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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02 22:59:49
Name 이치죠 호타루
Subject [일반] 청색 작전 (1) - 하복부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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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gr21.co.kr/?b=8&n=72594 청색 작전 (0) - 프리뷰



Previously on Fall Blau...

1941년의 바르바로사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전 전선에서 소련군의 대반격이 이어졌습니다만, 너무 성급한 일이었습니다. 스탈린은 전쟁에서 이제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독일군의 전투능력은 여전히 소련군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었고, 결국 소련군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커녕 많은 피를 보면서 춘계 라스푸티차를 맞게 됩니다. 한편으로 히틀러는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서 도박판을 벌이려 하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수의 지휘관들 - 독일의 지휘관들뿐 아니라 스탈린까지도 그렇게 생각했죠 - 이 원하던 모스크바로의 진격 대신 캅카스 방면으로의 공세를 준비했고, 6월 28일에 작전이 개시됩니다.



작전 직전에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6월 19일에 독일 제23기갑사단의 작전장교가 소련군 후방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하필 여기에 다가올 공격에 대한 문서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 제23기갑사단은 당시 제40차량화군단 소속이었고, 이 제40차량화군단은 제6군 소속이었으며, 그 제6군이 남부의 공세를 담당할 주공이었다는 게 큰 문제였죠. 그러나 소련은 이것이 독일의 역정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기를 주저합니다. 독일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죠. 딴 소리지만 당시 제23기갑사단의 사단장으로 있던 사람이 한스 폰 보이네부르크-렝스펠트 남작인데, 이 양반, 1944년의 히틀러 암살 작전에 가담하고서도 운 좋게 안 들키고 베르겐(노르웨이)에서 종전을 맞이, 1980년까지 살았습니다.

작전 개시 당시 독일군은 오룔 - 쿠르스크 - 벨고로드 - 하리코프로 이어지는 라인에 남부 집단군을 배치하고 있었고, 소련군은 여기에 맞서서 브랸스크 전선군과 남서 전선군을 전개해 두고 있었습니다. 남부 전선군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죠. 하여간 소련군이 배치한 병력의 양은 브랸스크 전선군이 약 17만, 남서 전선군이 약 61만으로 도합 78만에 달하는 병력이었습니다. 주력이 모스크바에 몰려 있었는데도 그 정도였죠. 물론, 서류상의 병력이 존재했을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습니다. 대전 기간 내내 엄청난 인력 손실은 소련군의 특징이나 진배없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공세를 시작할 때의 독일군의 병력은 130만 가량이었습니다. 독일군이 백만, 동맹국이 30만. 7월 5일에 총 병력으로 따졌을 때 소련군 : 독일군의 비율이 1.5 : 1 가량이었다고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전쟁사》에서 밝히고 있습니다만 이건 전 병력의 비율이고, 독일군의 주공은 남부였는데 비해 소련군은 다수의 병력을 수도 인근에 집결하고 있었으니 상대적으로는 독일군이 소련군에 비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셈입니다(이건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하여간 북쪽에서 (북부 집단군에서 빼돌려온) 제4기갑집단군과 제2군이, 남쪽에서는 제6군이 소련의 브랸스크 전선군과 남서 전선군의 사이를 메스로 갈라놓으면서 작전이 개시됩니다.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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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작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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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돌출되어 나가는 독일군의 진격이 보이시는지요.

