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네요.
데이트 하고 싶은 날씨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혹은 좋은 하루 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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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트에 도착하자 각 과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열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 틈에서도 쉽게 은하를 포착한다.
[은하야.]
- 아, 현민아 왔어?
은하는 제법 응원하는데 몰입하고 있었는 지 진지한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고 있다.
그 작은 손이 참 앙증맞고 귀여워서 잡어버리고 싶단 충동이 든다.
[어떻게 되고 있어?]
- 아직 전반인데, 지고 있어.
은하가 살짝 울상을 지어보였다.
확실히, 점수판을 보니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체전은 정식 농구 대회처럼 4쿼터까지 진행하지 않는다. 2쿼터, 오직 전후반만 있는 것을
생각하면 10점차로 지고 있는 것도 큰 차이였다.
거기에 벌써 전반이 끝나가고 있는데다가, 부상 당할 누군가가 팀의 에이스라면
사실상 내가 투입된다고 해도 역전하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체교과를 상대로라면 더 더욱.
이왕이면 백마탄 기사처럼, 위기에 빠진 팀을 승리로 구원하고 싶다.
정확히는 그런 모습을 은하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부상을 당했었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그리고 10점 차를 유지하던 전반 종료 직전.
- 악!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림을 맞고 튕겨나온 주인 없는 공이었다. 그리고 그 볼을 차지하기 위한 격렬한 몸싸움.
골 밑을 지배하는 자가 게임을 지배한다. 리바운드!
그 치열한 공중 몸싸움 중 우리 과 선수 한 명의 발목이 무참하게 짓밟혔다.
[어?]
순간 쏴한 느낌이 들었다.
저거 일부러 밟은 거 아닌가?
분명히 상대 쪽이 리바운드하기 포지션도 더 좋았고, 실제로 먼저 뛰었다면
무리 없이 공을 잡았을텐데, 일부러 늦게 뛴건가?
- 괜찮아요 형!?
- 진걸이형!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밟힌 발목을 붙잡고 코트 바닥에 누워버린 사람은
애석하게도 경영학과 농구 에이스, 이진걸 선배였다.
큰 키와 다부진 몸으로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던 에이스.
아마 그가 없었다면 체교과를 상대로 10점차가 아니라 벌써 20점 이상의 차이가 났을지도 몰랐다.
다친 진걸 선배에게 이목이 집중된 사이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씨익.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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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간파.
상대의 생각을 캐치.
<이딴 경영학과에 체교과가 10점차로 이겨서야 말이 되겠어? 30점 이상 차이로 박살내줘야지.>
빠득.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가 갈렸다. 이기려고 이런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수긍이 안 가는 판에, 이기고 있으면서 더 크게 이기려고 이런 짓을 벌였다고?
내가 분개하고 있는 동안 응급 처지 조가 진걸 선배를 응급처지한 후,
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팀의 고학번 선배 중 한명이 심판과 얘기를 마쳤다.
-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농구할 줄 아는 사람 있어?
다소 흥분된 상태가 되버린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든다.
[저요.]
2.
기세 좋게 손은 들었지만, 사실 과연 내가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필이면 부상당 한 게 진걸 선배였다니.
이래서야 이기는 건 고사하고 간신히 참패를 면하는 게 최선이다.
- 신입생 너무 긴장하지 말고. 어차피 진걸이가 있었어도 지고 있던 게임이야
최대한 잘 버텨보자고. 적어도 결승까지 왔으면, 아무리 체교과라고 하더라도 체면치레는 해야지.
고학번 선배는 이미 짙은 패색을 느꼈는지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장수가 꺽인 군의 병사들 같다.
어쨌거나 은하가 저렇게나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이대로 무력하게 당해줄 생각은 없다.
- 가자.
삑.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게임이 속행된다.
진걸 선배의 부상으로 얻어낸 소중한 공격권 덕분에
곧바로 내 손에 볼이 들어온다.
어떻게 플레이할 지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최대한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 뿐이다.
골 밑을 장악해줄 센터가 없을지라도, 고민 없이 과감하게 3점 슛을 쏘아 올린다.
무던히 연습했던 과거의 노력과 내 슛 감을 믿고서.
퍽.
포물선을 그린 공은 그대로 그물망을 통과하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우리 팀도 상대 팀도 다들 벙찐 표정을 짓는다.
- 뭐야! 신입생 대박인데?
- 나이스 샷!
팀원들은 곧바로 수비를 위해 반대편 골대로 돌아가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바로 이 맛이다. 스포츠의 짜릿함.
솔직히 그냥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생각 없이 던진 면도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 내 슛 감이
죽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점수는 7점 차다.
3.
- 와 쟤 누구야? 대박. 또 넣었어!
- 우아. 난 농구 잘 모르는데도 멋있다.
- 3점이 저렇게 넣기 쉬운거였나?
은하는 주변에서 현민이를 칭찬하는 소리에 괜히 자신이 뿌듯했다.
