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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15 23:55:53
Name 류지나
Subject [일반] 며칠전 블로그를 지웠습니다.
5년 이상 하던 네이버 블로그를 지웠습니다. 자의였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며칠 전 저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무려 경찰서였습니다. 이래뵈도 나름 선량시민으로 살아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올줄은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제 블로그 게시글에 신고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순간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이 다 지나갔습니다.

제 블로그가 유명 블로그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닌데다가 내용은 대략 제 덕후짓을 올리는 일기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야겜 리뷰도 썼으니 야겜으로 걸린건가? 하고 전전긍긍해 했으나 신고받은 사유는 특이했습니다.
제가 김정일 찬양글을 썼다는 겁니다.

.............?!

대체 내가 언제...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것이 <김정일 남한 삥뜯기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2009년에 올렸던 유머글이었습니다.
당시 김정일의 행각을 빈정거리는 알고리즘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걸 올렸었던거죠.
누가봐도 이건 명백히 김정일을 조롱하고 비꼬는 이미지였습니다....만.
신고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죠.


형사분은 싹싹했습니다. 이런 일을 많이 했나봅니다.
제가 군인이라는 걸 밝히자 더더욱 싹싹해집니다. '공무원끼리 걍 큰일없이 넘어가자'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이 분에게 말해봐야 뭔 소용이겠습니까. 다 먹고살고자 하는 짓인데... 그런 게시글 하나에 포천에서 강원도까지
직접 오신다고 하니까 오히려 제가 송구스럽더군요. 그냥 다 지우겠다고 무난히 넘어갔습니다.

직접 오시는 이유는, 제가 블로그를 지우겠다는 각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더군요.



경찰분들에게는 전혀 유감없습니다. 그분들은 신고가 들어왔으니 처리를 해야하고...
괜히 안하면 민원 들어와서 경찰분들만 괴로워지겠죠.
제가 의아해하는 것은, 이걸 진짜 '김정일 찬양'으로 신고한건지,
아니면 '걍 닥치는대로 김정일 키워드면 모조리 신고' 인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 정도의 유머, 심지어 김정일을 비꼬는 유머도 허용이 안 될 정도로 요즘 넷상의 분위기는 살벌한가 봅니다.
자본론 강의하던 교수가 신고를 먹었다는 소리는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 참 착잡하더군요.


미련이야 없진 않지만, 그래도 최근엔 활동을 거의 안했기에 미련없이 블로그를 지우며
'소나기는 피해가자'라고 하시던 형사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이석기가 참 여러모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긴 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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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3/09/15 23:57
수정 아이콘
뽐뿌였었나..
소세지의 중독성을 가지고 마약드립 쳤다가 검찰에 출두해서 머리털 80개를 뽑았다고 하소연하던 분이 기억나네요.
신고도 적당히 해야지 참..
아무튼 욕보셨습니다.
朋友君
13/09/16 00:04
수정 아이콘
거꾸로 가는게 맞군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OnlyJustForYou
13/09/16 00:07
수정 아이콘
헐.. 인터넷 검열인가요?
김정일 찬양은 허용되지 않는 범위이긴 하지만 김정일 들어간다고 그렇게 몰고가는 건지 참. 제목만 들어도 비꼬는 내용임이 확실해 보이는데 암 어처구니 없네요.
13/09/16 00:07
수정 아이콘
이쯤되면 정말 조지오웰 소설보다 더한 현실이죠.
13/09/16 00:08
수정 아이콘
이건 무슨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콩트로 써도 검토단계에서 폐기될 일들이 현실
13/09/16 00:12
수정 아이콘
미쳐가네요. 이게 국가 안보입니까, 미친 파시즘이죠.
지나가다...
13/09/16 00:19
수정 아이콘
검색을 하니 올라와 있는 곳이 있어서 보고 왔습니다.
그게 김정일 찬양이면 공대생 알고리즘은 유머가 아니라 공대생 찬양이겠군요.
이걸 신고한 인간이야 악의가 있어서 그렇다 치고, 그걸 받아주는 경찰도 참 갑갑하네요.
21세기에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류지나
13/09/16 00:26
수정 아이콘
갑갑하지만... 제가 경찰 입장이었어도 뭐 달랐을까? 라는 생각을 했기에 걍 백기모드로 항복했습니다.
신고 안 받아주면 민원제기로 엿먹이기도 가능하고..... 여러모로 공무원은 괴롭습니다.
人在江湖
13/09/16 00:19
수정 아이콘
허허허허.. 참, 할말이 없군요. =_=
닝구임다
13/09/16 00:25
수정 아이콘
점점 롤백하는군요.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20~30년전으로 돌아갑니다.
하루아빠
13/09/16 00:30
수정 아이콘
정세가 흉흉하다보니 농담도 쉽게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통일이 언제나 될까요
13/09/16 00:45
수정 아이콘
무슨 내용인지 찾아봤는데 경찰도 알아서 몸 사리는 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Neandertal
13/09/16 00:56
수정 아이콘
조지오웰의 1984의 배경이 결국 우리나라였네요...
13/09/16 01:16
수정 아이콘
경찰도 불쌍하네요...
신고를 무시할수도 없고... 대응하자니 본인들도 어이없고...
구경남
13/09/16 02:58
수정 아이콘
정신이 알레꼴레한 민간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저걸 받아주는 공직자들의 자세가 몹시 못마땅 하네요.
13/09/16 03:59
수정 아이콘
정도를 넘어서서 메카시즘을 조성하는 것들에게 말년의 메카시처럼 비참한 말로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닭쵸혼
13/09/16 06:25
수정 아이콘
저번에 대학생 두명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 영화의 북한말 대사를 따라하다가.. 지나가는 여중생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갔다는 기사가 생각나네요. 요즘 진짜 골때리죠.
하늘하늘
13/09/16 07:42
수정 아이콘
우와.. 말이 안나오네요. 막걸리시대가 도래하는건가요?
나라꼬라지가 한순간.. 은 아니군요. 피디수첩 돌발영상 제작진 싹 물갈이되고
4대강보 같은 아무 목적도 필요성도 없는 사업이 당당히 실행되고
공영방송사 사장이 청와대로 불려가서 쪼인트 까이던때가 있었고
갖은 패륜 게시물이 당당하게 대접받는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는 시대니 이런일도 생각해보면 놀랍지도 않은거네요.

막걸리시대때는 그래도 주변에 있는 사람이 신고해야만 잡혀갔었지만
지금은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줄줄이 잡혀가는거겠네요. 내용과 상관없다는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고.
가만히 손을 잡으
13/09/16 08:25
수정 아이콘
이런게 문제죠.
요즘 공안관련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사실 정부는 상식밖의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매카시즘마냥 신고와 보안법이 언급되니까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농담까지 신고의 대상이 되고 경찰에게는 처리해야 될 업무가 되면서 넷상의 자유는 극히 제한됩니다.
국정원은 지금의 사태에도 자체 개혁보다 감시 권한을 강화하려고만 합니다. 어린 학생들까지 절대시계 운운하면서 동조하고요.
lupin188
13/09/16 09:53
수정 아이콘
지난 5년의 시간이 세상을 퇴화 시켰네요...앞으로 5년이 지난 후의 미래는 어떨련지.....;;;
스타본지7년
13/09/16 10:30
수정 아이콘
이런 세상을 쉴드 치는 사람도 있더군요. 참나.
13/09/16 12:44
수정 아이콘
이제 삼청교육대만 부활하면 완벽하겠네요. 크크크크
웃어도 웃는게 아님.
13/09/16 14:42
수정 아이콘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격이 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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