃긴게 논문이 자기 자식과도 같아서
내 눈에는 이쁜것만 보이고 미운 모습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모든게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느껴지죠.
그렇게 교수님께 인쇄해서 들고가면
온통 빨간펜으로 처참하게 교정당하죠..

듣다보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논리적 헛점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게 혼자 볼 때는 절대 안보입니다. 완벽하다고만 느껴지죠.
그렇게 몇 번의 수정을 거치고, 몇 번을 보여주고
최종적으로 완성하여 투고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최소 한 달은 지나가있고, 때로는 계절이 바뀌기도 합니다.
다음엔 쉬운 주제로 쉽게가리라 다짐하지만,
또 쓰다보면 욕심이 생기고
저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있습니다.
빨리 마무리 하고 싶은데 오늘은 참 집중이 안되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한 번 써봤습니다.

어느 댓글을 잠시 인용하자면
지금도 논문을 쓰고계신 모든분들이 무사히 마치셔서
좋은 저널에도 등록되고, 학위도 다 잘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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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크랭크
19/08/20 19:49
수정 아이콘
논문 쓰는게 분야, 지도교수나 연구실에 따라서 정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을 판단으로 쓰는 법을 정의할 수 없다는걸 다시금 느낍니다. 역시 제 주 분야는 아니지만, 관련해서 교수님들 여러분이 이야기 하신걸 들어보면 저 2장짜리 논문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 입니다. 물론 짧은 논문들이 있긴하지만, 저 논문은 기본적으로는 논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다만, 저 사실이 당시에 굉장히 획기적인 이슈였고 저 논문이 DNA 구조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입증하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브라운
19/08/20 21:37
수정 아이콘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전자 분야의 논문중에는 딱 2-3 페이지가 제한인 논문이 있는데 이 분야의 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명 한 페이지 그림 한 페이지로 다 설명할 수 있어요.
블리츠크랭크
19/08/20 22:43
수정 아이콘
제가 그쪽분야의 사파(?)격이라 그런지 몰랐네요 크크
미트파게티
19/08/21 09:40
수정 아이콘
중국도 언어적 특성인지는 몰라도 페이지 제한이 5장 등 인문학인데도 페이지수가 매우 적더군요.
인문학이 5장이라면 다른 분야는 충분히 2장 내로 가능할듯
센터내꼬야
19/08/20 19:49
수정 아이콘
예술계고 석사논문 써봤는데... 성과를 썸머리하는 논문이다보니.. 수준이 긴 리포트 수준입니다.
이대에서 시위하면서 교수님들 석사논문 읽었다던데.. 그게 얼마나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겠더라구요.
박사 논문 쓰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미소속의슬픔
19/08/20 21:49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 제 석사학위 논문을 읽어도 부끄럽습니다 크크
도들도들
19/08/20 19:49
수정 아이콘
로스쿨 도입 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전업 대학원생이신가보군요. ^^ 실무가로서 쟁점에 맞는 논문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고 의존도 많이 하게 되죠. 앞으로도 좋은 논문 많이 써주세요.
미소속의슬픔
19/08/20 20:28
수정 아이콘
아직까지 실무가분들이 보실만한 논문은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실무가 분들이 쓴 리뷰를 많이 참고하고 있네요 크크
캡틴아메리카
19/08/20 19:52
수정 아이콘
수학은 1페이지 짜리 논문도 가능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9/08/20 19:58
수정 아이콘
정수론 끝판왕 논문이 11페이지던가요...클클...
세오유즈키
19/08/20 20:02
수정 아이콘
하긴 페렐만이 밀레니엄 문제를 증명할때도 몇페이지 없었죠.그 증명을 풀이하는데 수백쪽이 걸리긴 했지만요..
김연아
19/08/20 20:06
수정 아이콘
페렐만이 수학7대 난제의 푸앙카레 추측 증명한 게 3쪽 짜리죠
세오유즈키
19/08/20 20:19
수정 아이콘
진짜 너무 악랄하신 분입니다.다른 사람들보고 어떻게 이해하라고 3쪽만에 끝내버리나요.
저거 풀이한 교수가 상 받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풍문으로 페렐만은 다른 7대 난제에 도전중이라는데 어디까지 갔나 모르겠네요.
캡틴아메리카
19/08/20 20:34
수정 아이콘
오히려 그런 어려운 문제 말고 되게 쉬운 문제로도 됩니다.

