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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25 22:39:46
Name 바위처럼
Subject [일반] [1][우왕] 너는 나의 컨디션 - (1) 토위에 토를 끼얹나?
"옵...우웨억."

강렬했다. 숙취음료를 만드는 회사물은 사람의 토사물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술이 아주 확 깬다. 불룩한 배 위로 뜨끈한 부대찌개가 흘러내린다. 부대찌개에 뭘 넣었는지 색이 아주 연했다. 그렇겠지. 술이 아주 많이 들어...우웨에엑.


년놈이서 잘하는 짓이었다. 하나는 옷 위에 토를 했고 나는 그 애의 뒤통수에 토를 했다. 아, 인생 뭐있냐. 온갖 비명소리가 술집을 메운다. 아 씨 나도 모르겠다. 토사물이 겹겹이 쌓인다. 그 애는 한 차례 토를 하고 정신을 못 차린 채 남의 토사물을 뒤집어 쓴 셈이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또 한번 쏟아낸다. 그 애의 얼굴은 토사물 범벅, 내 배와 허리 아래도 토사물 범벅. 술집 사장님과 주방 아주머니가 나와서는 머리를 붙잡고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어쨌거나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면 온 몸에서 시큼한 냄새를 뿌리며 대로변에 소똥을 푸드득 싼 것마냥 건대입구 사거리의 번화가 한 가운데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점령의 의미는 그 많은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비싼 번화가에 우리의 땅을 세웠노라. 번화가를 겨우 비틀대며 벗어났다.

일단 씻을 곳이 필요했다. 이 친구는 인사불성, 나는 반인사불성, 반인사불성이 더 안좋은 이유는 이 시큼한 냄새를 계속 느껴야 하는 점이었다. 나는 숙박업소를 찾다가 길가 하수구나 전봇대 위로 두어번의 토를 더 했다. 부축하던 그 친구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말이다. 겨우겨우 이리끌고 저리 부딪히고 하며 숙박업소에 도착했을때의 꼴을 상상하기도 싫다. 온 몸이 토사물로 덕지덕지 붙은 두 남녀. 바닥을 몇 번을 굴렀는지 온갖 음식물찌꺼기에 때까지 낀.. 으 여기까지 하자. 또 토할 것 같으니까.


숙박업소의 주인은 매우 곤란해 하는 눈치였다. 그 꼴을 하고 방을 쓰면 나올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그 사장님은 이 모텔에서는 세탁기도 없고 도저히 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미간을 꽉 지푸린 채 그나마 토사물이 덜 묻은 내 한쪽팔을 끌고 저기 길 근처로 가면 여인숙이 있으니 그리 가 보라고 했다. 20대의 나이에 내가 여자애랑, 그것도 아무 관계도 없는 여자애랑 여관방이라니. 그럴 생각을 할 틈이나 있으면 다행이었게. 그 당시 나는 어디든 들어가야했다. 어디든 들어가서 옷과 함께 그냥 사람도 넣고 세탁하고 싶었다. 너무, 너무, 아. 너무 힘들었다. 글로는 도저히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이걸 어디에 비유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여자가 예쁘지 않은건 아니었다. 예뻤다. 진짜 많이 예쁘고, 몸매도 죽여줬다. 봉긋 잘록 빵빵 뭐 이런 식의 삼박자였다. 키도 컸다. 옷도 섹시하게 잘 입었다. 성격도 좋고 말도 잘하고 머리도 똑똑하고 성격도 드셌다. 그런데, 토사물의 힘은 이런걸 한 번에 지워준다. 그래 뭐랄까, 스타크래프트로 치자면 히드라가 엄청많은 저그에게 하이템플러와 리버, 발업질럿을 끼얹나? 뭐 그런식이다. 딴 생각은 커녕 그냥 너무 너무 힘들었다. 아, 글을 쓰면서도 힘들다. 그 기억은 정말 힘든 기억이다.


