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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07 18:32:59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어떤 고쳐쓰기
  바이마르 공화국. 정식 명칭은 Deutsches Reich(독일국). 1919년 2월 수립되어 1933년 나치 제3 제국(제3 라이히)의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망할 때까지 존속한 독일의 공화국 체제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일종의 별명이다. 헌법이 만들어진 도시인 바이마르(오늘날 독일 중앙의 튀링겐 주에 있다.)의 이름을 따 훗날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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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마르 시 전경

  바이마르 공화국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헌법을 보유하고 있었다. 원체 뭔가 만드는 데 철저했던 독일인답게 각국 헌법의 좋은 점만 따서 바이마르 헌법을 만들었다. 지방자치가 보장된 기존 독일 제국 헌법에 미국의 대통령제, 영국의 내각제와 수상제, 스위스의 국민투표제 등이 모두 바이마르 헌법에 들어왔다.

  바이마르 헌법이 얼마나 선진적이었냐면, 당시 웬만한 서방 국가에서도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었으나, 바이마르 헌법은 여성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보장하였다. 게다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정당결성의 자유가 보장되었으며, 영장 없이 구속 금지, 전화 도청이나 편지 사찰 금지, 검열로부터의 자유가 있었다. 이때가 1919년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매우 혁신적이라 할만하다. (1919년 우리나라에서는 3.1 운동이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2차대전 이후에 생긴 신생국들이 바이마르 헌법을 모델로 삼았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바이마르 헌법을 모방했다. 다음은 바이마르 헌법 제1조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바이마르 헌법 제1조]
  독일국은 공화국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훌륭한 헌법을 보유한 바이마르 공화국이었으나, 현실은 헌법처럼 훌륭하지 못했다. 좌, 우파 극단세력은 베르사유 조약의 독소조항을 들먹이며 정부를 흔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터졌다. 이런 위기는 극우나 극좌에 의해 모두 바이마르 정부와 집권 사회민주당 탓으로 돌려졌다. 그리고 독일 국민이 뽑은 선택지는...

  히틀러와 나치당은 대공황으로 멘붕에 빠진 독일 국민을 선전과 선동을 바탕으로 나치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1932년 대선에서 당선은 53%의 득표율을 기록한 파울 폰 힌덴부르크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나치당의 히틀러는 36.8%를 득표하며 독일 정치의 2인자가 되었다. 같은 해의 총선에서 나치당은 득표율 37.4%로 230석을 획득하며 원내 1당으로 등극한다.


▲ 히틀러의 연설 장면. 시선 처리와 제스처가 계산적이다. 그리고 선동적이다.

  히틀러는 나치당의 세력과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이었던 힌덴부르크를 포섭한다. 1933년 1월 30일 프란츠 폰 파펜과의 연정을 통해 히틀러 자신이 수상 자리에 올랐다. 그러고 나서 히틀러가 제정한 법이 바로 수권법, 비상 시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률이다. 그야말로 독재법이다. 1933년 3월 24일. 수권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순간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최후였다.

  나치 독일이 얼마나 잔악무도한 짓을 벌였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 나치를 원내 1당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독일 국민이었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으로도 히틀러라는 괴물의 탄생을 막을 수 없었다. 이 경험 때문일까? 현 독일의 헌법(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1조]
  ①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② 그러므로 독일 국민은 이 불가침, 불가양의 인권을 세계의 모든 인류공동체,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 인정한다.
  ③ 다음에 열거하는 기본권은 직접 적용되는 법으로서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구속한다.





  참조
  나무위키 (항목 : 바이마르 공화국, 아돌프 히틀러, 파울 폰 힌덴부르크, 프란츠 폰 파펜, 바이마르, 수권법)
  위키백과 (항목 : 바이마르 헌법)
  위키문헌 (항목 :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대한민국 헌법)





[모난 조각] 16주차 주제 "고쳐쓰기"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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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물리
17/06/07 19:35
수정 아이콘
국민이 국가보다 먼저 언급되었고, 인권의 특질과 구성요소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네요. 그리고 독일 이외의 세계를 의식하고 있구요.
마스터충달
17/06/07 19:42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국가보다 인간이 먼저란 말이겠죠. 저는 지금 독일 헌법이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보다 좋아 보입니다.
황시연
17/06/07 22:32
수정 아이콘
실제로도 독일에서도 서독부터 이어져 내려온 '본 기본법'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들었네요. 그래서 통일 후에도 서독 수도였던 본을 따서 명칭변경없이 그대로 부른다죠. 2차대전후에 민주주의 사회를 이 정도로 이뤄온 기반이라고 보는지라.
17/06/07 19:50
수정 아이콘
사회계약론과 관계되어서 생각한다면, 모든 국민이 일시에 국가란 존재는 필요없다고 마음먹는다면, 국가는 와해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도 이어지겠네요.
토니토니쵸파
17/06/07 19:52
수정 아이콘
역시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군요.
마스터충달
17/06/07 19:54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의 가장 안 좋은 사례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종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17/06/07 21:25
수정 아이콘
비록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바이마르 헌법이 바뀌지 않고 계속 존속됐다면 히틀러도 결국 실각했을테고 다시 국가가 잘 흘러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히틀러도 그걸 잘 알기에 헌법을 뜯어고쳤겠죠.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닥치면 국민들이 바보가 되는가 봅니다. 대공황이 없었다면 히틀러에 홀리지 않았을지도?
윌로우
17/06/07 21:49
수정 아이콘
특히 4 19헌법이 바이마르헌법을 상당부분 참고한 걸로 알아요. 불과 얼마 안 있어 5 16이 일어났지만요. 5 16때문에 4 19 정신이 훼손되지는 않지만 퇴색하기는 했죠. 예정대로 내년에 개헌이 된다면 역사는 촛불혁명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집니다.
윌로우
17/06/07 21:56
수정 아이콘
모난조각 애독자로서 괜한 트집인지 모르겠지만, 깔끔하고 반듯한 문장에 멘붕이란 단어는 좀 거슬리는군요.
마스터충달
17/06/08 03:32
수정 아이콘
전 그런 단어를 의도적으로 씁니다. 인터넷 신조어라든가, 줄임말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요. '멘붕'을 고쳐쓰면 '정신적 공황'이 됩니다. 멘붕이 길이도 짧은데다 느낌도 확실하죠.

언어는 변하는 겁니다. 더 깔끔하면서 함축적이고 강렬할 수 있다면 저는 신조어를 거리낌 없이 쓸 생각입니다.
칼라미티
17/06/08 06:52
수정 아이콘
댓글처럼 작은 따옴표를 쓰시는 건 어떨까요?

글 잘 봤습니다. 주제를 이렇게 해석하시다니...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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