심지어 한 페이지는 커녕 [한 줄]로요

예를 들면 이런게 있습니다.

https://jjycjnmath.tistory.com/490
19/08/20 21:05
수정 아이콘
누구나 증명할수 있는 문제를 간결하게 증명하는것도 논문 사유군요.
역시 수학은 멋집니다!
19/08/20 20:21
수정 아이콘
생물학도 한페이지짜리 가능합니다. 하디-바인베르크의 법칙 논문이 한페이지죠. 사실 수학논문에 가까운 논문이긴 합니다만.

http://www.esp.org/foundations/genetics/classical/hardy.pdf
캡틴아메리카
19/08/20 20:29
수정 아이콘
이것도 2페이지죠. 흐흐

제목, 초록, 참고문헌까지 모두 합쳐서 1페이지인 논문 수두룩합니다. 크크크
19/08/20 20:08
수정 아이콘
1,2페이지 논문이 가능하다니 부럽네요 ㅠㅠ
chilling
19/08/20 20:11
수정 아이콘
양은 적으면서 빈틈없이 증명은 다 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ㅠㅠ
19/08/20 20:20
수정 아이콘
경제학 끄트머리에서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학계는 아니구요.
논문 비슷한걸 한번 썼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탈고 후에 한번도 안 쳐다 봤습니다.
본문과 상관없는 말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덕분에 노동경제쪽은 만세 삼창 외쳤을 겁니다.
19/08/20 20:27
수정 아이콘
거대한 실험장 오픈한거라서 그런거죠??
chilling
19/08/20 21:01
수정 아이콘
그런 의미로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실증 분석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좋은 실험장이 열렸으니깐요. 외국의 사례는 항상 외적 타당도의 한계에 노출되는데 우리나라가 실험장이니 그럴 문제도 없고요.

최근에 KLI의 발간물에서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실증분석한 논문도 소개되었고, 김태훈 교수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다른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논의가 생기면 좋은 일이겠고요.

최저임금에 부정적 여론이 상당히 강해 이 결과가 어떻게 느껴질진 모르겠지만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테니 공유합니다.
https://www.kli.re.kr/kli/pblctListView.do?key=340&pblctListNo=9229&schPdicalKnd=&schPblcateDe=&mainPageUnit=10&searchCnd=all&searchKrwd=&mainPageIndex=1
잠이온다
19/08/21 00:13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논문 잘 읽었습니다. 역시 경제같은 복잡한 분야에서는 전문적 통계분석과 대중들의 인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느끼네요...
티모대위
19/08/20 20:30
수정 아이콘
논문 분량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저는 전자공학인데 첫논문이 2페이지짜리 논문이었고 정말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쓰고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2페이지에 모든 핵심내용을 압축해서 써내야 했거든요. 당연히 이런 논문은 해당 논문만 보면 절대로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고, 레퍼런스를 뒤져가면서 여기서 참조한 내용과 배경을 전부 알고 들어가야 이해할 수 있죠. 그렇게 논문이 씌여지는 이유는, 이 좁은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가능한 거기도 합니다. 이 논문에 관심 있을 만한 사람들은 배경 내용을 다 아는데, 이걸 전부 쓸 필요가 없다 이거죠.

저희 분야는 2페이지로 분량 고정된 유력 학술지도 존재합니다. 핵심 내용을 다 적어내는건 불가능하지만, 분야 특성상 '회로 성능을 이만큼 뽑아냈다' 라고 주장이 가능해서, 글로 모든 증명을 다 할 필요가 없이 핵심 원리와 회로구조를 적절히 설명하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논문의 분량이란 건 정말로 분야별로 천차만별인 거죠.
블리츠크랭크
19/08/20 20:50
수정 아이콘
APL도 2페이지는 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엄청 간략하게 요약해야하나보네요..
티모대위
19/08/20 20:55
수정 아이콘
요약을 넘어서 핵심 내용이 아닌건 싹다 쳐내고 레퍼런스로 설명해야하며 그림을 기가 막히게 그려야 합니다.
저 같은경우는 제 컨트리뷰션을 다 쓰지도 못했습니다. 한두줄 글로 제 많은 노고를 퉁쳐서 설명해야 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하죠... 하하
참돔회
19/08/20 22:43
수정 아이콘
2페이지 고정! 대단해요
티모대위
19/08/21 09:46
수정 아이콘
그 컨퍼런스 같은경우에는 칩의 구조와 성능을 자세하게 명시하기 때문에, '내가 설계한 내용이 어떠어떠한 원리 때문에 가능하다'를 일일히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치로 이미 잘된다는게 나타나니까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내용만 남기고 다 쳐내죠. 그리고 그림을 정말 함축적으로 잘 그려놓죠.
참돔회
19/08/21 11:03
수정 아이콘
간결하게 쓰는 것도, 그걸 이해하는 것도 다 더 능력이 되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존경존경요!!
Quantum21
19/08/20 20:49
수정 아이콘
제기억에 제목포함 6줄짜리였던가 아무튼 10줄미만인 수학 논문 있습니다. 배경설명하는데 한 2줄인가 main theorem 스테이트하는게 한 두줄되었나? 증명조차 한줄이던가 두줄이던가 그정도 였는데, 함수를 이렇게 저렇게 정의한다. 하고나서 증명의 나머지는 자명하다.. 이러고 끝납니다. 읽어보고 마치 올림피아드도형문제 풀이에 기가막힌 보조선 그은것 같은거라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소속의슬픔
19/08/20 21:58
수정 아이콘
법학은 자명한것을 자명했다고 했다가 논리적 비약이라고 까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저 부럽습니다 크크
19/08/20 20:49
수정 아이콘
저도 논문 쓰는게 직업인 박사과정이긴 합니다만, 조카가 좀 아파서 의학 논문을 좀 찾아봤는데 의학 논문 쪽은 사례 몇 개 모아서 너댓 페이지 짜리 논문으로 내는게 비일비재 하더라구요.
블리츠크랭크
19/08/20 20:53
수정 아이콘
얼핏 듣기로는 사례 위주로 쓰는 케이스 리포트가 있고, 일반적인 논문이있고 나눠져있다고 하던거 같더군요. 아마 임상 분야 때문에 케이스 리포트가 있는게 아닌가.... 의학 전공하신분 등판해주세요
19/08/20 21:03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그래서 조국 딸이 고딩 때 논문 1저자를 한게 주작이 아닐 수도 있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널에 따라 진짜 터무니없는걸 실어 주는 곳도 많고, 운 좋게 자료 좀 정리해서 터무니 없는 저널에 뚫을 수도 있긴 하죠. 고등학생이 그럴 생각을 하고 그런 자료를 모은다는 것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요. 저도 수업 시간에 기말 과제로 쓴거 묵혀 두기 아까워서 kci 저널에 게재하기도 한 적이 있어서...논문이 어떤지는 읽어봐야 알지 고등학생 수준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논문이 있긴 하죠.

