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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1 12:31:03
Name 서양겨자
Subject [일반] 효과가 없는 접근법 (수정됨)
"모든 정치행동은 결국 악일 수 밖에 없다는 비극적 현실을 인정할 때만 더하고 덜한 악을 구분하고 그중 덜한 악을 택함으로써 이 죄 많은 세상에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 수 있다. 정치와 윤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과학도, 윤리도, 정치도 아니다. 권력을 택할 것인가 선행을 택할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잘 행동하라는 것은 결국 정치적 기술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정치적 지혜이다. 모든 정치적 행동은 악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은 도덕적 용기이다.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행동을 취하되 그 중 해악이 가장 덜한 행동을 택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이다. 정치적 지혜와 도덕적 용기, 그리고 도덕적 판단을 조합함으로써 인간은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운명과 도덕적 운명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와 같은 조화가 불편하고 불안하며 심지어 모순적인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은 결국 허울 좋은 조화에 만족하여 인간의 삶에 따르는 비극적 모순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스 모르겐타우


기본적으로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그른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중점을 두는 부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로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부류를 많이 목격하기에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저는 혼자서 민망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고충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받아야 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도 관철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우리가, 우리가 지지하는 지도자와 정당이 이것이 옳다고 하니 그렇게 해야한다"고 선언하는 듯한 태도는 상대방의 반발만 초래할 뿐이죠. 조금만 그런 레토릭에 익숙한 상대라면 얼마든지 똑같은 식으로 맞받아칠 수 있을 겁니다. 도대체 이런 태도가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다수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몹시 지루하고 복잡하며, 많은 경우 지저분하기 마련입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그런 폼 안나는 문제 해결보다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자신의 속한 진영의 지적, 도덕적 우월성을 확인하는데 더 열을 올립니다. 빈틈없이 쌓아올린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는) 자신만의 논리에 도취해 있는 동안 사회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이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그 큰 갭에 절망한 이들이 도달하는 것은 "나는 옳지만 세상엔 개새끼가 많다"는 국개론이지요. 저는 요즘의 알바타령, 일베타령은 정치지형도와 지지율을 반영한 변형된 국민개새끼론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종종 그 사람들에게 세일즈를 시켜봤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남을 설득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람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데 세일즈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나에게 도덕적 확신을 주는 논리라도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더해, 이익이 될 것이 분명해도 전달하는 방법이 시원찮으면 상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이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가 이미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아니라 무관심한 청중이라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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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12:43
수정 아이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정치에 과몰입한 사람들이 대충 다 저렇지 싶습니다. 보수쪽에 기대가 없으면 잘 모르실 수 있는데 그쪽도 정말 답 없어요....
미친고양이
19/05/11 13:08
수정 아이콘
원래 그런건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중간층에 대한 이야기지요.
metaljet
19/05/11 13:12
수정 아이콘
현실 정치가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요즘 너무 많이 보입니다.
19/05/11 13:14
수정 아이콘
부동산을 투기라고 하거나 페미니즘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건 절대적 정당성과는 관계없겠지만, 국정농단이나 사법거래같은 건 절대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유아유
19/05/11 13:17
수정 아이콘
정치이익집단 A, 정치이익집단 B 정도로 보면 되는데..[한쪽을 악, 우리편은 선]이라고 규정을 하니 솔직히 대화나 설득을 하려고 댓글을 다는게 아니죠.
종교하고 유사한 부분입니다. 근데 전도를 인터넷에서 하니 전도가 되겠나요? 게다가..전도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껄껄
그냥 배설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제는.
국개론은 뭐..이제부터 슬금슬금 올라가서 총선 후 한달 정도까지 피크를 찍겠죠.
19/05/11 13:30
수정 아이콘
한스 모겐소가 일반적인 발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양겨자
19/05/11 14:19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이 양반 책 읽을 때는 모겐소였는데, 최근에 보니 모르겐타우로 바뀌어 있더라구요
대충 요오드가 아이오딘이 되었을 때쯤 이쪽이 다 정리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19/05/11 13:40
수정 아이콘
큰 틀에서 본문에 적어주신 내용은 공감합니다. 그 누가 자기말만 맞다고,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내게 있으니 내가 추구하는게 맞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받아드릴까요. 다만,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게 각박하니 본인이 손톱만큼이라도 '손해'보는 일에 대해서는 더 날을 세우고 대립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두번째 문단에서 언급하신 상대방이 받아야 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해관계를 풀어나간다는건 과연 이게 가능한건지 싶어지기도 하네요.
19/05/11 14: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이런 클리세도 이젠 지겹죠.
선악이 아니라 차악과 악의 문제이다. 그냥 말장난이에요. 그 말이 그 말인걸요.
차악은 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선이죠.
실제로 이런 자들의 행태와 의식의 흐름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악함을 정당화할때는 기가막히게 유연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하면 귀신같이 상대방을 매도하죠.
상대주의를 참칭하는 기회주의적 근본주의자들 말입니다 크크
서양겨자
19/05/11 14:56
수정 아이콘
기회주의와 근본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장난은 님께서 하고 계십니다
19/05/11 15:11
수정 아이콘
왜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슬람 근본주의만 하더래도 사우디가 본원인데 걔네들 미국이랑 붙어먹는거 보세요 크크
서양겨자
19/05/11 15:12
수정 아이콘
그게 왜 기회주의인지 모르겠네요
사우디 왕가와 미국의 관계는 아주 일관적이고, 오래되었습니다
19/05/11 15:22
수정 아이콘
일관적이죠. 미국과 사우디왕가의 관계만 놓고 보자면. 하지만 자국에선 철저히 이슬람 근본주의를 견지한 나라인걸요?
국제적으로는 인권 들먹이는 독재자가 자국민들 상대로는 학살과 고문을 자행하면 그게 기회주의적이지 않은건가요?
서양겨자
19/05/11 15:30
수정 아이콘
그런걸 기회주의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인권을 들먹이는 독재자가 학살과 고문을 자행하면 기회주의적인 독재자가 아니라 그냥 독재자입니다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조선인민민주공화국 이름에 인민과 민주와 공화가 있다고
기회주의적 독재국가가 아니라 그냥 독재국가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그냥 체제의 문제입니다

