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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30 23:07:36
Name RedSkai
Subject [일반] 연말 근황
#1.
올 초부터 두 세달에 한 번씩, 힘들다는 투의 글을 몇 번 남긴 적이 있었지요. 업무의 폭증, 상사와의 갈등, 거기에 가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인생 최악의 나날들을 보냈고, 그 하소연을 여기에 뿌리기도 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치우지 못한 일에 대한 징계는 사실상 확정이고 (원래 오늘 시 감사관실과 대화(?)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1월 중으로 밀림. 징계 수위는 훈계~견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바닥을 친 것 같습니다.



#2.
동에 내려오고도 몇 달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이었습니다. 똑같이 일 처리는 제대로 안되고, 전임 부서에서는 메신저로 '왜 이거 안했냐, 저거 안했냐'라는 메세지로 하루 종일 갈궈댔고, 저는 거기에 해명하기에 급급했지요. 자연스레, 현재 해야할 일은 밀리기 시작했고요.

매일 우울한 날이 계속됐고, 가끔은, 자취방 샤워기 호스로 목을 매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가도,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왈칵 해서 밤새도록 펑펑 운 적도 많았고, 업무 때문에 본청에 출입할 일이 있어서 가면 본청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 듯한 환각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언제부턴가 저 자신도 모르게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했네요.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자면, '사과머리' 때문은 아닙니다 크크크크) (참조 : https://pgr21.co.kr/?b=8&n=67978)

뭔가 활기가 띄기 시작했고, 뭔가 힘이 나기 시작했고, 뭔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분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가 어깨에 너무 힘을 주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감' 따위 집어치우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일을 해치우기 시작하니, 그 때서야,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들 -특히 사무장님-의 도움도 컸구요)



#3.

지난 3년 동안, 줄곧 '일'만 생각했는데 이제 좀 바꾸려고 시도중입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사진반을 등록해서 다음주부터 다닐 예정이고, 얼마 전에는 운전면허도 땄습니다 (드디어!!!!) 곧 오너 드라이버도 될거구요. 운동은 원체 움직이는 걸 귀찮아해서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안보이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해보려고 합니다. 주말 아침에 태화강 산책도 해보고, 혼자서 연극도 보고 싶고,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기도 해요.

24시간 뒤에는 서른이 됩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열병을 지독하게 앓은 것 같습니다. 열병을 앓은 대가는 혹독하지만, 그 혹독함도 추억이 되리라는, 다소 투박한 상상으로 20대의 마지막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4.

'사과머리'와는 어떻게 됐냐구요?

그 뒤로 아무일 없었어요. 그냥 제가 표현을 안했고...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억센(?) 친구이기도 했고...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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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오후
16/12/30 23:10
수정 아이콘
어허.. 죽창들려 했다가 애도를...
내년부터는 좀더 잘될겁니다~ 힘내세요!
리듬파워근성
16/12/30 23:10
수정 아이콘
아홉수 제대로 겪으셨네요.
내년에 갑절로 보상받으시길 기원합니다.
16/12/30 23:15
수정 아이콘
저는 지난달에 교통사고 및 달리던 차량 고장 발목인대 파열 3콤보로 겪어서 이젠 다 그러려니 합니다
댕채연
16/12/30 23:19
수정 아이콘
저도 Redskai님과 처지가 똑같은 조금있으면 앞자리가 바뀌는 갓수중에 갓수입니다. 새해벽두부터 자소서에 파묻혀서 지낼것 같습니다. 공직에 있으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지만 저같은 갓수도 있다는 점 꼭 잊지마시고 사는지역 발전을 위해 무궁히 힘써주세요 !
Chandler
16/12/30 23:21
수정 아이콘
88년생 화이팅입니디 흐흐
껀후이
16/12/30 23:22
수정 아이콘
크크 친구님 화이팅입니다
같이 멋지게 서른을 맞아보아요
16/12/30 23:39
수정 아이콘
내년엔 늘 좋은 일만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연말 보내기길.
16/12/31 00:00
수정 아이콘
으앙 친구님 화이팅입니다.
같이 멋지게 서른을 맞아보아요(2)
Carrusel
16/12/31 01:11
수정 아이콘
잘이겨내셨네요. 30대도 건강 외에는 20대와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내년부터는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16/12/31 07:02
수정 아이콘
사격중지 사격중지!
종이사진
16/12/31 07:55
수정 아이콘
태화강이라...어제 울산다녀왔는데...^^;

내년부터는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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