물론. 고등학생이 쓸려면 쓸 수도 있다는거지, 조국 딸이 진짜 그렇게 쓴건지 아니면 이름만 올린건지는 저야 모르지만요. 그저 '고등학생이 논문을 어떻게 써'는 아니라는거죠.
김연아
19/08/20 21:22
수정 아이콘
케이스 리포트는 희귀사례를 서술해서 정리하는 건데요

1례가 보통이고, 3-4례도 가능한데, 케이스 리포트는 레지던트 고년차 정도부터는 케이스 잡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케이스만 잡으면 개꿀인데, 비전공자는 아예 쓸래야 쓸 수가 없구요

케이스 리포트 아니어도 3-4 케이스 가지고 쓴다거나 되게 간단한 논문이 넘치긴 해요

그래서 1200플 글에도 그 논문이 고등학생이 못쓸 레벨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은 했는데, 그것도 어려운 일이고 조건은 아주 영민한 고등학생이, 랩에 반 년이상 꾸준히 교감하고 있다면 못 쓸 레벨의 논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2주의 인턴쉽 프로그램은..
19/08/20 21: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제가 그 쪽 분야는 문외한이고, 그 논문을 읽어본 것도 아니라서 단언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고등학생이 1저자가 되는 논문을 쓰는게 불가능하냐? 라는 물음에는 아니다 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논문'을 진짜 조국 딸이 1저자가 될 기여를 해서 썼는가 에 대한 대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제일 유력한 그림은, 교수가 그냥 짜투리로 모아둔 케이스들 몇 개 있는데 친구가 부탁 하니까 그래 이거 내가 하자니 너무 짜잘한거라 그냥 짱박아둔건데 너 온 김에 이거 정리나 해서 어디 허접한데다가 투고하자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김연아
19/08/20 21: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읽어본 바로는 짜투리로 모아둔 케이스는 아니구요

샘플 자체는 나름 의미가 있는 건데, 연구 완전히 진행해서 해외저널에 이거 써서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국내에 대충 내고 끝내면서 얘 좋은 일도 시켜주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님 논문 쓸 누군가가 중간에 없어져서 진행되다가 묻혀있던 건데, 이참에 써먹은 덜 수도 있구요

병리학 교실이면 위치가 되게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일반적이 랩이면 대학원생 굴려서 뽑아낼 수 있는데, 그럴 여건이 안 될 수 있거든요
22강아지22
19/08/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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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살펴봤더니, 일단 논문용 데이터는 2주안에 얻을수없는 데이터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그분께서 1저자를 가져갈수있는 방법은 라이팅을 다해주는건데, 고등학생이 2주안에 의학논문 라이팅이 가능할까 싶네요. 레퍼런스도 수십개 달아놓은거보면 고등학생 내공이라고 생각들진 않던데요.
19/08/20 22:14
수정 아이콘
근데 솔직히 논문에 저자 순서는 엿장수 맘대로라서, 전 그거 갖고 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게 조국 딸이건 황교안 딸이건 간에요. 기여도 갖고 논문 저자 순서로 문제삼으면 문제 안 될 논문 찾는게 더 쉬운 수준이라...
22강아지22
19/08/20 22:24
수정 아이콘
??? 논문 저자 순서가 엿장수맘대로라구요?
19/08/20 22:25
수정 아이콘
일단 제 전공은 그렇습니다. 제일 많이 기여한 사람이 1저자를 갖는 정도만 지켜지고, 나머지는 다양한 정치적인 이유들로 결정되곤 하죠.
22강아지22
19/08/20 22:32
수정 아이콘
주저자 외에는 정치적인 이유들로 순서가 결정되는 그 전공이 참 궁금해지네요.
19/08/20 22:33
수정 아이콘
안알랴드릴거에요.

