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고였을뿐>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마주친 과거의 망령에 대한 영화입니다. 뒤에 어떠한 문장부호가 붙게될지, 혹은 어떠한 억양과 감정을 담아 말하게 될지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하게 될 영화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라는 전제하에, 저는 약간은 냉소적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네요.)
우연히 사고를 통해 마주친 사람이 나와 오래전의 악연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고)이고, 그 사람에게 어떤 복수를 행하기 위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쓰리 빌보드>와 반대로 색칠된 닮은 꼴 그림 같습니다. '가는 동안 생각해보는' 행동주의자들의 정의에 대한 영화가 <쓰리 빌보드>였다면, 반대로 이 영화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해야하는' 정의와 선의 행함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지만 영화의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인 동시에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기도 한 이야기니까요.
개인적으로 납치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상의 이야기와 어떤 주제를 구현하는데에는 물론 필요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결말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은 어찌보면 그 모든 걸 떠나버린 지점에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어떤 용서나 연쇄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해피 혹은 배드 엔딩이라는 이야기라기보단, 결국 그 과거에, 그 사건 내지 사고의 여파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서서, 영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하는' 정의와 선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 영화는 복수에 대한 영화이면서도, '보복'과는 거리가 좀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그 사람이냐'라는 주제에서, 이런 저런 사건과 상황에 휘말리면서 즉각적인 보복이 미뤄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가장 미온적인, 혹은 가장 의심하는 사람들이 남게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이 영화가 일종의 재판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변호인들과 함께 어떻게 행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정의는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논의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결말에서 영화는 결국 어떤 덫, 혹은 굴레에 빠진 인물을 바라보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기 마련이니까요.