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7/27 11:04:25
Name 醉翁之意不在酒
File #1 0432_fysvpvf8689447.jpg (84.8 KB), Download : 65
File #2 4bed2e738bd4b31cce4469aa86d6277f9e2ff8a3_(1).jpg (212.2 KB), Download : 12
Subject [일반] 마시고 죽자 (수정됨)




이백 李白, 중국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일반인들조차도 이름을 아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입니다. 두보와 함께 한시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죠.

李白斗酒詩百篇,長安市上酒家眠。天子呼来不上船,自稱臣是酒中仙。
이백은 술 한 말을 마시고 시 100편을 짓고, 장안성 저자의 술집에서 잤다. 천자가 오라하여도 배에도 오르지 않은채, 스스로 칭하기를 '신은 술의 신선입니다' 하였다.
- 두보
두보의 평가를 봐도 알수 있듯이 이백은 자유분방한 낭만주의 시인이였습니다. 세상을 걱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두보와는 궤가 좀 다르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백도 안하무인 유아독존적인 면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지인의 천거로 조정에 들어간 다음에도 그런 성격이 화를 불러 결국은 정적들의 농간으로 조정에서 추방을 당하고 전국을 주유하며 시를 짓기에 이릅니다. 당시 회재불우의 울적함이 극에 달했을것이고 그런 울분이 그의 시에 반영이 되었습니다. 역사에 남을 명시를 무수히 남긴 이백이지만 사람들한테서 압도적으로 1위라고 인정을 받는 작품이 장진주 將進酒 입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때 뭐랄까 풍류를 잘 모르는 저지만 그 어떤 천부, 타고난 것, 압도적인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딩요의 첼시전 엉덩이 실룩실룩 골은 봤을때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워낙 술을 좋아했던 이백이 쓴 술을 마시자는 시를 술 한방울도 못하는 와이파이님한테 보여줬더니, 뭔가 느낌을 알만하다라고 할 정도로 작품의 힘?을 느낄수 있습니다.

원문의 해석은 검색하면 여러 나오니까 저는 그냥 현대 일상대화풍으로 옮겨보겠습니다.
將進酒(술을 드세요)
李白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奔流到海不複回。
보았는가, 황하의 물이 동해로 흘러가는걸, 하늘에서 내려왔으면 뭐 하냐, 바다에 들어가면 두번 다시 찾아볼수 없는데.
君不見,高堂明鏡悲白發,朝如青絲暮成雪。
보았는가, 거울에 비친 백발에 한숨쉬는 사람을, 대궐에 살면 뭐 하냐, 아침에 검었던 머리가 어느새 하얗게 변했는데.
人生得意須盡歡,莫使金樽空對月。
(그래서)인생은 잘 나갈때 즐겨야 돼. 빈잔으로 달님을 마주하는 일은 없도록.
天生我材必有用,千金散盡還複來。
하늘이 나를 낳은건 반드시 쓸모가 있어서이고, 천금을 다 뿌려도, 다시 벌면 그만이라네.
烹羊宰牛且爲樂,會須壹飲三百杯。
양도 잡고 소도 잡고, 즐긴다 하면 300잔은 마셔야지.
岑夫子,丹丘生,將進酒,杯莫停。
잠부자, 단구생이, 당신들 멈추지말고, 마시시오.
與君歌壹曲,請君爲我傾耳聽。
내 그대들한테 노래 한곡 불러드리리다, 귀를 기울여 들어주시오.
鍾鼓馔玉不足貴,但願長醉不複醒。
음악과 미식이 귀할게 뭐 있겠소, 그냥 취한채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이지.
古來聖賢皆寂寞,惟有飲者留其名。
자고로 성현들은 적적하게 살았다는데, 이름을 남긴자들은 다 술꾼들이라네.
陳王昔時宴平樂,鬥酒十千咨歡谑。
진왕(조식)이 옛날 평락에서 연을 벌릴때는 한말에 만원씩하는 술을 맘대로 마셨다더만.
主人何爲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사장님 왜 내가 돈이 없을까봐? 있는 술 다 꺼내오시오, 내 한잔 따라드리리다.
五花馬,千金裘,呼兒將出換美酒,與爾同銷萬古愁。
저기 얼룩말하고, 여기 모피외투하고, 애보고 다 가져다 술 바꿔오라 그래. 오늘 다 같이 먹고 죽읍시다.

