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16 15:09:32
Name aura
Subject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9 튜토리얼(끝) (본격 공략연애물)

늦어서 죄송합니다. 당장 토익 계속 보는 동안까지는 연재주기가 느려질 것 같습니다.


- - -


1.


어떤 일에 있어서 분위기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좌우하곤 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사람들이 한 행동일지라도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지금과 같이 신나고, 시끌벅쩍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평소보다 술을 더 잘 넘긴다.
또 다른 분위기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조금 짖궂은 농담이 아주 웃긴 개그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 대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분위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독립적이지 않은 변수다.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는 특정한 분위기가 형성되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구성원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또 특이한 경우에는 특정 한 명이 좌중과 분위기를 장악해버리기도 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공식적인 파티'라는, 파티이지만 조금 딱딱한 자리가 있다고 하자.
이 파티에서는 썰렁한 농담이나 우스개 소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된다.


어떤 친구들 모임에서는, 어떤 친구가 있냐 없냐에 따라 미묘하게, 혹은 크게 그 모임의
분위기가 바뀐다.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은 한 명이 분위기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같은 학생들을 두고 수업할 지라도, 어떤 선생님은 좋은 분위기를 이끄는 반면에
어떤 선생님은 그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이끌리고 휘둘리기도 한다.
(이러한 좌중과 좌중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걸 카리스마라고 하고 싶다.)  


요는 어떤 일에 있어서 분위기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을 스스로 장악하든, 잘 읽고 활용하든, 아니면 잘 맞추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내가 압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고
그럴 수 없다면 분위기를 잘 파악해 그것을 활용하는 게 차선이다.
두 가지 모두 불가하다면, 최소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순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마지막이다.


마지막 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자의가 아닌 분위기에 휩쓸린 선택이나 행동을 하고,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


내가 은하에게 고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백할 분위기, 고백을 쉽게 승낙할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을 잘 보고 캐치하거나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은하는 해오름제의 즐거운 분위기 탓인지 제법 술을 마셨고,
시간이 지나자 얼굴에 빨갛게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딸기처럼 뺨을 붉히고, 주변의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한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열려 있다.
더 늦어서 집에 가야한다는 시간의 촉박함에 분위기가 깨지기 전인 지금.
그 최고의 고백 타이밍에 승부수를 띄운다.


천천히 은하에게 다가가 나즈막이 속삭인다.


[은하야. 잠깐 같이 바람 좀 쐬고 올래?]



2.


밖은 시원했다.
술을 마셔서 살짝 달아오른 얼굴에 시원한 저녁 봄바람이 부딪혀 아주 상쾌했다.


- 후아. 시원하다.


은하는 나오자마자 양 팔을 벌리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술을 마시다가 갑갑할 때 쐬는 찬바람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 같다.


[술 많이 마셨어?]
- 으응? 아니. 헤헤. 많이는 안 마신 것 같은데?


고백를 하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은하의 티없이 맑고 예쁜 웃음을
보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가슴이 설렌다.

  
[오늘 재밌었어?]
- 응. 재밌었어.
   다 같이 체전도 응원하고... 또... 그...
[또?]
- 현민이 네가 활약하는 것도 봤잖아.
   사실 나 농구는 잘 모르지만, 멋있었어. 아...
[응?]


은하는 들뜬 기분에 무심코 속마음을 비친 것 같다.
자기 말에 흠칫 놀라 말을 얼버무리는 은하가 마냥 귀엽기만 해서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 아, 아냐. 아냐! 어쨌든 다른 애들이랑 얘기도 많이하고, 친해지고
   유민 선배님 번호도 받았잖아.
[키득키득.]
- 왜, 왜 웃는거야?
[그냥 귀여워서.]


이렇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사람을 웃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도 재능이다.


- 응?
[아, 아냐 아냐! 그래서 오늘 어쨋든 좋은 하루였다는 거지?]
- 뭐야. 치...


은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은하도 그걸 깨달았는지 슬쩍 째릿한 표정을 지었다.


