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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11 15:05:31
Name 착한밥팅z
Subject [일반] "안녕!" 그리고 "안녕!"
지난 글에 이어 오늘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봅니다.
저번에 썼던 대로 왠지 감정표현이 잘되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반말체로 씁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저번 솜씨 없는 글에도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과,
부족한 글에 여운이 남는 좋은 글이라며 과분한 추천을 해주신 초무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매우 부족하고 솜씨 없는 글이지만, 가볍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문득 가방을 열었는데 노트북 어댑터를 가져오지 않았지 뭐야.

어쩌겠어, 인강 보겠다고 나온 도서관인데... 집에 가서 어댑터를 가져오기로 했지.
다행히 스쿠터가 있으니 힘든 것도 아니고, 차도를 약간만 거치면 샛길로 접어들 수 있으니 길이 위험하지도 않고.

계획대로 차도를 무사히 벗어나서 샛길로 접어들어 부아앙, 스로틀을 당기는 순간,
옆에서 튀어나온 검은색 아우디.

나도 믿기지 않는 순발력으로 아우디를 피하고는 꾸벅, 하고 인사드린 후,
정말 과속하면 안 되겠다, 하마터면 콩팥 하나 헌납할 뻔 했네.
뭐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집에 다녀오는 길.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헬멧을 내놓으라고 독촉한 후,
학교 근처 굴다리 앞 마트에서 만나 헬멧을 받기로 하고는,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오늘은 참 이래저래 일들이 많이 꼬이네, 생각하며 마트 근처에 다다르자,
헬멧을 든 선배의 모습이 보이고
그 앞에 딱 섰는데,

서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스쿠터 한 대와, 스쿠터에 타고 있는 여자 한 명과, 그 앞의 남자 한 명.

어쩐지 심장이 뛰더라니.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주 짧은 순간 머뭇거리다 간신히 내뱉은 말.

"안녕!"

인사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다만, 좀 더 예상 가능한 곳에서 마주쳤다면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남자에게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헬멧을 건네받고, 학교 근처 당구장으로 태워다 달라는 선배에게 시덥잖게 짜증을 부리고는

뭔가를 가지러 들어간 남자를 기다리며 혼자 스쿠터에 올라타서 날 빤히 바라보는,
내 인사에 어색하게 손을 한번 흔들고는 날 쳐다보고 있는 네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한 번 인사한다.

"안녕!"

1년도 넘는 그 긴 시간을 그리워했으면서,
꼭 한 번 마주쳐서, 얼굴 보고 인사할 수 있기를 그렇게 바랐으면서,

결국엔 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입에서 겨우 꺼낼 수 있었던 그말,

"안녕!"

그말에 담았던
그날의 원망과, 그날의 비참함과, 그동안의 힘겨움과, 그동안의 그리움과, 그동안의 애틋함을,
나와 그렇게도 잘 맞았던 너라면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차마 말로는 꺼내지 못하고 한마디 인사에 담아,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렇게 나는 393일 만에 너에게 첫 인사를 했다.

오늘 그 한순간을 떠올리며, 나 자신이 너무나 찌질해 보여서
조용한 도서관에서 나 혼자 민망해져
"음음"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앉아 있는 오늘 오후,

왠지, 오늘은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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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10/07/11 15:18
수정 아이콘
수필같이 짠하게 오네요잉;;;
최종병기캐리
10/07/11 15:18
수정 아이콘
전 올초에 CC 였던 사람의 결혼식에 갔다 왔더랬죠...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웃으면서 축하해 줄 수 있겠더군요
10/07/11 15:38
수정 아이콘
아.. 뭔가 가슴이 저려오네요.
군대 있는동안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전역하고 나서 학교 강의를 들으러 가는데
저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는 거에요. 준비(?)가 덜 되었던지 심장이 마구 쿵쾅 거리더라구요.
'그냥 빠르게 걸어서 지나쳐 버릴까.. ' 아니면 그냥 '오랜만이야..'라고 아는척이라도 해볼까..
그 짧은 순간에 정말 별별 생각이 나더라구요. 점점 거리가 가까워져서 확인해보니 아니더군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찌나 아쉽던지..
이미 지난 과거의 사람이지만, 가끔씩 한번쯤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더라구요.
10/07/11 16:39
수정 아이콘
red81님// 거기까지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정말 우연히 방문한 그녀의 미니홈피 대문사진이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인걸 확인했을때 ... 그 기분이란 ... 말로 설명이 안되네요. -_-
10/07/11 17:23
수정 아이콘
이런게 글쓰기의 센스구나 정말.
뜨거운눈물
10/07/11 17:32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글을 참 뭐랄까.. 쓰세네요..

거칠면서도 진심이 담겨있는 글이에요..

짠합니다
감성소년.
10/07/11 22:11
수정 아이콘
하하 저는 아직 연애를 한번도 안해봐서.. 저도 이젠 연애 좀 해봤으면 좋겠네요.
아직 처음 만날 떄의 설레는 느낌도 모르고 헤어질 때의 아픔도 모르는 저는 어린애에 불과할지도..
착한밥팅z
10/07/11 23:06
수정 아이콘
소중한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형편없는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칭찬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자기의 경험을 말씀해 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런 글을 자주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미리 감사 말씀 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영웅의물량
10/07/12 00:16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음...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음... 뭐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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