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다시 공채 시즌이 열렸다.  쓸게 너무 많다.  기업 이미지도 좋고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만 연봉은 높지 않다는 모 기업을 기준점으로 삼아, 그보다 연봉을 백원이라도 더 줄 것 같으면 일단 서류 원서를 다 쓰기로 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쓰지 않는 공기업 제외하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못 쓴거 빼고, 면접 때문에 못쓰고, 깜박해서 못쓴거를 다 빼고도, 벌써 원서 50개를 채웠다. 정말 쓸거 많다.


   대학도 삼수로 들어온 형인데, 취업도 삼수째 하고 있는 대학 동기 형에게 힘내라고 그런말을 했다. '형!!  지금은 우리가 갑(甲)이야! 우리가 쓰고 싶은데만 골라서 쓰면 되니까 우리가 갑이지.  맘에 안들면 안쓰면 되잖아??? 크크크'   심지어 다른 동기 중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네개를 최종까지 붙어놓고 한군데만 골라서 간 친구도 있으니, 갑질도 그런 갑질이 또 없다.  을(乙)인 기업 입장에서는 최종까지 합격 시켜놨는데, 입사 당일에 신입사원이 안오면 그냥 손가락 빨고 있거나, 탈락 시켰던 지원자에게 다시 연락해서 올 수 있겠냐고 하는 수밖에 없다.  크아...  이게 얼마나 슬픈 을의 비애인가 !?


   지금까지 쓴 50개 서류 중 10%라도 면접까지 가게되면 평타, 15~20%정도 면접 잡히면 대성공인게 문과생의 현실에다, 최종까지 2개 이상 붙은 친구를 보기가 극도로 힘들다는게 함정이지만...  여튼 지금시점에서 갑은 갑이다.  에잇 어제 마감이라던 뭐시기도 술먹다가 안썼다. 뭐 그럼 어때!!  내가 갑인데!!  술먹다가 안썼는데 뭐가 어때서


   을 입장에서는 참 힘들것 같다.  괜찮은 애들은 뽑고 싶은데, 스펙(이름, 연봉 등)이 안되다보니  서류도 많이 안들어오고,  죽어라 서류 검토해서 뽑아놓으면 인적성 시험장에 다른데랑 겹친다고 안오고, 최종까지 다 뽑아놨는데 1년도 안되서 나간단다.   비록 숫자로 표현되는 연봉은 많이 못주지만,  회사 이름은 일반인들한테는 안 알려있지만,   비전있고 탄탄한 회사에다 근무 환경도 좋고 직원들 분위기도 좋은데 구직자들이 연봉에서 필터링을 해버린다.


   어디서 그런 글을 봤다.   얼굴도 훈남 아니고, 처음보는 여자한테 말도 잘 못해서 헌팅은 생각도 못하고, 소개팅도 잘 안되고 세상 뭐 같단다.   근데 솔직히 너도 그 여자 얼굴만 보고, 혹은 처음 봤을때 느껴지는 그 무언가만 보고 좋아하던거 아냐?    그 여자가 너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런다고 불평하지만, 너도 그 여자에 대해 잘 모르잖아..   사실 여자나 남자나 서로 보는건 비슷하지 않나?


   솔직히 나는 회사 스펙보고 지원한다. (물론 그것이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꽤 중요하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연봉 얼마 이상은 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선이 있다.   가급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업종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구직자가 회사 스펙을 보는 것이 나쁜건가?  그래도 그정도는 알고 회사에 들어가는게 맞지 않나?  회사 입장에서 너무 불공정한가?


  반대로 회사도 내 스펙을 보겠지?     내 얼굴도 보지 않고, 서류부터 통과가 안 된 회사가 엄청 많지만   딱히 불평할 건 아닌듯 싶다.  뭐 회사들도 내가 회사 이름 보는 만큼 내 학교 이름 봤겠지.    불평할 시간에 차라리 외모를 가꾸고 운동을 하는게 남녀에게 이롭고,   스펙을 올리는게 구직자에게 이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