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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8 00:11:51
Name 한아
Subject [일반] 요즘 본 영화 단평들





1. 내니맥피2: 유모와 마법소동

좋게 생각하면 괜찮은 영화. 약간 터무니없는 전개와 진부한 스토리도 사실 이 영화의 타겟 연령층을 생각하면 전혀 나쁘지 않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쉽게 몰입해서 볼 수 있고, 특히나 날아다니고 수중 발레를 하는 돼지 신은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면. 엠마 톰슨이나 매기 질렌할을 볼 수 있어서 약간 흥미롭기도 했다. 어린 연령층에겐 꽤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미난 영화, 하지만 어른 관람객에게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영화.




2. 엑스페리먼트

1971년 있었던 유명한 심리 실험인 스텐포드 감옥 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실험이라, EBS에서 했었던 한국 버전의 실험 다큐도 보았었고, 실제 실험을 주관했던 필립 짐바르도의 저서 <루시퍼 이펙트>도 읽어보았었다. 작게는 감옥의 간수와 죄수 실험이지만, 크게 볼 때는 나치 수용소 유태인 학살 속의 인간 심리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실험인데다가, 최근 2004년 이라크 포로수용소의 포로 학대 사건 역시도 이 실험과 함께 많이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접목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군대 가혹행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똑같은 사람인데 폐쇄된 공간에서 주어진 권력에 의해 강자와 약자가 구분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영화는 역시 기대하고 본 내가 문제였다. 동명의 원작인 독일 영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 (2001)를 너무 흥미롭게 본 탓일까. 좋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대부분 원작에서 쓰였던 장면들이고, 특수한 소재 자체에 더 집중한다던가, 인물들에 대해 더욱 깊이 조명한다든가 하는 원작과는 다른 깊이 있는 무언가를 개인적으로 원했지만, 그런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원작에는 없었던 - 간수들이 도덕적 기준을 세우기 위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 ‘빨간 불’의 존재와 원작보다 조금 더 강렬하게 다가온 교도관들의 권위적인 모습들 정도. 실제 실험이나 원작에 대해 사전정보 없이 그저 영화를 관람했다면, 특별히 강렬하게 남을 만한 장면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실험에 관심이 있다면, 원작은 꼭 감상해보시길 바란다.




3. 토이스토리 3

토이스토리 시리즈 자체는 픽사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3D 애니메이션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1편이 등장한지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꽤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사람들 없는 곳에서는 감정을 토로하며 움직인다는 사실. 꽤나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다. 등장 캐릭터들과 스토리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워낙 주변에서의 평이 좋아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도,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만족하고 나온 영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그러기가 절대로 쉽지 않은데 말이다. 유명 시리즈의 인지도로 먹고 들어갔다고 쳐주기엔 비슷하게 개봉한 <슈렉 포에버>가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에, 이게 토이스토리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영화의 라스트 신에서는 이 진부하고 오래된 캐릭터들과 스토리를 가지고도 이 정도까지 관객들의 감정 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독과 픽사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장난감 버젼.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4. 익스펜더블

사실 영화 시작할 때까지도 전혀 몰랐는데, 감독 타이틀에 실베스터 스탤론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시작 30초 만에 ‘오, 낚였구나!’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끝나고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옆의 친구에게 그랬다. ‘80년대에 나왔으면 정말 대박쳤을 것 같은데 말이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 90년대에 한창이었던 - 주말의 명화에나 어울릴 법하다. (그때보다 나쁜 놈들이 약간 더 잔인하게 펑펑 터지면서 죽는 것 빼고는)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 구식이다. 그렇게 놓고 보면, 플롯이나 캐릭터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액션 영화긴 액션 영화라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것조차도 구식이라 참 보는 사람 벙 찌개 만든다. 게다가 이미 예기치 않게 원빈의 ‘아저씨 오오라’를 경험한 한국 관객들 상태라면, 익스펜더블의 액션은 보기에 조금 민망할 정도다. 익스펜더블에 등장하는 거물급 캐릭터들을 다 합쳐도, 차태식이랑 싸우면 태식이가 다 휙휙 죽여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이미 액션 영화인데 액션이란 부분을 놓쳤다는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에러 아닐까. 게다가 아놀드 슈왈제네거 1분, 브루스 윌리스 1분 등장은 관객들이 ‘진짜 낚였다.’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크레딧 오르기 전까지 기대하고 있던 미키 루크의 액션은 어디로 간 것일까 따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설마 ‘주인공(재이슨 스태이텀)보다 과녁에 칼 던지기를 잘하는 장면’이 그의 모든 액션이었을 줄이야.




