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6/23 04:37:04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호감.
같이 살았던 룸메녀석이 삼겹살을 좋아했습니다. 삼겹살은 구운김치와 함께 쏘주랑 먹어야 제 맛이죠. 저도 삼겹살을 매우 좋아합니다. 소주 두병은 뚝딱합니다.



그날도 그 녀석은 삼겹살에 대한 호감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아..삽겹살이 먹고 싶다구요. 그말을 들으니 저도 먹고 싶군요. 삽겹살에 쏘주라면 저도 못먹어서 환장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삽겹살 먹으러갈까? 라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니라고 살빼기로 했다네요. 저녁에 기름진 고기는 안먹겠다고. 아니 이게 무슨 멍멍이 풀뜯어 먹는 소리야.



하지만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자주 있는 일이죠. 먹으러 가고싶다는게 지금 먹겠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삼겹살에 대한 호감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수 있습니다.



1. 내가 쏜다고 사정사정해가며 친구를 설득해서 가서 먹고 싶을때
2. 내가 쏘면서 친구랑도 가서 먹고 싶을때.
3. 내가 쏘진 않지만 친구랑 같이 가서 먹고 싶을때
4. 상대가 쏘면 같이가서 먹고 싶을때
5. 상대가 쏘면서 사정한다면 같이 가줄수는 있을때
6. 상대가 쏜다고 사정해도 안갈꺼지만 먹고싶을때.



0번이 빠졌네요. 혼자서라도 가서 먹고 싶을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가끔 혼자갑니다만. 대부분 호감에 대해 표현을 하면 지레짐작으로 1.2번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만...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감이란게 이런 겁니다. 어제밤에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울었다해도 오늘 아침에는 생각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생각나서 저녁에 친구들을 집합시킬수도 있겠죠. 어제 삼겹살이 먹고싶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가 조용히 솓뚜껑 삽겹살집으로 그 친구를 불러냈는데 그 친구는 투덜대면서 오늘 삼겹살 안먹고싶었는데 너 때문에 나왔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밤에 라면이라면 징글징글 절대 안먹고 싶었는데 동생이 끓여온 라면을 열심히 먹고 있는걸보니 갑자기 한젓가락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호감의 본질이 이러합니다. 사람사이의 호감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별로 크게 대단한 감정 아닙니다. 사실 대단한 감정이라면 더 큰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깐 호감은 믿지말고 그 사람이 삼겹살을 먹고 싶든 말든 반응하지 말아라는 말을 드리고 싶은게 아닙니다.




괜히 상대가 삼겹살 얘기를 꺼낸것 만으로 마음은 이미 고깃집에서 불판을 올려두시지 맙시다. 얘가 삼겹살을 먹고 싶다는데 나는 오늘 저녁 삼겹살을 먹으면 요즘 한약을 먹고 있어서 기름진 음식 안먹으려고했는데 어떻게하지? 먹어야하나? 라는 김치국도 마시기 마시고 말이죠. 굳은 결심을 하고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면 아니야 라는 말이 나올지 모릅니다.




내가 그 친구와 삼겹살을 먹고 싶을때 친구에게 먹으러 가자고 하시란겁니다.





PS. 그 사람이 쏜다고 먹자고 할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는데 나름 부작용도 좀 있습니다. 공짜라는건 언제나 뒷탈을 만들기도 하구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zeppelin
13/06/23 05:09
수정 아이콘
이것은.. 왠지 연애와 관련 지어서 해석하게 되는데
맞는거겠죠? 크크
전에는 별것도 아닌 반응에도 '나한테 관심있나' 라는 착각을 자주 했었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글이네요.
물론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는게 문제겠죠ㅠ
13/06/23 08:14
수정 아이콘
매..매일 먹고 싶어서 먹자고 조르면... 영원히 못먹겠죠? 크크....
Jealousy
13/06/23 10:50
수정 아이콘
전 기다립니다 크
라울리스타
13/06/23 16:2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역시 그 동안 해주신 말들과 본질은 같네요.

상대의 호감표현에 김칫국 마시면서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는 말씀!!

근데 연애라는게 합이 맞아야함을 느끼는 것이, 가끔 여성분이 김칫국 마시고 흔들릴때도 참 난감해요. 방향성을 잘 맞춰줘야 하는데...이걸 잘 해야 진정한 고수인듯...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순간엔 참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김칫국 마시고 흔들리는 건 내 역할인데...'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4721 [일반] 대구 치맥 페스티벌이 다음달로 다가왔습니다 [41] 시경6120 13/06/24 6120 0
44719 [일반] YTN 현직 기자가 해직자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1, 2 [7] RedSkai4540 13/06/24 4540 0
44718 [일반] 엘지 가을 야구를 위한 마지막 고비 [41] Rommel6766 13/06/24 6766 0
44717 [일반] MBC 2580 국정원편이 통째로 불방되었습니다.. [75] 마르키아르8912 13/06/24 8912 7
44715 [일반] 차라리 잊혀져버렸으면... 내 영웅들 [46] 마술사얀7317 13/06/24 7317 1
44713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서커스 캐치) [4] 김치찌개4968 13/06/23 4968 0
44712 [일반] 지식채널e - 장밋빛 인생 [12] 김치찌개4697 13/06/23 4697 2
44711 [일반] 손님도 왕 종업원도 왕.JPG [29] 김치찌개9850 13/06/23 9850 0
44710 [일반] 장애에 대한 잡설 [1] Love.of.Tears.6301 13/06/23 6301 12
44709 [일반]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학술 세미나, 그리고 거북선 [2] 자이체프3630 13/06/23 3630 2
44708 [일반] 영어 이야기가 나와서 써보는 저만의 영어 공부 10계명 [14] 삭제됨8858 13/06/23 8858 9
44707 [일반] 미국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100가지...아니, 498가지 표현... [23] Neandertal14325 13/06/23 14325 12
44706 [일반] <단편> 디링디링-8 (늦어서 죄송합니다.) [4] aura7237 13/06/23 7237 0
44705 [일반] [역사] 조선후기 주막 네트워크, 그리고 1903년의 대한제국. [14] sungsik18308 13/06/23 18308 5
44704 [일반] 강희제 이야기(10) ─ 바다의 사람들 [5] 신불해5633 13/06/23 5633 12
44703 [일반] 지나치게 평범한 토요일 [5] 이명박4176 13/06/23 4176 1
44702 [일반] 나의 영어유산 답사기 [17] 안동섭4725 13/06/23 4725 1
44701 [일반] [해축] 일요일의 bbc 가십... [14] pioren3825 13/06/23 3825 0
44700 [일반] 레드오션화되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삼성의 미래는? [66] B와D사이의C7803 13/06/23 7803 1
44698 [일반] 뭐니뭐니해도 甲질 최고는 공무원 아니겠습니까? [130] 샨티엔아메이13328 13/06/23 13328 0
44694 [일반] 찌질찌질 [8] 떴다!럭키맨4259 13/06/23 4259 0
44693 [일반] 부산 사투리를 배워봅시다 - 종결 어미편 [69] 눈시BBbr26352 13/06/23 26352 2
44692 [일반] 호감. [4] Love&Hate9302 13/06/23 9302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