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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17 02:17:23
Name ohfree
Subject [일반] 왜 내 방구는 괜찮을까?
방구를 끼고 냄새를 맡으며 히히덕 거리다 의문이 생겼다.

'왜 내 방구 냄새는 괜찮을까?'

다른 사람의 방구에는 크게 성을 내면서 왜 내 방구에는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건 내 자신에게만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잘못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나무라는...흡사 내가 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불륜의 모습이 아니던가.

다른 사람의 방구에 열심히 무안을 주며, 연신 손부채를 하며 그 사람을 나무라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난 크게 부끄러워졌다.

그래. 이제 난 다른 사람의 방구에 대해서 절대 왈가불가 하지 않으리라.
방구만?
아니다. 입냄새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냄새에 대해서도 그러하겠다.

라고 다짐을 굳게 하였다.





어느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어떤 사람의 응가 냄새가 온통 화장실을 뒤덮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화장실이라 응가 냄새는 어딜 가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더구나 꿉꿉한 날씨의 퀘퀘한 냄새까지 섞여 까딱 정신줄 놓으면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히 기절시켜버릴 만한......

식성 좋은 쇠똥구리라도 이곳에 30초만 머무른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만한......

브룩 레스너랑 30초간 싸울래? 여기에 30초간 있을래? 하면 브룩을 선택할 만한......

곳에 내가 들어 섰다.

순간 내 입에서 '아. X바'가 튀어나왔다.

말을 내 뱉고  깜짝 놀랐다.

아니. 다른 사람의 방구 냄새에 절대 왈가불가 하지 않기로 않았던가.

그리고 푸른색과 쪽 모두 푸른색이듯이... 비록 응가냄새가 방구는 아니지만 같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가 아니던가.

서둘러 화장실을 나온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욕을 한 나 자신을 크게 꾸짖으며 내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했다.


잠깐 바깥 바람을 쐬자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응가하다 돌연 나에게 욕을 먹은 그사람과 내 자신에게 미안했다.

그사람과 내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다시 화장실로 들어섰다.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내 방구 냄새를 맡듯...별 일 아닌 것처럼 화장실에서 일을 보며 속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냄새 그득한 그곳에 다시 들어섰다.

그리고 1초 정도 머무르다가 그냥 '다른 사람의 냄새는 욕해도 된다' 라고 생각을 고쳐 먹고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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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반후라이
11/07/17 02:21
수정 아이콘
저는 볼일 볼 때 배출하자마자 물을 내립니다. 냄새를 최소화 하기 위해.
그리고 제 응가 냄새는 배출 당시에는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 점점
불쾌해 지더군요. 내 몸하고 이별한지 좀 지났으니 이젠 남이다 이거죠.
참 사람 감각이란게 간사한거 같습니다. [m]
리치나다옐로
11/07/17 02:36
수정 아이콘
똥도 개개인마다 냄새가 천지차이기 때문에
다른사람의 똥냄새는 적응을 못하고
자신의 똥냄새는 그 똥이 나올때부터 맡고있어서
똥을 다눌때쯤되면 다 잊는게아닐까요..
저도 한달여동안 기숙사 살고 오늘 집에왔는데
룸메의 모닝똥냄새를 맡을때는 정말 욕이;;
Aisiteita
11/07/17 02:58
수정 아이콘
전 제것도 싫어요 방에 혼자있거나 좁은 실내에선 다른 사람이 없어도 참아요.
MoreThanAir
11/07/17 03:50
수정 아이콘
별생각없이 읽다가 빵 터졌네요
잔잔한 수필같은 느낌이네요


그래서 유게로-크크 [m]
11/07/17 07:15
수정 아이콘
진짜 한 편의 수필이네요. 잘 봤습니다 크크
11/07/17 08:24
수정 아이콘
정말 인지체계 또는 생리학적으로 왜 내 방구는 괜찮을까? 에 대한 답이 있길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그에 대한 답은 없지만. 내용 자체로 품격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짧은 시간안에 일어나는 개인의 속도감있는 심리변화가 인상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어떤날
11/07/17 10:05
수정 아이콘
양념반후라이드반님 말씀처럼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은 본인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의 속성이요. -_-; 어렸을 때 코딱지 파서 먹거나 그런 경우 흔히들 보셨을 텐데.. 그것도 같은 맥락이죠. 본인의 것도 더러워하고 잠시도 못 견디고 하면 생리적인 활동을 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할 테니.. 진화의 과정에서 컨트롤된 게 아닐까요? ^^;
11/07/17 10:57
수정 아이콘
이 글 좋네요 :)
한마디로 마음에 들어요
11/07/17 11:4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까지 아주 깔끔합니다. 한참 낄낄 댔네요. 글 자주 써주세요.
11/07/17 16:28
수정 아이콘
오래전에 똑같은 질문을 질게에 했었는데 흠좀무...
분홍돌고래
11/07/17 16:44
수정 아이콘
연일 이어지는 흐린 날씨에 기분도 우울해져 가고 있었는데 피식- 웃음을 주는 귀여운(?)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D
팬더의 눈탱이
11/07/17 19:31
수정 아이콘
잼있게 읽었습니다. 한참 웃었습니다. 크크
글 재주가 있으신듯... 좀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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