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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30 17:16:37
Name ohfree
Subject [일반] 메이콴시 (수정됨)
오랜만에 게임을 실행 시켰다.

혼자하는게 적적해 듀오를 돌렸다. 나와 같은팀이 된 중국인이 솰라솰라 말을 건다.
한국/일본 서버인데 중국인들 밖에 없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미안한데 니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

아임 코리언. 아임 쏘리. 아이 돈 노우 차이니즈.

아마 내 영어 문법이 틀렸거나 발음이 구렸나 보다. 상대방은 여전히 중국말로 솰라솰라 하고 있다.
방금 쪄 놓은 만두 한개를 집어 먹으며 이 친구와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마침 맵도 모래 바람이 부는 사막맵이다. 내 중국인 친구는 여전히 내 귓가에 솰라 거리고 있어 마치 용문객잔에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 이 중국인 친구와 함께 역적 무리 98명을 다 쓸어버려야겠다.



하지만 말이 통해야 찰떡같은 호흡을 맞춰 하지. 이 중국인 친구에게 내 등뒤를 맡겨도 될지 의구심이 든다.
내 중국인 친구는 내 플레이가 영 마음에 안드나 보다. 쉴새없이 뭐라고 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구급상자도 내놓고 드링크도 내주었다. 내심 ‘셰셰’ 가 들려올까 싶어 귀를 귀울여 보았지만 그런 단어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내 인심이 부족했나 보다. 조금 더 파밍해서 바쳐야겠다.


잠시 후 의문형의 물음이 연달아 나에게 쏟아졌다.
계속 뭐라고 물어보는데 대답 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거 같아

오케이.
오~~~~우 케이

라고 해줬더니 이번에는 화를 내는것 같다.
그냥 가만히 있을걸. 괜히 오케이 해서 욕먹는것 같다.



내 중국인 친구는 더 파밍하게 놔두고 나는 차를 구하러 갔다.
한참을 뛰어다녀도 차가 안보여 또 중국인 친구에게 혼날것만 같다.
이대로 빈손으로 가면 더 혼날것 같은데... 걱정하던 찰나에 버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예. 하고 부릉부릉 거리며 중국인 친구에게 달려갔다.
빵빵 하고 다가가자 중국인 친구가 2층에서 펄떡 뛰어 내린다.
‘오우. 상남자여’


중국인 친구를 뒷자석에 태우고 운전한다.
어디로 모실까요? 라고 물어 보았다.


훼어?


중국인 친구가 손가락을 들어 핑을 찍어준다.
예.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오케이. 아임 베스트 드라이버.



모래 바람을 헤치며 덜컹거리는 버기를 끌고 달려간다.
어찌 편안하신지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떠오르는 영어 단어가 없다.
그냥 말없이 운전하기로 했다.


이때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박힌다.
내 중국인 친구가 흥분하기 시작한다. 솰라솰라
엇? 어쩌지? 가서 싸우자는 말인가? 아님 빨리 통과하자는 말인가?
에잇 모르겠다. 그냥 달리자. 싶어 악셀을 꽉 밟았다.
총알이 계속 날아와 박힌다. 연사로 놓고 드르륵 쏘고 있나 보다.

내 중국인 친구가 더 흥분한다. 하도 뭐라고 하는게 이대로 도망치는게 아닌 가서 역적 무리의 목을 베자고 말하는 듯 싶었다. 오케이.

방향을 틀어 역적 무리들에게 돌진한다. 한놈이 언덕 위에서 재장전 하고 있다. 좋다. 이대로 돌진하면 저놈은 차에 받힌 고라니 신세가 될 것이다. 내 버기가 굉음을 내며 돌진한다. 하지만 내 버기 소리보다 중국인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잔뜩 흥분해서 솰라솰라 한다.


매드맥스에서 맥스가 된것만 같다. 오케이 ‘널 기억해 줄게’.
그 놈과 부딪치기 직전에 놈이 재장전을 끝내고 또다시 연사한다. 여기서 빽하는건 말이 안된다. 냅다 돌진한다.

그 놈은 내 버기에 받혀 저멀리 날아갔다. 하하하. 꼴 좋다. 역적놈.
제 운전 솜씨 어땠나요? 하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내 중국인 친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아마 마지막 총탄이 중국인 친구에게 적중했나 보다.
중국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 가는데 역적 무리 중의 한놈이 나무 뒤에서 나왔다.