5. 피라냐 3D

딱히 언급할게 많지 않은 괴수 영화다. 거미괴물, 외계생물, 또는 초현실적 살인마였던 재앙이 이번엔 피라냐로 바뀌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공식이 100% 적용되는 ‘B급 괴수영화, 오락영화’라고 치부해버리고 끝냈건만 주변에서 같이 본 사람들은 의외로 재미있어한다. 뭐, 그러니깐 이런 영화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일 테지만. ‘오, 쟤는 주인공이니깐 안 죽을꺼 같아!’ 하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살아나오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요, ‘쟤는 엑스트라니깐 죽겠지!’하면 아무리 안전한 곳에 있어도 불행하게 학살당하는 의도치 않은 예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영화 광고에서도 수없이 보여준 글래머러스한 비키니 걸들이 영화 보는 내내 등장한다. 그리고는 다들 벗고 마시고 춤춘다. 여유있으면 마약도 해주시고. 마치 이게 미국 젊은이들이 전형적으로 즐기는 파티인 것처럼. (이정도 퇴폐적으로 놀지 않았다면 어디 가서 나 좀 놀았다고 하면 안 돼는 거걸랑요~) 많은 영화에도 다뤄졌던 그 미국 문화의 천박함과 그 파멸을 다루고 있긴 하다. 애써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하지도 않긴 하지만. 그러다가 그 광란의 축제는 피라냐 떼의 등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한다. 여배우들이 벗는 노출 수위는 꽤나 강한 편인데, 그렇게 강렬한 장면으로 연출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피라냐들이 사람들을 뜯어먹는 장면도 상상해보면 꽤나 잔혹한데, 스크린에서는 그렇게 강렬한 느낌으로 살아나지는 않았다. 3D 장면도 ‘와우~ 3D!’라고 기대하면서 보기엔 남는 장면이 몇 장면 없다. 뭔가 깊이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왠지 본래의 제작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영화.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추구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자위용 포르노(라고해서 섹스장면이 나오거나하진 않는다.)’라고 하면 너무 까내리는 것일까. 단순하게 적절한 B급 오락 영화로 이해하고 보면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평론가 이동진씨의 김지운 감독 인터뷰와 진중권씨의 아이콘, <인셉션> 이야기.
저는 흥미롭게 읽어서 링크 걸어두겠습니다. ^^





김지운이 말하는 <악마를 보았다>


"며칠 전 인터뷰할 때까지만 해도 ‘장르를 걷어내고서 사실적으로 만들다 보니까 파장이 커졌다’고 제가 거듭 말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는 거죠. 제 머리에서 장르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 느끼게 됩니다. 촬영장에서는 리얼리스트의 시선으로 냉정하고 드라이하게 찍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무의식 중에 고어 영화에 몰두한 부분이 있었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리얼리스트의 눈으로 만든다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장르적 느낌을 강화시킨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원색적이면서 솔직하고 기운이 넘치는 점이 맘에 들었어요. 최민식씨가 시나리오를 제게 건네면서 시작됐는데, 상업적 타협 없이 한번 해볼만한 것 아니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최민식 선배는 이 시나리오에서 어두운 인생의 한쪽 극단을 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동감했고요."



- 아무래도 김지운 감독도 나름대로 <악마를 보았다>에서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이 꽤나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느꼈다고 이야기하는 '수현은 복수를 포기한 것 같다.', '악마는 거기에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지운 감독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 같네요.





