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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9 11:00:51
Name 무플방지위원회
Subject [일반] 성희롱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 서울대 사건과 관련한 논란을 보면서 성희롱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오해를 일으키고 있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 볼까 합니다. 서울대 사건은 이것외에도 여러가지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성질의 사건으로 보여서 논의가 복잡해질까 봐 여기서는 서울대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오로지 일반적인 성희롱 관련 사항 중 저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먼저 저는 법을 전공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따라서 제 이야기 중에 잘못된 지식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지적해 주시면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아마도 직장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 교육 내용상 가장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부분이 성희롱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응?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야?
그럼 내가 업무와 관련해 야단쳐도 자기가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면 성희롱인거네. 음마 무셔라.

농반 진반으로 이런 이야기들 자주 하죠. 그런데 이건 그냥 농담으로 그쳐야 됩니다. 자꾸 이런 농담을 하니까 그것이 사실인 양 퍼져서 오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피해자가 아무리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면 절대 성희롱으로 치부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성희롱은 죄가 아닙니다. 죄는 법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죄형법정주의라고 하죠. 성희롱죄는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희롱을 하였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는 않으며 회사에서 해고된다든지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법논리만으로 성희롱을 설명하는 것은 온전히 부합되는 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계속해서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말이 왜 있는지를 이야기 해 보죠.

성문법 체계에서 법의 적용은 일반 사회통념에 기초해서 이루어집니다. 법 속에 모든 규정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부분은 사회통념에 기초한다는 표현이 없다고 해도 그렇게 적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 말 믿어도 돼? 하고 묻고 싶으시죠 ^^;;;

믿어도 됩니다.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 내용과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7.26. 선고 2010다37813 판결)" 라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형법을 보면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확실히 못박아 놨습니다. 이제 좀 안심이 되시나요?

그러면 문제의 저 구절,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이라는 것이 왜 꼭 필요한가? 왜 무방위에서는 저 구절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그것은 형법 13조를 보시면 조금 납득이 가실 겁니다.

"제13조(범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어라? 모르고 지은 죄는 벌할 수 없다네요. 아싸 신난다. 모르는 게 약 크크.

일반적으로 자기가 죄를 짓는다고 인지하지 못한 행위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은 좀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자기가 하는 것이 성희롱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별도로 명시하지 않으면 이런 행위들은 일반적인 법논리에 따라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태여 많은 오해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성희롱 교육시마다 항상 저 말을 몇번이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말은 객관적인 타당성이 없어도 피해자가 그렇게 느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인정해 준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 말의 뜻은 [설사 당신이 모르고 했다 하더라도 면책받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성희롱 관련하여 많은 판례들이 사회적 통념에 위배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났습니다. 법이란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허술하게 운용되지 않습니다. 이제 안심하시고 이성과 즐거운 대화 나누시길 바랍니다.  먼저 대화 나눌 이성이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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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12/10/19 11:06
수정 아이콘
법학적이고 사회학적 논리가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 법관 마음대로 입니다"가 정답 같습니다.
고의, 객관적, 피해자 인식, 타당성 모두 법관이 마음대로 판단하죠. 이번에 곽노현 사건 때 "목적"의 증명을 두고 논란이 많았죠...!!
알리스타
12/10/19 11:11
수정 아이콘
첫플부터 태클인듯 하여 조심스럽지만 본문의 내용은 밑의 글에서 파이어된 이유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내용은 매우 유익하게 잘 읽었고 매우 동의&공감합니다만 밑의 글에서 많은 분들이 문제삼은 것은 사회적인 통념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판단만을 근거로 처벌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일관되게 존재하고 저들이 악용하는 조항이 저것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아예 명시적으로 저 조항을 수정함으로써 이런 악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의견을 펴신분도 계셨구요. 저는 양쪽 다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생산적인 논의가 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m]
구밀복검
12/10/19 11:12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냥 성폭력 관련 문제가 개인의 감정 문제일 경우가 많다보니 - 명확한 육체적 폭력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 미묘하고 복잡할 따름이지 피해자 중심주의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12/10/19 11:17
수정 아이콘
법이란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허술하게 운용되지 않아야 할텐데 아청법은 왜...
루스터스
12/10/19 11:21
수정 아이콘
피해자 중심주의에 하자가 있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형법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형법 조문에 의하여 사회적 통념을 또다시 근거로 한다는건 법적 규정이 애매하여 그 자체가 판단여지를 가진다는 것이고, 이는 법관에게 재량의 영역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형법과 조세법에 있어서는 이러한 판단여지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국가가 개인의 의무를 제한할때 이러한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을 썼다는 자체만으로 이 법이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또 다른 피해자를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의 행복추구권이 듣기는 좋으나 실제로 아무의미가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특히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항을 규정하는 부분은 구체성을 가져야지 판단여지를 인정하는것은 틀렸다고 봅니다.

