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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6 15:27:04
Name 성시경
Subject [일반] 그냥 오빠 동생 사이라도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글이 제가 자게에 쓰는 첫 글이군요. 예전부터 자게에는 글을 쓸 생각을 안 해봤는데,
갑자기 여러분에게 저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녀를 만나게 된 건 한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서였어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우연하게도 그녀와 저는 집이 아주 가까웠는데요.
그래서 그 모임에 나갈 때마다 그녀와 버스나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가게 됐습니다.
제가 여자한테는 숙맥이라 저보다 3살이나 어린 그녀가 계속 대화를 이끌어가는게 조금 미안했어요.

저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동호회 모임에서 몇몇 사람이랑 트러블이 생겨서
다시는 그 모임에 나가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녀한테도 모임을 하는 곳에 같이 갈 때 이외에는 별로 연락을 하지 않았었고,
그녀와 저의 대학교 레벨도 상당히 차이 나기 때문에 그런 열등감도 있어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어요.
아쉬운 마음에 친구랑 술을 마실 때 그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같이 집에 가는데 그녀가 갑자기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며 노래방을 둘이서 갔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그러면 그 여자애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며 연락을 한번 해보라더군요.
그래서 술김에 저는 동호회 모임을 이제 안 나가는데 잘 지내느냐고 문자를 보내봤어요.

다음날 그녀한테 전화가 왔어요.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왜 그만두느냐면서 한 번 만나자고 하더군요.
며칠 후에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저의 사연을 말하니까 그녀가 자기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만두게 됐을 것 같다고 그랬어요.
그다음에 제가 이럴 바에는 처음부터 그 모임에는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을 했는데, 그녀가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았으면 자기를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조금 설레더군요.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 오른쪽 손에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우정반지일 수도 있지만 커플링을 오른쪽에 끼고 다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설마 남자친구가 있나 걱정이 들었어요.
반지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차마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고,
헤어질 때는 그녀가 저한테 악수하자고 왼손을 내밀었는데 오른쪽에 반지를 끼고 있어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날 커피를 그녀가 계산한다고 하면서 다음에 저한테 밥을 사라고 했어요.
밥을 먹는날에 남자친구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어떻게 물어볼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얼마 후 집 근처에서 그녀와 밥을 같이 먹게 됬는데 그날은 그녀가 반지를 끼고 나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제가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가 여태까지 자기가 사귄 남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예전에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남자를 못 믿게 되었고 독신주의로 살아갈 거라고 하니 물어보지 않아도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왠지 김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성격이 잘 맞아서 몇 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너무 숙맥이라서 헤어졌다는데요
그리고는 저한테 여자 많이 사귀어봤느냐고 물어봐서 못 사귀었다고 말하니까 오빠도 숙맥 아니냐고 하던데,
그런 말들이 그냥 오빠동생사이로 지내자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녀가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자 손은 잡아봤느냐고 물어봤는데 거짓말을 할까 하다가 그냥
안 잡아봤다고 사실대로 말을 했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손금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녀가 제 손바닥을
만지니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더군요. 생각해보니 저도 보여달라고 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날 분위기는 왠지 친한 오빠 동생사이 같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저희 부모님은 집 근처에서 카페를 하고 계시는데요, 예전에 그녀가 저희 가게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밥 먹은 날에도 저희 가게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전에는 그냥 빈말로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두 번이나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진심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가게에 놀러 오지 않겠냐고 오면 제가 피아노 쳐줄 수도 있다고
보냈는데, 예전에 그녀가 저한테 피아노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러면 피아노 가르쳐주는 거냐고
답장이 왔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언제 갈 수 있는지 문자로 알려준다고 해서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가 저를 남자로 보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언젠가 대쉬는 한번 해 볼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그녀가 가게에 오면 부모님 얼굴을 보게 되는 게 약간 걱정되네요 부모님께 분명히 아는 여자애 데려와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여자친구냐고 하시고 3살 어린데 아직 말도 못논 사람이라고 하니까 말을 놔야 여자친구가 된다고 하시고;;
제가 여자랑 통화하면 엿들으려고 하시고, 누구냐고 물어보시는데 부모님은 여자들이 다 제 연애상대인 줄 아시는지라
조금 골치가 아프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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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됴헤드
10/07/26 15:34
수정 아이콘
조목조목 본 결과 고도의 염장글같아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있긴 하지만 이런 두근거림이 참 부럽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
10/07/26 15:36
수정 아이콘
여자분이 호감은 조금 있는거 같은데,
글쓴이께서 소극적인게 보여서 앞으로 어려움이 조금 예상됩니다.
여자분 성격이 밝으신거 같은데, 이런 분들은 연애감정이 아니어도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남자분이
소극적일 경우 맘고생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편하게 행동하세요. 그러다 인연이 맞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친구하면 되죠.
핫타이크
10/07/26 15:37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이 정도면 성공확률 80% 이상인듯한데..
대구청년
10/07/26 15:42
수정 아이콘
여자분이 일단 글쓴분한테 호감이있는건 확실하군요!!
과감하게 행동하세요!! 그럼 좋은결과있으실겁니다..
honnysun
10/07/26 15:45
수정 아이콘
아.. 자게가 오염되어가고 있다~~~