일단 제가 쓴 논문이 어떤 내용이고 어느 저널에서 어떤 심사 단계에 있는지 제 지도 교수님은 하나도 모르시지만, 제가 쓴 논문에는 모두 제 지도 교수님의 이름이 공저자로 들어가 있지요 크크크
소독용 에탄올
19/08/21 00:16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흔합니다.
실적점수 채우느라 세명이서 1,2,교신 돌려써서 하나씩 1점일걸 셋이 세개 1.5점 먹는 경우도 있고 그럴정도라요....
만년유망주
19/08/21 00:46
수정 아이콘
이런 경우 은근히 많죠. 학계에 있을수록 이성적이지 않은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푸른등선
19/08/21 03: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실험실에서 이미 준비된 샘플을 대상으로 이미 확인된 프로토콜을 돌리기만 하는 경우였다면 어느정도 숙련된 테크니션이라면 2주만에 데이타를 뽑는 것도 가능은 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저 고딩이 강남과 천안을 오고가면서 불과 2주만에 저런 테크닉을 숙련하기는 커녕 데이터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설사 데이터를 뽑아냈다고 해도 그것이 단순 실험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에 1저자로는 절대 고려대상이 될수 없고요. 혹시나 통계분석 및 레퍼런스 참조 등등 논문 라이팅에 관여했으면 어떤가 싶은데 본인들 해명으로도 영자 교정이나 하는 시늉을 한 것 같은데... 이것도 사실 말이 안되는게 전문 용어에 대한 감이 없는데 적절한 영문 용어를 찾아서 붙이기 불가능해요. 제가 미국에서 네이티브 미국 고딩 인턴애들 둘이나 실험실에서 맡아서 가르쳐봤는데 2달이 가도록 논문 라이팅은 언감생심입니다. 저런 논문을 쓰려면 학부 분자생물학 입문이라도 수강을 하고 기본적인 개념 자체가 확립이 되어 있던게 아니라면 절~~~대 불가에요...우리나라 고딩이나 학부 저학년생 중에서 저 논문 제목에 들어가 있는 Polymorphism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학생 거의 없다에 100원 겁니다.

실제 연구를 주도한 석박사급 연구원이 실험도 사실상 다 해놓고 논문 라이팅 데이터 분석도 전부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2주 인턴쉽 마치고 교수나 연구원과 이메일로 논문 라이팅과 관련된 피드백을 오랫동안 주고받은 정황이라도 제시할 수 있으면 조금 인정하겠습니다. 바쁘신 고딩께서 실험실 재방문은 고사하고 2주 딱 마치고 자기가 무슨 일을 한건지도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몇달뒤에 'Congratulations!!! 너 1st author야. 자소서 언능 쓰거라'라는 연락이나 받지 않았을까요.
19/08/21 08:52
수정 아이콘
밑에 어느글에서 고등학교때 대립유전자랑 유전형질 개념 배우니까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 무리없는 개념이 아니냐고 하시던분 떠오르네요. 아이고... 크크
19/08/21 06:27
수정 아이콘
의학논문은 분야 특성상 연구 방법/단계가 나뉘는데, case report, case-control, cohort, RCT 등등으로 나뉩니다. Case report를 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사례라서 몇 년 동안 사례를 모아도 몇 건 안나오는 경우에 주로 적용합니다.
블리츠크랭크
19/08/21 08:2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19/08/21 06:23
수정 아이콘
사례 몇 개 모은거면 case report일텐데. 좋은 등급(?)의 논문은 아닙니다. 의학 연구는 방법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 case report는 제일 하위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례가 너무 적을 때, 주로 이 방법을 택합니다.
한걸음
19/08/20 20:57
수정 아이콘
셀프 리비전도 통과못하고 있어서 자괴감 느끼고 있습니다ㅠ
루트에리노
19/08/20 21:03
수정 아이콘
지금 박사논문 준비중입니다 크크
미소속의슬픔
19/08/20 21:52
수정 아이콘
꼭 내년까지는 완성하시길 크크
누군가 남모르는 연구실에서 비슷한 주제로 쓰고있을지 모릅니다.
저도 석사지만 학위논문 쓸 때 국내에 참고할만한 문헌이 몇개 없었는데, 발표하고나니 그 후에 비슷한 주제로 몇 개 나오더라구요. 1년만 늦었어도 빛을 못 볼뻔 했습니다
19/08/20 22:19
수정 아이콘
그런건 그냥 있어도 없는척 쓰면됩...
루트에리노
19/08/21 01:51
수정 아이콘
그러합니다 크크크크
19/08/21 00:14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저는 이번에 졸업합니다 하하하하하
루트에리노
19/08/21 01:51
수정 아이콘
앗...ㅠ
Phlying Dolphin
19/08/20 21:13
수정 아이콘
논문을 잘 못 써서,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계속 써야지요.
최종병기캐리어
19/08/20 21:16
수정 아이콘
고2도 2주일에 논문한편 쓰는데, 넌 뭐야? 그정도로 기특해서 제1저자 할 수 있겠어?
타마노코시
19/08/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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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논문은 6년전에 썼고, 이제는 몇몇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분야의 논문은 정말 다양합니다.
정말 2~3페이지 수준의 Review summary와 같은 논문에서 (학술적 대가 같은 아우라가 풍기는 논문은 이런데에서 잘 보임) 그냥 책으로 쓰지 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분량의 논문 (모델 개발 논문인데 무려 100페이지를 저널에 투고..)까지 다양하네요.
제 첫 SCI는 20페이지 분량이었고, 저는 보통 대체로 10~20페이지 선을 넘지 않는데 예전에는 쓸 말은 많은데 표현을 못해서 고생했다면, 지금은 이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하는 한문장 한문장의 고민때문에 더 시간이 걸리네요...
미소속의슬픔
19/08/20 22:00
수정 아이콘
원래 학위가 올라가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누가 내 글을 읽고 참고할수도 있다는 부담감,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한 책임감도 늘어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박사학위 받으셨다는 그 사실에 경의를 표합니다 크크. 안해본 사람은 진짜 모르죠
19/08/20 21:35
수정 아이콘
제 논문은 댓글로 쓰려니 갑자기 안 좋은 기억들이 마구 떠올라서 쓰질 못할 것 같고,