- 좋은 하루였지. 사실 나 옛날부터 사람하고 잘 친해지고, 얘기하고 그러질 못했거든.
[응.]
- 그래서 항상 외향적이고, 사교성 좋은 사람들이 부러웠어.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유민 선배처럼?]


유민 선배를 바라볼 때 느껴지던 은하의 눈빛. 역시 그건 동경의 눈빛이다.
나도 저럴 수 있으면,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 응.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잖아. 또... 굉장히 예쁘시고.


잠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더라도 은하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빛나는 사람인데.
나는 그걸 은하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예뻐.]
- 응?
[음. 그러니까 내 말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활기차고 당당한 유민 선배보다
  수줍고, 서툴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 은하 네가 더 예쁘다는 거야.]

- 아...


솔직히 유민 선배가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은하에게 한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 뭐야... 그게...


은하는 부끄러운듯 겉옷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 나 대학생이 되는게 기대되면서도 사실 걱정됐었어.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대학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근데 지금은 괘, 괜찮은 것 같아. 다 현민이 덕분이야.
[정말?]
- 정말로. 사실 내가 제일 부러운 건 유민 선배가 아니라 현민이 인걸.
[응?]
- 서스럼 없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말도 잘하고...


참, 생각하는 것도 어쩜 이리 귀여울까. 순간 그대로 은하를 와락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어쨌든 할 건 해야하니.


[누구한테나 친절한 게 아냐.]
- ?
[야,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은 뭐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바보야.]
- ???


물론 눈치제로에 대인관계가 서툰 은하가 알리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단지 밑밥일 뿐이지. 은하같은 타입에게 고백할 때는 직관적이고, 솔직담백한 말이
달콤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무장한 말보다 백 배 낫다.


[은하야. 나 너 좋아해.]
- 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으니까. 잘해 준거고, 볼수록 더 좋아지니까 더 잘해준거야.]
- ...
[나를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 은하 너는 지금 이대로도, 수줍고 서툰 모습 그대로도
  예쁜걸.]

- 아아...
[좋아해. 은하야.]
- ...


뭐 나에게는 전혀 갑작스럽지 않지만, 눈치빵인 은하에게는 내 고백이 갑작스러운 모양이다.
은하는 놀란 듯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후. 호감도를 잘 쌓아왔더라도 금방 날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이 침묵은 정말이지
쫄린다.


- 정말...이야?
[응?]
- 정말 내가 좋아?


은하는 내 고백이 못 믿긴다는 듯이 재차 되물었다.
어쩌면 알게 된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이, 내 감정의 깊이가 얕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걱정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럴 땐 그녀에게 확신을 줘야한다. 흔들린 감정의 틈을 꽉 잡아주고, 그 감정이 나를 향하도록.


[응. 정말 좋아. 알게 된지 이제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
  은하 네가 내 여자친구였음 좋겠어. 진심으로.]

- ...


부담스러울까? 아니면 걱정스러울까?
은하의 속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여자의 마음을 보채지말고, 기다려야 한다.
보채서 반강요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시간을 줘야한다.
어차피 당장 몇 분안에 답을 들으리라는 생각도 없었다.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더 생각해 보고... 은하 너도 나를 좋게 생각한...]
- 좋아. 나도.
[어?]
- 나도 좋아해.


두근.
뭘까. 이 소년 같은 두근거림은.


- 솔직히...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지만
   나도 현민이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좋아해.


벅차는, 뿌듯한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래. 그거면 됐어.]


와락.
그대로 은하를 안아버린다.
코 끝으로 향기로운 은하의 샴푸 냄새가 느껴졌다.


은하는 참 작고 여리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여자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다.


<<< >>>
튜토리얼 성공!
현은하의 호감도 : MAX

튜토리얼 본 미션 성공으로
스킬포인트 4를 얻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검은 기류가 눈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안 돼, 이대로 미션을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은하와 있을 즐거운 일들도 이제 시작일텐데...


야속하게도 검은 기류는 순식간에 온 세상을 뒤덮었다.



9 끝. 10에 계속..

