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유게에도 올라왔었죠. 마침 제가 할 일이 없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망상 중에 하나가 "내가 만약 돈이 무지무지하게 많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꽤나 재미있는 망상입니다. 단위는 자산규모로 한 1조 정도를 가정하곤 합니다. 어차피 망상이니, '평생 내가 꿈꾸는 정도라면 아무리 써도 못 쓸 규모의 돈' 이라면 그 규모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 행동수칙에 대하여

물론 어떤 경로로 돈을 많이 갖게 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만, 의외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내가 유명인이냐 아니냐 하는 점입니다. 만약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나, 연예 활동, 혹은 기업 활동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면 나는 이미 전세계의 유명인입니다. 현실의 유명인들이 치르는 유명세를 반드시 치르겠죠. 하다못해 유흥가라도 방문하면 디스패치 같은 파파라치들에게 촬영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되겠죠.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후원 요청, 기부 요청, 헌금 요청, 투자 요청 같은 것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귀찮은 일입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 절대적으로 낫습니다. 제가 가정하는 것은 미국의 특정 복권에 기가 막힌 배율로 당첨 되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주위 지인들에게도 "내가 돈 좀 생겼다" 식의 언급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며, 하다못해 은행거래를 할 때, 은행직원이 '나 엄청 부자 봤다' 하며 흘릴 수도 있으니 특정 은행의, VVIP만을 상대하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만 거래한다던지 하는 방법을 써야겠죠. 물론 돈이 없는 저야 잘 모르지만... 1조원의 예금을 갖고 있을 정도라면 은행 지점장, 아니 은행 대표라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커피를 대접할 사람일 것이니 비밀 유지 요구 정도는 당연히 들어 주겠죠.

사실 지금으로선 1조원을 예금으로 갖고 있는 것을 가정했지만.. 다른 더 좋은 보관 수단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사실 가장 고민되는 지점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자산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 단순히 현금으로만 보관하기엔 위험하고.. 부동산을 대량으로 구입해 두는 것, 미국 국채를 사는 것, 금을 사서 현물로 보관하는 것 등을 생각했는데, 그냥 특정 자산운용사나 펀드사와 협상해서 얼마 정도의 무위험 이자율을 보장하는 자산위탁 계약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자산운용사들이 저에게 상품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겠죠. 사실 원금을 송두리째 날리는 그런 사기나 사고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산보관이나 증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어차피 아무리 써도 다 못 쓰는 정도를 가정했으니까요.

2. 하고 싶은 것

가장 먼저 사업자등록을 합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 사람을 고용해서 4대보험을 지급하려면 그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사업자 형태는 제가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니 카페가 좋을 것 같습니다.  좀 욕심을 부린다면 나만의 카페를 꾸미겠지만.. 귀찮다면 프랜차이즈 커피숍 점장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제 금전출납과 스케쥴을 관리할 개인비서를 채용합니다. 이 개인비서는 각 사용인의 급여지급과 명목상의(?) 카페 운영도 겸합니다. 물론 돈 많은 제게 급여가 중요하지는 않을 테니 충분한 수준을 들여 고급 인력을 구합니다. 제 개인적 망상으로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이십대의 재원입니다.(?) 이 개인비서는 착복, 횡령 등 비리의 위험도 있고 저의 스타일과 잘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니 충분한 수습기간을 거쳐 실력과 인성을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채용할 생각입니다. 만약 혼자 힘으로 버겁다면 팀으로 운영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 개인비서가 내가 부자임을 주변에 소문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들지만, 제 전체 자산규모는 이들에게도 안 밝히고 안 알리고, 운영자금(?)을 정기적으로 가져오는 식으로 지급해서 운용하라고 지시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들 생각에 사장님(그들은 아마 저를 이렇게 부르겠죠)이 돈이 엄청 많은가 보다 정도면 괜찮습니다. 세계에서 순위권에 들 정도로 많다, 소문내고 다녀야지 정도까지 알면 좀 피곤하구요. (ㅡㅡ;)

다음으로는 적당한 규모의 집을 삽니다. 이리저리 놀러 다니기 좋고 교통이 편한 강남이나 용산, 옥수동, 이태원 등지의 빌라급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동하기 편하게 자동차를 삽니다. 롤스로이스 같은 차는 한국 도로교통에 골목길을 다니기가 불편하니.. S클래스 마이바흐 정도에 기사를 한 명 둡니다. 물론 기사분 차 말고 따로 제가 모는 차도 한 대 정도 있으면 좋겠죠. 기사분은 제가 필요할 시 언제든 상시 근무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협상합니다. 만약 원한다면 숙소도 제공합니다. (명목상으로는 제가 개인사업자 등록한 커피숍 직원이 될 것입니다.) 제가 해외로 떠나거나 하면 쉬시는 조건이니, 아마 쉽게 구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요리사와, 청소부도 마찬가지로 고용합니다. 요리사는 유명 호텔 출신으로, 최대한 다양한 요리를 하실 수 있는 분. 제가 요구하는 시간에 요구하는 요리를 해주실 수 있는 분.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숙소 제공 및 높은 급여로 고용합니다. 청소부는 단순하게 제가 집에 없을 때 세탁, 청소만 해주시면 됩니다.

전속 헤어디자이너와 코디네이터, 헬스 트레이너는 고용할까 말까 싶습니다. 굳이 파트타임 job이나 가게에 방문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긴 한데, 귀찮기도 하고.. 그것은 제 집과 미용실, 체육관 등의 거리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이렇게 커피숍 사장으로 위장한 형태의, 사실은 어마어마한 부자 유유히의 삶을 즐길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것은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입니다. 콜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체코 프라하의 밤거리. 북극점에서 보는 오로라 등등. 아직 보지 못한 절경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해외 여행사에서 VIP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참 넓으니,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회사는 그만두겠지만, 기존의 인맥은 충분히 유지할 생각입니다.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싶어지면 특정 사교 모임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현재 셀럽이라고 불리는 분들과의 친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셀럽의 지인이 되면 또 부자라는 것이 노출 가능성이 있으니 그 점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뭔가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진다면 재단을 만들거나, 사회적 기업을 후원하거나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메갈리아, 워마드나 일베처럼 인륜을 저버린 범죄, 혹은 인터넷상의 언행에 대해서 아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네. 이상 달콤한 꿈을 꾸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가끔 아주 돈이 많은 망상을 하곤 하신다면, 저처럼 그 망상을 구체화해 보세요.
생각보다 매우 재미있고 돈 안 드는 취미생활입니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