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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25 16:08:28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백제 vs 신라 혹은 신라 vs 백제 (완) 시대의 끝. 시대의 시작



"예~ 폐하. 근데요. 백제 땅 먼저 주이소. 아 준다캐놓고 와 안 주는데요?"


"고구려 치고 준다고 했잖아!"


"아하하하, 참 내. 그걸 우째 믿습니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신라다."

좀 더 디테일하게 가 보죠.

- 648년에 폐하께서 분~명히 "고구려 치는 건 너희 신라가 불쌍해서 그러는 거다. 두 나라 깨고 나면 평양 이남의 백제 땅은 모두 너에게 주겠다"고 했거등여. 그래가(서) 우리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고구려 칠 땐 어쩌구 백제 칠 땐 어쩌구 백제 부흥군에겐 어쩌구 개고생 했는데 이게 뭡니꺼? 아니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가(셔서) 슬퍼 죽겠는데도 그래(그렇게) 고생했지 않습니꺼?
- 근데 사신으로 간 장군들 (김흠순, 김양도) 붙잡아 놓고 "니들은 한 게 없다"고 하믄서 원래 신라 땅이었던 것도 고구려에게 주고 이게 뭐 하자는 짓입니꺼? 우리가 당나라 배신 안 했는데 대체 왜 그러는 깁니꺼?
- 아 그래그래. 이게 바로 토사구팽이지예? 당나라 위해 몸도 마음도 다 준 신라는 이렇게 버리고 저 죽일 노무 백제는 금이야 옥이야 한다 이거지예?

명문 중에 명문으로 불리는 답 설인귀서를 좀 까칠하게 바꿔 봤습니다. (...) 시작하죠.

1. 계림대도독에서 왕으로

그렇게 힘들게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린 나당연합군, 하지만 그 다음 수순은 너무나도 뻔했습니다.

당은 백제 유민들을 유화시키기 위해 부여융을 웅진도독으로 앉힙니다. 또한 안동 도호부를 통해 보장왕을 그대로 앉혀 고구려를 통치하려고 하죠. 마지막으로 신라를 계림도독이라 칭하고, 문무왕을 계림 대도독으로 앉힙니다. 김춘추의 묘호를 "태종"이라 한 것에도 딴지 걸었었죠. 뭐 유야무야 넘어간 모양입니다만.

흔히 신라가 민족을 팔아넘겼다고 하면, 그 대가를 받는 것일 겁니다. 이제 자기 나라까지 당의 일부분이 될 차례였죠.  부여융의 소백제와 보장왕의 소고구려는 어쨌든 당의 편을 들고 있었습니다. 반면 신라는 이 전쟁에서 피해는 입었을지언정 얻은 게 없었죠.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신라가 이깁니다. (...)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divpage=5&sn=off&ss=on&sc=on&keyword=매소성&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377

자아. 생각해보면 참 흥미로워요. 지금 보면 "겨우 그것밖에 못 건졌어?"지만 당시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승리였습니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치트키 한 방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그 고구려도 백제도 이기지 못 했던 치트키를 스스로 물러나게 한 거였으니까요.

우선 애초에 나당이 그렇게까지 사이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 해 문무왕은 화전양면전술을 폈죠. 밀릴 것 같으면 굴복하는 척 하고, 되겠다 싶으면 밀어붙였죠. 그러다 매소성과 기벌포에서 결정적인 한 타가 들이닥쳤습니다.

고구려 부흥군과의 연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무왕은 고구려 유민들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방패로 썼습니다. (...) 결국 초장에 고구려 부흥군은 궤멸되지만, 그 후에도 연계는 계속됐죠.

당의 사정도 결코 좋진 않았습니다. 돌궐과의 양면전쟁을 벌여야 했고 어느 쪽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끌고 가고 많이 굴복시키긴 했지만 고구려 유민부터 거란, 말갈 등 만주에 살던 이들을 복속시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겨우 요동 지배를 굳히는 걸로 만족해야 했죠. 발해가 건국되면서 중국은 만주에서 다시 물러나야 했습니다.

