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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31 02:22:01
Name 프로아갤러
File #1 baseball_new6_20180127_011550_000_resize.jpg (52.6 KB), Download : 70
Subject [일반] 백수 3개월 (수정됨)


백수가 된지도 3개월이 지났네요.
백수가 되고 난뒤에 첫달은 무기력 그자체였습니다. 좋게 퇴사한 것도 아니라 기분도 썩 좋진않았지요.
보통 남들이 출근할때 취침하고 남들이 퇴근할때 기상하는 그런 생활패턴으로 한달을 살았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그간 못봤던 드라마, 애니, 영화를 쭉 보고 게임도 밤새하고 외출은 5일에 한번정도 데이트하거나 식료품 사러갈때 빼면 거진 집에 있었지요.  귀찮은 면도를 여친한테 허락받고 한달 안하니 털보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누워있다보니 요통이 생겼습니다...

백수 두달째 친한 친구도 회사를 그만두게되어 저렴하고 날씨가 그나마 따듯한 휴양지로 여행다닐만한 곳을 알아보다 베트남 다낭으로 자유여행을 갔습니다.  11월 중순쯤에 갔는데 우기라고 하더군요.  어느정도 더울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날은 흐리고 빗방울도 자주 떨어지지만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 가을 날씨라서 좋았습니다.  한달간의 폐인생활으로 피폐해진 몸뚱이를 위해 목표했던 1일 1마사지를 받고 맛집 찾아다니고 여기저기 재밌게 관광하고 다녔습니다. 영어가 안통하는게 좀 답답했으나 계산기랑 번역어플로 다 해결되더군요. 제일 기억에 남는건 스쿠터 렌트해서 돌아다닌겁니다.   신호등도 별로 없고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량 때문에 혼잡 그자체인 도로에서 그들만의 무언의 규칙이 있더군요.  한두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적응되어 너무 편한겁니다.  자유여행은 해봤었지만 제가 가고싶은 곳을 마음대로 운전해서 다니니 너무 행복하더군요.  4박5일 신나게 놀고 왔는데  총 경비가 인당 60만원 들었네요. 지금처럼 분위기 좋을때 베트남을 갔으면 더 재밌고 저렴하게 놀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즐겁게 여행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자마자 걱정되기 시작하더군요.  불경기라는데 재취업하는데 힘들지 않을까?   연봉은 제대로 받을수 있을까?  구직사이트에 이력서 올려놨는데 연락이나 올까? 등등 말이죠.  다행히 공항에서 유심을 바꿔끼자마자 이력서 보고 연락온 회사들이 있더군요.  몇군데 면접 가보고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길래 안심되더군요.  안심은 되지만 만족하지는 못해서 좀더 기간을 두고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다보니 더 쉬게 됐습니다...

12월에는 연애1주년 및 크리스마스기념으로 영덕 울진 강릉 속초 춘천 코스로  4박5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컨셉이 알쓸신잡 투어라 방송에 나왔던 장소들 위주로 돌아다녔습니다. 영하 15도의 맹추위속에 강원도 여행이라 혹시나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진다던지 고장난다던지 많이 걱정하며 갔는데 얼어죽을것 같았지만 안전하고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경비가 베트남보다 더 들었지만...

1월 초에는 중국 남녕, 계림을 가족과 함께 일주일 다녀왔습니다. 패키지여행이라서 차타라면 타고 내리라면 내리고 따라오라면 따라가고 했는데 관광지 이동거리만 두시간 세시간 걸리니 너무 편했습니다. 전직장에서 상해 업무차 출장갔을때  끝이 없는 아파트와 빌딩숲을 보며 대륙의 스케일을 느껴본적이 있는데 이번엔 한국이면 관광지로 만들만한  돌산들과 끝내주는 경치가 이동하는 서너시간동안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대륙의 위엄을 다시금 느끼게 되더군요.  

이 여행들 외에도 간간히 십여년전에 복무했던 강원도 소재의 군부대를 동반입대했던 친구놈과  추억여행을 간다던지, 그동안 연락자주못했던 친구나 군대동기들 보러 놀러간다던지 등등의 짧은 여행들하며 보냈습니다.

