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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7 13:16:06
Name 7drone of Sanchez
File #1 100916.jpg (37.2 KB), Download : 57
Subject [일반] 서울시향 말러2번 단평 @sac 0826


고전음악을 듣는 사람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면 그 중 하나의 잣대가 바로 "너 말러빠야, 아님 말러까야?" 일 거다. 말러리안이라는 말이 더이상 신조어가 아닌 일상어가 돼버렸고 말러교의 세력이 점점 커져 나갈 무렵 올 2010년은 말러 탄생 150주년, 2011년은 말러 서거 100주년이라는 기가 막힌 타이밍을 놓고 상술(?)로 이용안 할 공연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하여 올해와 내년은 말러의 음악들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전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갈 요량이다. 그 중 대한민국에선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그 스케줄을 소화해내기로 했다는 소식에 올초, 2010년 모든 공연을 덜컥 질러버렸었다. 올 해는 말러 1,2,3번을 정명훈이, 10번을 외부지휘자가 맡는다고 하였고 내년 스케줄은 아직 미정인 가운데 그 중 첫 포문을 정느님이 말러2번 부활로 개시하였다.

사실 그보다 앞서 콘서트 프리뷰시간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루체른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말러2번을 듣고 갔으니 이미 눈이 머리끝에 붙어 있었나 보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의 드림팀이라 칭해도 좋을 법한 각국의 수석연주자들이 모인 집단 + 위암수술 후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하는 아바도의 조합이었으니 말이다. 그 상태로 정느님의 설시향 + 해외 객원연주자의 조합을 감상하려니 자연스럽게 비교하려는 마음이 들어서 힘들었었다. 혹시 나 혼자 이런 감상을 느꼈나 싶어서 다음 날 감상평을 찾아보니 다들 비슷한 반응임을 알 수 있었다.

1악장의 금관악기의 따로 노는 듯한 연주는 기대했던 서울시향의 화음치곤 불합격 수준이었다. 그나마 그 간극을 정느님의 지휘 + 곡빨(1악장의 수많은 대위법 소절)로 인해 잘 메워준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정느님의 지휘는 확실히 격정적인 음악에 돋보인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요 모습을 보려고 합창석 한가운데 앉아서 시종일관 바라본 공연도 있었다.)  그렇게 죽일 놈이 되버린 금관악기연주군을 뒤로하고 2악장으로 넘어가자 곡 해석처럼  무대에 햇살이 비추는 듯했다. 아바도의 무대에선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를 기타연주 하듯이 하는 퍼포먼스도 있었지만 서초동 무대에선 생략되어서 아쉽긴 했지만. 기대했던 3악장은 1악장의 사전경험 때문에 무사히(?)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그만큼 집중했었나 보다. 정신 차려보니(?) 이미 4악장이 끝나버렸다. 자.. 이제 올 것이 왔다. 말러 2번. resurrection을 빛내줄 최고의 악장. 이 악장의 노래를 위해 프린트까지 해왔으나 친절히도 스크린에 가사를 내보내 주신다. 독어-한글 순서였는데 외국인 관람객이 전부 독일사람은 아닐 텐데 영어가 없는것에 아쉬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 넘어가도록 한다.

" 피조물은 모두 멸하게 마련이고
멸한 것은 모두 부활하게 마련이니라.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부활할 준비를 갖추라
.
.
.
나는 쟁취한 날개를 타고 날아오르리.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그대는 일시에 다시 부활하리라......"

5악장은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이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위대함에 과연 관객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83세에 위암수술을 받고 헬쑥해진 모습으로 다시 지휘봉을 잡은 아바도도 눈물을 흘리면서 지휘를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렇게 부활(resurrection) 교향곡이 끝이 났고 관객들은 환호를 질렀지만 난 쉽사리 박수를 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을 글썽인 채로 .....

덧. 공연 중 옆 사람의 시계 초침소리에 신경 쓰여본 적은 또 처음이었다. 쿼츠시계처럼 보였는데 왜 그렇게 소리가 크던지. 반대로 집중을 못 했던 내 탓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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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
10/08/27 13:25
수정 아이콘
어제 김선욱씨 트위터 글은 저도 봐서, 공연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써주셨네요.. 하하

모든 음악을 마음 가는데로 듣는지라, 말러는 제게 아직 벽으로 느껴져서 올해 공연들은 거의 방치해두고 있는데.. ^^
좋은 감상글을 읽고나니 용기내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그러니까 말러는 제게 도전 대상..ㅠ_ㅠ )
음악세계
10/08/27 18:08
수정 아이콘
아 정말 길게 답글 달았는데, 날아가버렸네요...ㅠㅠ 일단 눈물 한번 닦고 다시 씁니다.