[진중권의 아이콘]<인셉션>의 철학


- 저랑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서 꽤나 공감하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물론 진중권씨가 저보다 말은 훨씬 잘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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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계절
10/08/28 00:37
수정 아이콘
피라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쓰레기 영화입니다.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이후 보게 될 모든 영화들이 반지의 제왕 급으로 보일겁니다.

이 영화 만든 감독 놈은 머리속에 뭐가 든 놈인지 모르겠지만 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RealWorlD
10/08/28 00:48
수정 아이콘
아저씨가없는게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인셉션 = 아저씨 우열을가리기힘들정도로 잘만든영화라고생각함
4프로브더블넥
10/08/28 01:09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아저씨가 그다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않아서 사람들의 아저씨 극찬이 좀 어리둥절하네요. 비슷한 설정인 맨온파이어에 비하면 너무나도 졸작이라고 생각해요.
10/08/28 02:36
수정 아이콘
'토이스토리 3' 는 굉장히 유쾌하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니모, 라따뚜이, 월-E, UP 을 보았을 때처럼 '완전 대박 작품이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흥행 성적은 정 반대네요;; 좀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는 All-time 9위, 애니메이션으로는 슈렉2 에 이어서 2위에 랭크되어 있고,
세계 박스오피스에서는 All-time 7위,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1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즉, 세계에서 토이스토리 3보다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는 아바타,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3, 캐리비언의 해적 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나이트 딱 이 6개뿐입니다.)

픽사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픽사 영화의 흥행은 반갑지만,
역시 국내에서는 이상하게 픽사 영화가 대박 흥행작이 없네요... 인식과 문화의 차이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연아동생
10/08/28 02:40
수정 아이콘
토이스토리3 4D로 보았습니다.. 제인생에서 가장 비싸게 주고 본 영화 였지요.. 마지막 엔딩은 정말 감동이었지요..
이래서 2편이후로 10년을 기다리게 한거일지도..
그리고 아저씨 보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말하네요..
스토리 별거 없어.. 그냥 첨부터 끝까지 죽이기만해.. 그런데.. 꼭 봐.. 아 그리고 여자친구랑은 보지마라..
10/08/28 10:03
수정 아이콘
김지운:저는 이 영화에 수현(이병헌)이 병원에서 또다른 살인마의 입을 찢는 장면은 왠지 꼭 넣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 장면 찍을 때 장르적 탐닉 같은 게 있었던 거죠.”

이동진-그렇다면 입을 찢는 장면을 꼭 넣기 위해서라도 그 장면의 밑그림을 제공하는 펜션 시퀀스를 삭제해선 안 된다는 결정이었다는 얘기네요.
----------------------------------------------

김지운감독 인터뷰중 발췌부분입니다. 역시 포르노라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요..
Over The Horizon
10/08/28 12:00
수정 아이콘
픽사는 최고죠. 그 중에서도 토이스토리는 단연 -_-b

익스팬더블은 애초부터 그럴 것이라고 알려졌어죠. 까메오 출연이고 이럴 것이고, 영화는 흡사 람보와 같다. 모르고 봤거나 취향이 아니라면 실망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그 3명이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쓰리 샷 받는 것만으로도 멋졌네요, 흐흐. 요새 시대에 옛날 느낌 나서 재밌기도 하고.

악마를 보았다는... 김지운 감독의 단점인 빈약한 주제 전달력과 이야기 전개 미흡이 장르적 특색과 겹쳐서 내용이 붕 뜬 느낌...
(김지운 감독의 단점은 고쳐지질 않는 듯 합니다. 오락성이 뛰어나서 항상 영화가 흥행은 하지만...)
차라리 슬래셔 무비 쪽으로 가닥을 잡았거나 아니면 검은집이나 추격자 같은 표현이었으면 어땠을가 싶은 영화네요. 어중간해져서...
개인적으로는 악마라기보다는 그냥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던 영화.

불쾌감을 주는 것이 좋은 예술의 조건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이 정말 불쾌감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면 대중이 배척한다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개개인마다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게 극명하게 갈리는 느낌입니다. 그럭저럭 보는 사람과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는 사람.
진짜 영화 보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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