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이버에서 '평양시간' 을 검색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같은 한반도에 있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30분의 시차가 생긴거죠.

일본하고도 시차가 없는데 북한과 시차라니!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지난 8월 15일부터입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전까지 사용하던 시간대를 버리고 30분을 늦추는 시간대를 새로이 채택한거죠.

이른바 '평양시간' 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간대의 탄생입니다.

기존까지는 한국, 일본과 같이 협정세계시보다 9시간 느린 시간대를 사용했지만, 8월 15일부터는 8시간 30분 느린 시간대로 들어간 겁니다.

표준시 변경이유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대한제국 시절 처음 정해진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협정세계시보다 8시간 30분 느린 시간대였습니다.

이게 이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과 같은 9시간 느린 시간대로 바뀌게 되죠.

광복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표준시를 다시 8시간 30분 느린 시간대로 바꾸지만, 1961년 박정희 대통령 때 9시간 느린 시간대로 회귀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대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거구요.



북한이 내세운 일제 잔재 탈출이라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나오는거죠.

조선총독부가 정한 9시간 느린 시간대 대신, 대한제국 시절 8시간 30분 느린 시간대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세우는 대개의 정책이 그렇듯, 이번 표준시 변경도 영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표준시 변경 자체가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불러오거든요.

당장에 항공기나 선박 출발/도착 시간을 비롯해 개성공단이나 금융 부문에 있어서도 남북한 사이 상당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표준시는 30분 단위가 아니라 정시에 맞춰 설정하는 국제 관례에도 어긋나 국제적으로도 좋은 소리는 못 들었구요.



이 혼란스런 사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8월 22일,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사태였습니다.

당시 북한은 20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48시간 후 남한을 공격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고, 사태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한 기자가 북한 조종철 1등서기관에게 물었습니다.

"오후 5시가 어느 표준시 기준인가요?"

질문을 받은 조종철 서기관은 한참을 생각하다 "아마 그럴거다. 평양시간에 의거해서" 라는 대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시간대가 바뀌고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고는 해도,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놓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표해 그 사실을 발표한 1등서기관마저 제대로 된 시간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뿐 아니라 8월 23일 있었던 남북고위부회담에서는, 한국시간 3시로 약속을 잡아놓고는 평양시간 3시에 북한 대표들이 나와 회담이 30분 지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건 어느 정도 고의성이 담겨있는 것도 같지만요.



통일부에서는 이런 북한의 시간대 변경을 놓고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간대를 변경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남북간 이질성이 더욱 심화될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너 친일파지!"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109945



아무튼 이런 상황입니다 흐흐.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고 나왔으니 북한이 쉽게 시간대를 다시 물리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 한동안은 남북한 사이 30분의 시차를 두고 살아야 할 것 같네요.







9월 17일 배포된 iOS 9에는 평양시간이 적용되어 30분의 시차가 반영되었다고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평양시간 반영을 고려 중이라니 앞으로 북한 갈 일 있으시면 꼭 시계를 30분 늦추시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