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올때 어서 노 저었어야 되는데, 지금은 물이 조금은 빠진 느낌입니다. 게으름+바쁨의 영향인데 더 늦기전에 노 한번 저어보겠습니다.






1. 미노타우로스와 신농씨

제우스는 다산의 신으로 유명(?)하죠. 많은 여자들을 건드렸습니다. 그게 각각의 토착신들과 결합해 다신교가 된 그리스 신화의 특성상 자신들이 섬기던 여신들을 제우스랑 맺어줘서 결합해야해서 어쩔수 없었다고도 하죠. 여튼 이유야 어떠하건간에 난봉꾼이던 제우스는, 이 날도 소로 변해서 에우로페(europe)라는 여성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 섬으로 납치해서 관계를 맺고 그 결과로 미노스라는 아들을 얻습니다. 미노스는 추후 장성해서 크레타의 왕이 되었습니다. 왕이 되기전 미노스는 왕이 되게 된다면 포세이돈에게 흰암소를 공물로 바치기로 하고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크레타의 왕이 되는데, 성공하고는 그야말로 쌩까버립니다. 이에 포세이돈은 화가 나서 미노스의 부인 파시파에로 하여금 소에게 연정을 품게 만들어버립니다. 이미 자신의 남편이자 크레타의 왕인 미노스가 에우로페(europe)와 겉모습이 숫소인 신이 정을 통해 낳은 자식이었기에, 파시파에는 이미 사랑하게 된 숫소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납득할수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숫소가 너무 아름다웠고, 본인이 이런 감정을 갖게하는걸 보니 그 숫소역시 사실은 소의 모습을 한 신일 것이라며 생각하게 되었죠.


소의 모습을 한 제우스에게 보쌈당하고 계신 에우로페



숫소때문에 상사병에 빠진 미노스의 부인 파시파에는 어떻게 숫소와 정을 통할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고, 당대의 기술자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합니다. 다이달로스는 파시파에가 들어갈수 있는 목재 소 모형을 만들어서, 파시파에는 무사히 숫소와 검열삭제를 할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미노타우로스라는 소와 인간이 섞인 반인반수인 자식이 태어납니다. 와이프의 부정에 화가난 미노스는 그 불륜의 산물인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적국 아테네 사람들을 먹이로 주면서 키우게 됩니다. 이 괴물은 후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를 방문했을때, 그때 테세우스에 의해 죽게됩니다. 테세우스는 미노스의 딸 아드리아드네의 실을 타고 미궁에서 탈출하고요. 여기까지가 미노타우로스 이야기입니다.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




신농씨는 중국의 신화적 인물이며 삼황오제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도 머리는 소와 같았습니다. 소의 형상을 가진 그는 소처럼 생긴 것을 십분 활용하여(?) 소가 잘하는 농업을 인간들에게 가르쳐줍니다. 신농 자체가 농업의 신이란 뜻입니다. 약초를 이용한 의술에도 능했다하고 그덕에 사람들을 많이 치료했다고합니다. 사람들에게 농업을 가르치고 의술을 행한 신농씨의 치세에 사람들이 행복했던 것은 당연하겠죠. 그래서 미노타우로스는 몹인데 반해, 신농씨는 추앙하는 옛성현의 위치게 있는거죠. 똑같이 머리가 소이고 몸이 인간이었던 두 인물의 취급이 이렇게 다릅니다.


소의 모습을 한 농업의신 신농씨 동상



2. 봉신연의의 여와

이제는 만화로 더 유명해져버린 봉신연의는 중국의 은주 교체기를 도사들의 도술대전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주무왕의 책사 강태공이 도사출신이고 여러 도사들을 거느리고 도술로서 상대를 제압해나가는 내용이죠. 만화판에서와 소설판에서 조금 다른 부분이 도입부입니다. 만화에서는 갑자기 원시천존이 봉신계획을 수행하라고 태공망을 내려보내지만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봉신연의에 나오는 여와는 앞서말한 신농씨와 마찬가지로 신화적 인물로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인간을 진흙으로 빚어서 만들어냈다고 하죠. 그리고 성별은 여자에요. 당시 소설속 은나라 시절에도 신으로 모셔지고 있었죠. 소설판에서는 은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이 여와를 모시던 신당에 가서 여와를 보게 됩니다. 여자를 밝히던 호색한 주왕은 여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음심을 품게됩니다. 신이었던 여와는 그 사실을 알고, 주왕에게 모욕감을 느껴서 자신이 부리던 세명의 요녀들을 파견해 주왕을 망가뜨리려고 결심합니다. 여와의 사주를 받고 파견된 그 세명이 달기 호희미 왕귀인입니다. 여와가 파견한 세명의 자매는 여와의 사주에 따라 은나라를 망가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다른쪽에서는 강태공및 도사들을 고용해 세명의 요녀에 의해 어지러워진 은나라를 무찌르고 새로운 나라(여기서는 주나라)를 만드려고 하는게 봉신연의의 주 내용입니다.


이제는 만화로 더 유명한 봉신연의



주왕의 음심을 자극한 여와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 기준에서는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괴하죠. 현대에 사는 저의 입장에서는 주왕이 변태성욕자정도로 느껴질 수준인데, 중국의 신들의 모습이 원래 그러한겁니다. 서양의 신들은(그리스 로마신화) 사람을 닮았지만 동양의 신들은 자연을 닮았습니다. 서양의 신화에 나오는 동물과의 혼종들은 결국 몬스터들이고, 지금도 각종 게임에 경험치를 주는 몹들로 명맥을 이어오는 반면, 동양에서 혼종들은 그만큼 신성한것으로 추앙받았습니다. 자연을 닮았기에 오히려 신통력을 가지고 사람이 할수 없는 일을 할만한 권능을 가졌다고 여겨졌기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여와의 모습






3. 하피와 가능빈가

반인반조 역시 운명은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양의 반인반조 하피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새의 몸통을 가졌으며 신화속에서도 괴성을 지르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인간을 공격해 인간을 잡아먹고 살았고, 현대에는 많은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입니다. 하피가 겉모습이 나빠서 그렇다면 반문하자면 아름다운 쪽에는 세이렌이 있습니다. 하피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새의 몸을 하고있던 겉보기에는 예쁜 세이렌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상대를 유혹해서 거기에 홀려서 다가오면 잡아먹는 몬스터였습니다. (세이렌은 원래 지금처럼 반인반어가 아닌 반인반조였다고 합니다.) 오디세우스가 항해중에 세이렌을 만났지만 선원들의 귀를 밀납으로 막고, 자신은 몸을 기둥에 묶어서 겨우 세이렌의 유혹을 방지했다고 하죠.


하피



그에반해 동양의 반인반조 가능빈가는 하피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새의 몸을 하고 있지만, 천룡팔부라 불리는 호법신의 위치입니다. 세이렌과 마찬가지로 노래를 부르지만 그 아름다운 노래소리로 여러 보살들과 중생들을 감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인면조의 모티브라고 볼수 있는 친구죠. 처음 본 사람들은 그 모습의 기괴함에 깜짝 놀랄수 밖에 없지만, 어쩔수 없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지금 기준으로의 기괴한 모습들을 신성한 모습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죠. 평창 인면조 정도면 전통의 다른 동양신화속 등장인물에 비하면 매우 깜찍한 편입니다. 현대 동양인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이제는 기괴하게 다가오지만, 평창올림픽을 통해 그런 기괴함이 신선함을 주어 새로운 밈이 된 인면조는 그의 기괴한 모습에서 담긴 영험함을 우리에게 증명해 보인게 아닐까 싶네요.




이정도면 레알 깜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