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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9 02:48:39
Name 모모리
Subject [일반] [만화] 기생수 - 이와아키 히토시
# 블로그의 글을 옮긴 것으로, 반말체가 싫으신 분에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만물의 영장






  어느날 지구에 괴생명체가 떨어진다. 그 생명체는 귀를 통해 인간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뇌를 장악하여 인간을 조종한다. 기생수다. 기생수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신이치에게도 떨어지지만 신이치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 침입을 시도한다. 간지러움을 느낀 신이치는 기생수를 내던지게 되고 기생수 역시 살기 위해 신이치의 팔에 구멍을 뚫고 침입을 시도한다. 신이치는 뱀에 물렸을 때와 같은 대처 방법으로 기생수의 침입을 막고 결국 기생수는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하게 된다.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천적이 없다. 그리하여 인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구는 병들어 간다.

  그런 인간을 위한 천적이 나타났다. 기생수다. 엄밀히 말하면 기생수는 기생한 종을 먹는다. 그러나 개에 기생했던 기생수가 실패라고 한 것을 보면 역시 기생수의 목적은 인간에 기생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소를 먹고 돼지를 기르고 살찌워서 잡아먹는다. 그렇다면 기생수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 역시 정당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문장. 많이 들어온 문장.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하물며 타 종을 이해하는 것은 쉬울까? 내가 놀아주고 먹여주며 집에서 기르는 개가 그것을 좋아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양이가 발정기에 힘들어 한다고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만 고양이가 그것을 좋아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인간은 자연 보호를 외치고 동물 보호를 외친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인간 위주의 사고로 행해진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동물이 죽고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으니까.

  학교에서 선생들은 밥 한 끼를 먹으면서 그 쌀을 재배한 농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당신은 자신을 위해 죽어간 동식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는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말로 자신을 칭하는 인간은 과연 인간 한 종의 번영이 아닌 만물의 균형을 생각하는가?



  좋은 이야기는 좋은 주제의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만화는 많은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생각을 요구한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말이다. 작품 내내 깔리는 냉소적인 분위기와 작가의 날카로운 그림은 그 질문에 무게감을 더한다.

   아무리 좋은 주제의식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다면 지루한 잔소리일 뿐이다. 이 만화는 재미라는 이야기의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 설정이 아주 기발하며 주인공 역시 매력적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이야기의 구성 또한 아주 탄탄하다. 호흡이 늘어지지 않는 적절한 분량까지 갖췄다.



  아주 잔인하다. 이 정도로 잔인하게 그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잔인한 것을 잘 못보는 사람이라면 아주 단단히 마음먹고 보아야 하는 만화다. 이건 정말 커다란 단점인데, 함부로 남에게 추천하기가 뭐하기 때문이다. 만화 스스로 독자층에 제약을 거는 꼴이라고 할까.



작가의 다른 만화 - 칠석의 나라, 히스토리에





덧붙임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름이 아주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처음 영어 이름을 봤을 때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덧붙임2

  중간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잠깐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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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Tail
10/08/09 02:51
수정 아이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은 설마 기생생물이 사람 잡아먹을때 한번 나오는거 말하는건가요? -_-;;
이철순
10/08/09 03:00
수정 아이콘
굉장히 재밌게 읽은 만화책이네요~
기생수, 몬스터 , h2 원피스

만화방에 기생수 애장판 나왔을 때 바로 정독 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한번 빌려봐야 겠군요~ (7~8년전;;)
블랙독
10/08/09 03:16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저런 생각을 했었죠.
인간이 사라진다면? 아니 인간이 줄어든다면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있어 위협이 될지언정 그것을 어찌 할 수 없다고 결론이 나더군요.
인간이 살기 위해선 다른 종을 죽여야 혹은 멸종시켜야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법과 규칙이 통하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 사람의 행위에 정당성은 '본능'뿐입니다.
난파된 배에서 몇달간 생존에 있는 사람을 구조했는데 알고보니 그가 나머지 생존자들을 잡아먹었다고 한다면? 그가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인간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른 종을 짖밟는다면 그건 자신의 번성을 위한 '본능'이라고 봅니다. 그 '본능'을 넘어서 그들이 뿜어낸 독이 자신을 해하거나, 공존의 방법이 있음에도 그것을 저버린다면 그것은 벌받아야 하나 인간 자체를 그 숫자를 줄여서까지 이타적인건 본능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을 지구를 우주를 배신하는 행위 아닐까요?
또 다른 생각은 인간이 지구에 위협이 된다 하여도 그것을 인간이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혹시 어떤 초월한 의식을 가진 분이면 모를까 내가 그럴 자격은 없는 것 같더군요.(물론 능력도 없잖아!!!)