보통 이런 연구/학문/대학원 업계(?) 관련 글이나 유머는 항상 이공계 분들 글/댓글이 대다수더라구요 흑흑
문과... 특히 문사철은 슬픕니다.
미소속의슬픔
19/08/20 21:56
수정 아이콘
지금 댓글 쭉 읽는데 PGR도 거의 이공계 분들이 70%넘는것 같습니다
19/08/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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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0 봅니다 흑흑
답이머얌
19/08/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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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험 답안지써도 이공계는 한페이지 넘기는게 살인적인 난이도고, 인문계 학생들은 10장은 기본이라고 하죠.

당연한게 이공계는 자연계 현상을 다루니 정확한 실험을 한다면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죠. 게다가 수식으로 나타내야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죠. 이걸 말로 풀어쓰면 더더욱 의미 전달도 안되고.

인문계는 인간사회를 다루니 당연히 그건 니 생각이고~ 라고 부터 시작해서 말이 많아질수 밖에 없는...
미소속의슬픔
19/08/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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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명하신 교수님 의견을 비판할땐 괜히 문장이 길어지고 가끔 손까지 떨립니다 크크
22강아지22
19/08/20 21:49
수정 아이콘
2컬럼 4~6페이지로 주로 썼네요. 응용수학 관련 논문도 써봤고, 알고리듬 논문도 써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논문은 아이디어와 논문에 넣을 충분한 데이터가 50 이고 라이팅이 나머지 50 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이디어의 실현과정은 즐겁기라도 하지만 라이팅은 제가 영미권사람이 아니라그런지 항상 귀찮고 어려웠어요.
미소속의슬픔
19/08/20 22:08
수정 아이콘
영어로 쓰신건가요??대단하십니다.. 저는 한국어도 애먹고있는데
22강아지22
19/08/2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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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한국어논문도 좋은 내용들 많던데.. 기회가 되시면 영어로 쓰시는걸 추천합니다.. 그 좋은 아이디어를 한국인만 볼 수 있는게 아깝자나여
미소속의슬픔
19/08/20 23:21
수정 아이콘
사실 법제도라는게 각각의 국가마다 특유한 모습들이 있어서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스탱글
19/08/20 21:53
수정 아이콘
현직 의사인데요....
의학 관련 논문은 인턴쉽따위가 2주 와서 견학한다고 쓸 수 있는 논문같은 건 없습니다. 수학 쪽이나 문과 쪽 천재면 몰라도 이미 알고 있었어야할 기초학문이 어느 정도는 배경으로 깔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의대 실습 돌 때나 논문좀 뒤적거리지 전문의 따면서 쓴 논문 생각하면 모 교수 딸 문제는 전혀 말이 안 됩니다.
스탱글
19/08/20 21:55
수정 아이콘
더더구나 그 학생이 유급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런 학생이 기초의학 논문 제 1저자를 한다고요? 전국 의대생 의사들이 자괴감 느낄 겁니다.
22강아지22
19/08/20 21:58
수정 아이콘
그 내용이 어떻든간에, 그냥 라이팅 실력만 보면 이게 교수가 쓴건지 학생이 쓴건지 알 수 있지 않나요.
미소속의슬픔
19/08/20 22:07
수정 아이콘
사실 어느 학계든 그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학계 고유의 문장구조, 단어선택이란게 있기 마련인데, 그런걸 2주만에 해낼리가..
참돔회
19/08/20 23:34
수정 아이콘
단대 교수님도 바로 인정하셨자나요. 과한 감이 있었다고..
이거 조용히 묻고 지나갈수 없을 겁니다. 제대로 걸렸습니다
19/08/20 22:14
수정 아이콘
논문 86페이지 쓴다고 정말 토나왔는데..
ㅠㅠ 공학입니다. 요즘 자괴감이 드네요..
블리츠크랭크
19/08/20 23:53
수정 아이콘
학위논문 아니신가요
티모대위