아쉽지만 제 재주로는 제가 처음 이 시를 읽었을때 느꼈던 그런 전율을 전달을 할수가 없네요.
친구들하고 술약속이나 잡아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진선미
19/07/27 11:09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음주가무는 위지동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우리민족의 전통이기도 하죠 흐흐
19/07/27 11:36
수정 아이콘
중국어 대구를 알아야 대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글로 번역한 것만으로는 그 정도를 느끼기 힘드네요.
오히모히
19/07/27 11:44
수정 아이콘
닉이랑 잘 어울리십니다 흐흐
닭장군
19/07/27 11:49
수정 아이콘
마죽
켈로그김
19/07/27 12:19
수정 아이콘
정의로운 시네요 크크크크
-안군-
19/07/27 16:02
수정 아이콘
마지막 싯구가 예술이네요. 와...
빠따맨
19/07/27 16:32
수정 아이콘
현실은 다음날 숙취로 고생한다...
설사 하고..
하지만 어제 죽음에서 부활하려면 설사는 필수
결론은 x을 잘 싸야 술에서 부활한다
술마신 다음날의 설사를 두려워 맙시다
-안군-
19/07/27 16:39
수정 아이콘
피지알식 결론!!
醉翁之意不在酒
19/07/27 17:55
수정 아이콘
실제로 자주 변비가 오는 저는 과도한 음주를 해서 배변을 촉발하는 솔루션을 종종 씁니다.
빠따맨
19/07/27 18:45
수정 아이콘
잘 싸기 위해서는 먼저 마시고 죽어야 한다
이걸 알고 쓴 시인겁니다
역시 시대를 앞서간 분이네요
진산월(陳山月)
19/07/27 21:04
수정 아이콘
저는 변비는 없지만 똥이 안나온다 싶으면 술을 평소보다 과하게 마십니다. 그러면 다음 날 여지없이 하루에 서너 번은 화장실에 갑니다.
19/07/27 22:03
수정 아이콘
최고의 해장은 술X...
19/07/27 18:24
수정 아이콘
스웩 가득 담긴 시네요.
특히 "천금을 다 뿌려도, 다시 벌면 그만이라네"에서는 도끼의 <내가 망할 것 같애>가 생각납니다 흐흐
Foxwhite
19/07/27 21:25
수정 아이콘
빈잔으로 달님을 마주하는 일은 없도록...
크...
안스브저그
19/07/27 23:03
수정 아이콘
크라잉 넛의 마시자가 연상되는 시구네요
19/07/28 10:44
수정 아이콘
예전 임원면접할때
마지막한마디 아니면 자기소개할때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 하늘이 내 재능을 세상에 내었으면 반드시 쓸모가 있다.
대충 이렇게 해석할수있는데 이 구절 무조건 넣었던 기억나네요.

실무진 면접말고, 임원면접때는 나름 고전인용하면 좋아하는분들 있더라구요.
세츠나
19/07/29 13:12
수정 아이콘
swagger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026 [일반] 아들의 취향 [2] 해맑은 전사7124 19/07/29 7124 6
82025 [일반] 며칠전 폰을 바꾸면서 알게된 사실들. [63] 삭제됨14320 19/07/29 14320 3
82024 [정치] 개인적인 한국 보수 살아남는 방법 [119] Jun91112240 19/07/29 12240 5
82023 [일반] 살아있는 약물, 면역세포치료제 CAR-T [11] 모모스201311965 19/07/29 11965 6
82022 [일반] 퍼스트 어벤져 다시 보기 [53] 퀀텀리프11250 19/07/29 11250 3
82021 [일반] 잠식(蠶食)전략 [11] 성상우4871 19/07/29 4871 4
82020 [일반] (삼국지) 이릉 전투 (1) [45] 글곰13292 19/07/29 13292 40
82017 [일반] [일상글] 아버지, 그리고 가족여행 [24] Hammuzzi5369 19/07/29 5369 6
82016 [일반] [다큐] 러시아 다큐 "로마노프 왕조" 外 [14] aurelius7473 19/07/29 7473 0
82015 [일반] 저처럼 컴퓨터 8년이상 쓴사람 계신가요? [126] 허스키20798 19/07/28 20798 3
82014 [정치] 한국당 상태에 울부짖은 보수주류언론들 [97] 나디아 연대기18020 19/07/28 18020 2
82012 [일반] 브로콜리 너마저 <속물들> 감상문 [78] 229843 19/07/28 9843 17
82011 [일반] 배워서 남주네) 엑셀과 vba를 이용해 공정관리 시트 구현하기 - 0 [15] 산양9169 19/07/28 9169 9
82009 [일반] 무기의 시대(Age Of Weapon) [12] 성상우7795 19/07/28 7795 7
82008 [일반] 내겐 너무 어색한 그녀, 보람좌 [34] 꿀꿀꾸잉11498 19/07/28 11498 16
82007 [일반] 무신론자의 작은 불편함 [154] 공부맨11752 19/07/28 11752 10
82006 [정치] "2030의 한국당 비호감 심각한 수준" 한국당 내부서도 총선 필패 위기론 [143] 나디아 연대기16687 19/07/28 16687 3
82004 [정치] ‘20대 남성’ 담론은 정치의 문제인가 [140] 유소필위15615 19/07/27 15615 58
82003 [일반] 스핀라자 30억 vs 졸겐스마 24억 [43] 모모스201313514 19/07/27 13514 7
82002 [정치] 트럼프, WTO에 개도국 우대체계 시정압박…韓도 거론 [74] 나디아 연대기13941 19/07/27 13941 1
82001 [일반] 애플의 라이브 포토를 알고 계시나요? [41] KBNF12293 19/07/27 12293 1
82000 [일반] 마시고 죽자 [17] 醉翁之意不在酒7687 19/07/27 7687 6
81999 [일반] 차선을 선택하라 [22] 성상우7646 19/07/27 7646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