솔직히 님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왜 끌고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19/05/11 16:18
수정 아이콘
아니 자기 입장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게 기회주의지. 그럼 뭐가 기회주의입니까?
서양겨자
19/05/11 16: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직업정치인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자기 입장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에
기회주의라는 이념 대립시기의 멸칭을 쓰는게 과연 온당한지는... 뭐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이랬다 저랬다 하면 당연히 근본주의자가 아니겠지요
19/05/11 17:43
수정 아이콘
안되는데 그게 현실에선 존재한다구요 크크
자한당만 하더래도 그들의 반공주의 세계관에선 절대악이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자신들의 군사독재와 부패를 비판받을땐 그렇지 않죠.
서양겨자
19/05/11 17: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rhrhaus 님// 솔직히 이번 댓글은 댓글 그 자체로 잘 이해가 안갑니다

근본주의자들의 세계에서는 절대악이 존재할 수 있죠
그런데 군사독재와 부패를 비판받을땐
님이 말하는 그 근본주의자들인 자한당 당원들이 기회주의자로 변신한다는 겁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원
19/05/11 18:28
수정 아이콘
서양겨자 님// 기회주의자로 변한다는게 아니라 상대주의자로 변한다는거죠. 원래 기회주의자인데 뭘 또 변신하겠어요 크크
서양겨자
19/05/11 18:33
수정 아이콘
rhrhaus 님// 기회주의와 근본주의가 결합된 집단이라는 님께서 제시한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정당 자유한국당 이 두 가지 실례에 대해서 전 납득을 못하겠습니다

글을 더 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거 같네요
님과 제가 댓글로 논의를 했으니 이 글을 읽는 제3자들이 알아서 판단을 하시겠죠
-안군-
19/05/11 16:14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하게도 저 차악론을 잘 써먹는게 진보진영인데, 진보진영의 도덕적 무결함의 오류를 자양분으로 성장한게 일베...
너에게닿고은
19/05/11 16:56
수정 아이콘
각자 진영 하에 지성주의와 반지성주의가 혼재되어 있다는걸 인정하지않으면 계속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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