추축국이 파란색, 소련군이 빨간색이며, 지도상에 2 A (B)라고 되어 있는 파란색 글씨는 2-ya Armiya Vengriya(2-я Армия Венгрия), 즉 헝가리 제2군을 의미합니다. 뭐, 물론 큰 전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실제로도 그리 되었죠. 소련군은 이미 그 당시에 반쯤 정교한 전쟁 기계로 거듭나고 있었는데, 갖출 거 다 갖춰도 상대가 될까말까한 상황에서 단순 보병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었으니 피해가 안 클래야 안 클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여간 헝가리군은 그렇지만 독일군은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방어선을 쭉 찢어놓았고, '당연히' 소련군은 반격에 들어갑니다. 애지중지하는 제2전차군단을 독일군의 측면 공격에 활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7월 3일경에 가해진 이 반격은 실패로 돌아가버립니다. 그리고 남쪽에서는 독일군 제6군이 남서 전선군을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보로네즈(Voronezh) 남부의 로소쉬(Rossoshch)로 진격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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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보로네즈는 러시아 최서부의 도시 중 가장 큰 도시였고, 인구로만 따져도 현재 90만에 육박하며, 2010년에 러시아 내의 도시 인구 순위 15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도시인데, 이 도시의 위성 도시인 스타리 오스콜(Stary Oskol)에 주둔하던 소련군 병력이 자칫하다가는 포위 섬멸당할 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독일군의 입장에서도 보로네즈는 꼭 접수해야 했던 것이, 그렇게 해야 주공이 남쪽이라는 사실을 좀더 오랫동안 숨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소련군은 보로네즈를 친 독일군이 모스크바 방면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했죠. 게다가 보로네즈 바로 앞에 흐르고 있는 것이 돈 강이었는데, 볼가 강이나 드네프르 강만큼이나 넘어가기 힘든 강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긴 강이기도 하죠(가장 긴 강이 볼가 강이고, 네 번째로 긴 것이 드네프르 강입니다). 제가 이전 시리즈에서 언급했지만, 강이라는 것은 방어자에게 막대한 이점을 가져다주는 법입니다. 보로네즈를 정리하고 소련군을 돈 강 너머로 밀어버리면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수비하는 것이 가능했고, 따라서 보로네즈는 뭐가 되었건 독일군 입장으로서는 잡고 봐야 하는 도시였던 겁니다. 가능하면 소련군의 주 병력도 함께.

그러나 여기에서 소련군을 포위 섬멸하고 보로네즈를 쉽게 접수하겠다는 독일군의 기대와는 달리, 소련군은 독일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아예 병력을 돈 강 뒤로 뺀 것이죠. 그래서 이미 이 시점에서 대규모 포위 섬멸이란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어쨌든 독일군은 보로네즈로 나아갔죠. 한편으로 남쪽에서 로소쉬 방면으로 밀어붙이는 작업도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7월 4일에는 보로네즈 서부가 독일군의 손에 떨어졌고, 전선은 남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양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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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네즈를 막으려는 소련군의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 지도에서 보다시피 제5전차군 포함 다수의 병력이 격렬한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게 또 하필이면 축차 투입되었다는 게 큰 문제였습니다. 반격 작전을 벌이려면 모름지기 한방 병력을 모았다가 허리를 강타하면서 적을 섬멸하거나 밀어내야 하는 법인데 이건 말하자면 몰려오는 프로토스 병력을 상대로 히드라 한 부대씩을 계속 축차 투입한 격이라, 공격이 성공적일 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600대에 달하는 소련군 전차면 충분히 밀어낼 법도 한데 조금씩 몰려오는 바람에 독일군이 무사할 수 있었죠. 여기에 독일군의 항공 지원이 강력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하여간 반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독일군 제4기갑집단군과 제6군이 조우하면서 독일군의 틈이 메꿔지고 전선이 고착됩니다. 그리고 그 때에 맞추어서 남부의 돌출된 측면을 보호하기 위해 최남단의 제1기갑집단군 및 제17군이 로스토프 방면으로의 공세를 개시하게 됩니다. 이 때에 - 7월 4일, 물론 한참 뒤쪽이라 지도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 세바스토폴이 함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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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이 주공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소련군은 보로네즈가 넘어간 시점에서까지도 독일군이 북쪽으로 갈 것이라 예상했고, 작전구역 북쪽의 오룔에 있던 제2기갑집단군을 향해 파쇄공격(적의 공격을 늦추거나 아예 막아버리기 위해 미리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을 가합니다. 이게 상당히 위협적이긴 했던 모양입니다. 제병협동이 영 엉망이었는데도 제2기갑집단군이 간신히 저지한 걸 보면 말이죠.