19/08/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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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계도 정말 천차만별이네요.. 저희 분야는 유력 학술지/저널 중에서 20페이지 넘기는 논문을 찾는게 정말 힘들거든요.
홍삼모스키토골드
19/08/20 22:27
수정 아이콘
그 유명한 DNA 논문이 한 장짜리였죠
미소속의슬픔
19/08/21 00:22
수정 아이콘
그런 논문이 있나요?? 신기하네요
푸른등선
19/08/21 04: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생물학분야만 한정하자면) 요즘은 논문하나를 CNS급으로 제출하려면 저자 숫자부터 최소 10명이상 길면 심지어 수백명인 논문도 흔합니다. 논문마다 요구하는 포맷이나 분량제약은 어느정도 있긴 하지만 한 장짜리 논문은 70년전이나 가능했고 요즘은 워낙 실험기술이나 분석기법이 발달하고 코웍이 흔해져서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한 두장짜리 논문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죠. 아주 간단한 pre-review 같은 리뷰논문 말고는요....그런데 오히려 high impact 논문일 수록 분량이 좀 줄어드는 경향은 있습니다. 분량도 짧은데 CNS 딱 나온 논문 보면 그냥 스웩이 넘치죠. 저자만봐도 벌써 거의 노벨상급 연구실출신들이고요..그런데 그런 논문들도 정작 Supporting information 보면 수십장에 달하죠. 사실상 요즘 연구 논문들은 최소 수 십 장짜리라고 보셔도 됩니다. High-throughput 시대라서요...
19/08/21 00:22
수정 아이콘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전공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졸업합니다.
(사실 이거 말하고 싶어서 댓글씁니다)
여태까지 써본 논문들 분량 간단히 적어봅니다.

국내학술대회 2칼럼 3장 (초록만 쓸 때는 1장 끝)
국내학술지 2칼럼 6~7장
국제학술대회 2칼럼 4~5장 (역시 초록만 쓰면 1~2장에 끝납니다)
국제학술지 2칼럼 7~12장
석사학위논문(국문) 1칼럼 50장 조금 안됨
박사학위논문(영문) 1칼럼 100장
(보통 2칼럼으로 쓰면 1칼럼의 1.3~1.5배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 놀고 또 쓰러 가겠습니다
하얀가운의노예
19/08/21 00:49
수정 아이콘
의학자의 길을 가려고 하고 있고 나름 소규모이지만 정부과제와 학회펀드 등 연구비도 열심히 따려 하고 있습니다. 의학논문은 대부분 분량이 제한이 있습니다. Abstract는 250단어 (경우에 따라서 300 혹은 350단어) 그리고 Introduction부터 Conclusion 까지는 2500단어 (저널에 따라 2000~3500까지)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논문은 대부분 6~7장이 많고요 Review논문이라면 그보다 더 한 분량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review논문의 경우에는 저널의 Invitation을 받아서 게재를 약속(?) 받고 쓰는경우가 많아 대부분 어느정도 업적이 있는 연구자를 초대합니다. 어쩌다 보니 자랑이 되겠지만.... 지금 이시간에도 Review논문을 invitation받아 쓰고있네요....3주째 쓰고있는데 3~4주는 더 걸릴듯 싶습니다.


다른 파트 논문은 어떤지 모르지만 의학논문은 evidence based에 따라 가치가 좀 나뉘게 되는데 잘 자여진 Clinical trial (임상시험)논문과 비슷한 주제의 임상시험 논문들을 묶어서 메타분석 하는 Systemic metaanalysis 가 high evidence로 꼽히지만 요즘 추세는 메터분석 논문의 값어치가 서서히 내려오는 추세인 듯 싶습니다. 대신에 요즘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Retrospective cohort study 가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이번 조국후보자 딸이 1저자로 등재된 논문은 임상시험논문 중 기초분석을 가미한 retrospective study 이기 때문에 Level of evidence가 낮아 Impact factor가 낮은 저널에 투고되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이러한 기초실험 논문중 인체유래물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는 희소성때문에 좋은 IF 저널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IRB 강화로 인해 이러한 연구는 더더욱 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과거 10년전만 하더라도 까다롭지는 않았다 합니다)


