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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15 12:27:25
Name 비익조
Subject [일반] 하늘바라기와 우리 아빠


처음 이 노래의 주제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을 때 힘이 빠졌다.
아버지라...
나에겐 그리 밝을 수 없는 단어.
가난한 우리 집을 항상 그 상태로 유지하게 만들었던 사람.
늘 고생하는 어머니의 노력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드는 사람.

그런 아버지가 하늘이라...

첫 소절, 후렴, 클라이막스.
별다른 지름없이 은지의 목소리만으로 그저 깔끔하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곡.
자칫 너무 무거워 질수도 혹은 너무 가벼워 질수도 있는 감성을 훌륭히 소화한 멋진 노래.

정말 좋았다.
하지만
정말 안좋았다.
아빠야에서 거부감을 느낀건 아마 아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의 적의 때문이리라.

정말 좋아서 안들을 수 없는 노래이지만,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온전히 내 감각으로 만들지 못하는 노래는
이 노래가 처음일거다. 그리고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

사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노래는 좋은데 성공 할 수 있을까 했습니다.
아버지를 대상으로 했으면 은유적으로 표현했을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새끼손가락처럼.
대상을 특정지으면 느낄 수 있는 감성의 폭도 좁아지기 때문에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매니아적인 노래가 될 확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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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이좋아요
16/05/15 13:30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아버지,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항상 좋은 기억만 갖고있지 못합니다만
아버지(가족)에 대한 아름다운 작품을 접할 때는
의도적으로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은 기억을 의도적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고
인생 실전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관점으로 돌아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음원이 흥할 가능성을
높여주는건 맞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요즘엔
가사가 어떻든 음악이 주는 느낌이 좋으면
가사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흥하는 노래들 보면 꼭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https://pgr21.co.kr/?b=8&n=59425
이 글의 글쓴이가 맞으신가요?
마침 아이디가 같으셔서요.
비익조
16/05/15 14:54
수정 아이콘
네. 예전에 LOL 불판에서 무의식적으로 욕감탄사 썼다가 벌점먹었는데 당시 제가 너무 폭력적으로 변했다 싶어서 탈퇴하고 다시 가입했어요.
음악감상이좋아요
16/05/15 15:03
수정 아이콘
에이핑크 노래는 몰라요때부터 이미 알았고
노래도 즐겨들었지만
음악 외적으로도 에이핑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어서
바로 아래 계신 좋아요님이랑 비익조님 글 등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눈팅만 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많은 도움이 되어서 감사했다는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익조
16/05/15 15:10
수정 아이콘
하하 별말씀을요. 그게 에이핑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신 이유라면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이네요.
좋아요
16/05/15 13:44
수정 아이콘
비익조님 오랜만에 글 쓰셨네요. 반갑습니다.
비익조
16/05/15 14:55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이유로 릴렉스하고 있는 상태라 ..오랜만입니다.
ll Apink ll
16/05/15 13:57
수정 아이콘
오~ 오랜만이십니다 :)
저는 이 곡에서의 아빠를 문자 그대로의 아빠가 아니라 그냥 부모님으로 받아들인 표현이었는데, 이게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무게의 다른 느낌의 표현이 될 수 있군요... 청자에 따라 같은 노래가 다른 느낌을 준다는게 또 노래의 매력이겠죠 흐흐
비익조
16/05/15 14:5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다소 우회적으로 표현해 주길 바랬는데 아빠야..라는 말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세츠나
16/05/15 17:39
수정 아이콘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존재(여동생 공주 공룡 뱀파이어 등)는 대중매체 등에서 접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하곤 하죠.
예는 후자로 갈수록 판타지에 가까워지는데, 가족구성원이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없다면 일종의 판타지가 됩니다.
그래서 '진짜 여동생'은 이렇다 저렇다는 얘기도 있고 여동생이 실제 있는 사람은 도무지 몰입이 안된다 하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자신의 과거 경험 때문에 경찰이나 일본인이 선역으로 나오면 도저히 못보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건 어떤 면에서 남자에 대한 안좋은 경험 때문에 모든 남자에게 거부감을 나타내는 심리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경우이지만, 본인의 불편 때문에라도 가능하면 심리적으로 극복하는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당연한 것이 라는건 '칼로 베면 피가 나는게 당연하지' 하는 의미에서의 당연이거든요. 상처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미 나름대로 아물었더라도 불편이 남을 정도라면 재활이나 재치료가 필요하죠. 심리적인 것이건 육체적인 것이건.

실존하는 가족구성원이라도 평범하게 판타지나 다른 사람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극복한 것이겠죠.
비익조
16/05/15 18:23
수정 아이콘
하도 오랫동안 겪어왔었고, 현재 진행형이라서요. 제가 나이가 그렇게 적은 편도 아니고(30대 중반) 그래서 아마 평생갈 듯 싶습니다. 아버지가 극적인 변화를 가져와도 너무 오랫동안 그러셔서 저는 아버지를 인정하기 힘드네요.
세츠나
16/05/15 19:19
수정 아이콘
사실 심리적인 문제가 저절로 낫길 바라는건 잘린 팔다리가 도로 붙거나 소경이 눈을 뜨기를 바라는 정도로 기적적인 일이죠. 의사나 상담치료사 등 전문인력의 지원과 가족 문제일 경우 당사자들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비용도 부담될 수 있고 한국은 그런쪽 이미지가 워낙 안좋아서 (외국에선 매우 일반적인 일임에도) 강권하기가 힘드네요. 원래는 몸살나면 병원가고 심한 사고가 나면 수술받듯이 가벼운 심리적 충격부터 어린 시절부터의 심각한 문제까지 전반적으로 케어를 받는게 자연스러워야 하는데...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은게 현실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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