튜토리얼 드디어 끝났습니다!
잠시 휴식기간을 거치고,

새로운 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히로인도 기대해주세요!


-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밥이좋아
16/03/16 15:13
수정 아이콘
달달한 에필로그가 있을줄알았는데요 흑흑
담편도 기대할게요!!
16/03/16 15:15
수정 아이콘
아 깜빡했는데 그 편과 편 사이에 인터벌이 있습니다.
한 편 또는 두 편으로 내용이 이어지고, 튜토리얼에 대한 에필로그도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해원맥
16/03/16 15:44
수정 아이콘
기다리다가 목빠졌었습니다..
리셋이라니... 리셋이라니.. !
16/03/16 15:51
수정 아이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크.
본 글보다 카페그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통 많은데 해원맥님 때문에라도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미카엘
16/03/16 16:10
수정 아이콘
이렇게 한명씩 공략해 가는 겁니까... 스킬포인트로는 어떤 능력을 올릴지?
16/03/16 16:12
수정 아이콘
어떻게 올릴까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130 [일반] [3.16]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이대호 1타점 적시타) [2] 김치찌개3670 16/03/16 3670 0
64129 [일반] <삼국지> 유비가 즉위한 것에 대한 의의. [1] 靑龍4061 16/03/16 4061 6
64128 [일반]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왜 유달리 비쌀까? [35] santacroce11585 16/03/16 11585 41
64127 [일반] 봄맞이(?) 신발 대 추천 [159] aura17414 16/03/16 17414 18
64126 [일반] [WWE/스포] 2016/3/14 RAW 데이브멜처 팟캐스트(펌) [27] 피아니시모5425 16/03/16 5425 0
64125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9 튜토리얼(끝) (본격 공략연애물) [6] aura4026 16/03/16 4026 3
64123 [일반] 이세돌 대 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관전 후기 [54] 홈런볼11843 16/03/16 11843 14
64122 [일반] 3회 사소한 지식 경연 대회 기부 후기입니다. [11] OrBef4377 16/03/16 4377 21
64121 [일반]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 마르코 루비오가 대선경선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40] Igor.G.Ne9079 16/03/16 9079 0
64120 [일반] 일본, 섭정의 역사 - 1 [52] 눈시10659 16/03/16 10659 9
64119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1 (외전 : 맹덕) [35] 글곰4915 16/03/16 4915 58
64118 [일반] 인공신경망과 알파고 - 알파고는 어떻게 동작하는가?(1) [13] 65C0210209 16/03/15 10209 11
64117 [일반] 독일언론에서 긁어오기 - 알파고(4) [2] 표절작곡가6079 16/03/15 6079 7
64116 [일반] 후일담 - 테러방지법과 대한변호사협회 [33] 烏鳳8661 16/03/15 8661 2
64115 [일반] [바둑] 인공지능의 도전 제5국 - 알파고 불계승 [65] 낭천15467 16/03/15 15467 2
64114 [일반] 잡채밥 [10] 라디에이터5375 16/03/15 5375 6
64113 [일반] [WWE/스포] 최후의 부자의 역반응과 무반응 [51] 피아니시모6792 16/03/15 6792 1
64112 [일반] 브라질: 300만 명의 시위대와 금융시장 랠리가 원하는 것은? [10] santacroce6521 16/03/15 6521 13
64110 [일반] [역사] 18-19세기 초 일본의 해외방비론 [8] aurelius5537 16/03/15 5537 2
64109 [일반] [야구] 한화 이글스, 용병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 영입. [26] 레이오네7332 16/03/15 7332 0
64108 [일반] [연애] 옛날글에 후기 와 이불킥 사건입니다. [26] 사신군8435 16/03/15 8435 1
64107 [일반] CGV 가격 정책 바뀌고 처음 예매한 후기... [55] 카스트로폴리스10156 16/03/15 10156 2
64106 [일반] 검정치마/제시의 뮤직비디오와 레드벨벳/GOT7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6] 효연덕후세우실4983 16/03/15 498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