백제에 대해서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여융을 바지사장으로 앉혔지만, 당나라의 괴뢰정부에 불과했죠. 부여융 자신도 문무왕이랑 맹약 맺고 중국으로 돌아가고, 뭐 한 다음에 돌아가고 하면서 그냥 중국인으로 살았습니다. 백제 유민들이 신라에 협력하지 않을진 몰라도 당나라에도 딱히 협력할 이유가 없었죠.

일통삼한, 고구려가 마한에, 백제가 변한이 되는 삼한공정 (...) 은 이 때 완성됩니다. 가야 지못미일 따름이죠. 다만 이게 문무왕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 고종의 입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동족의식이든 뭐든 내외적으로 이 삼국을 하나로 묶긴 한 것 같아요.

아무튼 그는 죽은 후 문무, 文과 武의 이름을 한 데 받게 됩니다.

2. 그 후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구려는 당으로 끌려가고 신라에 흡수되고 발해를 건국하면서 갈라집니다. 답 설인귀서에 있던 것을 보면 "평양 이남 백제땅'을 준다고 했던 걸 보면 신라도 고구려 땅까지 노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_-; 대신 고구려 유민을 받아들이는 데 주력했죠.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과 고구려의 노른자위였던 평안-황해도 지방은 황폐해졌고, 요동은 이후 다시 되찾지 못 합니다. 발해가 요동까지 탈환했다고도 합니다만...

+) 굳이 만주 만주 거릴 게 아니라 잃었다고 한다면 요동이 맞다고 봐요. -_-; 저만한 노른자 땅은 정말이지... 문제는 저걸 차지하려면 중국과의 전면전을 해야 된다는 거 (...)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대에 확립된 9주 5소경을 보면 각 지역에 대한 대접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의 노른자땅은 신라 본토와 옛 백제지역이죠. 고구려 옛 땅은 물론 지금의 서울 지방도 개발이 안 된 것 같아요. 중국과의 교역을 책임지는 황해도 부근이야 어느 정도 잘 돼서 후에 후고구려의 중심이 됩니다만.

이렇게 고구려는 사라졌습니다. 보장왕의 소고구려도 발해에 흡수되었다고 보죠. 그리고 발해가 멸망할 무렵, 한반도에서도 고구려의 정통을 잇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마침내 발해가 멸망된 후, 그들 역시 이리저리 찢기면서 일부가 고려에 흡수됩니다. 이 발해의 뒤를 잇는 정안국 등의 나라도 일어났고, 역시 요에 멸망한 후 고려에 흡수되죠. 이렇게 고구려의 정통은 한반도로 돌아옵니다.

신라는 겨우 차지한 백제 땅을 최대한 개발합니다. 한중일 삼국을 잇는 무역 기지 청해진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9주 중에 옛 백제 땅에 세워진 (그나마 서울 쪽을 빼고도) 주가 3개나 됩니다. 고조선부터 북의 예맥이 남의 한(韓)으로 내려와 쭉 북의 주도로 진행되었던 역사는 이제 남쪽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발해의 멸망으로 주도권은 확실히 한계가 잡게 되었죠. 대신 고려는 꾸준히 북진하고 북쪽을 개발합니다. 잊혀질 뻔 했던 평양성이 재개발되고, 고려 역사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잡았죠. 뭐 그것도 남쪽이 충분히 개발됐기에 가능했겠습니다만. 압록강 이북으로 나가는 것은 요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발해 멸망 후 여진족의 할거가 계속되던 동북 9성 개척은 그런 고려의 의지를 보여주는 거겠죠. 에  뭐 이것도 실패하지만 (...)

그리고 조선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또 바뀝니다. 고려의 주요 지역이었던 서북지역은 고려의 옛 세력에 대한 견제와 이런저런 이유로 차별이 시작됐고, 동북이야 뭐 오랑캐 땅에 반역의 땅이니 (...) 무시되죠. 그래도 고려에 이어 북쪽에 대한 개발도 완료되는 등 어느 정도의 균형발전이 이뤄집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기호지방, 서울과 충청도가 조선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중심이니만큼 적절한 지역배치였죠. 뭐 이런 가운데서도 영호남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조선의 밥줄이었습니다만.

그리고, 현대에 이르게 되죠.