개인적인 소회는 의학논문 중 KCI만 등재되서 IF가 낮네 그래서 쓰기 쉽네....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레지던트에서 전문의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대부분의 과들이 KCI 이상의 주저자 논문 1개를 4년이내 개제해야하나...이때문에 많은 레지던트들은 2~3년간 논문 한편을 위해 준비합니다. 2주안에 고2가 논문 썼다하니........아....정말 자괴감 드네요 하하하...
참돔회
19/08/21 01:29
수정 아이콘
이런 내로남불 위선자가 민정수석을 했네요
아 진짜 레지던트2년차때 첫 논문 쓰려고 거의 1년간 데이타를 준비하고, 몇달간 혼나며 통계 돌리고, 까이고 까이고, 여러 관련 논문 참조하느라 허덕이며 고생했던 과거가 생각납니다.
대체 왜 그리 바보 같이 굴었을까요.
부모 잘 만나서 2주만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는데요
만년유망주
19/08/21 00:51
수정 아이콘
화학쪽 대학원생입니다. 다른 저널은 제쳐두고 사이언스만 얘기하자면 사이언스는 의외로 아티클 하나에 할당된 페이지 수가 적습니다. (프린트하면 앞뒤에 다른 아티클 내용이 들어갈 정도로) 대신 데이터를 첨부한 supporting information은 20 페이지를 넘기는 경우가 흔하지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논리 전개가 필요한 논문은 내용이 길고 다른 사람이 아직 보여주지 못한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내는 경우는 본문이 생각보다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를 첨부하는 문건이 따로 있어요.)
Spike Spigell
19/08/21 01:47
수정 아이콘
논문쓰는 직업에 있습니다만....요새 네이처 같은 논문들도 데이터를 잔뜩 넣는걸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어서 페이지 수가 적다고 좋지 않습니다. Supporting Info가 80장씩 만들어내는 요새입니다. 그걸 떠나서 1저자로서 고2 인턴학생이 써놓은 논문의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봐도 이해하는데 2주 이상 걸릴거 같은 주제인데...요런 시스템은 미국에도 있긴 하지만 1저자로 넣는 경우는 안 많을거 같은데...그냥 이런 시스템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아
19/08/21 01:53
수정 아이콘
전 논문 쓴 거 말고 킬시킨 얘기를 써보려고 해요.

어느날 교수께서 어느 검사에서 수면제를 먹지 않은 유아와 수면제를 먹은 유아의 검사 결과를 비교하여 차이가 없음을 보자고 했어요. 이미 수년간 검사한 데이터가 아주 많이 있고, 양측의 수가 비슷하니 데이터군 자체는 의미가 있었죠

하지만, 간단하게 초록화 해서 약 이주 뒤 있을 학회에서 발표를 할 거고, 일주일 뒤에 초록을 만들어 와서 교수들과 검토를 해보자는게 일차적인 문제였죠. 검사 결과 데이터 파일을 일일이 열어서 숫자를 엑셀에 옮기는데에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더군요. 물리적으로 시간을 계산해보니, 검토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한숨도 안자고 밤을 새면 기본 자료 데이터베이스만 만들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학부생 후배들 10여명까지 동원해서 3일인가 4일에 걸쳐 데이터베이스 만들고, 나머지 기간 동안 데이터베이스 간략 검토, 통계 돌리고, 초록까지 다 만들었고, 검토 받고 수정 받고 포스터까지 발표를 다 했었죠. (덕분에 나중에 그 학부생 후배들에게 한 50~60만원어치 밥과 술을 제공했던 것 같네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서, 교수가 그거 논문을 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문헌 조사를 시작했는데, 논문 서치를 몇 개 하니까, 하나같이 단정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된 검사에서, 수면제 복용한 경우와 복용하지 않은 경우 결과가 비슷하다고 단정지어져 있더군요. 그래서 Textbook을 읽어보니 거기서도 수면제 복용한 경우와 복용하지 않은 경우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검사라고 나와요.

교수는 막 SCI 저널에 실을 거라고 잘 쓰라고 그랬는데, 문헌 몇 개 읽어보니 SCI는 안 되겠더라구요;; 뭐 그래도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논문의 가치는 있을 수 있죠. 저는 국내 학회지에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구요.

암튼, 이런 사정을 알렸는데, 그래도 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더 큰 문제가 있었어요. 양측의 결과가 차이가 없으니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 검사를 하는게 타당하다는 취지로 discussion까지 써오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양측의 결과 차이가 없으니 수면제를 써도 무방하다고 결론이 나야되거든요. 참고문헌과 텍스트북에도 그렇게 언급하고 있구요. 수면제를 쓰지 않고 검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려면, 수면제 복용 시 검사 결과가 유의한 차이를 보여야죠.

