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70221n22632?sect=sisa&list=rank&cate=interest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A씨(33세)는 도서관에서 밤늦은 시각 3만원 가량의 공무원 시험 대비용 한국사 문제집을 한 권 훔쳤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서 꼭 필요한 문제집이었지만 책값 3만원을 구할 길이 없어 책을 훔쳤다고 하네요.

A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회사 생활이 여의치 않아 퇴사했고,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주말 오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버텨나갔지만 책값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고 하고요. 경비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께 책값을 달라고 손을 벌리기도 힘들었다고 하구요.


그렇게 책을 훔치기는 했지만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던 A씨는 도서관 앞에 붙은 '잃어버린 책을 찾아달라'는 피해자의 벽보를 보게 됩니다. 그 벽보에 마음이 무너진 A씨는 책을 훔친 지 일 주일 만에 책 주인 이름의 영문 약자가 커다랗게 적힌 책이 잘 보이도록 펼쳐놓고 도서관에서 책 주인이 오기를 기다려 30분 만에 책 주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책 주인인 B씨에게 A씨는 책을 훔친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B씨는 책만 돌려받는다면 A씨를 용서해줄 마음이 있었으나 이미 경찰에 신고한 후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A씨는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하고, 피해자 B씨는 "책을 찾았으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A씨는 간단한 지구대 조사를 받고 풀려났으나 광주 북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이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찾아 정말 성실한 공시생인지 만나보고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A씨가 친구에게 2만원을 빌리고 밥값을 아낀 생활비 1만원을 합해 자신이 훔쳤던 책을 사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도서관 앞 경찰차에서 50대 후반 경찰관 분은 아들같은 피의자의 딱한 사연을 듣고 주머니 속 5만원을 쥐여 주고, 생범팀 팀장님은 서점으로 피의자를 데려가 필요한 수험서를 사다 주기도 하셨다고 하네요. A씨는 정중히 호의를 사양하였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고 주는 것이라는 경찰관 분들의 말씀에 꼭 필요하지만 살 수 없었던 책을 골랐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가 초범이며, 피해품을 회수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기에 즉결심판 청구를 하기로 했고 A씨는 전과자 신분이 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문제없이 계속 준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A씨는 도움을 준 경찰관 분들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꼭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고 하네요.


요사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소식들만 보게 되는 와중에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기사가 있어 가져와 봅니다.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것을 반성하고 직접 사과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수험생활에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 텐데 흔쾌히 책을 돌려받고 용서한 책 주인분의 마음 씀씀이도, 그리고 A씨의 힘든 사정에 보탬이 되고자 한 경찰관 분들의 도움도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열심히 준비하셔서 노력의 결실을 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참 힘들구나, 싶으면서도,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구나, 싶기도 한 미묘한 느낌을 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