여행다녀오고 놀고하면서 중간중간에 이력서, 경력기술서 수정하고 회사알아보고 면접보고 하고 있었는데 회사측에서 제시하는 연봉이나 근무조건이 이제는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2월 1일부터 다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늘 2월1일인줄 알고서 적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아직 1월31일인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백수생활 하면서 느낀건데 금전적인 여유만 있다면 평생 쉬어도 난 잘 쉴수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적성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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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주먹에이스
18/01/31 02:24
수정 아이콘
저도 놀고먹고만 하고싶습니다 출근잘하세요^^
프로아갤러
18/01/31 02:3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개구리농노
18/01/31 02:37
수정 아이콘
으... 저도 좀 놀다가 내일 출근인데.
좋기도하고 더 놀고싶기도하고 그렇네요.
프로아갤러
18/01/31 02:42
수정 아이콘
이게 정말 애매한 기분인것 같아요. 출근 힘내세요!
18/01/31 02:51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이네요. 다행입니다.
프로아갤러
18/01/31 03:0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좀더 해피해지려면 출근을 해봐야 알수있을것같습니다 하하
탑클라우드
18/01/31 02:56
수정 아이콘
저의 꿈이 검소한 조기은퇴인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프로아갤러
18/01/31 03:03
수정 아이콘
그러게말입니다. 돈이있어야 은퇴도 가능하니까요.
18/01/31 03:04
수정 아이콘
지난글을 기억하던 터라, 제목보고 우울한 내용일까 긴장했는데 다행이네요.
이제 일시정지 되어있던 유부남 되기 프로젝트 진행하셔야죠? 저만 죽을 순 없습니다.
프로아갤러
18/01/31 09:2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도 빠른시일내에 유부남이 되고싶긴합니다 .
18/01/31 03:16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사실 저도 전생에 뽀로로였는지 노는게 제일 좋은데, 일단 벌어야 놀죠.. 재취업 축하드리고 유부남 되기 프로젝트도 잘되시길 바랍니다.
프로아갤러
18/01/31 09:2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틈틈히 놀기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될것같네요.
현직백수
18/01/31 03:43
수정 아이콘
이것이바로 워너비....
껀후이
18/01/31 05:51
수정 아이콘
결말이 최고네요 축하드립니다!!
짧게 쓰셔서 아쉬운데 기회 되시면 다낭이나 강원도, 중국 여행기 사진과 함께 올려주세요!! :)

ps. 근데 다낭 4박5일이 인당 60만원에 가능한가요? 비행기며 숙박이며 렌트며...?
최종병기캐리어
18/01/31 08:16
수정 아이콘
저가항공으로 비수기 평일에가면 비행기값은 쌉니다..거기에 숙소도 게하급에서 자고 그러면 싸게갈 수 있지요
프로아갤러
18/01/31 09:25
수정 아이콘
비행기값이 왕복20정도했었습니다. 환전은 인당 20씩 했구요. 숙소가 한 15, 기타비용이 5정도 들었습니다. 저도 다녀와서 계산해보고 놀랐습니다. 쇼핑을 거진 안해서 이렇게 쓴것같아요. 오토바이 렌트도 딜해서 이틀에 만원정도 들었습니다.
껀후이
18/01/31 09:47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 프로아갤러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곧 이직할거라 공백기기 한 달 정도(희망사항) 있을 것 같은데 알아봐야겠어요 정말 재미있으셨겠어요!!
서쪽으로가자
18/01/31 06:01
수정 아이콘
크크 예전에 어떤 글에서도 봤는데,
놀면 지겨워서 일하고 싶다는거 다 뻥이라고, 놀거리도 무지무지 많다고 흐흐