그리고 이 때가 히틀러가 남부 집단군을 A집단군과 B집단군으로 분리한 시기입니다. A집단군(빌헬름 리스트)이 로스토프를 넘어 목표인 캅카스 유전으로 진격할 때에, B집단군(페도르 폰 보크)은 돈 강을 따라서 측면을 방어하며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하는 것이죠. 히틀러는 보로네즈 인근의 소련군을 포위 섬멸하기를 원했습니다만, 소련군의 대응으로 인해 포위 섬멸이 무위로 돌아가고, 이에 히틀러는 7월 13일에 페도르 폰 보크를 해임해 버립니다. 그리고 후임으로 임명된 것이 막시밀리안 폰 바익스 남작. 그리고 헤르만 호트의 제4기갑집단군은, 일찍이 폰 클라이스트의 제1기갑집단군이 바르바로사 작전 당시 드네프르 강을 따라 고속으로 남하 우회했던 것과 같이 돈 강을 따라 고속으로 남하했고, 7월 15일에 로스토프 후방의 소련군을 강타합니다. 이 때까지의 전선을 지역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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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네즈,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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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간스크, 7월 12일. 이 때 측면을 담당하고 있던 것이 이탈리아 제8군과 루마니아 제3군이었습니다. 이탈리아군이야 뭐 인터넷상에서의 안습전설 이야기로 유명하죠... 그렇게까지 비하될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어쨌거나 독일군에 비해서 장비와 숙련도가 부실한 것은 사실이었죠. 루마니아군이야 이전 해의 오데사 공방전에서 보여주었던 한심한 능력을 생각해 보면 말할 것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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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토프, 7월 15일. 배후에서 제6군과 제4기갑집단군이 소련군을 들쑤시고 있는 게 보이시는지요. 이제 히틀러의 시선은 로스토프를 향해 있었습니다. 로스토프가 갖는 중요성 및 소련군의 대응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그래도 나름 직장인인지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렵지만, 적어도 주 1회 - 보통 매주 일요일이 되겠네요 - 에 이 정도 분량 정도로 해서 연재를 이어 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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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다 에루
17/07/02 23: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계동 신선
17/07/02 23:5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Je ne sais quoi
17/07/03 00: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미키맨틀
17/07/03 06:30
수정 아이콘
집단군은 군(Army)의 상위 편제입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신 기갑집단군은 전부 기갑군(Panzer Armee)이죠.
독소전쟁에서 독일군이나 소련군 전부 기갑집단이 변해서 기갑군이 된 것이죠.
독일(Heersgruppe) 이나 소련(Front) 편제에선 기갑으로 편성된 것이 없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7/07/03 07:33
수정 아이콘
예, 말씀하신 것이 정확합니다. 실은 별 생각 없이 기갑군단의 상위 단어로 적절한 게 생각나지 않아 기갑집단군이라 쓴 것인데, 오해의 소지가 확실히 있군요. 그냥 기갑군으로 바꿔야겠습니다.
미키맨틀
17/07/03 07:43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측면에 반격으로 축차투입된 군은 5TA 즉 제 5기갑군같은데요.
이치죠 호타루
17/07/03 12:19
수정 아이콘
에고, 이건 제 실수입니다. 기본적인 실수를 했네요.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솔로몬의악몽
17/07/03 07:16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참 뭔가 기분이 묘해요 고작 70년정도 전에 전 세계가 몇십만씩 모여 서로 죽고 죽였다는게요
이치죠 호타루
17/07/03 07:36
수정 아이콘
인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싸움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면 참 씁쓸합니다.
17/07/03 13:18
수정 아이콘
당시 명장이라 이름붙여진 자들의 이름은 수백만명의 피로 쓰여졌겠군요......
이치죠 호타루
17/07/03 17:28
수정 아이콘
영화 벌지 대전투에서 주인공 카일리 중령의 상관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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