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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16 21:44:36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영화 『사도』에 대한 생각





1




영화적 완성도는 영알못인 제가 뭐라고 말하긴 힘들고...




영국 왕실 다룬것 같은 서양 궁중 암투물을 보면, 정치 권력적인 부분 묘사도 하지만 그보다도 개개인의 성향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인물의 개성과 성격, 그때문에 벌어지는 일 등등..




숙종 - 영조 - 사도세자로 이어지는 개개인적인 면모를 보면 그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뭔가 소름끼치는 의미에서 사람 같지 않은 숙종이나, 자식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의 편집증 적 모습의 영조, 천성이 그런것인지 부모의 탓인지는 몰라도 미쳐 날뛰는 사도세자 등의 모습을 보면, 그냥 '예전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다' 라는 느낌보다도 인간적 요소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영정조로 이어지는 이 조선 후기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끝도 없이 우려졌고 앞으로도 우려질 소재긴 한데, 그간의 미디어매체나 대중적인 사론은 그 사람들의 인간적 감정의 충돌 보다도 거진 정치권력적 입장에서 다룬게 99% 였습니다. 이게 이렇게 된 건 사실 이러이러한 물밑 관계가 있고 이게 저렇게 된 것이 저러저러한 요소로 이루어졌다더라 하는 식의 논쟁등등.. 





경청할 만한 것도 있었고, 소위 '만물 노론설' 같은 악영향도 있었습니다만은, 어쨌건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그런 식으로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하긴 하겠죠. 



그런데 미디어매체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면서도 굳이 이 모든 이야기를 정치권력적 시각으로'만'(그리고 게중 절대다수는 이덕일류 사관으로 왜곡점칠된) 다룰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뒷배가 어쨌고 술책이 어떻고 하는 식의 이야기보다도 그냥 왕조 시대의 왕인 아버지와 세자인 아들이라는, 전대미문의 특수한 관계들이 특수한 방식으로 부딫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이겠습니까. 




아들에게 정사를 맡기겠다, 라고 한 첫날부터 자기의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끼어들어버린 아버지, 못한다 못한다 하니까 더욱 주눅들어 못하게 되는 아들, 그런것이 타고난 본성을 꺠운것인지 몰라도 단순한 속앓이가 아니라 정신병적인 광증으로 증세를 보이는 아들, 축복스러웠던 왕자의 탄생과 기뻐하던 부왕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나 뒤주에 가둬 죽인다는 극단적인 결말.




이런 이야기거리 자체가 없는데, 언젠가부터 거진 '쏟아져나온다' 싶었던 이 무렵를 다룬 영상매체들이, 이런 개개인의 감정 자체를 중점으로 다룬 것은『사도』가 이번의 사도가 거진 처음격이었다는 게 묘한 일이면서도 괜찮게 보는 부분입니다. 자주 다뤄진 소재에 꼭 이 소재가 아니더라도 자주 다룰만한 주제이긴 한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롭죠. 




일반 시청자와 역사 동호인의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일반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은 불멸의 이순신이 방영 당시 역사 동호인들에게 격렬할 정도의 야유를 받았던 부분 등이 있습니다. 후자적 시각에서는, 보통이라면 심심하고 식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주제를 다룬게 신선합니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있어선 흥미진진한 요소일 수 있는 「과거에서 특히 조선 후기 무렵 정치구도를 현재 기준에 맞춰서 자의적으로 해석 + 정치풍자(+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이덕일류 한 사발)」 같은 요소가, 전 정말로 지겹네요. 너무 지겨워서 꼴도보기 싫습니다. 





황진미 평론가라는 분이 『사도』 평론에서 '역사적 사건을 부자간의 사사로운 갈등으로 축소했다' 고 비평했는데,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전 오히려 그걸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큰 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이들 그러하듯, 그 분 역시 이덕일류 만물 노론설에 심정적인 동조와 영향을 받은듯 해 보인다는 부분을 보면(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656885.html) 그 생각이 더 확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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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09/16 22:47
수정 아이콘
황진미의 평론은 언제나 실망만 하고 있어서... 저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네요;;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소설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그 작품에서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보지 않고 부자간의 반목으로 그려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렇게 부자간 반목으로 바라보는 것도 별로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더라고요.

<사도>가 부자관계에 집중하다보니 작품이 다소 밋밋해지긴 했는데, 그동안 임오화변이 '노론 음모론'에 시달렸던 만큼 이렇게 정직하게 뽑아내는 것도 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이준익의 수수한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담백한 맛이 우러나더라고요.
바다표범
15/09/16 22:52
수정 아이콘
피빛달이었나 하는 드라마가 하나 있었을겁니다. 그 외에는 죄다 프리메이슨 노론의 짓 크크
네스퀵초코맛
15/09/17 00:58
수정 아이콘
스타 배우들의 담백한 작품 실망은 하지않을 조합인데 기대되네요
바다표범
15/09/16 22:48
수정 아이콘
저도 이덕일식 사관으로 임오화변이 조선의 프리메이슨 노론 때문이 아니고 영조의 편집증적 학대와 사도세자의 광증이 원인이었다는 것으로 묘사한 보기드문 사례라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영화 자체는 흥행못할거 같아요.
네스퀵초코맛
15/09/17 00:57
수정 아이콘
평들을보니 웰메이드 작품인 것 같은데 흥행성은 기대 못하겠군요 크크. 그래도 워낙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이니... 황진미 평론가는 항상 작품을 벗어난 평론만 하던데 요번에도 저런평을 남겼군요 20자평에 스포일러도 남발하시는분이라.
애패는 엄마
15/09/17 11:06
수정 아이콘
이준익감독 영화라 기대가 안됐는데 신불해님 글보니 기대되네요
엘룬연금술사
15/09/18 11:00
수정 아이콘
내일 보러갑니다. 기대 중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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