진걸 선배님이 다치고, 그 자리를 현민이가 대신해서 들어갈 때만 해도
굉장히 걱정했는데, 설마 현민이가 이렇게 농구를 잘할 줄이야.
어랏? 근데 현민이 칭찬하는 소리에 왜 내가 이렇게 뿌듯하고 기쁜거지?
은하는 생소한 감정에 당황했다.
그래, 친구니까! 거기에 같은 과 선수로써 잘하고 있으니까 그런 걸거야.
은하는 그렇게 낯선 감정을 달래봤지만, 어쩐지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근데 역시 이기기는 힘드려나.
-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쏘는 대로 3점이 들어가는 건 힘들고
진걸 선배님이 없으니까 전혀 리바운드가 안 되잖아.
현민이가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졌다는 듯이 수근거리는 소리에 은하는 기분이 언짢아졌다.
설사 지는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과 사람들이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그 순간 은하는 평소의 자신이라면 생각도 못할,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 경영학과 화이팅! 차현민 화이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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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업데이트
호감도 상승 x 8
호감도 : 87
현은하는 이제 차현민에게 큰 호감을 느낍니다.
현은하는 이제 차현민에게 큰 신뢰를 느낍니다.
마치 귀에 꽂히는 듯한, 은하의 외침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눈 앞을 가득채웠다.
그저 단순히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을 뿐인데, 휩싸인 분노감에 사실은 은하에 대한 의식을
조금 잊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잭팟이 터져버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는 것은 짜릿한 경기때문인가, 은하때문인가.
[아무렴 어때.]
그래 그냥 이 순간이 즐거울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은하가 있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
은하의 외침이 응원하는 다른 사람들의 무언가를 재점화 했는지
시간이 지날 수록 짙어지는 패색만큼 침체됐던 응원이 다시 열기를 띄기 시작한다.
- 삑! 작전타임.
점수를 최대한 좁혀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9점차로 오히려 더 벌어져버렸다.
그 순간 작전 타임 휘슬이 울렸다.
- 어이 신입생!
[예?]
그 때, 부상당했던 진걸 선배가 돌아왔다.
한 쪽 발목에 붕대를 둘둘 두르고 발목을 고정해주는 찍찍이를 차고.
이 상태로 왔다는 건 설마 경기를 뛰겠다는 건가?
- 꽤 한다?
[아뇨.]
- 아니긴 임마. 됐고, 야 신입생 빼고 한 명 빠져.
나도 다시 경기한다.
[저, 괜찮으세요?]
분명히 제대로 발목이 밟혔는데, 경기를 하겠다는 건가.
통증때문에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텐데.
- 짜식. 이제 10분도 안 남았는데 남자가 그 정도 참을성은 있어야지.
골 밑은 걱정마라. 근데... 이길 수 있겠냐?
[솔직히 모르겠어요.]
- 모르긴. 모르면 알게 해야지 가자.
삑!
휘슬과 함께 진걸 선배가 코트로 뛰어 들어갔다.
남은 시간 7분. 점수는 9점차 였다.
5.
- 삑삑 삐이이익!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경기종료. 나의 고군분투도 막을 내린다.
점수차 1점.
그리고, 우리 과의 패배.
진걸 선배가 애초부터 멀쩡 했더라면, 분명 이겼을 텐데.
하필이면 부상 당한 게 진걸 선배였다니. 아쉽기만 했다.
- 잘했다. 짜식들아.
다른 사람들이 환호하는 체교과 사람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동안
진걸 선배는 작게 미소지으며 경기를 함께한 사람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분하지 않으세요?]
- 분하지. 아쉽지. 그래도 할만큼 했잖냐.
그러고 보니, 이 양반 발목은 괜찮은 건가?
[발목은요?]
- 괜찮어. 아무튼 다들 수고했고, 다음에 한 번 다 같이 술 한 잔하자.
수업있어서 나 먼저 간다.
으,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진걸 선배는 사람 좋게 말하고 가는 와중에도 슬슬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퉁퉁 부어있겠지.
참 그래봐야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인데 멘탈이랄까, 인내심이랄까 그런 것들이 대단하다.
어린 놈(?)한테도 배울 점이 있구나 싶다.
어쨌든 진걸 선배의 퇴장과 함께 응원하던 아이들이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나에게도 몇몇 아이들이 멋있었다며 나를 추켜세웠지만, 역시 중요한 건 은하의 반응이다.
- 저, 현민아!
[응.]
- 진짜 머, 멋있었어.
은하는 자기가 말해놓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으아, 졌지만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하. 고마워.]
어쨌든 이걸로 눈도장도 확실히 찍었다. 밑작업 완료랄까?
이제 술! 술만 들어가면 완벽하다.
남은 호감도도 완전히 만땅으로 채워 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줘. 은하야.
7끝 8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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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 속도 맞추기가 참 어렵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