아까 그놈은 새끼 곰이고 이놈은 새끼곰 주위를 배회하며 지켜주는 어미곰인가 싶다.
어그를 들고 좌라라락 긁어댄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하지만 걱정마라.
저 놈...겁나 못 쏜다.

30발을 긁어댈 동안 한대도 안 맞았다.
중국인 친구는 잠시 놔두고 샷건을 들고 놈에게 돌진했다.
내 중국인 솰라솰라 울부짖는다. 걱정마. 너 두고 가는거 아니야. 차 한잔 하고 있어. 식기 전에 돌아올게.



내 샷건이 불을 뿜는다. 빵. 철컥. 빵. 철컥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두 방이 제대로 빗나갔다.
이제 놈의 턴이다. 재장전을 마친 그녀석이 다시한번 긁어댄다. 나도 질새라 1초에 한발씩 쏘는 샷건을 마구 클릭하기 시작했다.

외나무 다리도 아닌데 서로 숨지도 않고 황량한 사막에서 대결을 펼친다. 드르르륵. 빵빵


우리 사이에 방탄 유리가 있나. 신기하리 만치 둘다 서로 한대도 못맞춘다. 나도 나지만... 저녀석도 참.
참고로 난 ‘쓸데없는 무빙은 딜로스를 가져올뿐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서서쏴만 했다.
저 놈이 다시 재장전을 하는 동안 나는 아직 한발이 남았었다. 조심스레 녀석의 머리를 조준하였다.
(나무 뒤에 숨어서 재장전 하면 되는데 놈은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았다.)

나의 마지막 한발이 놈의 머리를 뚫었고 곧 그는 쓰러졌다.
와하하. 내 샷건 맛이 어떠냐.


하지만 승리에 도취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 중국인 친구가 잔뜩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릉 달려가 중국인 친구를 살려 주었다. 그 친구를 달래주기 위한 단어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 이거다.


아임 쏘리.


잔뜩 흥분한 중국인 친구가 중국말을 속사포로 쏟아 놓는다. 랩퍼를 준비하는 친구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메이콴시 (괜찮아)



그리고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중국어가 나왔다.



쩐더마 (진짜?)



그리고 중국인 친구가 또 잔뜩 뭐라고 한가득 말을 쏟아 내었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쩐더마란 단어가 나온 경위를 떠올렸다.





내 친구였던 그 사람은 중국어 전공이었다. 가끔씩 중국어를 한단어씩 알려주곤 했다.
괜찮냐고 물어보고...괜찮다고 하면 진짜냐고 물어보고...





하. 속세를 잊으려고 게임을 켰는데...


자길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이뻐서’ 라고 말했다가 엄청 혼났었던...
혼내던 모습도 이뻤었는데.




달이 밝다.
오늘 밤에도 포친키에서 에이케이 난사하며 달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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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으
18/01/30 17:24
수정 아이콘
이뻐서 좋아한다는데 왜 화를 내죠?
RainbowWarriors
18/01/30 17:25
수정 아이콘
아 그아이도 참 이뻤었는데...
정유지
18/01/30 17:25
수정 아이콘
Ohfree 메이콴시 :)
붉은밭
18/01/30 17:38
수정 아이콘
쩐더마?
이민들레
18/01/30 17:25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의 맥스는 돌진과 관련이 없는것 같은데..
9년째도피중
18/01/30 17:34
수정 아이콘
'친구'라는 단어선택에서 가슴이 아려옵니다.
18/01/30 17:44
수정 아이콘
그 중국인 '친구' 버전도 궁금해요!
VrynsProgidy
18/01/30 17:49
수정 아이콘
선감상 후추천 재감상
연필깍이
18/01/30 17:55
수정 아이콘
워야오꾸샹!!!!!!!!!! 쪤쀼쌰쓰!@!!!!!
18/01/30 18:21
수정 아이콘
아니 이게 뭐야 ㅡ크크크크
아유아유
18/01/30 19:55
수정 아이콘
와우하다가 배운 유일한 중국어가 생각나네요.카오 니.....
어제내린비
18/01/30 20:42
수정 아이콘
저는 던파하다가....
냉면과열무
18/01/31 08:25
수정 아이콘
저는 리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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