겨우 여관에 갔는데 여관 아주머니는 아까보다 더했다. 뭐라고 엄청 하시는데 나는 잘 못알아들어서 그냥 제발 아주머니 저희 저쪽에서 이리 가라고 해서 온거에요 제발요 돈은 더 내도 되니까 제발요 하고 무릎까지 꿇었다. 무릎을 꿇으려고 그랬다기보단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았다고 보는게 더 맞다. 여러분이 경험해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술에 떡이 된 사람이 50키로 중간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면 그 느낌은 한 80키로정도로 느껴진다. 진짜로. 거기다 토사물까지 뒤집어썼으니 비위까지 상한다. 그걸 거의 몇 블록을 겨우 겨우 끌고 들쳐매고 부둥켜 안고 왔으니 나라고 멀쩡하겠나. 아주머니는 구수하게 불만을 쏟으시면서도 방을 열어주고, 어디선가 까만 비닐봉다리를 가져오셔서는 옷을 빨리 담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몇 번이나,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복도에서 옷 벗어놓고 들어가!!' 하고 소리를 치셨다.



그 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날 여관방 문앞에 반쯤 걸쳐져서 우리는 반라가 되었다. 속옷은 그래도 입고있었지. 내가 그 애의 옷도 벗겼다. 취해서 그랬는지는 세탁중에 고장난건지 모르지만 그 애 치마의 단추? 걸이?를 고장냈다. 미친듯이 옷을 벗고 까만 봉다리에 옷을 넣었더니 금세 아주머니가 오셔서 세탁비는 받을거라고 하고는 봉다리를 가져가셨다. 우리는 겨우겨우 방 문을 닫았다. 아, 구원의 장소라는게 이런 곳이구나. RPG게임에서 왜 세이브 포인트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의 고난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뜨거운 물을 틀어두고 그 애를 질질 끌고 갔다. 그 애는 뭐가 그리 짜증나고 귀찮은지 자꾸 내 손을 뿌리친다. 아..진짜 한대 콱 쥐어박고싶다. 잘 때가 아니야 이... 후..물이 뎁혀질때쯤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고, 나는 그 애를 깨워보려 노력했다. 물이 욕조에 가득차서 넘칠때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길래 일단 나부터 씻기로 했다. 아직 마르지도 않은 토사물의 잔여물을 헹궈내고 씻자 겨우, 정말 겨우 현세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문을 열었을때 본 광경은 참혹했다. 그 애는 자기 머리카락을 잠꼬대를 하며 질겅질겅 씹고 있었는데 그 머리카락에는 토사물이.. 아 잠깐 또 올라올것같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어쨌든 나는 그 순간 얘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무슨짓을 해서든 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각팬티 하나만 입고 나는 그 애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와 겨우 안아서 욕조에 넣었다. 허리가 뿌러질 것 같았다. 속옷 채로 욕조에 넣었지만 별 수 없었다. 머리에 샤워기로 물을 좀 끼얹기 시작하자 그 애는 그엌 풐 엌 하다가 아 씨하고는 몇번을 고개를 떨구고, 또 떨구고, 아니 이친구야 이러면 무슨 여기가 남산 대공분실도 아니고 물고문하냐!! 나는 그 애의 머리카락을 잡고 몇 번이나 머리를 꺼냈는지.. 결국 그 애가 잠에서 깼고, 현실을 인식하기 까진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리고 뭐 그 뒤는 남들 다 하는 식이었다. 비명과, 욕과, 억울함과, 싸움과...


쫒겨나듯 화장실에서 나오고 거의 한시간 반이 지나서야 목소리가 들렸다. 옷을 갖다 달라고 했다. 옷이 없다고 했다. 또 욕을 먹었다. 욱해서 육두문자가 나왔다. 그러자 안에서도 육두문자가 쏟아져나왔다. 그제서야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났다.


-2에 계속. 손목이랑 팔꿈치가 아파서 좀 쉬었다 쓸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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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26 01:43
수정 아이콘
[추천] 저는 이 분 늘 뭐하시는 분인지 참 궁금합니다.

가둬놓고 글만 쓰게 하고 싶기도 한데 그러면 소재가 고갈되려나요.
바위처럼
15/09/26 23:11
수정 아이콘
대학 졸업반+취준생 = 백수입니다
15/09/26 23:17
수정 아이콘
역시 갓수....
15/09/26 10:20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인데 왜케 조회수가 낮죠? 제목이 뭔가 AT 필드같은 걸 생성하나봅니다??
15/09/26 12:08
수정 아이콘
[추천] 아... 똥에 토에... 풍성한 한가위에요~~
15/09/26 18:30
수정 아이콘
[추천] 다음 글을 어서 주시죠!
15/09/27 01:07
수정 아이콘
[추천]어디가둬두고시ㅠ은 글솜씨네요
장수풍뎅이
15/09/27 08:50
수정 아이콘
[추천] 상상하는것도괴로운데... 당사자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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