저도 어제 연주회를 갔습니다. 발코니석이었는데, 이런 영 베이스쪽이 안 보이는것이 속상하더군요
돈 아껴보겠다고 괜히 젤 좋은자리 취소하고 이리 옮겼나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어제 연주는 확실히 이슈가 되더군요. 부천시향 이후에 말러 시리즈에 도전하는게 아마 처음일테고
교향곡 전곡 말고도 블루미네라던가 대지의 노래도 중간중간 하고 있으니까요.
정명훈도 말러에 애정이 있는것으로 알고있고, 말러 연주가 사실 1번과 5번 말고는 연주되는일이 흔치 않으니까요.

저도 실황연주로 2번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너무 행복하더군요.
게다가 요즘 제가 찾았던 서울시향의 연주들마다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에 그들이 들려주는 말러에 대해서 엄청난 기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의견들이 여럿 보이더군요.
언급하신 금관문제는 물론 말할 것도 없고, 호른 미스에, 첫 악장 도입부의 템포라던가, 악기들간의 호흡
심지어는 연주회장 밖에서 연주하는 악기들의 소리에 대한 아쉬움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대한 아쉬움까지^^;;
다들 말러라면 한가닥 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어제 공연을 보러 오셨겠죠. 꽤나 빠른 시간에 매진되었으니...

다들 명연이라는 연주음반을 듣고 오셨으니 아무래도 어제 공연은
좋게말하면 참신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나쁘게 말해서 이상하고 괴팍한? 말러였다는 말이 많네요.

저도 확실히 어제 위에 말한 문제들 전부 느꼈고,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모든것을 다 커버할 정도로 실황 연주는 참 좋더군요.
그 환상적인 화음과 악기들의 색채감과 연주회장 밖(천국)에서 들려오는 악기들의 울림과
피날레의 합창의 고요함, 무엇보다도 피아노시시모로 연주될때의 그 염통이 쫄깃해지는 느낌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연주자들 하나하나 참 훌륭했고 역시나 클라수석 채재일 참 잘하는 듯 싶네요.
금관연주 나름대로 외국에서 수석들 더 데려왔다던데, 연습이 부족한건지 딱 들어맞는 느낌 부족은 아쉽지만요...

아무튼 음악만 듣는 것과, 총보를 보면서 듣는 것이 다르고, 또 직접 연주를 보면서 듣는 것은 또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남은 말러 연주를 전부 정복해야겠어요^___^

그럼 이번 주말은 저도 아바도, 래틀, 번스타인의 '부활' 3가지 색깔의 공연실황을 보고 들으면서 이번 공연의 여운을 더 즐기고 싶네요.

아, 정마에가 떨어뜨린 건지, 지휘봉이 5악장 중간에 사라진 건, 부러져서 그렇다던데.
저는 중간에 갑자기 지휘봉이 사라진 걸 발견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헉 실수로 던진건가, 아님 합창을 지휘하려고 의도적으로 손에서 놓은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또 하나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좋은 공연임에 틀림없었고, 그래도 끊임없는 커튼콜에 화답해서
앵콜로 피날레가 나왔는데... 아 이게 왠지 저도 연주해줄땐 고맙다가 듣고나니 오히려 피날레의 여운이 사라지고
뭔가 처음 연주보다 더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니더군요.

이래저래 말이 길어지지만
요약하면 정말 절대적으로 환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교향악단이 말러2번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요
서울시향의 도전적 레퍼토리와 실력은 제가 정말 보증하니까요.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서울시향을 기대합니다.

아참 저 역시도 5악장 끝날때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10/08/27 19:15
수정 아이콘
몇년전 서울시향 말러 5번인가? 아무튼 완전 말아먹었다는 리뷰를 본거 같은데 정마에가 많이 발전시켰나 보군요
저도 말러 꼭 실황으로 들어보고 싶네요.
아르떼 채널에서 방송해줬다고 하는데 우리집엔 안나와서 ㅠㅠ
근데 얼마전 오랜만에 고클 갔더니 말러 떡밥에 전쟁통이더군요.
말러도 카라얀과 더불어 끝나지 않을 떡밥이 될거 같습니다.
사랑하는 오늘
10/08/27 22:08
수정 아이콘
오늘 루체른 페스티벌 아바도의 말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말러 2번인데 제가 수험생신분이라 놓쳤어요.
집도 예술의 전당 바로 앞인데... 아쉬움에 사무쳐서 DVD로 때웠죠. 내가 갔었어야 한거였는데 ㅠㅠ

그나저나 말러 2번의 피날레는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고된 수험 생활 중에 들으니까 눈물을 주제할 수 없더군요.
정말 말러 2번의 카타르시스 그 이상을 주는 곡은 없는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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