확실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군요~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자신감있게 행동하세요. 누군 처음부터 고수였나요!!!
동료동료열매
10/07/26 15:47
수정 아이콘
백프롬다.
10/07/26 15:50
수정 아이콘
사귀자고 하세요.
아스트랄
10/07/26 15:59
수정 아이콘
저도 나이를 먹었나 봐요. 이런글 보면 풋풋하고 좋네요.
화이팅~
Judas Pain
10/07/26 16:00
수정 아이콘
아니 한여름에 이게 왠 봄냄새인가요.
Dornfelder
10/07/26 16:12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께 이 노래를 드립니다.
성시경의 "좋을텐데"
실제로 이렇게 되라는건 아니고 염장질 한 것에 대한 투정입니다. 크크
10/07/26 16:33
수정 아이콘
아니 한여름에 이게 왠 봄냄새인가요.(2)

정말 자게가 사랑의 향기로 오염되고 있네요. 얼른 염장 커플들이 결혼 Stage로 넘어가야......쿨럭!!!!!
10/07/26 16:34
수정 아이콘
가능성이 높아보이네요!

다만 딱히 나쁜 마음 먹고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의도로 남자들의 오해를 자주 불러일으키는
'의도하지 않은 어장관리녀' 들이 꽤 많습니다. 때론 과감하게 때론 조심스럽게 접근하시길..(이게 말
처럼 쉬우면 이 세상에 솔로는 없을 듯;;)
어진나라
10/07/26 16:45
수정 아이콘
아니 한여름에 이게 왠 봄냄새인가요.(3)

지금도 자게에 봄냄새가 그윽한데, 이러다가 조만간에 므흣한 꽃냄새가 진동하게 될 지도..-__-;;
공업셔틀
10/07/26 17:00
수정 아이콘
글을 읽는 제가 다 설레네요..

좀 자심감있게 적극적으로 행동하셨으면 해요.
안 그러다간 10년후에 저처럼 후회하고 계실지도...헉!!
비스군
10/07/26 17:24
수정 아이콘
아..이런 훈훈함 무언가 속이 쓰리면서 한쪽이 따쓰해지는....지금은 여름인데..사랑과 평화의 PGR인가요

글쓴분께 예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유행어를 써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카니발이 부릅니다..."그녀를 잡아요~"
빵꾸똥꾸해리
10/07/26 18:17
수정 아이콘
와 20대 초반 생각이 나는 산뜻함이네요.
대시하세요. 여자분이 님에 대한 생각이 나쁘지 않아보이네요.
용기있게 자신감있게 어필하세요.
성시경
10/07/26 18:18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보이지만
사실 걸리는 부분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가만히 손을 잡
10/07/26 18:28
수정 아이콘
다른 분들하고 의견이 좀 달라 죄송한데 전 좀 조심히 접근하시는게 좋을 거 같아요.
위에도 썼지만 분명 호감이 없는 건 아닌데 이게 연애로 연결되려면 아직 난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분 성격이 밝고 주도권이 있으며, 어디가나 좋은 성격으로 분류되는 그런 분일 경우
어느 집단에서나 좋아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은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대쉬를 하게 되면 실상 여자분은 '좋은 친구, 오빠였어요' 하게 되고 남자는 '어장관리였나?'라고 오해하게 되기 쉽습니다.
저런 분과 무슨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신뢰의 구축에 시간이 좀 걸리고 일단 주도권을 가져와야 됩니다.
빠른 전개보다 신중한 접근이 먹힙니다. 제가 무슨 연애를 여러번 해본 전문가는 아닌데,
예전에 알던 여자하고 스타일이 비슷해 보여서 한 마디 남겨봅니다.
잘 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면 꼭 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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