좋은 휴식기 보내셨네요. 출근잘하세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8/01/31 06:4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결말까지 해피엔딩이니 좋은 휴식기를 가지셨네요. 저는 어디서 경력 인정 받을만한 직장도 아니다보니 더러운 꼴 보면서도 이런 회사 없다고 생각하며 충성을 다 하고 있네요. 흐흐 결혼해서 이제 먹여살릴 식구들도 있다보니 언제 맘 놓고 일주일 넘게 놀아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4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에 이직하면 마지막 직장이다 생각하고 진득하니 있어볼 생각입니다. 저도 이제 이렇게 쉬기 어려울것 같아 걱정도 되네요.
RainbowWarriors
18/01/31 07:44
수정 아이콘
남들이 일 안하고 놀기만 하는것도 힘들다는데 전 공감 안됩니다. 전 죽을때까지 놀수 있어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5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18/01/31 08:10
수정 아이콘
재취직 걱정 경력 이슈 등만 없으면 2년일하고 3개월씩 놀고 싶습니다.
돈은 문제가 아닌데 헤헤.
프로아갤러
18/01/31 16:06
수정 아이콘
2년에 3개월 굉장히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티모대위
18/01/31 08:11
수정 아이콘
적성에 맞는 일을 두고(백수짓) 다른 일을 하러 가시는군요(출근) 크크크크
그나저나 이렇게 적절한 공백기 이후 바로 회사로 들어가신다니 진짜 부럽습니다.
이렇게 알맞은 백수기간만 지내고 바로 회사로 갈수 있을것같으면 모두가 한번씩 퇴직하고 싶을텐데 말이죠.
좋은 조건의 회사로 입사하시게 된것 축하드리고, 가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직장생활 되세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운이 좋은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은하영웅전설
18/01/31 09:12
수정 아이콘
저도 곧 퇴사하는데 (회사가 문을 닫아서) 앞이 막막하네요.
좋은 회사로 입사하신 것 축하드리고 제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세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7
수정 아이콘
좋은기운 건내드립니다! 받아가십쇼!
18/01/31 09:20
수정 아이콘
재취업 축하드립니다!
정말 꿀같은 휴가(?!)보내시고... 부럽네요. 화이팅하세요 ^_^
프로아갤러
18/01/31 16:08
수정 아이콘
이게 마지막일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유아유
18/01/31 09:31
수정 아이콘
내년 2월까지 주식으로 바짝 땡기고(?)은퇴할 계획입니다.백수가 꿈이에요.ㅠㅠ
프로아갤러
18/01/31 16:09
수정 아이콘
떡상 가즈아! 주식 폭등하시길 기원합니다!
18/01/31 10:02
수정 아이콘
저도 백수가 꿈입니다. 돈이 없어서 못놀죠... 돈만 있으면 평생 놀고 싶네요.
프로아갤러
18/01/31 16:09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돈이 정말 문제더군요.
Randy Johnson
18/01/31 10:51
수정 아이콘
와 3개월간 백수상태서 회사 알아보며 여행도 다니는게 해보니까 어려운 일이던데...대단하시네요
본래가 부지런하고 아웃도어적인 분일거라 생각드네요
전 몇몇 제약조건과 회사 면접 일정때문에 여행 일정도 못잡고 시간 흘려보냈는데...부럽습니다
저도 그냥 주말여행 지를까 싶은 글이네요
프로아갤러
18/01/31 16:10
수정 아이콘
놀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걱정이 있어서 정말 맘편히 놀진 못했습니다. 원하는 좋은곳 가실겁니다.
18/01/31 12:31
수정 아이콘
첫 달은 제가 방학,휴가, 백수 때 모습과 판박인데, 나머지는 백수인듯 백수아닌 백수군요
프로아갤러
18/01/31 16:12
수정 아이콘
수입은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다녀온 여행들이라 다녀올때마다 현실압박감이 끝내주더군요.
출근하는 내일도 좀 불안하긴합니다.
이시하라사토미
18/01/31 13:58
수정 아이콘
부럽다........
프로아갤러
18/01/31 16:13
수정 아이콘
여행 다녀온 자체는 정말 좋았는데 마음이 불안불안하더군요.
무가당
18/01/31 21:54
수정 아이콘
여행을 자주 멀리 다니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전 돌아다니는거 싫어해서 이렇게 다니시는 분을 보면 대단해 보여요.
BetterThanYesterday
18/02/01 00:19
수정 아이콘
빨리 기본소득제도 정착하고 AI가 다 일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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