암튼, 그래서 전 그건 아니다. 그렇게는 쓸 수 없고 주장을 바꿔선 쓰겠다고 했고, 교수는 자기 말대로 쓰라고 했고... 그래서 안 쓰고 버텼어요. 헤헤. 그래서 그 교수는 절 의국 나갈 때까지 은근히 싫어했죠.
19/08/21 06:39
수정 아이콘
근데 애초에 그런 주제를 왜 잡은거에요? 특성 상황 같은걸로 한정지어서 논문의 독창성이 있어야지 그냥 이전 결과 반복하면 괜찮은데 실리기는 글른거 아닌가요?
김연아
19/08/21 07:49
수정 아이콘
저야 모르죠;; 제가 정한 게 아니라 학회 거진 2주도 안 남안 상황에서 이거 발표해보자고 지령이 내려온자라, 일단 하고 봤죠. 진지한 고찰은 그 담에 이뤄졌는데, 이게 꽝이었더느거죠 ㅠㅠ
아마데
19/08/21 02:27
수정 아이콘
유기화학 대학원생입니다. 일례로 Luche reduction이라는 유명한 반응식을 발표한 논문은 거의 정확히 한 페이지 반 정도입니다. "내가 이 반응식을 알아냈다. 이러이러한 조건에 최적화 돼 있음.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확실치는 않지만 이런 것 같다. 끝."

물론 논문 자체는 짧아도 SI가 몇십장 넘어가는건 흔해빠졌죠 크크
19/08/21 03:04
수정 아이콘
다음주부터 미생물학 대학원생입니다. 학부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한참 일했는데, 4년간 개고생해서 논문 3저자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근처 대학 콜라보와 여러가지 이유로 4저자로 밀렷죠. 흑흑.
그 다음에는 1년간 실험 주도하서 짧은 논문 냇는데, 쓰는선 교수님이 다 쓰셔서 (논문에도 그렇게 나와 있죠) 잘 냇죠.

이제 대학원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써야하는데 걱정됩니다. 잘 할수 있게죠?
성야무인
19/08/21 04:56
수정 아이콘
SCI급에 넣을 의학쪽 논문 레퍼런스 빼고 약 80% 정도 썼습니다. 데이터 7개랑 테이블 3개정도 들어가는 데 30장은 넘었고 IF 1.0 언저리에 넣을 예정이고 아마 논란이 되는 조후보 딸 논문 수준일겁니다. 근데 저 허접스러운 데이터 내기 위해 아마도 6-7개월은 고생했을겁니다. 보통 서론 쓰는 데 제일 많이 시간이 걸리고 나머지 결과값이야 데이터 나온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데이터 내고 Mean value 뽑고 이 데이터 가지고 student t test 써서 이게 정확도가 95%이상인지 증빙도 해야 하구요. 이떄 데이터 입력은 엑셀로 한뒤 연산식 따로 만들고 그 다음 수식대입 후 그래프 생성은 sigma plot으로 합니다만 이게 고등학생이 할수 있냐라고 한다면 흠.... 뭐 천재면 하겠지만 분석툴만 하더라도 익혀서 자기입맛대로 쓸려면 잘 가르쳐서 2-3주는 걸립니다. 사실 2주만에 써서 허접스럽게라도 논문 제1저자할 수 있다면야 저도 그 스킬 배우고 싶네요.
괴물군
19/08/21 10:01
수정 아이콘
저는 공학쪽 논문을 쓰고 졸업한 공학박사네요 AISC나 ASCE에 주로 투고 하고 있는데 여기 댓글 읽어보니 분야에 따라 분량이나 그런게 천차 만별이네요

공학쪽은 대다수 단어갯수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고 게재가능으로 나오면 그림 해상도나 위치편집이 일이긴 합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는데 처음 박사논문 시작할때 레퍼런스 읽으면서 지도 교수님과 같이 준비만 1년 가까이 했던거 같네요

박사논문은 양면으로 150 정도 나왔던거 같네요 근데 논문이 참 그런게 또 지나서 읽어보면 수정할것이 눈에 왜그리 보이는지....

다들 힘들게 연구하고 결과를 글로 정리하시는 분들 많구나 하는걸 느끼네요
세인트
19/08/21 11:33
수정 아이콘
논문이 참 그런게 또 지나서 읽어보면 수정할것이 눈에 왜그리 보이는지

이 부분에서 공감할분이 한두 분이 아니실겁니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흑 ㅠㅠ
괴물군
19/08/21 13:23
수정 아이콘
진짜 크윽 이라는 말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ㅠㅠ

그때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부족한 점이 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ㅠㅠ

석사 논문은 아예 꺼내보기가 무섭더라구요 ㅠㅠ
거품맨
19/08/21 14:03
수정 아이콘
왜 아직도 국회도서관 자기 논문 불태울 레이드팟 모집이 없죠?
트라팔가 로우
19/08/22 08:29
수정 아이콘
공대장님 앞장서시면 뒤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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