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습니다.
입맛도 뚝뚝 떨어집니다.
이런 날은 물에 밥 말아서 깻잎이나 매실 짱아찌 하나 걸쳐 먹는 게 짱이긴 합니다만 매일 그렇게 먹고 살 수는 없지요.
시외로 놀러가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충무김밥이 생각나서 만들어보았습니다.
라면보다 쉬운 충무김밥. 만들어보아요.
** 지극히 현실적인 "보통 가정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만 만들었습니다. 전혀 예쁘고 아름다운 요리 포스팅이 아니니 주의하세요.
오징어를 준비합니다.
마트에서 냉동오징어 2마리 사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1000원이면 샀는데 요새는 2500원 정도 하더라구요. 하아....
오징어를 고르실 때는 껍질이 까만 게 더 싱싱한 거니 참고하세요.
전 시장 가는 길, 생선파는 할머니에게 낚여서 크기만 큰 안 싱싱한 오징어 샀습니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입을 떼어내고 기타 내장 불순물들을 씻어내신 후 비스듬히 칼집을 내주시면 됩니다.
칼집 사이로 양념이 쇽쇽 들어가야 더 맛있거든요.
어머니는 오징어를 찌는 게 맛있다고 하셨지만 그런 거 없어요.
기냥 물붓고 5~10분정도 끓입니다. 너무 딱딱해지지 않게요.
소금을 약간 넣어주시면 좋아요.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원래라면 다리와 몸통을 따로 삶는 게 색깔이 더 예쁘게 나오지만 전 제가 먹을거라서 그냥 한번에 넣고 끓였습니다.
버너가 더러워보이는 건 기분탓이겠죠.
그 동안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고춧가루, 참깨, 물엿, 간장, 식초, 고추장, 참기름, 후추, 다진 마늘.
물엿대신 설탕이 없는 올리고당이라던지 매실엑기스를 넣기도 합니다만...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눈치채셨죠?
그런 거 없습니다. 걍 물엿이면 됩니다.
오징어를 꺼내 고급스런 스텐레스 보울이 아닌 딸기 사먹고 아껴놓은 다라이에 투하!
(가게라서 식기류가 없어요....)
다진 마늘 한 스푼.
간장 두 바퀴.
물엿 두 바퀴.
식초 한 바퀴.
고추장 네 손가락으로 푸욱.
고춧가루 5초간 툭툭.
참깨 참기름 후추는 적당히.
넣고 휘적휘적 비벼줍니다.
보통은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놓고 숙성시킨 후 버무리지만 그런 거 없어요.
어차피 섞으면 똑같아요.
그리고 양념장 만들어둘 그릇도 없어요.
중간중간에 맛 보시면서 신맛이 부족하면 식초, 단맛이 부족하면 설탕, 매운맛이 부족하면 고춧가루, 감칠맛이 부족하면 마늘이나 고추장을 더 넣어주시면 됩니다.
물론 여기에 다시다를 넣으면 3배로 맛있어집니다.
완성된 오징어 무침.
아름답지요.
이제 김밥을 만들 차례입니다.
김밥용 김.... 을 써야 하지만 엄마가 아침에 싸주신 김이 돌김이었네요.
상관없어요. 구멍이 숭숭나있어서 그렇지 이게 더 부드러워요.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세요.
그리고 따끈한 밥을 준비합니다.
그냥 말면 맛이 없으니 약간의 양념을 더해줍시다.
???????
보통은 식초+설탕+참기름을 넣지만... 전 짭쪼름한 게 좋아요.
MSG가 잔뜩 들어있는 맛소금을 털어넣습니다.
맛소금밥,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참기름을 넣어서 퍽퍽 섞어줍니다.
제 요리의 마지막은 늘 참기름입니다.
사랑해요 중국산 참기름찡♡
그리고 아까 잘라놓은 김에 돌돌 말아주시면 됩니다.
양 손으로 마느라 사진이 없네요.
그냥 한 손에 김 얹고 한 손으로 밥 적당량 쥐어서 김 위에 놓은 후 주물주물 해주시면 돼요.
이제 완성이 되었네요.
오뎅과 깍두기는 집 냉장고에서 훔쳐왔으니 이 아이들을 모두 예쁜 접시위에 세팅해볼까요?
접시는 개뿔.
설겆이 하기 귀찮아요.
그냥 먹습니다.
후루룩 짭짭.
남은 오징어 무침으로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었네요.
마트에서 오징어 2마리만 사오시면 2끼가 행복해집니다.
연속 3번 해먹으면 물론 질리겠지요.
가게때문에 휴가도 못가는데 고속도로 휴게소 분위기나 내며 충무김밥이나 먹어야겠어요.. 으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