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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05 19:46:07
Name Overfitting
Subject [일반]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中

요즘 너무나 많이 들려오는 사랑 이야기에 지쳐간다.

모태쏠로니 뭐니,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병이라도 걸린 것 같고 뭔가 모자란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랑이 아직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

SNS를 보면, 친구들을 보면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사랑 사랑 사랑을 속삭이는데 사랑이 뭘까.

나는 잘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사랑을 모르겠다. 사랑을 그리 가벼이 입에 달고 사는 그네들의 사랑을 모르겠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덜컥 떨어졌으면 하는 기도를 한다.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니 감히 무거워 입에 올리지 못해도.

서로 그냥 사랑하는 것을 알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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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트론
17/03/05 19:49
수정 아이콘
누가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글인 줄 알았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Overfitting
17/03/05 20:01
수정 아이콘
공감이 되셨다니, 저도 왠지 감사하네요
17/03/05 19:56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그런줄알았는데 황혼이혼하고 하더군요

사람이란건 결국 말을 안해주면 모르는겁니다
투박한 말투와 행동에서 얼핏 보이는게 아니라 말로 서로 주고받을수록 커지고 의지되고 그런것 같아요
서로 잘안다던 사람들이 깊은 얘기를 해보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끼더라구요
정말 사랑하고 싶으면 계속 묻고 답하고 함께 대화해 나가는거죠
Overfitting
17/03/05 20:03
수정 아이콘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야하는 것은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단어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으니, 사랑이랑 단어만으로 소통과 이해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올렸습니다.
저격수
17/03/05 19:56
수정 아이콘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사랑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은 채 그를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될 때, 스스로 성숙해졌음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결국 제가 바라볼 가장 값진 거울을 닦아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Overfitting
17/03/05 20:05
수정 아이콘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처음 사랑을 꽃으로 비유한 사람은 천재지만 두번째로 사랑을 꽃으로 비유한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사랑한다는 대신 스스로 이해한 사랑에 대해 표현하는 그 과정을 거울을 닦는 일에 비유하신 것이 마음에 많이 와닿습니다.
아하스페르츠
17/03/05 19:59
수정 아이콘
기독교를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약의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구절에는 공감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로 시작하는 그 구절은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로 끝이 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걸 견디는 것, 또는 그렇게 하고 싶어 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Overfitting
17/03/05 20:07
수정 아이콘
오래 참고 견디는 것. 사랑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나봐요.
무무무무무무
17/03/05 20:00
수정 아이콘
황지우 시인이 유독 중년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이런거죠.
Overfitting
17/03/05 20:06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파릇파릇한? 이십대 후반인데 가슴이 아프네요
예쁜여친있는남자
17/03/05 20:03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저게 오히려 좀 낡은 종류의 사랑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한편으로는 또 더 성숙한 사랑인 것 같기도 하고..

전 언제나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많이 합니다. 주로 밤에 많이 하지만, 밥먹다가도 하고 산책하다가도 합니다. 여행가서도 하구요. 확인을 바라는게 아니라, 이미 저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도 저를 사랑한다는걸 알고 있지만, 표현할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더 뚜렷해지구요. 그냥 사랑한다고 할 때 키득 웃는 상대방의 모습이 좋아요. 상대방이 사랑한다고 할 때의 제 모습이 좋구요 크크. 그 이상으론 설명 못하겠습니다.
Overfitting
17/03/05 20:08
수정 아이콘
아니 이런 반응을 유도한 글이 아니였는데... 란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예쁜 사랑을 하고 계신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참 아이디부터 부러움을 유발하십니다...
롤링스타
17/03/05 20:09
수정 아이콘
다른 사람의 사랑을 가볍니 무겁니 판단하는것 자체가 오만하다고 보구요.
사랑을 덜 말하면 진중한 사랑이 되고 사랑을 자주 말하면 가벼운 사랑이 되는 것도 아니구요.
각자 나름의 사랑을 하고 있는거고 존중하지는 못해도 폄훼해서는 안되겠죠.
Overfitting
17/03/05 20:12
수정 아이콘
조금 오해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랑이란 단어의 사용 빈도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사랑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가벼히 입에 달고 산다고 표현하였는데, 사랑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가벼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세상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는데 왜 나는 잘 못하지에 대한 자조적인 글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롤링스타
17/03/05 20:19
수정 아이콘
네 무슨말씀이신지 알겠네요.
나이가 먹어갈수록 새로운 사랑을 하기는 쉽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인연 만나시길 바라봅니다.^^
마스터충달
17/03/05 20:22
수정 아이콘
본래 사랑은 가벼웠다고 합니다. 그걸 18세기 통속 소설가들이 기독교 신앙과 짬뽕시키면서 "오직 너만을 영원히 사랑해."로 변질시켰다네요. 그게 또 대박이 나면서 굳어졌고요.

사랑이란 게 때때로 위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속된말로 상대를 보고 꼴리면 그게 사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3년 사귄 사람이 있는데 그를 보면 항상 가슴이 콩닥거리고, 만지고 싶고, 입맞추고 싶고, 그 다음엔...(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암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사랑한다는 걸 느껴요.

역시 아이는 사랑입니...(응?)

(막줄은 농담입니다)
루크레티아
17/03/06 12:23
수정 아이콘
왜 농담이죠. 진실을 농담이라고 하시다니 불편하군요?
마스터충달
17/03/06 12:30
수정 아이콘
각박한 세상 불편하지 말고 내편해주세요.
17/03/05 20:24
수정 아이콘
예술가들이나 말로 먹고사는 소위 명언제조기들은 자기 사랑 방식이 진리인양 떠들곤 합니다만 저는 다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하는 사랑을 재단하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건방진 일이지요.
Sith Lorder
17/03/05 21:52
수정 아이콘
시나 노래, 또는 인간의 감정을 전하는 모든 것은 같은 감정의 상태를 공유할수 있는 사람에게만 의미있죠. 십년전이면 공감하겠지만, 제딸아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요즘은 공감하긴 힘드네요. 그렇지만 말하고자하는 바는 이해할수 있습니다.
17/03/06 10:36
수정 아이콘
우리 딸한테 아빠 사랑하는지 날마다 물어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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