3. 두 나라

이렇게 10편 동안 신라와 백제 이 두 나라의 애증 섞인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백제는 확실히 시작이 좋았습니다. 땅도 좋았고 위치도 좋았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방어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동고서저의 지형, 한반도의 서쪽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았습니다만 평안-황해도 지역을 먹으려다가 고구려라는 너무 강한 적에 부닥칩니다. 그게 너무 치명적이었죠. 특히 고대 국가에서 (문명에서 전통 테크를 타면 아시겠지만 (...)) 수도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크니까요. 주변과 통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은 발전할 때는 정말 좋게 쓰이지만, 혼란스러울 때는 너무 치명적인 약점이 됐죠. 그런 혼란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반면 신라는 방어하기 참 좋았습니다. 백제가 고구려에 신나게 털리는 동안 신라는 왜에 털려 가면서도 가야에 대한 주도권을 확실히 다졌고, 소백산맥의 주요 길목과 태백산맥 동쪽의 좁은 길을 틀어막고 우주방어를 굳혔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안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치트키라는 방법을 쓰긴 했지만, 결국 삼국 통일을 하게 된 데에는 그 동안 쌓아 온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죠.

다만,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에는 신라의 한계도 컸습니다. 국가를 확장하며 신라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던 골품제는 더 이상 확장의 문을 닫으면서 변화의 여지를 잃게 됐고, 신문왕 이후 전제왕권을 이뤘다 하나 지방 호족들을 다스릴 정도의 수준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이들 지역 호족과, 골품제에 밀린 육두품 세력은 새로운 나라를 갈망하게 됐죠. 방어에는 좋다 하나 수도는 한반도의 구석 (...) 이런 변화까지 나아갈 순 없었습니다. 신라가 나름 노력은 한 것 같습니다만 통합까지는 힘들었고, 중앙 정부가 약해지자 마치 삼한 때처럼 수많은 나라로 갈라져 버립니다. 특히 백제 출신의 신라에 대한 증오는 그 때까지도 남아 있었죠. 견훤이 악착같이 경주를 노린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견훤은 옛 백제 유민들에게 제대로 지지를 못 받은 것 같아요. 힘으로도 밀린 상태였으니 -_-; 어쨌든 백제=전라도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시대의 중요성은, 현재의 한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일 겁니다. 왜는 더 이상 신라에 깝쭉대지 못 했고, (오히려 신라 말에 신라구가 극성이었죠) 당과 발해와의 분쟁도 없어지면서 나름 태평성대를 맞게 됩니다. 또한 엉성하게나마 한 번 뭉친 이상, 어쨌든 한 나라가 돼야 된다는 의식도 생겼죠.

서양식 역사 구분법을 넣긴 좀 애매하긴 하지만, 당과 신라, 일본은 이 때 확실히 다음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당은 그 옛날 한에 이어 중화 문명을 꽃 피웠고, 일본은 백제 멸망 후 "우리끼리" 확실히 발전해 따로 놀게 됩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일본은 백제 멸망 후 만들어졌죠. 그리고 고구려라는 만주의 거대한 세력이 무너진 후, 북방은 다시 거란, 여진 등 유목민의 세상이 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다 얘기하자면 너무 길군요. '-')



이렇게 고대사의 중심을 이룬 삼국시대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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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그후
11/12/25 21:24
수정 아이콘
흠... 글읽는 저는 좋은데.. 2일동안 많이 쓰셨네요. ^^;
HealingRain
11/12/25 22:28
수정 아이콘
삼국사가 드디어 끝난건가요. 개인적으론 한반도의 역사중 가장 역동적인 시기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만큼 이번 시리즈 재밌게
보았습니다. ^^
고구려는 정말 아쉽네요. 저렇게 남은 자취도 없이 흩어지다니...
Je ne sais quoi
11/12/25 23:2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구려 - 발해의 역사는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아울러 눈시님도 즐거운 ^^; 연휴 되셨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어요~
11/12/26 00:51
수정 아이콘
??????????????????????

왜 이러지 이분이....

광속 연재 하시는 분이 아닌데.......

크크크.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발 이정도 속도로 연재만요........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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