요즘 드는 생각이 선진국으로 갈수록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지요? (우리나라는 제외입니다. 이건 애를 낳지 못하게 하는 사회 때문이구요) 확실히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출생율이 월등하죠. 또한 산업의 기반이 농경에서 공산품 그리고 지금의 서비스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사람의 명수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되기도 하였구요. 문명이 발달하면서 <과포화한 인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인간이라는 종의 개체수를 스스로 조절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세균만 하더라도 좁은 환경에 과포화 되면 먹이가 부족하거나 산소가 부족하거나 하는 이유로 결국 죽게 되죠. 사실 인간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에서 손톱정도(손톱의 때는 넘은듯)밖에 안됩니다. 어쩌면 자연은 인간의 개체수를 여유롭게 컨트롤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10/08/09 03:45
수정 아이콘
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문장이 사실 아무 근거가 없듯이, 딱 그만큼, 대자연의 균형이 중요할 이유도 없지요. 애초에 다른 생물들이 대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근데 대충 50년 정도만 지나고 나면, 굳이 전쟁같은 것으로 인위적인 인구수 조절을 하지 않더라도, 블랙독님께서 말씀하신 저런 세태로 인해 인구수는 많이 줄어들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원문의 기생수는 저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뒷부분에 기생수 여자가 아이를 보호하고 죽는 것이 조금 옥의 티라는 느낌은 들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참 깔끔한 만화였지요.
Cedric Bixler-Zabala
10/08/09 04:39
수정 아이콘
마무리가 참 깔끔하죠. 쓸데없이 암울하지도 않고 대책없는 해피엔딩도 아닌, 작가가 머리싸매고 고민한게 드러나는 마무리.
네오제노
10/08/09 07:20
수정 아이콘
최고의 만화중 하나죠
생각없이 읽다가 좀 지나서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고 머리를 띵! 하게 울리는 만화!
가만히 손을 잡
10/08/09 08:25
수정 아이콘
너무 어렸을때 봤는데,
이글 보니 다시 보고 싶네요.
아스트랄
10/08/09 08:27
수정 아이콘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만화중에 하나군요.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인데 한번 읽어보세요.
전 이글을 읽고 우리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는지 조금이나마 깨닭을 수 있었습니다.

http://yhhan.tistory.com/635
왜자꾸시비네
10/08/09 08:59
수정 아이콘
OrBef2님// 아이를 보호하는 장면은 옥의 티가 아니라 이 만화의 가장 멋진 장면중 하나이죠. 단순한 본능적인 모성애가 아니라 신이치의 상처와 인간의 모성애를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해한 결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네노는아이
10/08/09 09:23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동네노는아이&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823


제가 5년전에 피지알게시판에 기생수 관련 글을 썼었는데
작가의 다른 만화에...유레카라는 단편도 있죠(히스토리에 전초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Kristiano Honaldo
10/08/09 10:47
수정 아이콘
비슷한 류의 만화로 암스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세요
10/08/09 13:24
수정 아이콘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여러 번 생각하게 만화 중 하나.
히스토리에도 잘 읽고 있습니다.
王天君
10/08/09 13:57
수정 아이콘
덧붙임 2 외모지상주의 비판 부분이 좀 기억에 남네요.
화장하고 이쁘장하게 하고 다니는 여자는 기생수가 되려 병들고 여기저기 화학약품이 많이 첨가된 '비건강 생물체'취급을 하죠.
인간을 그렇게 철저히 다른 종의 입장에서 먹이 또는 적으로 본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Judas Pain
10/08/09 14:25
수정 아이콘
추천할 만화죠. 낯설게 하기에 이은 주제의식 콤보가 끝내주게 잘 잡혀 있습니다.
10/08/09 14:45
수정 아이콘
뭐랄까.. 주제가 명확하고 그걸 드러내는 사건, 인과관계, 주인공의 심리, 주변 인물과의 관계 등등

거의 완벽한 '작품' 중 하나죠. 결말도 참 멋있고, 몇 안되는 제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만화가 중 한 명입니다.
abrasax_:JW
10/08/09 17:32
수정 아이콘
최고의 만화입니다. 어릴 때 읽을 땐 몰랐으나, 다시 읽고 난 뒤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 작가의 단편집 '뼈의 소리'가 있습니다. 안 읽어보신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세요.
Fanatic[Jin]
10/08/09 23:45
수정 아이콘
이건 정말...추천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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