민사상, 개인과 개인사이에서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싸울수 있습니다.
근데 강제력을 행사하는 부분에서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다른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한다는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과도기적 상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여성할당제와 같은 불가피한 일이지 절대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악군님이 형법 조문에 저 내용이 있는게 아니라고 설명해주셔서 수정합니다.
12/10/19 11:23
수정 아이콘
알리스타님의 의견에 매우 공감합니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의 방어권'을 명시한 부분인데, 그에 상응할 만큼 강력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명시한 조항은 없어서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무플방지위원회님은 아래 파이어된 부분에서, 그 불균형에 대해 일관적으로 '적용할 때 재량으로 해결가능하니 문제없다'라고 답변하시면서 그 근거로 서울대 사회대 사건을 예로 드셨습니다. 그런데 이 예시는 명백히 재량으로 해결이 안 된 (그래서 여론에 비난받았지만, 여론의 비난이 규정 적용과정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죠.) 케이스에요. 즉 예시가 부적절했고, 그래서 파이어됐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12/10/19 11:26
수정 아이콘
일단 저 성폭력 성희롱 관련 내용은 형법적인 게 아니구요.. 말씀대로 회사나 학교 내규 등에서 저렇게 쓰이고 있죠. 그리고 그걸 적용하는 사람들이 법전문가가 아니고 저 규칙등도 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회통념"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거나, 생각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그대로 "사회통념"이라고 생각하거나 해서 적용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도 생기는 것이고, 그런 오해와 잘못된 적용을 막기 위해 그런 내규나 규칙에 명확하게 "사회통념에 비추어" 같은 요건을 적어주는 게 좋다는 거죠. 안 그러면 "여기 피해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고 되어있는데 내가 기분나쁘다는데 뭔 말이 더 필요해!"라 주장하는 사람에게 법원칙과 판례와 이런 여러가지 설명을 해줘야 하고 그 설명을 수긍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죠. "사회통념과 객관적 타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니까?" "그런 말은 규칙에 안써있잖아!" 그러니까 써주자는 겁니다. 법조문에는 생략되어 있어도 법전문가들은 당연히 그것을 전제로 판단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켈로그김
12/10/19 11:47
수정 아이콘
판사 재량에 따라 "상식적으로" 해결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는 차원에서..
동시에, 고소&고발의 남발을 막는 차원에서
피의자의 범위에 대해 어느정도는 명시를 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재판을 통해 무고를 입증하는 결과보다, 고소 & 고발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재판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고 패소하는 결과보다, 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알고 개인간의 감정을 풀고 사과받는게 더 바람직하죠.

소송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사실 큰 일이라.. "판사 재량으로 사필귀정이 될 것이다" 는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가 되는 것일 뿐입니다.
형법의 내용과(실제 재판에서 적용되는 내용과) 거리가 먼 내용을 내규로 정해놓는 것은
이래저래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그리 이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메
12/10/19 11:50
수정 아이콘
아래 서울대 여자때문에 올리신 글이라면 재판장 가도 백프로 과실없음 오히려 남자가 피해 운운하면 여자쪽에서 배상해야될지도 모릅니다. 정신적 고통으로요. 걱정안하셔도 될 듯...^^
12/10/19 11:56
수정 아이콘
요거 정말 애매하죠.

성희롱을 명시적으로 구분하려고 해도,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이 있거나 애인인 상황은 예외가 되어야 할 부분도 있을텐데
호감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증명서를 발급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애인이라고 동사무소에 신고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기분 상하는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게 되구요...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배심원제가 가장 사회적인 통념을 잘 반영할 것 같기는 한데,
매번 재판을 할 수도 없고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 일 자체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죠.


성희롱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는 빨리 더 좋은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올라갈팀은올라간다
12/10/19 11:58
수정 아이콘
글쓴분이 본문에서 밝혔듯이, 성희롱은 형법상 존재하지 않는, 죄가 아닌 행동입니다. 댓글에서도 성희롱이 죄인 것처럼 애매모호하게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이 점을 명확히 했으면 합니다. 성희롱으로는 고소/고발을 할 수 없습니다.
올라갈팀은올라간다
12/10/19 12:0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성희롱은 범죄에 가까운 행위라기보다는 무례한 행위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타인에게 욕을 하거나(공연성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않는)과 비슷한 거지요.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배척되어야 하며 단체 내규로 규제할 수 있는 행위지만, 국가가 제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봐야 맞겠지요.
12/10/19 12:01
수정 아이콘
사악군 님// 말씀대로 피해자 중심주의는 형법이나 법정에서 통용되지 않죠. 피해자 중심주의가 법정에서 쓰였다면 한국이 '강간의 왕국'이라는 오명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술취해서 저질렀다고 감형, 초범이라 감형, 미성년자라 감형 가해자에게 유리한 이런 것들이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았겠죠.

