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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09 17:23:59
Name 화이트데이
Subject [일반] [스포X] 주관적인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감상평.

1. 애매한 팀 버튼의 색깔

뼈대 자체는 팀 버튼의 색깔이 녹아나 있습니다. 팀 버튼 특유의 '성인용 판타지', 그 기초 자체는 굉장히 튼튼합니다. 보면서 병맛스러운 느낌이 살짝 나지만 그게 팀 버튼의 매력이지요. 문제는 뼈대를 잡고 난 뒤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초반부에서 이것 저것 스토리 떡밥을 지나치게 많이 깔고, 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굉장히 루즈해집니다. 다행히도 떡밥은 이래저래 이해 가는 수준에서는 다 회수하기는 했습니다만, (워낙 요즘 영화들이 밑도 끝도 없이 떡밥 던져놓고 회수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생각했네요.) 너무나도 많이 뿌린 탓에 깔끔한 뒷맛이 나오게 정리를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팀 버튼 특유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스위니 토드> 등에서 나온 '소수 계층에 대한 동정심' 을 잘 녹아냈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 그냥 특수능력자구나.' 정도의 생각 이상이 들지 않아요. 충달 님께서는 초반부의 섬세함을 칭찬하셨고, 후반부를 다소 비판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초반부에 과도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탓에 밋밋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후반부에 아무 생각없이 아동용 능력자물이 되어버린게 보기에는 훨씬 낫더군요.


2. 팀 버튼 특유의 분위기는 인정

다행히도 팀 버튼 특유의 분위기는 잘 뽑아냈습니다. 범인들은 생각하기 힘들어할만한 팀 버튼 특유의 색감은 좋았습죠. 문제는 그 외적인 부분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탓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리긴 했습니다만.


3. 그 와중에 에바 그린은 크...

에바 그린을 보면서 저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배우가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퇴폐적이면서도, 뭔가 고전미가 물씬 풍겨난다고 해야할까요? 착한 악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쁜 천사를 보는 것 같기도하고... 그렇다고 회색은 아니고, 그녀만의 유니크함이 있었습니다. 아마 저처럼 영화를 보시고 난 이후레 에바 그린이 머릿 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엠마 역으로 나온 엘라 퍼넬(사실 신인 여배우에 가깝죠.) 또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4. 부실한 악역

악역의 비주얼은 뭐... 정말 팀 버튼스럽습니다만, 문제는 얘네조차 밋밋합니다. 캐릭터가 밋밋하니 당연히 결말도 밋밋합니다. (악역의 결말 부문은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안됐던 몇 안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킹스맨>에서 발렌타인 역을 맡았던 사무엘 잭슨 정도를 기대하셨다가는 꽤 큰 실망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볼만합니다만, '팀 버튼'이라는 감독 이름값은 다소 못하지 않았나 그리 생각합니다. <가위손>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느낌을 기대하시면 곤란하고, <다크 섀도우>보다는 저는 좀 나았네요.
평점: ★★★★★★★☆☆☆(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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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바
16/10/09 17:29
수정 아이콘
에바그린 특유의 분위기와 비주얼은 영화가 망해도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죠. 다만 이번엔 기대보다 분량이 적은 게 실망스러웠네요. 말씀하신 후반부 아동영화에서 개인적으로 힘이 빠졌던 이유도 악역 문제가 컸습니다. 비주얼 말곤 볼 게 없었던. 거기다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야기 진행이 졸속으로 마무리 되서 어리둥절하기도 했구요.
16/10/09 17:40
수정 아이콘
후반이 역대급 망인 것 같아요
마스터충달
16/10/09 17:56
수정 아이콘
서사의 전개면에서 중반까지 갈등 구조와 미스터리가 점진적으로 진행된 반면에, 후반에 악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전까지 쌓아오던 서사가 모두 무쓸모가 되어버리는 모습이었죠. 그야말로 후반부 이야기는 "갑툭튀"했습니다.

보통은 서사를 상영 시간 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반과 후반이 따로 노는 경우, 전반이 똥이거나, 후반이 역대급이 아닌 이상, 따로 노는 이야기의 비난은 후반에 쏟아지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화이트데이님은 전반부를 지루하게 느끼셨으니, 이 따로노는 전후반 중에서 전반 탓을 하게 됐을 거라 생각하네요. 전후반이 전혀 별개의 영화라고 생각될 정도로 따로놀고 있기에 둘 중 무엇을 긍정적으로 보는가는 취향의 영역일 수도 있을겁니다.

다만, 전반부의 핵심은 "괴짜에 대한 연민"이라기 보다는 연민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이 농염한 성인의 것이 아니라, 풋풋한 사춘기의 것이었죠. 이게 "이상한 아이들"의 신비로움과 상호작용하며 독특한 분위기의 로멘스를 완성했고요. 이 감성은 여느 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이라 치켜세워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바탕에 둔 관계에 집중하신다면 전반을 훨씬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화이트데이
16/10/10 01:06
수정 아이콘
전반부 후반부 따로 노는거에 제가 무관심했던게, 어쩌면 팀 버튼에 대한 신앙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흐흐.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된다더니, 모든게 빅 픽쳐같이 느껴져서...

여튼 댓글달아주셔서 영광이네요 헤헤.
마스터충달
16/10/10 01:43
수정 아이콘
저도 본문에 제 평을 언급해주셔서 영광이었어요 ^^
16/10/09 22: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에바 그린이 나은 부분만 따로 보고싶습니다. 화장도 그렇고 특히 의상이........!! 분량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요.
lemonade-
16/10/09 23:26
수정 아이콘
영화 빅 피쉬를 굉장히 감동적으로 본 적이 있어서 아무 사전 정보 없이 팀 버튼이 만든 영화다 라는 것만 알고 아버지와 같이 보러 갔는데 많이 지루해서 실망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보고 난 뒤3년 전을 생각하며 나니아 연대기를 봤을 때의 기억이 나네요..
호야만세
16/10/09 23:51
수정 아이콘
저도 전반부가 너무 늘어지고 설명이 길어지는 느낌이라 기대가 점점 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후반부는 유치하고 단순하긴 했어도 차라리 더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천하기는 애매한 영화였으요..
험상궂은손님
16/10/10 10:08
수정 아이콘
미스 페레그린과 엠마만 머리속에 남아있습니다.
SG원넓이
16/10/10 17:13
수정 아이콘
에바그린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하네요.
나름 색깔로 표현하기엔 유광 블랙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엄청 광나는 블랙

엠마는 너무 이뻐보여서 찾아보니까 이번 영화가 역대급미모인거 같습니다. 다른 이미지들은 영화에서 본 것보다 별로였어요.
16/10/11 18:13
수정 아이콘
저는 아수라 보고 제 마음이 아수라장 된 걸 이 영화로 정화했어요
이번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았어요 전개는 루즈하지만 이해하기는 쉽게!!!!
전 재밌게 보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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