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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8 14:02:25
Name 저녁달빛
Subject [일반]  애덤 그린버그 이야기 - 7년이 걸린 그의 두번째 메이저리그 데뷔
"미국인에 있어서, 두번째 기회는 없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하지만, 여기 두번째 기회를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2005년 7월 9일, 시카고 컵스는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를 치루고 있었고, 경기도 4-2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9회초 1사 이후, 우투좌타 루키 외야수 애덤 그린버그가 전격적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에겐 이게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타석이었습니다.

말린스의 구원투수 발레리오 데 로스 산토스는 그를 맞이해 초구로 92마일짜리(=148km/h)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이 공은 그린버그의 오른쪽 귀 뒷쪽을 강타해버리는 빈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린버그는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1루도 밟아보지 못한채 대주자와 교체돼 병원으로 실려나가게 되었습니다.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린버그는 9회의 빈볼 악몽에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뇌진탕 후유증, 어지러움증, 각종 두통, 더블 비전(사물이 2개로 보이는 현상), 멀미현상이 계속 이어졌고, 결국 그는 단 한 타석의 메이저리그 경험만 가진채 여러 팀을 전전하는 마이너리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2011년 독립리그를 뛰던 그린버그는 마침내 그에게 빈볼을 던진 데 로스 산토스를 경기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에게서 1루타를 뽑아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채고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2012년 그는 독립리그 생활도 청산하고, WBC 본선 무대를 위한 예선전을 치루게 됩니다. 이스라엘팀 소속으로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은 스페인에게 패하면서, 본선행은 좌절됩니다. 여기서 그는 단 한 타석만 등장해, 볼넷을 얻었고, 득점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

이 상황을 지켜봤던 컵스팬이자 단편영화 제작자인 멧 리스튼은, 어느날 애덤 그린버그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듣고, 전격적으로 그에게 한 "타수"의 기회를 주자는 운동을 벌이게 됩니다. 어떻게 제대로 된 기회도 없이, 타의에 의해 사사구만 얻어낸 단 한 타석의 기회가 그의 메이저리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냐는 거였습니다.

"One At-Bat" 캠페인은 각종 야구계 원로들 및 2만명이 넘는 시카고 지역주민들 서명운동까지 이어졌지만, 그의 원소속팀이었던 컵스는 사정상 그린버그에게 한 타수의 기회를 주는 건 힘들다는 답변만 듣게 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으로 결국 그린버그와 리스튼은 미국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NBC의 간판 토크쇼 "Today"에 초대되고 그의 사연이 미전역에 퍼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9월 27일... MLB팀 중 하나인 마이애미 말린스는 애덤 그린버그에게 하루짜리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안하게 됩니다. 물론 이 제안은 버드 셀릭 커미셔너의 허락도 함께 동반된 진짜 메이저리그 계약이었습니다. 2005년 24살의 젊디 젊은 청년이었던 그린버그는 31살이 되어서야 드디어 두번째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Today쇼를 통해 전격적으로 이를 받아들인 그린버그는 결국 미 현지시간으로 다가오는 10월 2일, 마이애미 말린스의 정규시즌 종료일 바로 전날 치뤄지는 홈경기에 극적으로 두번째 데뷔를 가질 예정입니다. 마이애미는 현재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관계로 그린버그의 출전 기회를 받아들여도 큰 상관은 없는 팀입니다.

팀에서는 일단 그를 선발 좌익수로 출장시켜서 1회초 수비를 뛰게 한 뒤, 1회말 1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게 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그가 여기서 또 빈볼을 맞거나, 볼넷을 기록해서, "한 타수"를 기록하지 못할 경우엔 또 한 번 타석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에게 빈볼을 가했던 선수의 소속팀이 7년 2개월 24일이 지난 시점에 그를 구원해주는 상황도 아이러니합니다. 참고로 이날 마이애미가 맞붙을 상대는 뉴욕 메츠이며, 이날 메츠의 선발투수는 20승에 빛나는 유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인 너클볼러 R.A. 디키입니다.

그린버그는 Today쇼를 통해서, 상대편 투수가 누구이든, 그리고 그날 아웃을 당하든, 삼진을 당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본인에겐 네모난 배터박스에 들어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해피엔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자신을 도와주고 후원해준 리스튼과 가족 및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2012년 10월 2일, 애덤 그린버그의 두번째 기회가 어떻게 결론내어질지는 모르지만, 그 기회와 도전만으로도 그에겐 큰 행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이번 계약으로 받게 될 하루치 계약금은 30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린버그는 이를 모두 말린스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고, 말린스 팀도 이 돈을 모두 그린버그가 당한 것 처럼 스포츠에서 발생한는 질환 및 증상을 연구하는 스포츠 연구소에 기증할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
http://espn.go.com/mlb/story/_/id/8430448/7-years-later-miami-marlins-give-adam-greenberg-another-bat
http://miami.marlins.mlb.com/news/article.jsp?ymd=20120927&content_id=39098812&vkey=news_mia&c_id=mia

애덤 그린버그와 국내 언론사와 가진 과거 인터뷰 기사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382&aid=0000064723

(희망찬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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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Freedom
12/09/28 14:24
수정 아이콘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멋집니다!
사티레브
12/09/28 14:37
수정 아이콘
와우...
레지엔
12/09/28 14:46
수정 아이콘
꿈을 현실로 만들어서 어떻게 돈을 버는가를 참 잘하는 거 같아요 미국 스포츠는...

근데 저 타석에서 디키 상대로 홈런 때려버리면 계약 연장하나?(..)
하야로비
12/09/28 17:20
수정 아이콘
7년만에 MLB로 돌아와 딱 한 번의 기회를 잡은 선수에게 홈런을 맞은 디키는 패닉에 빠지고
결국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독립리그를 전전하다가
"One At-Mound" 캠페인을 통해 기회를 잡아 7년만에 마운드에 올라서서 딱 한 선수를 상대하게 되지만
하필 그 공이 메이저리그 데뷔타석을 맞이한 루키선수의 머리에 맞아버리고
타자는 그 휴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독립리그를 전전하다가 7년만에 타석에 딱 한 번 다시 설 기회를 얻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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