회사, 조직, 모임안에서 내규로 쓰이는 개념이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때 피해자 보호와 2차가해를 막는다는 개념입니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때 가해자 책임이 아니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말도 안되는 일(피해자 비난, 예를 들면 고려대 의대 사건에서 가해자측이 행한 일들)을 막기 위한 것이죠.
올라갈팀은올라간다
12/10/19 12:10
수정 아이콘
본문에 대한 의견을 밝히자면, 저도 사회 통념과 객관적 타당성이 꼭 성희롱의 구성 요건에 들어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들어 가서 나쁠 건 없지만요. 애초에 사회 통념과 객관적 타당성은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정말로 크기 때문에 실제로 의미가 없는 구절이 될 가능성이 크고, (민사) 판례에서 그 경계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아직 사회적/법적 합의가 도로교통법처럼 완전히 잘 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례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정해진 합의점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아래 글에서 그렇게 하면 애매모호한 명문으로 인해 피해자가 나온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교통사고의 과실을 법률 조문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로 정하듯, 구밀복검님의 의견대로 명문(법률, 내규)의 서술은 지나치게 자세하게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루스터스
12/10/19 12:13
수정 아이콘
요즘 난독증이 있는지... 본문에 있는 내용도 댓글 쓰다보니 헷갈리고 다른 댓글들 보면서 다시 확인하네요.

법적인 문제에서 특히나 형법적인 문제에서 저런 판단여지가 있는 조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법적인 문제를 떠나 강제력을 행사하는 내규나 규칙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로 성희롱을 판단하는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여성이 아직 차별 받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저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인이 평등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끼쳤을때 피해자 중심주의로 판단하는게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ove&Hate
12/10/19 12:48
수정 아이콘
님의 말씀처럼 단지 그것이
당사자의 고의성 여부를 불문한다 라면 충분히 당사자의 고의성 여부를 불문한다 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유권해석, 이견의 여지를 남기는것을 피해야 함에도 왜 당사자의 고의성 여부를 불문한다는 것을 피해자 중심주의로 표현해야 할까요?
그건 당연히 고의성 여부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단지 상대의 고의 여부를 불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접근방식이 아닙니다.

공격적으로 가해를 규정하여 피해대상을 넓히려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죠.

지금은 낮은 여성인식을 뚫고 여성을 폭넓게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단점이 조각된 사유로 봐야지 문제가 없는 접근방식이 아닙니다.
매우 문제가 있는 접근 방식이나 그것을 커버치는 장점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일 뿐이죠.
단점을 조각시키는 사유가 사라진다면 자연스레 사라져야할 인식이라고 봅니다.
단점이 있으나 장점을 위해 운용하는것인데 이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구요.

이게 법이라면 각종 학설이 서로 난립해서 충분히 싸울 주제입니다. 단순히 아무 문제없다라고 이야기할 거리는 아니구요.
다만 실제 법이었다면 조문에 그런내용도 없을테고 판례가 결국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만.
법에 관련된 문제도 아닐뿐더러 법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도 않죠.
저글링아빠
12/10/19 14:16
수정 아이콘
일단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성희롱 관련 각종 담론과 제도 마련의 시발점이 되었던 소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93년에 제기되었던 것이니 벌써 20년이나 되었네요.
당시엔 성희롱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질 않았었는데, 위 사건 판결과 그로 인한 담론이 지금의 성폭력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화제와는 전혀 무관합니다만, 이 사건의 원고 공동대리인 중 한분이 지금의 박원순 시장이었습니다)

위 사건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 손해배상사건이었는데요,
제1심에서는 원고가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는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는 다시 2심 결과를 파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5년이나 걸렸죠.

여튼 위 대법원 판결이 지금 모든 제도의 시금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판결문이 제시한 성희롱의 판단 기준, 즉 타인에 대한 성적 표현이 위법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 대한 판단기준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손해배상(기)】 [집46(1)민,1;공1998.3.15.(54),652])

여기까지가 사실이고,
개인적으로는 저 판시에 나온 기준 정도만 지켜지면 서로 별 문제 없을 걸로 봅니다.
소위 성희롱에 있어 피해자 중심주의란 것은, 성적 표현의 위법성 여부가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수용자가 받아들인 내용을 기초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타당성을 지니게 됩니다만, 수용자가 받아들인 것(감정적 피해)이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는 (그 사람의 뇌를 열어본 것이 아닌 이상 그대로는 알 수 없으니 결국 추정적 의사가 됩니다) 수용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고 다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에 의하여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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